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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임법과 간접 높임
이병규(李炳圭) / 국립국어원
  언어행위는 화자가 청자에게 어떤 인물 또는 사물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화자가 어떤 인물이나 사물에 관해서 말을 하면 청자가 듣고 이해함으로써, 필자가 어떤 인물이나 사물에 관해서 글을 쓰면 독자가 읽고 이해함으로써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이처럼 의사소통 행위에는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문장 밖에는 화자와 청자가 있고, 문장 안에는 주어나 목적어, 그리고 부사어로 표현되는 인물이 있을 수 있다. 이들 인물들 간에 누가 누구보다 더 존귀한가 아닌가에 따라 서로 간의 말하는 태도나 마음가짐이 달라지는데, 이러한 의향을 언어적으로 나타낸 것이 높임 표현이다.
  한국어에서 높임법은 세 가지 유형이 있다.
(1) ㄱ. 책을 읽습니다./읽으오./읽네./읽는다.(상대 높임)
ㄴ. 선생님께서는 늘 우리를 칭찬하신다.(주체 높임)
ㄷ. 해솔이는 할머니를 모시고 공원에 갔다.(객체 높임)
ㄹ. 현교는 어제 일이 궁금해서 선생님께 여쭈어 보았다.(객체 높임)
  (1ㄱ)은 듣는 사람의 존귀 정도에 따라 말하는 사람이 존대 표현을 다르게 사용한 경우인데, 이러한 높임 방법을 ‘상대 높임법’이라고 한다. (1ㄴ)은 문장의 주어가 나타내는 사람을 높이는 방법으로 ‘주체 높임법’이라고 하며, (1ㄷ), (1ㄹ)과 같이 목적어나 부사어가 나타내는 사람을 높이는 방법을 ‘객체 높임법’이라고 한다. 현대 한국어에서 상대 높임법은 ‘-습니다, -(으)오, -네, -는다’ 등과 같이 문장을 끝맺는 말을 이용해서, 주체 높임법은 서술어에 ‘-시-’를 붙여서 나타내는 방법을 말한다. 이러한 높임 방법을 문법적인 높임법이라고 한다. 한편 (1ㄷ), (1ㄹ)처럼 대상(할머니, 선생님)의 지위나 신분, 나이에 따라 ‘데리다’를 ‘모시다’로, ‘묻다’를 ‘여쭙다’로 교체하여 높임 표현을 만드는 방법을 특수 어휘에 의한 높임법이라고 한다. 이처럼 특수 어휘를 써서 높이는 방법은 문법적인 현상이 아니다.
  한국어에서 높임 표현을 만드는 방법은 모어 화자라면 대부분 큰 어려움 없이 사용한다. 다만 주체 높임법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는데 주체를 간접적으로 높여야 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2) ㄱ. 우리 선생님께서는 축구를 잘하신다.
ㄴ. 어머니, 오늘은 무엇을 하어요?
  (2ㄱ)과 (2ㄴ)은 둘 다 문장에서 주어인 ‘우리 선생님’, ‘어머니’를 서술어 ‘잘하다’, ‘하다’에 ‘-시-’를 붙여서 높인다. 말하는 사람에게 ‘우리 선생님’과 ‘어머니’는 높여야 할 대상이기 때문에 서술어에 ‘-시-’를 붙인 것이다.
  한편, (3)에서 주어인 ‘넥타이’, ‘독감기’, ‘마음’은 존대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므로 주체를 존대하는 ‘-시-’를 붙여 높이지 않는다.
(3) ㄱ. 이 백화점에서는 넥타이가 매우 비싸다.
ㄴ. 요즘 한창 독감기 유행하고 있다.
ㄷ. 사람은 얼굴보다 마음 고와야 한다.
  그러나 (4ㄱ)~(6ㄱ)에서는 ‘넥타이’, ‘감기’, ‘마음’이 각 문장에서 주어로 쓰이고 있음에도 (3)과 달리 서술어에 ‘-시-’를 붙인다. 이 경우 주체 존대를 나타내는 ‘-시-’를 붙이지 않으면 (4ㄴ)~(6ㄴ)에서처럼 틀린 문장이 된다.
(4) ㄱ. (학생이 선생님한테) 선생님, 넥타이가 무척 잘 어울리네요.(○)
ㄴ. (학생이 선생님한테) 선생님, 넥타이가 무척 잘 어울리네요.(×)
(5) ㄱ. (평사원이 부장에게) 부장님, 감기어요?(○)
ㄴ. (평사원이 부장에게) 부장님, 감기 들었어요?(×)
(6) ㄱ. 우리 사장님께서는 마음이 무척 넓으시다.(○)
ㄴ. 우리 사장님께서는 마음이 무척 넓다.(×)
  (4ㄱ)~(6ㄱ)의 ‘넥타이’, ‘감기’, ‘마음’은 화자 쪽에서 봤을 때 모두 높여야 할 대상인 ‘선생님’, ‘부장’, ‘사장님’의 개인적인 소유물이거나 신체의 한 부분이다. (3)에서 ‘넥타이’, ‘감기’, ‘마음’은 그렇게 해석되지 않는다. (4)에서처럼 높여야 할 대상의 신체 부분, 소유물, 생활의 필수적 조건이 되는 사물을 나타내는 말이 주어일 경우에는 반드시 그 문장의 서술어에 ‘-시-’를 붙여야 한다. 이를 ‘간접 높임’이라고 한다.
월간 · 비매품   발행_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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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