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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샘(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은 가정에서 아내가 남편을 제쳐 놓고 떠들고 간섭하면 집안일이 잘 안된다는 말이지만 단순히 아내와 남편의 관계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의 전통적인 여성의 지위를 드러낸다. 이처럼 집에서 조용히 살림하고 남편의 내조를 잘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여성의 적극적인 사회 활동이 각광받는 시대가 되었다.
  이렇게 여성의 권리가 신장된 것을 새로 생긴 말들을 통해 알 수 있다. 2005년에 새로 생긴 말들을 살펴보면 여성의 권리나 지위와 관련된 말들을 꽤 발견할 수 있다. 가장 적극적인 여성상을 반영하는 말은 ‘줌마렐라’이다. ‘줌마렐라’는 경제적인 능력을 갖추고 자신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을 하는 3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의 기혼 여성을 이르는 말이다. 집에서 살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활동을 함으로써 경제적인 능력을 갖추고, 남편의 내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것은 위에 언급했던 전통적인 여성상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심지어 연령대가 30~40대이니 여성의 사회 활동이 보편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이 사회 활동을 활발하게 하려면 ‘출산’과 ‘육아’가 걸림돌이 되게 마련이다. 2005년에 새로 생긴 말들 중에는 일부 직장에서 임신, 육아 등을 돕는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말들도 있다. 아기를 가지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직무를 쉴 수 있게 해 주는 ‘불임 휴직제’가 은행권에서 전면 실시될 예정인가 하면 여성가족부에서는 매달 6일을 ‘육아데이’로 정해 남편이 직장에서 정시에 퇴근해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여성의 생리적인 특성을 배려하는 ‘생리 공결제, 생리 휴강제’ 등도 적극 추진되고 있다.
  여성상의 변화는 드라마의 캐릭터에도 반영되었다. 2005년에 ‘삼순이 신드롬’을 일으켰던 ‘내 이름은 김삼순’의 주인공 ‘삼순이’는 ‘순대렐라’로 불린다. 기존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던 신데렐라형 캐릭터와 달리 무조건 남자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기보다는 독립적이면서도 평범하고 순박한 ‘삼순이’는 여성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제 암탉이 울지도 못하고 집안에 갇혀 있던 시대는 갔다. 제대로 우는 암탉 ‘줌마렐라’가 집안을 흥하게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