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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찬(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2005년 국립국어원이 발간한 「일본어 투 용어 순화 자료집」에는 총 1,171개의 일본어 투 용어가 수록돼 있다. 그런데 이들 일본어 투 용어는 순 일본어, 일본식 한자어, 일본식 발음의 서구 외래어, 일본식 영어, 혼합형 등 다섯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순 일본어와 일본식 한자어는 총 910개로 전체의 77.7%를 차지한다.
  지금까지 일본어 투 용어라 하여 순 일본어와 일본식 한자어를 주요 순화의 대상으로 삼은 것도 다 이런 상황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일본식 발음의 서구 외래어, 일본식 영어, 혼합형 등도 순 일본어, 일본식 한자어 등보다는 덜하지만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순 일본어 일본식 한자어 일본식 발음의 서구 외래어 일본식 영어 혼합형
수(개) 474 436 141 33 87
비율(%) 40.5 37.2 12.1 2.8 7.4

  순 일본어로는 ‘가라(空, から)’, ‘가오(顔, かお)’, ‘가타(肩, かた)’, ‘구사리(腐り, くさり)’, ‘기스(←傷, きず)’, ‘나가리(←流れ, ながれ)’, ‘나라시(均し, ならし)’, ‘나라비(竝び, ならび)’, ‘노가다(←土方, どかた)’, ‘모치(餠, もち)’, ‘삐끼(←引き, ひき)’, ‘사라(皿, さら)’, ‘소데나시(袖無し, そでなし)’, ‘시다바리(←下張り, したばり)’, ‘아타라시(新し, あたらし)’, ‘야미(闇, やみ)’, ‘에리(襟, えり)’, ‘엔꼬(えんこ)’, ‘와쿠(枠, わく)’, ‘우와기(上衣, うわぎ)’, ‘유도리(←ゆとり)’, ‘이지메(苛め, いじめ)’, ‘지라시(散らし, ちらし)’, ‘헤라(篦, へら)’, ‘호로(幌, ほろ)’, ‘후카시(吹かし, ふかし)’, ‘히마리(←締, しまり)’ 등이 있다. 이들은 우리에게 크게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일본어 투 용어의 부류에 속한다.
  그런데도 일상 언어생활에서 아직까지도 널리 쓰이고 있다. 이들이 일본어 투 용어란 사실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적절하고 꾸준한 홍보가 필요하다. 위에 열거한 순 일본어들은 각각 ‘가짜’, ‘체면’, ‘불량배’, ‘핀잔’, ‘흠’, ‘유찰’, ‘고루 펴기’, ‘줄 서기’, ‘(공사판) 노동자’, ‘찹쌀떡’, ‘(손님) 끌기’, ‘접시’, ‘민소매’, ‘보조원’, ‘새것’, ‘뒷거래’, ‘깃’, ‘바닥(남)’, ‘틀’, ‘윗도리’, ‘융통’, ‘(집단) 괴롭힘’, ‘선전지’, ‘(구둣)주걱’, ‘덮개’, ‘폼재기’, ‘맥’ 등의 우리말로 다듬어 쓸 수 있다.
  한편 순 일본어로 볼 수 있는 것 가운데에는 ‘겐세이(牽制, けんせい)’, ‘다이(臺, だい)’, ‘뎃빵(鐵板, てっぱん)’, ‘만가(漫畵, まんが)’, ‘쇼부(勝負, しょうぶ)’, ‘신삥(新品, しんぴん)’ 등처럼 한자어를 일본 한자음으로 읽은 것이 적지 않다. 엄밀하게 봤을 때 이들은 순 일본어는 아니다. 그러나 외형상 특히, 발음상 우리에게 크게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순 일본어와 같은 성격을 띠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말에서도 통용되는 한자어라서 대개 우리 한자음으로만 바꾸어 써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이들은 각각 ‘견제’, ‘대’, ‘철판’, ‘만화’, ‘승부’, ‘신품’ 등으로 다듬어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