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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국어생활연구원 원장)
   이번 호에서는 올해에 주목받은 제목을 살펴보기로 한다. 올해 한국편집상 심사에서는 ‘이 달의 편집상’을 받은 작품들을 비롯하여, 새로 응모한 작품을 포함하여 모두 140여 편 가운데서 3개 부문(제목 레이아웃, 편집 미술)의 수상작을 가려냈다. 심사는 정남기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 홍휘권 에디터조선 대표 ∙ 김택근 경향신문 논설위원 ∙ 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과 교수 등이 맡았는데, 편집 대상은 1,000여 명의 기자 투표로 선정했다.
   수상작 중 대상은 동아일보 김수곤 차장의 ‘高, 스톱.’에 돌아갔다. 그 밖에 머니투데이 김형진 기자의 ‘飛정규직, 悲정규직, 非정규직’, 한국경제 최종석 기자의 ‘낙뢰방지업체 벼락특수’, 중부일보 김수진 기자의 ‘손 잡았던 후보들 孫만 잡았다’가 뽑혔다.

   다음에 수상작들을 보기로 한다. 자료는 한국 편집인협회의 도움을 받았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뜻을 전한다.

   
(동아일보 김수곤 차장 / 2007년 1월 17일 A1면/ 김무곤)

   ‘高, 스톱’은 지난 1월, 당시 대통령 선거 출마가 유력시되던 고건 전 국무총리가 17대 대통령 선거 불출마를 전격적으로 선언한 내용을 다룬 기사의 제목이다. 제1면 톱기사의 제목으로는 다소 파격적인 비유와 짧은 문장으로 고건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을 압축하여 표현한 수작(秀作)이다. 제목의 창의성, 고 전 총리가 눈을 감고 있는 모습, 레이아웃 등으로 전달력이 뛰어나다.

   
(머니투데이 김형진 기자 / 2007년 6월 21일 3면/ 김무곤 홍휘권)

   올해 한국에서 사회적 갈등의 핵으로 등장한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제목이다. 비정규직 보호법 제도 시행을 앞둔 시점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기업들의 각기 다른 사례와 그에 따라 엇갈린 비정규직들의 애환을 다루었다. 김 기자는 이들 비정규직이 놓인 운명을 완전 정규직 전환, 별도 직군 처리, 해고에 직면한 그룹을 각각 飛, 悲, 非로 처리하여 메시지 전달력을 높였다. 또 여러 한자의 뒤에 ‘정규직’이라는 단어를 중복해 사용함으로써 제목에서 주는 인상을 강렬하게 하고 기사 내용을 명쾌하게 표현해 냈다.

   
(한국경제신문 최종석 기자 / 2007년 8월 6일 A18면 김무곤, 김택근)

   이 제목은 급증하는 낙뢰 사고로 관련 업체가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기사의 제목이다. 명쾌하고 발랄하다. ‘벼락 특수’ 역시 기발하다. 최 기자는 이 말을 찾아내고 무릎을 쳤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낙뢰 방지업이라는 업종과 ‘벼락 특수’라는 단어의 연관성을 간결하게 연결하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중부일보 김수진 기자 / 2007년 8월 20일 21면 김무곤)

   대통합 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다섯 사람의 첫 정책 토론회를 중계한 기사의 제목이다. 정동영,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 등 네 후보가 모두 당시 여론 조사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손학규 후보만을 공격했다는 기사 내용과 손을 맞잡고 있는 후보들의 사진을 손학규 후보의 성(姓)을 활용해 재치 있게 표현하였다.

   한편 2007년 10월에 뽑힌 이달의 편집상 수상작은 다음과 같다.

   
(경향신문 구예리 기자 / 2007년 10월 11일 K3면 김택근)

   100년 동안의 영화를 더듬는 ‘강경 과거 여행’에 붙인 제목이다. 배는 과거에 정박하고, 그래서 박제된 과거를 깨우니 거리의 풍광이 화려하게 되살아난다는 얘기다. 배를 타고 포구로 들어가 다시 느릿느릿 시내를 걸어 보고 싶게 만든다. 석양이 물에 빠져 있는 포구의 사진과 배는 ‘과거에 정박했다’는 제목이 잘 어우러져 있다.

   
(조선일보 전근영 기자 / 2007년 09월 24일 A24면 김택근)

   세계 역도 선수권 대회에서 장미란 선수가 세계 기록을 세우며 3연패를 달성한 쾌거에 붙인 제목이다. 감격에 겨워 두 손을 모으고 울듯이 눈을 감고 있는 장미란 선수의 사진과 힘 있는 제목, 그 강약이 돋보였다.

   
(중도일보 김숙자 기자 / 2007년 10월 1일 11면 김택근)

   아파트 값은 내부 시설보다는 외부의 조망이나 자연환경에서 결정된다는 기사의 제목이다. 아파트의 몸값을 알려면 창밖을 보라는 김 기자의 조언이 마음속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