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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성(겨레말큰사전 편찬위원회 선임연구원)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맛있거나 특이한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부쩍 많아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대충 끼니를 때우는 것이 아니라 여유를 갖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런 방송들에서는 음식을 보기 좋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데에만 신경을 쓸 뿐이고, 그 전달하는 말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우동’은 ‘가락국수’로, ‘설탕 한 스푼’은 ‘설탕 한 숟갈’로, ‘레스토랑에서 먹는 디저트’는 ‘양식당에서 먹는 후식’으로 바꾸어 쓸 수 있는데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오히려 드문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표기법에 어긋나는 자막이 버젓이 화면에 나타나는 일도 많아서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쥬스(juice), 초콜렛(chocolate), 케익(cake), 계란후라이(鷄卵fry), 돈까스(豚カツ), 야끼만두(やき饅頭), 짜장면(zhajiang麵)’ 들이 대표적인 예들이다. 이들은 각각 ‘주스, 초콜릿, 케이크, 계란프라이, 돈가스, 야키만두, 자장면’과 같이 적어야 바른 표기가 된다. 물론 이 중에서 ‘계란프라이, 돈가스, 야키만두’ 들은 각각 ‘달걀지짐, 돼지고기 너비튀김, 군만두’와 같이 다듬어 써야 할 말들이다.
  일상생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식생활과 관련된 말은 우리의 언어생활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러나 식생활 분야에서 우리말의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일본어와 영어가 점점 자리를 넓혀 가고 있는 듯하여 매우 걱정스럽다. 이제라도 방송인들이 책임 의식을 가지고 바르고 고운 우리말을 쓰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최근 국립국어원에서는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www.malteo.net)’에서 식생활과 관련하여 요즘 흔히 쓰이는 외국어 ‘드레싱(dressing)’과 ‘슬로푸드(slow food)’를 회원들의 투표를 거쳐서 각각 ‘맛깔장(--醬)’과 ‘여유식(餘裕食)’으로 다듬었다. 처음엔 낯설고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처럼 조금씩이라도 바꾸어 쓰려고 노력하고, 방송인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면 우리말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예전에 식생활 분야의 외국어와 어려운 한자어들을 모아서 순화어를 발표한 적이 있는데, 아래에 몇 개를 예로 보인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국어원 누리집에서 찾아볼 수 있다.

  (1) 일본어를 다듬은 경우
        곤부 [昆布, こんぶ] → 다시마
        낑깡 [金柑] → 금귤, 동귤(童橘)
        나베우동 [鍋饂飩] → 냄비국수
        다대기 [←たたき] → 다진양념
        다마네기 [玉葱, たまねぎ] → 양파
        다시 [出汁, だし] → 맛국물
        다쿠안 (←다꾸앙) [澤庵] → 단무지
        닭도리탕 [-鳥湯-] → 닭볶음탕
        덴푸라 (←뎀뿌라) [天麩羅, 포.tempero] → 튀김
        돈가쓰 [豚カツ, -cutlet] → 돼지고기(너비)튀김(밥)
        돈부리 (←돔부리) [どんぶり] → 덮밥
        마키 [卷, まき] → 김말이
        마호병 [魔法甁] → 보온병
        미소시루 [味噌汁] → 된장국
        사라 [皿] → 접시
        사시미 [刺身] → 생선회
        생선가쓰 [生鮮カツ, -cutlet] → 생선 튀김
        소바 [蕎麥] → 메밀(국수)
        스시 [鮨·壽司] → 초밥
        스키야키 [鋤燒, すきやき] → 일본전골(찌개)
        쓰키다시 [突出し] → 곁들이 안주
        아나고튀김 [穴子-, あなご-] → 붕장어 튀김
        야키만두 (←야끼만두) [燒饅頭, やきまんじゅう] → 군만두
        오뎅 [おでん] → 꼬치 (안주)
        와리바시 [割箸, わりばし] → 나무젓가락
        와사비 [山葵, わさび] → 고추냉이
        요지 [楊枝] → 이쑤시개
        우나기 [鰻] → (뱀)장어
        우동 [饂飩] → 가락국수
        자왕무시 [茶碗蒸] → 계란찜

  (2) 어려운 한자어를 다듬은 경우
        강력분 [强力粉] → 차진밀가루
        건시 [乾柿] → 곶감
        과육 [果肉] → 열매살
        냉동육 [冷凍肉] → 얼린 고기
        담수어 [淡水魚] → 민물고기
        대맥 [大麥] → (겉)보리
        대하 [大蝦] → 큰새우, 왕새우
        돈육 [豚肉] → 돼지고기
        미곡 [米穀] →
        백도 [白桃] → 흰복숭아
        백미 [白米] → 흰쌀
        생육 [生肉] → 날고기
        석식 [夕食] → 저녁(밥)
        소맥분 [小麥粉] → 밀가루
        야식 [夜食] → 밤참
        우지 [牛脂] → 쇠기름
        음용수 [飮用水] → 마시는 물
        전분 [澱粉] → 녹말
        정맥 [精麥] → 보리쌀
        제육볶음 [猪肉-] → 돼지고기 볶음
        조식 [朝食] → 아침밥, 조반
        중식 [中食] → 점심
        한천 [寒天] → 우무, 우뭇가사리
        활어 [活魚] → 산(물)고기
        흑태 [黑太] → 검정콩

  (3) 서구 외래어를 다듬은 경우
        드링크 [drink] → 음료, 마실 것
        디저트 [dissert] → 후식
        레스토랑 [프.restaurant] → (양)식당
        메뉴 [menu] → 차림(표), 식단
        스낵코너 [snack corner] → 간이음식점
        스푼 [spoon] → (양)숟가락, 술
        시럽 [syrup] → 즙, 착색 음료
        싱크대 [sink臺] → 설거지대
        오프너 [opener] → (병)따개
        와인 [wine] → 포도주
        인스턴트식품 [instant食品] → 즉석식품
        치킨 [chicken] → 닭튀김
        캔 [can] → 깡통
        캔디 [candy] → 사탕
        테이블 세팅 [table setting] → 상차림
        팁 [tip] → 봉사료
        파티 [party] → 잔치, 연회, 모임
        포테이토 [←french fried potato] → 튀긴 감자, 감자튀김
        프라이팬 (←후라이팬) [frying pan] → 튀김판, 지짐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