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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타비타 나오미(경희대 국문학과)
   "드디어 한국에 도착했구나!" 1년 3개월 전에 드디어 한국에서 유학생으로의 삶이 시작되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날이 마침내 온 것이다. 당시는 초가을이었다. 우선 무슨 이유로 어떻게 김치의 나라에 오게 되었는지를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한국어와의 모든 인연은 2000년 지금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된 한 한국인 친구를 만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에 나는 일본어를 배우고 있었는데, 처음엔 그 친구가 일본 여학생인 줄 알고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 친구를 알게 되면서 한국과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새로 발견하게 되었다. 그동안 여러 편의 일본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한국에 대해 단 한 가지 알고 있는 게 있었다면 그것은 한국인들이 마늘을 많이 먹는다는 사실이었다.
   2002년 나는 공과대학 쪽의 공부를 접고, 한국어를 배우고 또 궁극적으로는 한국 전문가가 되기 위해 파리 7대학에 등록하였다. 이 결정에 대해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한국 문화에 눈을 뜨게 해준 나의 한국인 친구 임지현을 통해 나는 다른 한국인들을 만날 기회를 많이 가지게 되었다. 내가 한국인 친구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우정이 아주 오래가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친구들이 좋아서 한국어를 배우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나의 한국문화 체험은 2006년 초가을에 친구인 지현이의 집에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동시에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한국 생활 중에 인상적인 것은 대중교통에서 보내는 시간이다. 집 현관문에서부터 교실 입구까지 약 두 시간이 걸린다. 일반인들이 하루에 차 안에서 소비하는 시간은 평균 잡아 한 시간이 약간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덕분에 나는 매일 아침마다 한국 사회를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출퇴근 붐비는 시간대의 악몽,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용기 많은 한국 아줌마, 꾸벅거리는 지친 모습의 직장인들, 코를 심하게 고는 아저씨들, 마치 승객들이 다 귀머거리인 것처럼 우레 같은 목소리로 고함치는 전철 안의 장사치들, 무섭게 운전하는 마을버스 운전기사들 등은 내 일상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성이 임씨인 지현이와 같이 산 후부터 지현이 어머니는 나를 임나오미라고 부르셨고 어머니와 함께 메주와 김장도 담그고 어떻게 된장찌개까지 잘 끓이는지 배울 수 있었다. 나는 된장찌개를 미치도록 좋아하게 되었는데, 어느 친구가 내게 ‘된장찌개 킬러’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친구들과 여러 선생님들과 헤어졌을 때 4년 동안 프랑스 대학 생활에서 느껴 보지 못 했던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나의 마음에 가득 찼다. 새해가 시작되어 새 반에 들어가고 새 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어느덧 봄이 되었다. 목련, 벗꽃을 구경할 때가 온 것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봄 풍경은 시인에게 시적 영감을 주는 것처럼 한국어를 잘 배우고자 하는 나의 열망에 불을 붙였다. 눈부신 경희대학교 캠퍼스의 모습을 보면서 이곳에서 계속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여름은 한국의 계절 중 내가 가장 견디기 힘든 계절이다. 샤워를 하고 목욕탕을 나서자마자 밀려드는 습기와 외국인의 피를 더 좋아하는 듯한 한국의 모기 때문이다.
   일 년이 지나 다시 가을이 되고 대학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과중한 학업으로 인해 무거워진 마음과 피곤한 몸과는 대조적으로 단풍들은 아름다운 새 옷을 갈아입었다. 주말이면 등산복을 입은 아줌마, 아저씨들을 전철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그리 흔히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등산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나도 친구를 따라 숨이 막히도록 아름다운 단풍이 든 가을 산을 오르면서 한국 자연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지난주는 입동이 시작되었다. 첫눈도 내렸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지현이 어머니와 함께 김장을 준비하기 위해서 마늘 껍질을 깠는데 손에 밴 냄새가 3일이나 지워지지 않았다. 이 마늘 냄새가 새롭지 않다. 그러고 보니 벌써 한국에서의 또 다른 두 번째 해가 시작된 것이다.
   한국 민족을 한마디로 묘사하는 말이 있다면 다혈질의 민족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지현이에 비하면 내가 더 다혈질인 것 같다. 한국 민족에 대한 나의 사랑은 내가 가진 성격의 탓인가? 다혈질인 사람들이 모인 한국은 그만큼 역동적이고 활력과 매력이 넘친다. 어떤 고난이라도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계절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한국의 자연과 한국 사람은 닮아 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한국의 문화에 대해 참 많이 알게 되었다. 그래서 ‘된장찌개 킬러’ 외에 별명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삶은 달걀’이다. 겉은 하얗고 속은 노란 삶은 달걀처럼 피부색은 하얗지만 정서는 피부가 노란 한국 사람과 같다고 해서 친구들이 붙여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