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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철(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우리가 외국어를 배울 때 맨 처음에 접하는 것은 문자와 문자열을 읽는 법 즉 발음이다. 읽고 쓰는 법을 익히는 것은 문자로 그 언어를 익히는 것이 소리로 익히는 것보다 손쉬운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소리를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입을 열지 않기로 마음먹지 않았다면 말이다.
  ‘바른소리’는 2003년에 만들어진 외국인용 발음 학습 시디이다. 이 시디는 지금까지 약 3만 개가 전 세계에 무료 배포되었고 지금은 배포가 끝나서 새로운 모습으로 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의 한류와 한국어의 국제적인 인기에 힘입어 보내 달라고 요청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대신 국립국어원 홈페이지(http://www.korean.go.kr/hangeul/cpron/main.htm)에서 연습문제를 제외한 나머지 내용을 이용할 수 있으니,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시디가 없다는 것이 그리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하여간 더욱 믿음직하고 효과적인 구성을 갖추어서 하루 빨리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바른소리’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어떤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간략히 알아보자. ‘바른소리’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어의 음성적 특징을 자세히 익힐 수 있게끔 단어 내에 나타나는 변이음들을 그 환경별로 제시하였다는 것이다. 특히 모든 단어에 대해 입모양을 촬영한 동영상을 볼 수 있다. 그렇게 익힌 변이음을 잘 익혔는지 알아볼 수 있도록 큰 꼭지 뒤에 연습문제를 마련했는데, 이용자가 문제를 다 풀고 난 뒤 특정 단추를 누르면 정답과 점수를 알 수 있다.
  ‘바른소리’는 윈도 98 이상의 운영체제가 깔려 있는 컴퓨터의 시디롬 드라이브에 넣으면 자동으로 실행된다. 첫 화면은 ‘한글의 기초’, ‘모음’, ‘자음’, ‘음소변동’, ‘억양’, ‘수록어휘정리’ 등의 메뉴로 구성되어 있어서 각 꼭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해당 꼭지를 마우스로 누르면 된다. 사용을 마치려면 모든 화면에서 ‘QUIT’를 누르면 된다.
  ‘모음’ 편에서는 28개의 모음을 각각 익힐 수 있으며, 외국인 눈높이에서 혼동할 수 있는 모음쌍 세 가지를 별도로 익힐 수 있다. ‘자음’ 편에서는 19개의 자음 음소를 변이음 환경에 맞추어 제시하였다. 그런데 각각의 변이음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언어학적인 설명은 전혀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학습자가 그 차이를 반복적으로 익혀 체득하는 것이 여러모로 가장 낫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ㄷ’의 변이음 환경은 어두, 모음 사이, 비음과 모음 사이, 장애음 앞, 발화의 끝 등으로 제시되어 있어서 음성적 차이를 아주 민감하게 느끼는 언어권 학습자가 충분히 각 환경에서의 변이음을 체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로써 자기 언어에서는 별개의 음소로 구분되는 소리지만 한국어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등의 사실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연습문제 메뉴 앞에는 외국인의 눈높이에서 비슷한 소리들을 비교하여 들어 볼 수 있는 꼭지가 마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서 유럽어권 화자들은 어두의 /ㄱ/과 /ㅋ/, /ㄲ/을 혼동하는데, 사실은 자기의 언어 면에서도 어느 정도 음성적 차이가 존재하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이 꼭지는 그런 음성적 차이가 무엇인지 반복적으로 들어서 알게 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음소변동’ 꼭지는 14개의 자모음이 다른 소리를 만나거나 들어 있는 음절의 위치에 따라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곳이다. 예를 들어서 /의/는 조사라면 /에/로도 소리낼 수 있고, 두 번째 음절 이하에서는 /이/로 소리 나기도 하는 사실들을 여기서 배울 수 있다. ‘억양’ 꼭지에서는 평서문, 의문문, 명령문, 청유문의 네 가지 서법에서 어떤 억양들이 등장하는지를 모두 50여 개의 문장으로 익힐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여기에 한국어의 모든 억양들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니고, 대표적인 억양을 초보적으로 익히게 된다. 맨 끝의 ‘수록 어휘 정리’에는 이 시디에 등장하는 어휘들이 가나다 순서로 제시되어 있어서 단어의 표기와 의미에 대한 학습만을 별도로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바른소리’는 아주 세밀한 발음을 익히도록 되어 있어서 단어 수준이 중급 학습자의 눈높이에 맞추어져 있다. 그런데 이것이 세상에 나오자 초급 학습자들이 더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그것은 한국어 발음 교수법이 아직 정립되지 못한 탓이 아닌가 한다. 교사와 학생 모두 ‘바른소리’를 이용하여 발음 교육과 학습에 대한 부담을 떨쳐 버릴 수 있기를 바라기에는 조금 모자란 점이 없지 않은 듯하다.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많은 분의 도움 말씀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