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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래어 표기
   후소샤/후소사
정희원(鄭稀元) / 국립국어원
   올해는 우리 민족이 일본의 통치로부터 벗어나 광복을 맞이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또한 한일 양국의 국교가 정상화된 지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에 한국과 일본 두 나라는 올 한 해를 ‘한일 우정의 해’로 정하고 상호 이해와 우정을 돈독히 하고자 여러 가지 교류 사업과 문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은 우익 세력을 중심으로 왜곡된 역사 교과서를 채택하고 독도 문제를 거론하는 등 모처럼 전개되고 있는 한일 양국의 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을 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서 펴낸 교과서는 임진왜란이나 한국병합 등의 주요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국내 자료들을 검토해 보면 이 교과서를 지칭하는 말의 표기가 혼동되어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교과서를 출판한 회사의 이름을 따서 흔히 ‘후소샤 교과서’라고 지칭하는데, ‘후소샤, *후소오샤, *후쇼샤, 후소사’ 등 여러 가지로 달리 표기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 출판사의 이름을 한자로 ‘扶桑社’로 적고 fusōsha(ふそおしゃ)로 읽는다. ‘扶桑’은 중국 전설에 나오는 말로 우리 국어사전에도 ‘부상’이라는 표제어로 실려 있다. 이 말은 해가 뜨는 동쪽 바다, 또는 해 뜨는 동쪽 바다에 있다는 상상의 나무나 그 나무가 있는 곳을 뜻한다. 특히 일본 사전에는 일본을 비유적으로 가리키는 말로도 풀이되어 있다. 그러니까 출판사 이름 ‘扶桑社’는 일본을 뜻하는 ‘扶桑’에 ‘회사’를 의미하는 ‘社’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말이다. 어찌되었건 일본어 ‘扶桑社’의 한글 표기는 외래어 표기법의 가나 문자와 한글 대조표에 따라 ‘후소샤’로 적도록 되어 있다. 桑(そお)의 발음이 ‘쇼’가 아니라 ‘소’이므로 ‘*후쇼샤’로 적을 근거는 전혀 없다. 또한 장모음은 따로 표시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후소오사’로 적은 것도 잘못이다.
   그러나 현재 언론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후소샤’와 ‘후소사’의 경우는 문제가 복잡하다. 둘 중 어느 하나만을 맞다고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후소샤’라고 적은 것은 ‘扶桑社’ 전체를 일본어 식으로 읽어 표기한 것인데 반해, ‘후소사’로 적은 것은 ‘扶桑’만을 일본어 식으로 읽고 ‘社’는 일반 명사로 보아 우리 한자음대로 읽어 표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고유 명사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았는지에 따라 표기가 갈린 것인데 이것은 그리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세세한 규정을 마련해 두고 있지 않으므로 둘 중 어느 한 가지만 외래어 표기법에 맞는 것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
   고유 명사의 범위를 둘러싼 이러한 의견 차이는 우리말을 로마자로 적을 때에도 종종 발생한다. 예를 들어서 ‘남산’이나 ‘한강’을 표기할 때 어떤 사람들은 Namsan, Hangang처럼 전체를 로마자로 표기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Mt. Nam, Han River처럼 일부 번역 가능한 부분을 영어로 번역해 쓰기도 한다. 2000년 로마자 표기법 개정 당시에도 이와 관련한 논의가 여러 번 있었지만 쉽게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지는 못하였다. 그만큼 일반 명사와 고유 명사의 경계는 그리 분명한 것이 아니다. 다만 ‘남산’과 ‘한강’ 같은 예는 ‘남’과 ‘한’이 일반 명사 부분인 ‘산’이나 ‘강’과 분리된 채로 고유 명사로서 독립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중시해서 Namsan, Hangang처럼 전체를 고유 명사로 취급해 적도록 하였다.
   우리말 로마자 표기에서 제시한 위와 같은 지침을 ‘扶桑社’ 표기에 적용해 보면, ‘후소샤’가 좀 더 타당한 것 같다. 출판사 이름으로는 ‘扶桑社’ 전체가 한 덩어리로 사용되지 ‘扶桑’만 따로 분리된 채 사용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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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