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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량(남양주시 ㅇㅇ초등학교 교사)

  교직 경력 6년차인 내겐 최근 큰 변화가 있었다. 처음으로 학급 담임교사가 아닌 체육 교과 전담교사, 즉 3~4학년 아이들의 체육만을 가르치는 체육 교사가 된 것이다. 초등학교는 중·고등학교와는 달리 대부분의 수업을 담임교사가 가르치기 때문에 반 아이들과 하루 생활을 거의 같이 한다. 하지만, 교과 전담교사는 한 시간을 수업하고 나면 함께 했던 아이들이 휙 빠져나가고 다음 시간에는 또 다른 학급의 아이들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엔 우리 반 아이들이 없다는 생각에 얼마나 허전함을 느꼈는지 모른다.
  그런데 요즘엔 3학년, 4학년 200명 넘는 아이들 모두의 담임인 된 것 같은 즐거운 착각에 빠져 있다. 어쩌다 쉬는 시간에 교실 복도를 거쳐 교무실로 갈라치면, 수십 명의 아이들이 제각각, “체육 선생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체육 선생님”하며 인사를 걸어와 때 아닌 홍역을 치른다.
  처음 며칠간은 수많은 고민의 연속이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과목인 체육, 심지어 시간표에 체육이 들어 있지 않으면 아이들 표정이 시무룩해진다고 한다. 그만큼 체육 시간에 대한 기대는 대단하다. 아니나 다를까 3월 내내 남자 아이들에겐 “축구해요”, 여자 아이들에겐 “피구해요”에 시달려야 했다.
  그렇다고, 체조 활동, 표현 활동, 게임 활동, 보건 등 다양한 영역이 있건만, 아나공 수업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체조 활동을 시작으로 해서 체육 시간을 지켜 나갔다. 체조의 다양한 동작을 배워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같이 만들어 보기도 했다. 운동장에 선을 그어 가며 오징어, 개뼈다귀, 달팽이와 같이 많은 놀이를 배우고 같이 했다.
  5월 들어서는 공으로 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물론, 피구와 축구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축구와 피구로 아이들의 성화에 시달리진 않는다.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 운동장 한 켠에서 선을 그어가며 오징어, 개뼈다귀, 달팽이, 지렁이 놀이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요즘엔 1년 후, 3, 4학년들이 운동장에서 다양한 놀이를 하면서 스스로 즐겨 노는 모습을 가끔 그려 보곤 한다.

※아나공 수업 : '아나, 공 여기 있다'고 하며 교사가 공 던져주는 것에서 유래했다는 수업 명칭.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내버려 두는 모습의 수업을 말한다. 교사의 편의와 학생의 요청에 따라 학생들이 자유롭게 게임을 하도록 놓아두는 것이다. 교사의 개입은 최소화되거나 전혀 없는 것이 오히려 진행을 순조롭게 한다. 학생들은 학습내용을 배우기보다는 한 시간을 그냥 재밌게 보낸다. 학생의 흥미가 불균형적으로 강조되어 교과 내용이 소외되기도 한다 .
예를 들면, "오늘은 선생님이 좀 바쁘니까 너희끼리 체육관에서 공 꺼내서 피구해라." 혹은 남자들이라면 "오늘은 그냥 운동장에서 축구해라."와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