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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오(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글을 쓸 때에 복잡한 개념이나 생각을 집약적으로 제시하려고 여러 문장을 합쳐 내포문, 접속문, 또는 이 둘의 복합으로 문장을 길게 늘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나치게 긴 문장은 생각을 하나로 집약하는 효과를 얻기보다는 도리어 정확한 의미의 전달을 방해할 수 있다. 다음 예문을 보자.

1) 요즈음 날이 너무 덥기 때문에 심신이 피곤하여 할 일은 넘쳐 나는데 동생들은 기분이 내키면 도와 주고 기분이 안 내키면 도와 주지도 않고 오히려 방해만 놓으니 내가 내일까지 이 방 도배를 못 마칠 것 같다.
→ 요즈음 날이 너무 더워 심신이 피곤하다. 게다가 할 일은 넘쳐 나는데 동생들은 도와 주기는커녕 오히려 방해만 한다. 그래서 내일까지 내가 이 방 도배를 마치기는 힘들 것 같다.
원문은 “-여 -는데 -면 -고 -면 -고 -니”와 같이 접속문이 너무 길어서 전달하려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수정문처럼 세 개의 짧은 문장으로 나누는 것이 좋다.
2) 토요일은 휴일을 하루 앞둔 여유를 가져다주고, 무엇보다도 한가한 토요일 오후에 추억에 담긴 음악을 듣노라면 그 음악을 애청하던 시절의, 꿈속에 빠져들 듯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되살아나는 분위기에 취하는 것은 더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 토요일은 휴일을 하루 앞둔 여유를 가져다주는 요일이다. 한가한 토요일 오후에 추억에 담긴 음악을 듣노라면 그 음악을 애청하던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듯한 여유를 찾을 수 있다.
“토요일은 …… 여유를 가져다 주고”에서는 접속 어미 ‘-고’가 부적절하게 사용되었다. 또 “그 음악을 애청하던 시절의” 뒤에 쉼표가 있어서 이 구절이 ‘분위기’를 수식하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삽입구가 길어 자칫하면 오해하게 할 우려도 있다. 수정문처럼 토요일에 대한 이야기와 토요일 오후에 듣는 음악 이야기를 분리하여 두 개의 문장으로 작성하는 것이 낫겠다.
3) 이 육교 아래에는 특별고압 25,000볼트 전기가 흐르는 전차선이 있어 물건(철사, 테이프 등)을 던지면 귀중한 생명을 잃거나 전철운행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하여 철도법에 의해 처벌받게 됩니다.
이 육교 아래로 물건(철사, 쇠 막대, 필름이 빠져 나온 자기(磁氣) 테이프 등)을 던지지 마십시오. 이 육교 아래에는 25,000 볼트의 특별 고압이 흐르는 전차선이 있어 물건을 던지면 인명 피해가 발생하거나 합선으로 전철 운행이 중단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건을 던져서 사고를 낸 사람은 철도법에 따라 처벌받게 됩니다.
원문은 문장 길이가 지나치게 길다. 그뿐만 아니라 ‘던지는 행위’가 ‘사고 발생’과 ‘처벌’까지 곧바로 초래하게 된다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그러므로 ‘처벌 받다’의 주어를 보충하여서 몇 문장으로 나눠 표현하는 것이 좋다. 수정문은 ①[권고]-②[이유]-③[처벌]의 삼단 구성으로 고쳐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