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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샘(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신어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만들어진 방식에 따라 신어를 크게 분류하면 단일어, 복합어, 약어의 세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단일어는 말을 완전히 새로 만들어 낸 생성 단어, 기존 단어 중 자립할 수 없는 요소를 대치하여 만들어 낸 유추, 원래 있던 단어의 의미가 확장되거나 비유적으로 쓰여 기존의 의미에서 크게 벗어난 이의, 외국어를 가감 없이 그대로 들여와 쓰는 차용의 네 가지로 다시 나눌 수 있다. 생성 단어의 경우 ‘빙면(氷麪)’, ‘속식(速食)’처럼 자립적으로 쓰이지 못하는 한자로 만든 말이 대부분이다. ‘신토불이(身土不二)’에서 온 ‘모협불이(母協不二)’, ‘오월동주(吳越同舟)’에서 온 ‘한일동주(韓日同舟)’와 같은 유추는 언론 매체에서 많이 만들어 낸다. 사람들의 눈과 귀에 익숙한 사자성어를 이용해 사회 현상을 효과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이다. 유추로 만들어진 말 중에는 ‘노풍당당(老風堂堂)’, ‘곡학아통(曲學阿統)’ 등 정치 세태를 풍자한 단어들도 눈에 띈다.
  기존의 형태소를 조합하여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복합어는 신어의 가장 보편적인 유형이다. 복합어 중에서도 합성어는 전체의 약 50%를 차지하는 가장 일반적인 신어의 조어 방식이다. 합성어 중에는 기원이 다른 말들이 합쳐져서 이루어지는 단어들이 있다. ‘물벨트’는 고유어 ‘물’과 외래어 ‘belt’의 합성이고, ‘먹토’는 고유어 ‘먹-(동사)’과 한자어 ‘토(土)’의 합성이며, ‘애국베팅’처럼 한자어 ‘애국(愛國)’과 외래어 ‘베팅(betting)’이 합쳐져 만들어진 말도 있다.
  파생어는 접두 파생어와 접미 파생어로 다시 가를 수 있는데 ‘냉트럭(冷truck)’, ‘댓말(對-)’, ‘무꺼풀(無--)’, ‘신잔혹주의(新殘酷主義)’, ‘온진품(-眞品)’, ‘항한류(抗韓流)’ 등의 접두 파생어도 있지만 대부분이 접미 파생어이다. 접미 파생어 중에 가장 흔한 것은 새로 생겨나는 특별한 경향을 가진 사람들의 무리를 의미하는 접미사 ‘-족(族)’이 붙은 말이다. ‘모자이크족’, ‘그림족’, ‘면창족’, ‘영퇴족’, ‘김치도시락족’ 등이 그 예이다.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로 생긴 제도의 명칭을 나타내기 위해 쓰인 ‘-제(制)’도 ‘생리 공결제’, ‘대리 배달제’, ‘불임 휴직제’ 등 많은 말을 만들어 냈다.
  약어는 다시 융합, 축약, 탈락으로 나눌 수 있다. ‘융합’은 서로 다른 단어가 합쳐지면서 구성 요소를 구별하기 힘들게 녹아든 것이다. ‘융합’은 주로 단어 형성에 외래어가 개입될 때에 나타난다. 네카시즘(←netizen+McCarthyism), 부파라치(←不動産+paparazzi), 줌마렐라(←아줌마+Cinderella) 등이 그 예이다. ‘미성년자(未成年者)’를 줄여서 ‘미자(未者)’라고 하는 것은 ‘축약’에 해당하며 구성 요소 중 일부가 떨어져 나가면서 만들어진 말들은 ‘탈락’으로 분류할 수 있다. ‘검찰(檢察)’, ‘경제계(經濟界)’, ‘언론(言論)’의 앞글자만 남겨서 만든 ‘검경언(檢經言)’이나 ‘경제 활동 참가율(經濟活動參加率)’을 줄여서 만든 ‘경활률(經活率)’이 ‘탈락’의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