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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진 예브게니(러시아, 고려대)

  어느 나라에 대해서도 외국의 평범한 사람이 알고 있는 것과 그 나라를 내부에서 깨닫는 것 또는 그 나라에 관한 연구를 하는 전문가의 지식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특히 러시아와 한국처럼 서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나라일 경우에, 러시아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서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러시아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실보다 오해하는 것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본 러시아는 일반적으로 온통 동화 나라 같다. 단적으로 한국인 관점에서 러시아는 항상 눈으로 덮여있는 하얀 평야의 모습을 가지고 있고 이 커다란 평야 안에 곰, 보드카 그리고 발레 세 가지가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대부분 러시아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도 놀랄 만큼 편협하다. 동쪽에 있는 작은 나라이며 경제력이 있다고만 알고 있는 러시아 사람이 많다. 어떤 잘 모르는 지리적 공간에 LG와 삼성과 현대 같은 기업이 실재하는 나라의 모습, 이것이 한국이다. 러시아의 동쪽 끝에 있는 도시들은 한반도보다 경도로 몇도 정도 동쪽에 있는 것에 다수 러시아인들은 놀랄 것이다.
  러시아인들이 한국을 보는 것과 한국인들이 러시아를 보는 것의 공통적인 단점은 서로의 문화를 알고 싶기는 하고 알아보려고 하지만 상대방 나라의 사람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는 아주 인간적인 것이다. 사람이 없는 곳에 자연이 있을 수는 있지만 문화가 생길 수는 없다. 옛날의 문화재를 볼 때도 고대 이집트 유물처럼 그 전통을 물려받고 보존하는 사람이 없으면 그 남아있는 유물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알 수 없고, 문화를 재구성하기 어려운 데다가 확실하지도 않다. 그래서 이 글은 짧지만 한국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한국 사람의 특질을 살펴보려는 시도이다.
  한국인의 특질 중 무엇보다도 먼저 떠오르는 것은 흔히 말하는 공동체 의식이다. 한국에서 이 공동체 의식은 규모에 상관없이 많은 곳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유행이 자주 생기고 그리고 유행이 특별히 강한 원인이 바로 공동체 의식인 것 같다. 요즘 볼 수 있는 국민의 공동체 의식의 한 구체적인 예는 올 6월 월드컵 국가대표축구팀을 응원하는 분위기다. 그 정도로 하나 될 수 있는 민족은 한국민족뿐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전념 또는 집중력이라고 할 수 있는 성질을 주목하고 싶다. 어떤 일을 시작하면 집중해서 이루어질 때까지 하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성공을 이루는 방법이고 그리고 일에서 그 목적에 맞는 수단과 인재를 고르는 것은 현대 경영의 한 방법이라고 본다. 70년대부터 성장한 한국의 대기업들의 세계적인 성공의 비결은 이 두 번째에 해당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만한 것은 멋이란 개념이다. 멋은 다른 언어로 굉장히 번역하기 어려운 단어이다. 해석하면 어떤 때는 영어의 honor (체면 뜻) 그리고 taste(취미 뜻)개념이 합쳐서 말하는 것이다. 멋있게 자기 일을 하고 싶은 것이 한국인의 특징으로 보인다. 경찰관이든지 정원사이든지 모두 자기 직업의 멋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으면 그 때 바로 가장 잘하는 것이 아닐까?
  반면에 어떤 사람은 이런 말을 듣고, 모두 자기 역할에 맞는 행동을 하라는 것은 공산주의 사상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이것이 공산주의라면 나도 공산주의자다. 하지만 ‘줄 수 있는 만큼 주고 필요한 만큼 받으라’는 공산주의 격언은 오히려 사람의 개성을 없애고 평균화만 시킨다. 반대로 한국에서 내가 체험한 것은 우등의 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등 서비스, 우등품질, 우등 학력까지 모든 것에서 가장 뛰어나게 하려는 마음이 보인다.
  이처럼, 한국의 공동체 의식에서 기인하는 응축된 집중력과 직업적 멋은 외국인의 입장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세 가지를 보다 더 많이 경험하고 배워서, 조국에 돌아간 후 이러한 한국문화의 특징을 멀리 전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