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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수증을 떼어 와라
정호성(鄭虎聲) / 국립국어원
   국어에서 모음 하나의 차이로 의미가 달라지는 단어는 흔히 볼 수 있다.(가다~개다~고다~기다, 막다~먹다~묵다 등) 이와 같이 모음의 차이로 인해 구별되어야 하는 서로 다른 단어들인데도 구별되지 않고 쓰이는 몇몇 단어가 있어 문제가 된다. 다음의 ‘떼다, 띠다, 띄다’ 등이 그것이다.

(1) ㄱ. 동사무실에서 주민등록초본을 {떼었다/띠었다}. / 아이가 젖을 {떼었다/띠었다}.
ㄴ. 미소를 {띤/띈} 얼굴
ㄷ. 좁혀진 간격을 {떼어라/띄어라}.
   위 (1)에 쓰인 ‘떼다, 띠다, 띄다’는 구별해서 써야 하지만 실제 언어 생활에서는 구별이 잘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1ㄱ)에는 ‘떼다’가 쓰여야 하지만 ‘띠다’를 쓰는 경우도 많고, (1ㄴ)에서도 ‘띠다’가 옳지만 ‘띄다’로 쓰기도 한다. 그리고 (1ㄷ)에서도 ‘(간격을) 띄다’가 옳지만 ‘떼다, 띠다’를 쓰는 일도 있다. 이에 ‘떼다, 띠다, 띄다’ 등의 용법을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먼저 ‘떼다’는 ‘붙어 있거나 잇닿은 것을 떨어지게 하다’, ‘전체에서 한 부분을 덜어내다’의 기본적인 의미와 이에서 파생된 여러 가지 의미로 다음과 같이 쓰인다.

(2) 벽보를 떼다, 월급에서 식대를 떼다 / 정을 떼다, 눈길을 떼다 / 물건을 도매로 떼다 / 발걸음을 떼다 / 입을 떼다 / 아이를 떼다(유산하게 하다) / 천자문을 떼다, 책 한 권을 떼다 / 수표를 떼다, 영수증을 떼다 / 관직을 떼다 / 화투를 떼다
   ‘띠다’는 ‘끈 따위를 몸에 두르다, 용무나 직책·사명 따위를 지니다, 빛깔이나 색채를 가지다, 감정이나 기운을 나타내다, 어떤 성질을 가지다’의 의미로 다음과 같이 쓰이는 동사이다.

(3) 새로 산 허리띠를 띠었다. /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우리, 그는 중대한 임무를 띠고 국외 출장을 떠났다 / 붉은빛을 띤 장미, 홍조를 띤 얼굴 / 미소 띤 얼굴, 노기를 띤 낯빛 / 보수적 성격을 띠다, 일에 전문성을 띠다
   ‘띄다’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나뉜다.

(4) ㄱ. 눈에 띄는 옷 ← ‘뜨이다’의 준말
ㄴ. 사이를 넓게 띄어라. ← ‘띄우다’의 준말
   (4ㄱ)의 ‘띄다’는 ‘뜨이다’의 준말이다. ‘뜨이다’는 ‘눈에 보이다, 남보다 훨씬 두드러지다’와 같은 의미를 지니는 동사인데, 이 ‘뜨이다’가 줄어들어 ‘띄다’가 된다.

(5) ㄱ. 눈에 띄는 옷, 오자가 눈에 띈다, 행동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ㄴ. 눈에 띄는 발전을 이룩했다.
ㄷ. 그 말에 귀가 번쩍 띈다.
   (4ㄴ)의 ‘띄다’는 ‘띄우다’의 준말로 처리되는데, ‘뜨다(간격이 벌어지다)’의 사동형인 ‘띄우다’가 다시 줄어들어 ‘띄다’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이 ‘띄우다’, ‘띄다’ 두 가지로 모두 적을 수 있다.

(6) ㄱ. 두 줄을 {띄우고/띄고} 써라.
ㄴ. 표적을 적당한 간격으로 {띄워/띄어} 놓았다.
ㄷ. 책상과 의자를 좀 더 {띄워라/띄어라}.
월간 · 비매품   발행_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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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