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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어 순화
  후카시(ふかし)
박용찬(朴龍燦) 국립국어원
  광복 이후, 정부 및 민간 차원에서 꾸준하고도 줄기차게 일본어 투 용어를 청산하기 위한 일을 해 왔다. 그런 노력 때문인지 이제 공식 석상의 대화에서는 일본어를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일본어가 우리말에 끼친 영향은 실로 엄청난지라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아직도 여전히 많은 일본어가 그대로 쓰이고 있다.
  ‘앙꼬(←あんこ[餡子])’, ‘소바(そば[蕎麥])’, ‘찌라시(←ちらし[散らし])’, ‘노가다(←どかた[土方])’, ‘와꾸(←わく[枠])’, ‘나시(なし[無し])/소데나시(そでなし[袖無し])’ 등이 그러한 예이다. 이들은 각각 ‘팥소’, ‘메밀(국수)’, ‘선전지/낱장 광고’, ‘(공사판) 노동자’, ‘틀’, ‘맨팔(옷)/민소매’ 등의 우리말로 바꿔 쓸 수 있는 말이다.
  지난 2005년은 광복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였다. 그리하여 국립국어원은 광복절을 즈음하여 지난 2005년 8월 한 달 동안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www.malteo.net)’ 사이트를 통하여 우리 주변의 일본어 투 용어를 찾아 우리말로 다듬어 보는 기회를 가졌다. 이때 일본어 투 용어로서 첫 번째 다듬을 말로 선정한 것이 ‘후카시’였다. 일반적으로 ‘후까시’로 쓰이는데 이는 ‘후카시’의 잘못된 표기이다.
  ‘후카시’는 현재 분야에 따라 약간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다. 자동차 정비소에서는 ‘오토바이, 자동차 따위의 엔진을 고속으로 회전시키는 일’을 가리킬 때 이 말을 쓴다. 보통 ‘엔진에 후카시를 넣다’처럼 쓰인다. 반면 미장원에서는 ‘머리를 부풀어 올려 풍성하게 보이게 하는 일. 또는 그런 머리’를 가리킬 때 쓴다. 국립국어원은 후자의 뜻으로 쓰이는 ‘후카시’에 대하여 이미 ‘부풀이’, ‘부풀머리’ 등으로 다듬어 쓰기로 한 바 있다.
  그런데 일상 언어생활에서 쓰이는 ‘후카시’의 뜻은 자동차 정비소나 미장원에서 쓰이는 그것과 사뭇 다르다. 일상 언어생활에서는 ‘실제로는 별 볼일 없으면서도 남에게 대단하거나 멋있어 보이도록, 어깨나 눈에 잔뜩 힘을 주거나 목소리를 착 깔거나 말을 과장하여 하는 따위의 일’을 속되게 가리킬 때 ‘후카시’가 쓰이는 것이다. 보통 ‘후카시를 넣다’ 또는 ‘후카시를 잡다’처럼 쓰인다. 이런 뜻의 ‘후카시’를 대신하여 쓸 수 있는 적절한 우리말이 그 당시엔 아직 마련돼 있지 않았었다.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www.malteo.net)’에서는 일반 국민의 공모를 통하여 이런 뜻의 ‘후카시’를 대신할 우리말로 ‘품재기’를 최종 선정하였다. ‘품재기’는 ‘행동이나 말씨에서 드러나는 태도나 됨됨이’를 뜻하는 ‘품=품새’와 ‘잘난 척하며 으스대거나 뽐내다’를 뜻하는 ‘재다’의 명사형 ‘재기’를 결합하여 새로이 만들어 낸 말이다. ‘잘난 척하며 으스대거나 뽐내는 행동이나 말씨’를 뜻하는 신조어로 볼 수 있다. 간혹 ‘품재기’를 뜻과 소리가 유사한 ‘폼재기’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폼재기’의 ‘폼’은 영어 ‘form’에 유래한 말로서 이 또한 다듬어 써야 할 외래어이다. ‘폼’은 ‘모양’으로 다듬어 쓸 수 있다.
  ‘후카시’의 다듬은 말인 ‘폼재기’는 상황에 따라 약간 형태를 달리하여 쓸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후카시를 넣다’, ‘후카시를 잡다’는 ‘품재기를 넣다’, ‘품재기를 잡다’로 쓰는 것보다는 ‘품재기(를) 하다’ 또는 ‘품재다’처럼 약간 형태를 바꿔서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월간 · 비매품   발행_국립국어원
서울특별시 강서구 방화3동 827   ☎ (02) 2669-9721
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