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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준 발음법의 이해
   ‘ㅎ’의 발음
최혜원(崔惠媛) / 국립국어원
  한때 인터넷상의 문자어 ‘아햏햏’의 발음이 무엇이냐에 대해 설왕설래된 적이 있다. 웃음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의 오타에서 비롯됐다고 하는 ‘아햏햏’은 보통의 국어 단어에서는 볼 수 없는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어 [아행행], [아해캑], [아해탣] 등 여러 가지로 해석이 되고 있다. 이 중 ‘아햏햏’의 발음이 [아행행]일 것이라는 주장은 인터넷상에서 많이 쓰이는 ‘수햏’, ‘햏자’, ‘햏녀’ 등이 ‘수행’, ‘(수)행자’, ‘(수)행녀’에서 왔다고 보는 것이다. (심지어는 ‘아햏햏’ 대신에 한자 ‘亞行杏’까지 쓰이기도 한다.)
  대개 언어는 여러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발음하는 소리가 먼저 있고 나중에 글자로 쓰이는 것이 순서이다. 이와 달리 ‘햏’은 문자로 먼저 등장했고 문자만으로 그에 대한 발음을 역추적해야 한다. 인터넷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쓰일 뿐 소리를 내서 전달하는 단어가 아니기 때문에 발음을 규정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아햏햏’에는 네 개의 ‘ㅎ’이 등장한다. 자음 글자 중 ‘ㅎ’은 특히 환경에 따라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발음된다. 이러한 ‘ㅎ’의 다양한 소리를 묶어 표준 발음법에서는 다음과 같이 ‘ㅎ’의 소리를 규정하고 있다.
(1) 놓고[노코], 쌓지[싸치], 많고[만:코]/각하[가카], 좁히다[조피다], 맏형[마텽]
(2) 닿소[다쏘], 많소[만:쏘], 싫소[실쏘]
(3) 놓는[논는], 쌓네[싼네], 않네[안네]
(4) 낳은[나은], 쌓이다[싸이다], 닳아[다라]
  (1)은 ‘ㅎ’의 앞뒤에 오는 장애음과 결합하여 거센소리가 되는 경우, (2)는 뒤에 오는 ‘ㅅ’ 소리와 합하여 [ㅆ]이 되는 경우, (3)은 ‘ㅎ’ 뒤에 ‘ㄴ’이 올 때 [ㄴ]으로 동화되는 경우, (4)는 모음으로 시작된 어미나 접미사가 결합하여 ‘ㅎ’ 소리가 발음되지 않는 경우 등 크게 네 가지 상황의 발음을 규정하고 있다.
  이 외에 ‘ㅎ’은 한자어나 복합어에서 모음, 비음, 유음 뒤에 올 수 있는데 표준 발음법에서는 ‘ㅎ’을 본음대로 발음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7)과 같이 ‘ㄹ’과 ‘ㅎ’이 결합할 때에는 ‘ㄹ’을 연음시키면서 ‘ㅎ’이 섞인 소리로 발음한다. 물론, 이때의 ‘ㅎ’은 유성음 환경에 있으므로 어두에 오는 ‘ㅎ’과 달리 유성음화된다.
(5) 지하철, 지혜, 감사하다, 더하다
(6) 운동화, 전화, 신혼여행 / 임학(林學), 심하다 / 방학, 경영학, 영희
(7) 실험, 결혼, 철학, 팔힘
  그러나 실제 발음에서는 원칙과 달리 ‘ㅎ’이 탈락되는 경우가 많다. 같은 단어라고 하더라도 속도를 천천히 할 때보다 빨리 할 때, 글자 수가 적은 단어보다 글자 수가 많은 단어 내에서, 또한 ‘ㅎ’ 소리가 단어 앞쪽보다 뒤쪽에 있을 때, 모음이 앞에 올 때보다 비음이나 유음이 앞에 올 때 탈락은 더 자주 일어난다.
  그렇다면 ‘ㅎ’이 말의 끝에 올 때에는 어떤 소리로 발음될까? 현재 국어 단어에서 ‘ㅎ’이 말음인 단어는 ‘히읗’이 유일하다. 한글 자모가 단독으로 올 때 ‘히읗’을 [히읃]으로 발음하고, 모음이 뒤에 이어질 때 받침소리가 ‘지읒, 치읓, 티읕’과 같은 소리(/히읏/)를 낸다는 표준 발음법에 비추어 볼 때 받침 ‘ㅎ’은 [ㄷ] 소리로 난다고 할 수 있겠다.
  굳이 국어의 틀 안에서 ‘아햏햏’의 발음을 규정해야 한다면, 혹은 ‘아햏햏’이 국어사전에 오를 정도로 널리 쓰인다면 ‘ㅎ’의 여러 발음에 비추어 ‘아햏햏[아해탣]’, ‘아햏햏이[아해태시]’, ‘아햏햏을[아해태슬]’ 정도로 봐야 할 것이다.
월간 · 비매품   발행_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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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