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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명희(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 ‘세대공감 old and new’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듬뿍 받고 있다. 세상이 바뀌는 것과 함께 언어가 바뀌어 나이 든 세대가 사용하는 말을 어린 청소년들이 알아듣지 못하고, 반대로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말을 나이 든 세대가 알아듣지 못한다. 인터넷, 핸드폰의 급속한 보급은 자연스런 언어 현상인 세대간 언어 차이의 간극을 더 넓혔고, 마침내 기성세대들은 전에 없이 젊은이들의 언어를 따라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이처럼 시시각각 변화하는 청소년들의 살아있는 언어 사용을 조사하기 위하여 2004년부터 청소년들의 미니 홈피, 핸드폰 문자, 이메일, 메신저, 모둠 일기의 글 자료를 모으기 시작하였다. 서울과 대구 지역의 인문계, 실업계, 특수고에 다니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언어 자료들에서 연구자는 창의적 언어 사용과 비규범적 언어 사용, 통신언어 사용, 경어법 사용의 특징을 조사하였다.
  ‘초아침, 초박살, 초꿀꿀, 초감동’, ‘왕짜증, 왕무시, 왕배짱, 왕소심쟁이, 왕섹시, 왕재수’, ‘애인님, 언니님, 친구님’, ‘사돈남말쟁이, 완전구라쟁이, 염탐재이, 축구재이’, ‘얼굴띵, 눈띵’, ‘공부 모드, 폐인 모드, 우울 모드’와 같은 새로운 단어의 사용은 청소년들의 창의성과 기발함을 보여 주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참신한 표현을 하기 위해 새로운 의성어와 의태어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는데 ‘쭈압, ㅋㅑㅋㅑ, 움헤헤~’, ‘휘리릭, 넬롱넬롱’, ‘=3=(뽀뽀하는 입의 모양), ㅠㅠㅠㅠ(눈물 흘리는 모습)’ 등이 새로운 상징어와 시각 표현들이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청소년 언어는 단어의 통사적 기능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 ‘대략 낭패인데, 대략 토플 공부하면서’에서 볼 수 있듯 명사인 ‘대략’이 부사로 변하여 사용되고 있다. 또 ‘완전 너잖아, 완전 설렌다’에서도 ‘완전’이 명사가 아닌 부사로 사용되고 있다. 규범에 어긋난 어휘 사용이 어휘 사용의 폭을 넓힐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또 청소년들이 선생님을 가리키는 말도 불경스럽지만 재미나다. ‘선생님’ 대신 사용되는 ‘샘/쌤’, 과목이름으로 대신되는 과목 선생님(국어, 수학), 담임 선생님에 대한 ‘담탱이’ 등은 직접 대면해서는 사용되지 않는 은어이다. 이 외에도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재미나고 기발한 언어와 시각적 표현들이 보고서 여기저기에 잘 정리되어 있다.
  청소년의 언어에 대해 우리의 기성세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큰 우려를 표한다. 그 우려는 그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그들의 표기법이 규범에 맞지 않아 세대간 의사소통의 장벽이 된다고 생각해서이다. 그러나 조금만 시야를 달리하면 그들의 언어는 그들만의 규범이고 새로 만든 말들은 우리의 어휘를 살찌우는 긍정적인 기능을 하기도 한다. 기성세대가 청소년들의 언어를 배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도 그들 언어의 재미와 기발함에 취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