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도 국어학의 주요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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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Ⅱ. 국어학의 연구 동향
  어휘론·의미론·사전 편찬학
이찬규 / 중앙대
  1. 머리말

  이 글은 2003년에 이루어진 어휘론·의미론·사전 편찬학 분야의 연구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언어 연구의 최종 목적이 의미 파악에 있다고 본다면, 앞으로도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 할 것이다. 이 분야 연구의 전체적인 경향은 화용론, 담화론, 텍스트 언어학과 같이 거시 의미론(巨視意味論)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볼 때도 어휘론·의미론의 연구 경향이 미시적인 분석으로부터 거시적인 분야로 점차 이동하고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변화도 예외적인 것은 아니라고 본다. 특히 최근의 연구는 ‘어휘론·의미론·사전편찬학’과 같은 세 영역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하위 구분 방식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연구물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전에도 여러 연구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어휘론과 의미론의 구분은 이미 무의미해졌으며, 의미론과 화용론, 사회 언어학 분야도 명확한 경계 설정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것은 단순한 경계 중첩에 관한 문제를 넘어서서 새로운 연구 분야의 설정을 요구하고 있어 앞으로 연구 하위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리라고 본다.
  본고에서는 ‘어휘론·의미론·사전 편찬학’ 세 분야의 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논의하되, 어휘론 분야에서는 어휘론 일반·특정 시기 어휘·어휘 변화·어원·어휘화, 특정 지역별·영역별 어휘, 고유명사 관련 어휘, 어휘 교육 등 단어의 집합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한정하여 그 성과를 점검해 볼 것이며, 구체적인 단어의 의미에 관한 것들은 의미론에서 다루고자 한다. 이 분야에 속하는 연구 성과물들은 우선 양적인 면에서 방대하여 한정된 지면 속에서 그것 모두를 다 언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흐름을 좇아 논의를 전개하되, 그 안에서 개별적인 연구 성과를 검토해 나가는 방법을 취하고자 한다.
  검토의 대상으로 삼은 연구 성과물들의 종류는 단행본이 27권, 일반 논문이 140편, 학위 논문이 63편이다. 국립국어연구원에서 보내준 목록과 개별적으로 찾은 목록을 첨가하였다. 검토의 대상으로 삼지 못한 것 중에서 귀중한 연구 결과가 있을 것으로 우려되나 그것은 필자가 부지런하지 못한 탓으로 돌려두기로 한다.


  2. 어휘론

  앞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어휘론과 의미론의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지만 여기에서는 일단 단어의 집합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은 것들만을 정리해 보기로 하겠다. 어휘의 일반적인 특성을 기술한 부문과 주로 통시적인 관점에서 특정 시기 어휘, 어휘 변화, 어원, 어휘화를 다룬 부문, 주로 공시적인 관점에서 특정 지역, 영역의 어휘를 연구한 결과를 다룬 부문, 그리고 어휘 교육적인 관점에서 연구한 부문으로 크게 나누어 보았다. 단행본 11권과 일반 논문 24편, 학위 논문이 21편을 대상으로 삼았다.

  2.1. 어휘론 일반

  이전과는 달리 어휘론에 관련된 단행본이 출간되지 않았지만 국립국어연구원의 오랜 어휘 정리 작업들이 정리되어 발간됨에 따라 우리말 사용의 면모를 살펴 볼 수 있는 귀중한 결과물들이 나왔다.
  『한국어 학습용 어휘 선정 결과 보고서』 (조남호 편)는 1955년 문교부에서 조사 · 편찬한 ‘우리말에 쓰인 글자의 잦기 조사’와 1956년 역시 문교부에서 조사 · 발표한 ‘우리말 말수 사용의 잦기 조사’ 이후 정부 기관에서 처음 실시한 어휘 조사 자료라는 점에서 매우 의의가 있다 할 것이다. 3년에 걸쳐 150만 어절 분량의 자료에 대한 분석 후에 얻어진 결과이므로 한국어 학습용 어휘 선정을 위한 기초 조사 자료로 활용하기에 타당성 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1956년 이후 지금까지 광범위한 어휘 빈도 조사 자료가 없어 단계별 학습용 어휘 선정 등이 자의적으로 이루어진 면이 많았으나 이 조사 분석으로 어휘 통계, 어휘 교육 연구 분야에서 많은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조사와 어미의 빈도까지 정리해 놓아서 이후 주기적으로 이러한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국어의 변화 추이를 관찰하는데도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주요 어휘 용례집(명사편)』(정호성 편)은 2001년에 나온 형용사편, 2002년에 나온 동사편에 이어 세 번째로 펴낸 것인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명사 4,166항목을 주요 어휘로 선정하고 각 단어의 뜻풀이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용례를, 국립국어연구원에서 구축한 7500만 어절 말뭉치에서 추출하여 제시한 것이다. 각 단어에 대한 전형적이고도 풍부한 예문을 수집하는 일은 단어의 적확한 의미 해석에 매우 기초적인 작업일 뿐만 아니라 한국어 교육자나 국어 교육자, 그 외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이러한 기초 자료들이 축적되어야 그와 관련된 연구들이 보다 타당성을 얻을 수 있으며, 이것은 국어가 더 효율적이고 풍부한 언어가 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어 연구의 시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뒤늦게나마 이러한 국어 사용에 대한 기초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언어 컴퓨터 코퍼스 언어학(학술연구총서 65)』(강범모)은 국어 자료를 대상으로 하여 컴퓨터를 이용한 언어 연구의 이론과 실제적 방법, 그리고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언어 조사 연구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언어 자료의 수집과 그것을 효과적으로 분석해 내는 일일 것이다. 방대한 양의 언어 자료를 카드에 일일이 다 수기해 가면서 분절 단위까지 분석하고 통계를 내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책은 컴퓨터 안에 존재하고 있는 언어 자료를 모아서 이를 효과적으로 분석해 내는 코퍼스 언어학적 방법론에 관한 상세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언어 자료 분석에서 대부분 코퍼스 언어학적 방법론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이론서가 없었는데, 이 책이 코퍼스 언어학의 방법을 본격적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 분야 연구의 귀중한 길라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2. 특정 시기 어휘, 어휘 변화 및 어원, 어휘화

  어휘론 분야에서는 아직도 통시적인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부문의 연구는 크게 세 유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특정 시기의 어휘나 특정 시기에 나온 문헌의 어휘를 조사 연구한 것과 특정 어휘 집단이나 관련 단어들의 통시적 변화를 다룬 것, 어원과 원래 단어가 아닌 것들이 단어화해 가는 현상을 다룬 어휘화를 다룬 것이다.
  특정 시기의 어휘를 조사 연구한 것 중에는 개화기에 관련된 것들이 많은데, “개화기의 신생 한자어 연구(3)”(송민)는 최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는 개화기의 신생 한자어 연구 세 번째 논문이다. 앞선 연구를 통해 개화기 국어의 한자어에는 일본어의 간섭이 광범위하게 일어났음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그 당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던 일본어의 간섭과는 대립되는 측면으로 국어의 전통적 한자어 중에 일본어의 간섭에 맞서 한동안 저항을 보인 것들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이러한 일본어에 대한 저항은 일본어의 기준으로 볼 때 훈독 한자어보다는 음독 한자어에서 더 우세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또 개화기 어휘 양상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오고 있는 박영섭은 “개화기 국어 어휘 연구”(박영섭)에서 개화기의 어휘를 ‘근세어, 신고유어, 고유 한자어·취음어·미확정어·미해석어, 사라진 한자어·대체어(代替語), 신어·신용어·외래어’로 분류하여 그 특성을 밝혀 놓았다. 이 시기 무방비적으로 쏟아져 들어 온 일본계 한자어를 중심으로 연구한『한국 개화기 근대 외래 한자어의 수용 연구』(최경옥)에서는 신소설이 가장 유행했던 1906년에서 1912년 사이에 출간된 12개의 신소설 작품에서 사용된 한자어 가운데, 일본계 근대 한자어를 찾아 내어 그것이 언제 어떠한 경로를 통하여 한국어 수용, 정착되었는지를 밝히고, 사용된 어휘의 어지(語誌)를 제공함으로써 개화기 이후에 급격하게 유입된 일본계 한자어에 관한 일부를 살펴볼 수 있다.
  “고구려어 표기 한자음 형성 자질과 그 어휘 연구”(최남희)는 고구려어 자료라고 할 수 있는 삼국사기 권 37의 복수 표기 지명 자료 97어를 대상으로 고구려 한자음의 형성 기층, 과정, 배경과 형성 자질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여기에 나타난 고구려 지명은 5-6세기경의 후기 상고음과 초기 중고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신라어나 백제어, 중세 국어와 33% 정도의 방언적 차이를 보여 삼국어가 소통 가능한 단일어였음을 밝히고 있다.
  특정 시기에 나온 문헌의 어휘를 조사 연구한 것도 몇 편이 나타나는데, “정속언해에 나타난 어휘 변천 연구”(김태곤)는 16세기에 편찬된 이원주 교수 소장본 정속언해(正俗諺解)와 18세기 말에 간행된 일사문고본(一簑文庫本 ) 정속언해에 나타난 어휘를 비교하여 16세기 언어로부터 18세기에 이르는 동안의 어휘 변천을 살펴보았는데, 고유어의 한자어화나 어휘 형태의 변화, 교체된 어휘 등과 같은 어례를 제공해 주고 있다. “유합의 표제자 선정과 배열”(박형익)은 흔히 자회류(字會流)로 분류되는 한자 분류 어휘집인 유합(類合)의 표제어 선정 방식과 배열 방식을 다루고 있다. 천자문과는 달리 한자를 의미에 따라 분류 배열하는 유집지법(類輯之法)을 택하고 있으며, 실제 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숫자, 천문, 지리, 색 등을 먼저 배열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 밖에 〈<몽골 비사>에 실린 어휘 연구〉(강인순), 〈<오륜전비언해>의 어휘 연구〉(박상권), 〈<내훈>의 표기법과 어휘 연구〉(이선영) 등이 있다.
  특정 어휘 집단이나 관련 단어들의 통시적 변화를 다룬 것으로는 우선『국어 어휘 의미의 사적 변천』을 들 수 있는데, 이 책은 생태적인 측면에서 어휘의 변화를 파악하고자 하는 언어 생태학적 입장에서 출발하고 있다. 중세 국어와 근대 국어의 문헌 자료 속에서 당시 공시적으로 공존했던 유의어들을 골라 동의와 이의 부분을 찾아 해석하고, 이들끼리의 충돌과 경쟁이 역사적으로 어떠한 생멸의 결과를 낳았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이를 통해 어휘의 의미 변화가 어떠한 동인(動因)으로 어떻게 형성되는가 하는 일반적인 원리를 도출해 내고자 한다. 유의어에서 단의가 다의가 되는 과정을 설명하고자 하는 ‘의미 확장의 원리’와 유의어에서 다의어가 왜 단의화하는지를 설명해 주는 ‘기능 부담 경감의 원리’를 가설로 내세우고 유의 관계에 있는 구체적인 단어쌍의 검증을 통해 이를 증명해 내고 있다. 어휘 의미의 사적 변화를 생태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를 통해 일반 원리를 도출해 내려는 시도는 언어의 특성을 고려할 때 보편 타당한 연구 방향이라고 본다. 앞으로 이런 방향의 연구가 누적된다면 언어 변화의 보편적 원리를 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특정 어휘에 관한 연구로는 “‘올가미’의 어휘사”(이병근)가 있는데, 이 논문은 ‘올가미’라는 한 단어의 의미를 통시적·공시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문헌과 방언을 통해 올가미는 ‘옭+아미’로 재구해 볼 수 있고, 이의 의미는 ‘끈이나 줄로 고나 매듭을 지어 잡아 매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방언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어휘들과 비교하여 이것이 꼭 사냥 도구만은 아님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돼지의 어휘사”(조항범)에서는 돼지(猪)와 관련된 고유어 표기를 찾아 이것을 중세 국어 시기부터 근대 국어, 현대 국어 또 방언에서 어떻게 변천해 왔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도아지>되아지>돼지’의 변화 과정을 밝히고 있다. “틈(隙)의 의미에 관한 통시적 고찰”(신은경)은 현대 국어에서 공간 표현의 의미를 지니는 ‘틈’이 중세 국어와는 달라졌기 때문에 이 ‘틈’과 의미상 관련된 단어들을 모아 통시적으로 비교 연구하고 있다. 유의어가 상호 작용하면서 의미가 변화되는 과정을 추적했다는 점에서 어휘의 체계적 연구에 기여하고 있다.〈'채소' 관련 어휘의 통시적 고찰〉(大川大輔)은 채소 명칭과 채소 관련 음식 명칭을 통시적으로 살피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개별적인 단어들의 변천 과정만을 살피고 있지만 채소 어휘처럼 하나의 의미장을 형성하고 있는 단어들은 상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통시적으로 이들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면서 변화해 가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하리라고 본다.
  어원과 원래 단어가 아닌 것들이 단어화해 가는 현상인 어휘화를 다룬 것으로는 먼저『국어 어원학 통사』(강헌규)를 들 수 있는데, 이 책은 국어 어원 연구의 사적 발달 과정을 설화적 어원설 (삼국 시대), 한자 자의에 의한 어원설 (고려-조선 전기), 초기의 비교 어원학적 어원설 (조선 후기: 실학 시대~갑오경장 이전), 언어의 분석적 어원 연구 (갑오경장 이후~1940년대 이전), 언어 이론에 의한 어원 연구 (1940년대 이후), 외국인의 어원 연구로 나누어 살펴보고, 그 방향의 타당성을 검토하였다. 또 “‘갓[妻]’ 계열 어휘의 어원과 의미”(조항범)에서는 “갓[妻]”을 포함하는 복합어를 대상으로 하여 그 어원과 의미를 밝히고 있다. 어원 연구가 부족한 현실에서 이처럼 개별 단어에 대한 어원을 확실히 밝히는 작업이 지속적으로 일어나야 국어의 어휘 체계가 더 견고해 지고 풍부해질 수 있을 것이다. “‘가말[ ]’, ‘가말[ -]’ 및 ‘가맛[ ]’, ‘가믓-[믓-]-’의 어원에 대하여”(권형양)에서는 이전의 해석과는 달리 “가말[ ]”, “가말[ -]” 및 “가맛[ ]”, “가믓-[믓-]-”에 나타나는 ‘’을 현대 국어에서 ‘눈을 감다’나 ‘멱을 감다’에서 보이는 ‘감-’과 관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어휘화에 관한 것으로는 박사 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국어 어휘화 현상 연구〉(김상윤)가 두드러진다. 이 논문은 국어 어휘 체계 전반에 나타나는 어휘화의 양상과 요인, 어휘 체계상의 지위와 처리 방안에 대해 고찰하고 있는데, 어휘화를 어휘 형성 규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의 집합으로 규정하고 이를 음운론적 어휘화, 형태론적 어휘화, 의미론적 어휘화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어휘화의 문제는 국어에서 일련의 어형성 과정을 밝히는 중요한 작업일 뿐만 아니라 맞춤법이나 표준어 등에서 예외적인 단어 현상을 설명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연구이다. 이 밖에 “어휘의 화석화와 어원 연구”(김지형)는 원래 합성어였던 것들이 화석화되어 단일어로 재어휘화한 것들을 5가지 유형으로 정리하였으며, “방언의 어원 1”(위평량), “방언의 어원 2”(위평량)에서는 전남 지역의 방언을 중심으로 어원을 추적 조사하고 있다.

  2.3. 특정 지역별·영역별 어휘, 고유명사 관련 어휘

  이 부문에 해당하는 연구는 크게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먼저 특정 지역에 관련된 일반 어휘 연구와 문학 작품이나 친족어, 신어(新語), 전문어 등과 같이 특정 영역·언어 단위에 관한 어휘 조사 연구, 두 번째가 지명이나 인명 등과 같은 고유명사 관련 어휘 연구가 그것이다.
  첫 번째 유형에 해당하는 것 중 특정 지역의 일반 어휘를 대상으로 한 것은 『경북 동해안 방언의 어휘적 특징(1) 동해안 지역의 방언과 구비 문학 연구』(김문오)가 있는데, 이 조사를 통해서 통시적 변천의 화석형을 보존하는 어형을 많이 찾아내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이런 유형의 연구로는 “친족 호칭어의 방언 분화 -안동 동성 마을 ‘가일’을 중심으로-”(서보월), 〈전남 지역의 길쌈 어휘 연구〉(유형천)도 있다. 특정 영역에 해당하는 연구로는 “한국어 숙어의 의미 빈도”(김한샘)이 있는데, 이 논문은 국어 숙어 중 가장 일반적인 형태인 ‘명사(+조사)+동사’ 꼴을 대상으로 하여 이들이 직설적으로 쓰이는 경우와 관용적으로 쓰이는 경우의 빈도를 추출하고 그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어떤 경향성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각 동사구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므로 사전에서 이를 개별적으로 기술할 수밖에 없음을 밝히고 있다. 이 밖에 북한에서 출간한『조선말 대사전』에 실린 외래어를 분석한 “북한의 외래어”(연규동)가 있으며, 시인 백석이 시 작품 속에서 사용한 방언을 분석한 〈백석 시 연구〉(유선희)도 있다. 전문어에 관한 연구는 신어 생성의 관점에서 전문어, 그 중에서도 경제어의 단어 형성 방식을 살펴본 〈전문어의 단어 형성 연구 : 경제어를 중심으로〉(전희영)가 있고, 신어에 관한 것으로는 〈신어 형성의 양상과 특성 연구〉(박종순)가 있다.
  두 번째 유형인 지명이나 인명 등과 같은 고유명사 관련 어휘 연구에서는 역시 연구자가 살고 있는 지역의 지명에 관련된 조사가 많이 이루어졌다.『한국 지명어 연구』(천소영)는 필자가 그동안 발표했던 15편의 지명 관련 논문을 모아 다듬어서 펴낸 것이다. 특히 문헌 기록이 태부족인 우리 현실에서 옛 언어가 화석처럼 굳어 있는 수많은 지명의 편린들은 살아 있는 우리말의 고귀한 자료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작업이라 할 것이다. 또 “제천 지역 고유 지명어에 대응하는 한자 지명어 연구”(박병철)에서는 고유어 지명이 한자어화할 때 그 의미를 보존하려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제천 지역 지명 어휘 중 의역(意譯) 방식에 의해 형성된 부류를 의미적으로 분류하여 제시하고 있다. “충주시 자연 부락명 연구 -명명 유연성을 중심으로-”(김진식)에서는 지명의 명명을 내적 준거에 의한 명명과 외적 준거에 의한 명명으로 구분하여 그 유연성을 살피고 있다. 이 밖에도 〈경주 지역의 마을 이름 연구〉(백금옥)를 비롯한 5편의 지명 관련 학위 논문들이 있으며, 3편의 일반 논문, 청주 지역의 간판 명칭을 연구한 2편의 학위 논문이 있다. 타 언어와 어휘를 비교 연구한 것도 보이는데, 〈한국어 <가다/오다>와 중국어 <去/來>의 대조 연구〉(조문우)에서는 한자어와 고유어 간에 유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두 단어를 현대 중국어와 현대 국어의 관점에서 각각 대조 분석하고 있으며, 동형 이의어를 중심으로 한·일 한자어를 비교한 〈한일 한자어의 비교 연구〉(최윤경)도 있다.
  “고유어 이름에 대한 고찰”(문금현)은 사람에게 붙이는 고유어 이름을 전반적으로 고찰하고 있는데, 고유어 이름의 역사, 고유어 이름짓기의 현황과 전망, 고유어 이름의 유형 분류, 고유어 이름에 나타난 사회언어학적인 특성을 분석하고 있다. 연구자는 이 연구에서 한자어 이름이나 고유어 이름 중 양자택일적인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 이를 혼용할 수 있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국어의 쓰임이 더 풍부해질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2.4. 어휘 교육(교육용 어휘)

  교육용 어휘 선정에 관한 연구는 아직까지 활발하지 못한 편이다. 어휘 자료의 수집과 분석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개인이 조사 연구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등급별 국어 교육용 어휘』(김광해)가 두드러지는데, 이 책은 제목과 마찬가지로 어휘 자료집이다. 선진국에서 나온 사전에는 이미 등재되어 있는 어휘를 등급화하여 활용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 사전은 이러한 구분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사전으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못해 왔다는 반성에서 시작한 이 어휘 자료집은 그런 점에서 매우 실용적 가치가 높다. 기존의 어휘 계량 결과들을 모아서 이를 다시 등급화하는 방식(필자는 이를 메타(meta) 계량 방식이라고 이름지었다)으로 총 33819단어를 4등급으로 구분지어 놓았다. 실제 작업은 7단계까지 이루어졌지만 이 책에는 4단계까지만 싣고 있다. 단순히 어휘 자료만을 실은 것은 아니고 어휘 계량학에 입각하여 어휘 선정과 어휘 계량 작업을 거쳐 이루어진 결과이므로 신뢰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어휘 자료집은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용으로도 내국인을 위한 국어 교육용으로도 활용 가능하도록 어휘를 정리해 놓았다는 점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어휘력 향상 실용서로는『예문으로 익히는 우리말 어휘』(조항범)가 있다. 대학 졸업자들를 기준으로 할 때 우리나라 성인들이 선진국의 성인들과 비교할 때 어휘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아 왔는데, 이것은 국어의 어휘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고 사회 전반적으로 어휘력 향상에 대해 무관심한 풍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어휘력 향상을 위한 교육용 어휘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 어휘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어휘 교육의 중요성과 교육용 어휘 선정의 필요성”(이충우)이 있고, 〈남북한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나타난 표기 및 어휘 비교 연구〉(천수정)는 북한 어휘 연구 자료로 활용할 만하다.


  3. 의미론

  의미론은 국어학 전체 중에서 활발하게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부문이다. 조사된 것만도 2003년 1년 동안 단행본이 16권, 일반 논문이 104편, 학위 논문이 41편에 이른다. 이는 물론 의미론의 범위를 넓게 잡은 탓도 있겠지만 화용론, 텍스트 의미론, 인지 의미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며, 문법 범주나 문법소와 관련된 연구에서도 형태적·통사적 분석만을 시도하는 단편적인 연구보다는 그것을 통해 의미를 구명하려는 연구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의미론에 관련된 연구 성과는 ‘어휘 의미론, 문장 의미론, 텍스트 분석론, 화용론 (화법·담화·의사소통), 인지 의미론, 관용 표현, 문법 범주·문법소의 의미’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3.1. 어휘 의미론

  어휘론과 어휘 의미론의 구분은 명확하지 않지만, 여기서 사용하는 어휘 의미론의 범주는 ‘단어의 의미’를 연구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한정하고자 한다. 이 부문은 크게 세 분야로 다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의미 자질이나 의미장과 관련된 분야이고, 둘째는 특정 어휘 부류나 단어의 의미 분석에 관한 것, 셋째는 어휘들의 의미 관계에 관한 것이다.
  첫째 분야에 해당하는 것 중에서는 의미 분절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하나의 원어휘소와 관련된 단어들의 집합을 분절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 오고 있는 국어 내용 학회에서 간행한『한국어 이름씨 분절 구조』(한국내용학회 편)는 ‘시기(時期), 남자, 신발, 말(言語), 시각 행위, 언덕, 죽, 말(馬)’ 명칭의 분절 구조 분석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펴낸 것이다. 단어의 의미가 갈라지는 분절점을 기준으로 의미상 유관한 단어를 하위 분류해 나가는 방식은 훔볼트의 분절 이론을 토대로 하고 있는데, 이는 국어 어휘의 의미 구조를 보다 분석적으로 구명해 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작업이다. 이와 관련된 연구로는 “떡 명칭 분절 구조 연구 1”(김진식), “떡 명칭 분절 구조 연구 2”(김진식)가 있다. 의미장의 관점에서 다룬 연구로는 “착용어장의 의미 고찰”(김준기)이 있는데, 이 논문은 ‘착용어’ 중 [+신체 부착성] 의미 속성을 가진 단어를 대상으로 하여 그 의미를 구명하고 있으며, 이 밖에 〈직업 어휘장에 나타나는 인칭 접미사의 기능과 의미〉(신은주)도 있다.
  실제 어휘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의미 부류에 관련된 이론적 연구를 시도한 것으로는 “의미 부류 체계의 구축과 적용”(박동호)이 있는데, 이 논문은 의미 부류를 이용하여 어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의미 부류 체계는 기존의 의미 분류 체계와는 달리 어휘의 의미적 속성, 형태·통사적 특성, 어휘 간의 결합 관계를 기준으로 하여 어휘를 분류하는 것이라 하고, 의미 부류 체계의 계층 구조를 간략히 설명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의미 부류 체계가 동형어와 다의어의 구분, 다의어의 처리, 합성어의 분석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밝히고 있다.
  둘째 분야인 특정 어휘 부류나 단어의 의미 분석에 관한 것으로는『한국어의 의성어와 의태어』(채완)가 있는데 이 단행본은 우리말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 주는 요소 중 하나인 의성어 의태어를 고립된 단어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실제 문맥 속에 존재하는 대상으로서 다루어 그 특성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기존의 연구와는 차별성을 지닌다. 80년대 초반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연구해 온 음성 상징어에 관련된 제반 문제들을 실제 언어 자료 속에서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성어·의태어에 관한 가장 실증적인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의성·의태어의 기원에서부터 정의와 범위, 특성을 밝혀 놓았으며, 의성어와 의태어가 어떠한 차이가 있으며, 어떻게 분화해 왔는지까지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시조나 판소리 사설에서 나타나는 형태에서부터 현대 국어의 문학 작품, 신문 기사, 만화 등에 이르기까지 그 쓰임의 변화를 보여 주고, 이들이 다른 어휘와는 달리 랑그와 파롤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는 특성을 실제 언어 자료를 통해 밝혀 주고 있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상징어에 관해서는 “상징어의 어울림 정보와 활용”(조창규)도 있다.
  어휘 부류 중 고유명사의 의미를 다룬 것으로는 “고유명사의 의미와 중의성 해소”(차준경)가 있는데, 이 연구에서는 고유명사의 분포를 통해 체계적인 의미 양상을 논의하고, 각 고유명사를 일련의 부류로 나누어 그 부류에서 나타나는 체계적인 의미 확장에 대한 검토를 통해 중의성을 해소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고유명사를 ‘인명, 장소명, 조직 및 단체명, 시설물명’ 등으로 분류하고, 이들이 문맥에서 나타내는 의미 양상을 파악하고 있다. 수량사의 의미에 대해서 다룬 〈수량사의 비수량사적 용법 연구〉(이희영)는 일(一), 십(十), 백(白), 천(千), 만(萬), ‘하나’ 등과 같은 수량사들이 비수량사적 용법으로 쓰이는 예들을 유형별로 나누고, 그 유형의 의미적 특성을 살피고 있다.
  또〈한·일어 분류사 비교 연구〉(손설매)는 한·일 양국어에 나타나는 분류사를 비교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고, 각각의 특성을 구명하여 그 특성에 기초한 분류사의 주요 목록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의미 자질을 분석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국어에서 수량 단위 불완전 명사로 다루고 있던 것들에다가 자립명사 중에서도 선행 명사를 부류화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면 분류사로 설정하여 한국어 분류사 329항목과 일본어 분류사 149항목을 비교 분석하고 있다. 앞으로 국어에서 나타나는 수관형사와 단위 불완전 명사 간의 고유어-한자어 간 어원적 문제와 같이 일본어에도 나타나는 그런 문제들을 상호 비교 분석한다면 이 문제에 관한 더 심도 있는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다.
  “신체어에 의한 시간 표현”(요시모토 하지메)은 필자가 그동안 계속 해 온 시간 표현에 관한 연구의 연정 선상에서 국어의 신체어에 의한 시간 표현을 정리하여 시간에 대한 표현과 인식을 밝히고 있다. 신체의 움직임이 시간성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다의화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 둘의 관련성을 살폈다. 단어의 의미를 통시적으로 구명하려는 노력은 “중세·근대 국어 어휘 의미 연구(9) -의존명사 와 줄의 의미 분석”(홍사만)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논문은 중세·근대 국어에 나타나는 의존 명사 ‘’의 분포와 의미 기능을 다루고 ‘줄’과의 유의 관계를 통해서 그 추이상과 변천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추적하고 있다.
  〈합성동사 형성 원리 연구 : 힘역학에 의한 다의적 확장성을 중심으로〉(마천황)에서는 은유적인 확장에 의해 동사의 추상화가 가능해진다고 보고, 이러한 추상화를 바탕으로 하여 합성형 동사에서 합성동사로의 전이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힘의 관계, 힘의 방향성, 힘의 유발이 동사가 지니는 기본적인 성질로 보고 이러한 힘의 유형을 통해 두 개의 동사가 어떻게 합성형 동사가 되는지를 살피고 있다. 또 다른 복합동사의 연구로는〈복합동사의 통사·의미 분석 동사 -비분리 접두사를 중심으로〉(허유정)가 있다.
  개별 단어의 의미에 관한 것으로는 “‘사랑하다’의 의미 분석”(노대규)이 있는데, 이 논문은 ‘사랑하다’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 통시적 변화, 다른 단어와의 공시적 의미 관계를 다루고 있다. 이 단어의 의미가 널리 확대되어 쓰이는 만큼 한 단어의 의미 확대 과정을 면밀히 고찰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말다’의 의미와 용법”(장호종)은 개별 어휘 분석의 관점에서 ‘말다’의 의미와 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종래에 연구에서는 ‘말다’를 부정 보조 용언으로서 취급하여 그 의미와 용법을 고찰해 왔으나 여기에서는 그로부터 벗어나 본래적 의미와 기능상의 특성을 밝히고 있는데, 양태를 나타내는 어미와 연결되어 ‘의지’나 ‘완결’의 의미를 실현하기도 하고, 나열의 기능도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어 대명사 ‘우리’의 의미와 용법”(김정남)은 한국어를 학습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여 국어 대명사 ‘우리’의 의미와 용법을 밝히고 있으며, “우리말 ‘얼굴’의 의미 확장과 개념망”(배도용)에서는 신체어 ‘얼굴’을 중심으로 그것과 관련된 단어들의 형식상 구성 방식과 의미 확장이 어떻게 이루어지며, 또 확장된 의미는 어떤 개념망을 형성하는지를 의미장 이론의 측면에서 살펴보고 있다. “‘이제’와 ‘지금’”(박시현)은 사전에서 순환 정의할 정도로 유의성이 짙은 ‘이제’와 ‘지금’의 의미 변별을 시도하고 있다. ‘이제’는 화자의 주관적 판단이나 전후 맥락, 사건의 인과 관계에 따라 이루어지는 부사이고, ‘지금’은 화자가 처해 있는 시점을 단순히 떼어 내서 표현하는 부사로 구분하고 있고, “접미사 ‘-머리’에 대하여”(정민영)에서는 어기로 기능하던 ‘머리’가 접미사 ‘-머리’로 전이되고, 이것이 다시 문법화해 가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의미 표상 이론을 적용하여 의미를 분석해 보려는 “어휘 의미 지식 표상의 방법”(김현권)에서는 필모어의 프레임 의미론을 적용하여 한국어 동사 ‘사다/팔다’의 의미를 기술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방식을 도출된 의미가 사전에서의 의미 기술이나 자연어 처리에 어떻게 유용한 데이터로 적용될 수 있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어휘의 의미 관계에 관한 것으로는 유의 관계 연구가 주종을 이루는데, “국어 유의 현상의 연관성 분석”(이광호)은 중세 국어 유의어 유형을 분석하고 이것을 현대 국어에 적용하여 현재 유의 관계에 있는 것들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를 예측하고 있다. 언어의 변천에는 이 연구에서 제시한 과정 이외에도 수많은 변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단정하기는 어려움이 있어 보이지만, 국어 유의어 연구에서 일정한 유형 인식 이론인 데이터 마이닝 방법론을 적용한 것이나 교차 분석과 포지셔닝 맵 통계 분석을 채택한 것은 분석의 결과에 보다 객관성을 부여하여 가설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또 형용사 유의어 연구 작업을 계속해서 해 오고 있는 김성화는 “형용사 유의어 연구(6) : ‘바르다/옳다’”(김성화)에서도 역시 ‘바르다’와 ‘옳다’가 의미상 유의 관계에 있기는 하지만 분명한 변별적 차이가 있으며, 각 단어의 기본 의미를 정립하여 두 단어 간에 공유하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관련된 연구로는 “형용사 유의어 연구(5) : ‘기쁘다/즐겁다’”(김성화)가 있다.

  3.2. 문장 의미론

  문장 의미론에 해당하는 연구는 크게 두 부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가 특정 구문의 의미에 관한 것이고, 두 번째가 문장 구성소들의 의미나 관계적 의미를 다룬 것들이다. 고영근은 “문장의 의미”(고영근)에서 뜻의 세계의 비밀을 캐어 본다는 의도를 가지고 음운으로부터 담화/텍스트에 이르기까지 의미가 어떻게 개입되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지시적 의미를 ‘뜻’이라 하고 함축적 의미를 ‘뜻깔’이라고 하여 고유어로 우리말의 의미론을 전개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해 주었다.
  구문의 의미에 관한 연구로는 “심리 형용사 연구-논항 교체 유형들의 어휘 의미 구조를 중심으로”(김건희)가 있는데, 이 논문은 심리 형용사가 취하는 다양한 논항들을 설정하여, 심리 형용사의 논항 분포 및 교체 현상을 설명하고, 어휘부 생성 이론에 근거하여 통합적인 의미 구조를 기술하고 있는데, 이는 표면적인 통사 현상을 상적 의미적 특성과 연계하여 논의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보다’ 비교 구문의 의미와 정도성”(오경숙)은 현대 국어의 ‘보다’ 비교 구문을 대상으로 그 의미가 도출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비교 구문을 ‘정도성’과 관련지어 비교 구문의 의미를 구성하는 네 가지의 하위 의미 자질을 추출하였다. “한국어 총칭 표현들의 의미론적 분석”(전영철)은 총칭성이 실현되는 범주를 총칭 명사구와 총칭문으로 구분해서 논의해야 함을 강조하고, 국어에서는 표지의 종류와 술어의 종류가 총칭성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파악하였다. 총칭성과 관련된 국어의 화제 표지와 주격 표지는 모두 삼부 구조로의 분할을 위한 표지임을 밝히고 있다. 또 “화제 수용 체계로서의 격 해석”(오충연)이 있는데, 이 연구는 국어의 주격과 목적격이 화제가 수용된 정보 구조에 의해 수용되는 것임을 제시하고, 구문 형성에 있어서 이들 명사구의 능동적인 역할을 격작용역(K-scope)으로 설명하고 있다. 화제 구조란 정보 가치를 말하는 것으로 문장을 정보 구조로 보고, 이 정보 구조를 명제 구조에 화제 구조상의 중요도가 수용되어 있는 체계로 보았다.
  구문의 의미적 특성에 대한 연구보다는 문장 구성소들의 의미나 관계 의미를 다룬 것이 많은데, “단어 결합과 의미역 위계 구조”(시정곤)는 국어에서 의미역 위계 구조의 설정 가능성을 검토하고 의미역 배열 순서를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의미역에 관한 논의가 외국 이론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여기에서는 논항의 인접성 조건과 의미적 긴밀성이라는 기제를 중심으로 국어 단어 결합 방식에서 위계 구조를 상정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공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연어 표현의 유형에 대하여”(이동혁)는 연어 표현의 유형을 제시하고 있는데, 하나 또는 극히 일부의 단어가 이웃한 단어의 조건을 받아서 선택되는 것을 가장 핵심적인 연어의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연어의 유형으로 어휘가 분절된 것, 의미가 분절된 것, 연어 표현의 선택어가 본유적으로 극히 제한적인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의미 연구에서 중의성에 대한 관심도 빼놓을 수 없는데, “한국어 어절의 형태론적 중의성 연구”(황화상·최정혜)는 한국어 어절 가운데에서 형태론적 중의성을 갖는 어절을 기초로 하여 중의성의 유형과 중의성의 해소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중의성의 해소는 중의성 해소 규칙에 순서를 부여하고 이를 순차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관형 명사구의 구조와 의미 관계”(김인균)는 관형 명사구의 내부 구조를 살펴 그 구조와 의미 관계의 파악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전의 연구와는 달리 관형격 조사 ‘-의’가 연결되는 명사(구)의 의미 관계를 구명하는 중요 요소가 됨을 밝히고 있다. “국어 [N+없다]의 구조”(이승명)은 ‘N+없다’ 구조와 의미적 특성을 밝히고 있다. 이 구조의 의미를 ‘N이 없는 상태로 만들거나 N스런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 하고 이를 부정 지향적 의미 구조로 다루었다.
  개별 어휘나 어휘 부류와 관련된 문장 의미 연구로는 〈한국어 제거동사의 어휘 의미 구조〉(박신영)가 있는데, 이 연구는 국어에 나타나는 제거동사의 부류를 의미론적으로 정의하고, 그 어휘 의미를 논항 구조와 사건 구조에 기초하여 기술하고 있다. 제거동사는 의미론적으로 [행동주-대상-기점]이라는 기본적인 논항 구조를 갖는 술어들을 포함하며, [행동주-가 대상-을 처소에(게)서/로부터]라는 격틀로 실현됨을 제시하였다. 또 “상징부사의 비서술성에 대한 연구”(김진해)는 상징부사가 여타 부사가 가진 특성과는 다른 특성을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서술성을 인정할 수 없고, 여전히 부사적인 기능을 하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상징어의 어울림 정보와 활용”(조창규)은 상징어와 서술어, 상징어와 명사의 어울림 정보를 제시하고, 단순한 빈도에 의한 상징어의 순위가 아닌 빈도와 분포를 동시에 고려한 ‘활용도’에 의한 상징어의 순서를 밝히고 있다.
  한자어에 대해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노명희는 “구에 결합하는 접미 한자어의 의미와 기능”(노명희)에서 구에 결합하는 한자 접미사의 의미와 기능에 대해 고찰하였다. ‘[해외 출장]비’나 ‘[연구원에서 정한 관례]상’과 같은 어형들이 늘어 가는 현실에서 구 뒤에 붙는 접사들이 기존의 접사들과 어떤 차이가 있으며, 앞에 오는 명사 상당 어구인 N1, N2의 의미 자질에 따라 어떠한 접미사가 붙을 수 있는지를 검토하였다. 한자어에서 생산적인 단어 형성 과정으로 볼 수 있는 이들의 자질을 형태론적 결합으로 보지 않고 접사가 통사적 과정에 참여하게 되는 유형으로 보았다.
  이 밖에 한국어 교육의 관점에서 중간 언어의 필요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양명희는 “지시어 오류 분석과 중간 언어 의미론”(양명희)에서 사람들이 외국어를 배울 때 잘못 사용하는 용례에도 일정한 규칙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하나의 언어 체계로 간주하고 이를 중간 언어로 규정하였다. 그 중간 언어에서 나타나는 지시어 오류를 분석해 내고, 그것을 통해 중간 언어의 의미를 기술하고 있다.

  3.3. 텍스트 분석론

  텍스트는 언어 단위에서 문장의 상위 범주로 간주되고 있다. 최근의 의미 연구가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텍스트를 하나의 의미 범주로 하여 연구한 결과물들이 많아지고 있다. 연구의 방향은 크게 세 부문으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전체 텍스트를 하나로 보고 텍스트의 특성이나 내부적 의미 결속 양상을 다루려는 연구, 두 번째로 특정 구성 요소가 전체 텍스트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다루는 연구, 세 번째는 방송·광고·통신 언어를 하나의 텍스트로 보고 그것의 특성과 의미를 다룬 연구이다.
  『텍스트 분석의 실제』(이석규 외)는 1부에서 텍스트 언어학의 개념과 전개, 텍스트 언어학의 본질인 텍스트성에 관한 고찰 그리고 텍스트 언어학의 방향을 전망하고 있으며, 2부에서는 광고 텍스트의 언어 사용 양상을 비롯한 16편의 논문에서 각종 텍스트들에 대하여 텍스트 이론을 적용하여 다양한 분석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현실 생활에서뿐만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 필요한 텍스트 생산과 수용 능력의 획기적인 신장을 위하여 텍스트 언어학 이론이 기여할 수 있는 전범을 제시하고 있다.
  『월인천강지곡의 텍스트 분석』(고영근 외)은 세종이 지은 악장체의 월인천강지곡을 석보상절의 일치된 내용과 대응해 가면서 텍스트 분석을 하고 있다. 월인천강지곡의 표기법상의 특수성을 밝히고, 월인천강지곡의 선(先)텍스트인 석보상절과 한문본 석가보 등 관련 저경과의 간텍스트성을 분석하였다. 이 과정에서 월인천강지곡이 반드시 석보상절만을 저경으로 하여 시가화된 것이 아님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당시의 텍스트를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운율 문제의 연구가 함께 논의되어야 하기 때문에 월인천강지곡의 운율을 분석하고 있고, 마지막으로는 텍스트 언어학적 관점에서 월인천강지곡이라는 텍스트의 응결성과 응집성을 비롯한 텍스트성 전반을 분석하였다. 고전을 완결된 텍스트로 보지 않고 텍스트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논의를 전개한 것은 또 다른 관점의 고전 분석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TV 뉴스 보도문의 텍스트 언어학적 분석”(장소원)은 우리나라 텔레비전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뉴스 보도문이 하나의 텍스트로서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하는 것을 미시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고 있다. 하나의 뉴스 보도문이 그날의 뉴스 보도문 전체와 거시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 하는 간텍스트성을 점검하면서 뉴스 텍스트에서 간텍스트성을 논할 때 기준으로 삼아야 할 네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그 첫 번째는 ‘최상위 텍스트 내부에서 차지하는 양적인 우월성’, 두 번째는 ‘다른 텍스트들과의 비교에 따른 배열 순서의 우월성’, 세 번째는 ‘하위 주제 영역별 분포의 다양성’, 네 번째는 ‘무관한 의제 텍스트들과의 연계 가능성’이다. 역시 TV 텍스트를 다루고 있는 “TV 드라마 대본의 관용 표현의 응결성과 응집성”(이종철)은 숙어, 속담, 한자로 된 고사 성어가 TV 드라마 대본에서 나타내는 응결성과 응집성의 양상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관용 표현이 객관적 진술에서보다 주관적 진술에 더 적합하다는 결론을 이끌어 내고 있다.
  특정 구성 요소가 전체 텍스트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다루는 유형의 연구로는 〈편지 글에 나타나는 종결어미의 텍스트 언어학적 연구〉(조원형)가 있는데, 이 논문은 편지글이라고 하는 한정된 텍스트에 나타난 종결어미를 텍스트 언어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 결과 청자높임법은 ‘높임’과 ‘거리’라고 하는 두 가지 자질로 등급을 구분할 수 있음을 전제하고, 거시 구조 이론과 고영근의 결속 장치 판별법을 이용하여 텍스트를 심층 결속성과 표층 결속성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편지글의 텍스트 구조와 종결어미의 관계를 통해 여러 화제 단락으로 이루어진 편지글 한 편 안에서 어울림이 나타나는 것을 유형별로 제시하고, 이 어울림 규칙을 ‘인지와 의사소통 모형’과 관련지어 설명하고 있다.
  이 밖에 〈정보 전달 구조 측면에서 본 한.중 번역 단위에 대한 연구〉(김영옥)에서는 정보 구조 측면에서 한·중 번역 단위 설정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데, 텍스트 언어학적 방법론을 적용하여 한 문장 안에서 한국어에 비해 중국어의 의미 덩어리가 더 크다는 것을 밝히고, 번역시 주제가 조명하는 화제역을 하나의 의미 단위로 하여 번역하는 것이 합리적임을 제안하고 있다.
  방송·광고·통신 언어는 그 자체를 하나의 텍스트로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부문에서 논의해도 무방할 듯하다.『인터넷 통신 언어의 이해』(이정복)는 통신 언어 연구의 총정리라 할 만하다. 통신 언어에 대한 규정, 통신 언어 연구사뿐만 아니라 통신 언어의 영역별 특성과 쓰임 그리고 통신 언어의 특성을 사회 언어학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다. “개화기 광고문의 표현 기법”(채완)은 당시 광고문에 나타난 표현들을 언어학적으로 설명하고, 광고문에 나타난 광고 전략의 분석을 통하여 당시 사회상을 관찰하고 있다. 〈언어 유희에 관한 연구: 개그 콘서트를 중심으로〉(육영주)는 일상 언어가 어떻게 유희적인 요소로 전환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그 과정과 방법, 형태, 양상을 중심으로 고찰하고 있는데, 언어가 지닌 미적 기증이나 유희적 기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연구이다. 이 밖에 최근 10년(1992-2001)간의 공중파 방송의 표제어만을 분석한 〈방송 프로그램 표제어의 분석 연구〉(김양희)와, 〈통신 언어의 양상과 기능에 대한 연구〉(김민희), 〈통신 언어 표기의 실태 연구〉(안태형), 〈컴퓨터 통신 언어의 실태와 개선 방향〉(최원복), 〈한국 영화 제목에 나타난 언어 실태 연구〉(이재신) “텍스트 화용론적 광고읽기 -광고 카피와 비주얼 성분의 의미 작용을 통한 광고 텍스트 분석을 중심으로-”(오장근) 등이 있다.

  3.4. 화용론 (화법·담화·의사소통)

  화용론은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연구자가 많지 않았고, 연구도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의미론의 한 영역으로 간주되어 왔지만 최근과 같은 추세라면 머지않아 의미론 영역에서 독립하여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화용론 관련 연구는 크게 네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개론적 논의, 두 번째는 화용 구조 분석에 관한 것, 세 번째는 대화나 담화에 관한 것, 네 번째는 특정 발화에 관한 것이다.
  먼저 개론적 논의에는『한국어 화용론』(김길영 외)와『화용론의 이해』(강우원)이 있는데,『한국어 화용론』(김길영 외)은 기존의 화용론 개론서들이 외국의 이론을 그대로 받아들여 외국어 용례를 싣고 있는 것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화용론 이론들을 한국어에 적용하고 한국어 예문들을 통해서 이를 검토하고 있다. 직시, 전제와 함의, 협력과 함축, 언어 행위, 예의와 체면, 대화 구조 분석 등을 다루고 있다.
  두 번째, 화용 구조 분석에 관한 것으로는 먼저『한국어 정보 구조에서의 화제와 초점』(박철우)를 들 수 있는데, 이는 필자가 1998년에 제출한 박사 학위 논문을 보완 정리하여 다시 편찬한 것이다. Vallduvi(1990)가 제시한 정보 부문 이론을 바탕으로 한국어에 나타나는 화제와 초점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국어에서 화제와 초점은 오랫동안 관심의 대상이었으나 이들 각각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 둘의 관계에 대해서는 특별한 연구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이 연구에서는 이 두 현상을 하나의 정보 구조라는 틀 속에서 다루어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화제를 담화의 차원에서 다루되, 문장 내에서 부호화되는 문장의 현상으로 간주하여 구체적인 정의를 제공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니고 있다. 이와 관련된 논의로는 “초점의 의미 해석과 담화 기능”(이복희)이 있다. 〈한국어와 일본어 담화 구조 분석〉(쿠로사와 히로꼬)은 한·일 신문 칼럼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일본어의 담화 구조를 분석한 것이다. 문법적으로 유사한 면을 가지고 있는 한·일 양국어가 담화 구조도 유사할 것인가 하는 문제 제기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한·일 신문의 칼럼에서 핵심 주제의 위치가 영어와는 다르지만 서로는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는 것과 문법적인 측면에서 의무 양상, 추량·판단, 의도 양상 등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분석해 놓았다.
  “‘전제’의 기능과 국어 교육적 의미”(임천택)는 화용론에서 전제가 지닌 의사소통의 경제성 도모, 텍스트 흥미 유발, 생략된 문맥 파악, 발화의 중의성 해결, 응답의 형식 결정, 격률 위반의 해소, 대응 표현에 대한 내용 파악 기능, 반복어를 통한 결속 강화, 정보 기억 강화 기능을 국어 교육에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세 번째는 대화나 담화에 관한 것인데,『토론 대화 전략 연구』(박용한)는 필자가 2002년 제출한 박사 학위 논문을 수정 보완하여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국내에서 대화나 의사소통 연구는 2000년도 이후에 부쩍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이 연구는 대화 전략이라는 측면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 ‘TV 생방송 토론 대화’를 대상으로 하여 다양한 범주의 대화 전략들을 확인하고, 이들을 계층별, 유형별로 분류하여 그 각각의 전략적 기능을 살피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대화 분석 연구와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대화 내의 언어적 발화만을 대상으로 하고 대화가 이루어지는 상황이나 맥락, 문화적 배경 등은 간과하고 있어 좀 더 거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화의 책략은 단순히 발화가 이루어지는 언어 속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대화가 이루어지기 전부터 많은 요소들이 대화 전략에 관여하기 때문에 대화를 하나의 시스템 속에서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이를 분석하는 것이 보다 타당한 해석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언어 전략에 관련된 연구로는 “언어 전략의 일반 특성”(김슬옹)이 있는데, 이 논문은 대화 전략이나 담화 전략 같은 특정 상황에서의 전략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언어 전략의 전반적인 맥락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언어 전략의 개념과 자리 매김, 언어 전략의 유형과 언어 전략이 이루어지는 맥락 등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특히 이를 사회적 맥락과 연계하여 논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담화 연구의 새로운 모색이라 할 만하다. 또한 “Goffman 이론의 재고찰과 토론의 상호 작용 사회언어학적 분석”(이동은)에서는 Goffman의 프레임 개념과 이에 대한 기존의 논의를 검토하고, 실제 대화 자료 분석에서 참여자들의 등급적 사고가 역동적 프레이밍으로 구성됨을 보이고 있다. 토론에서 참여자들은 주도성을 갖기 위해 다양하게 사용하는 프레임 전이 전략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특정 발화에 관한 연구가 화용론 분야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것은 미시적 관찰이 가능하여 연구 주제로서 다루기 용이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토론에 나타난 대응쌍 연구”(구현정·전영옥)는 말을 주고 받는 관계를 다루는 대응쌍들이 대화 참여자가 많고 공적인 관계를 이루는 토론 등과 같은 상황에서 어떤 특성을 가지며, 어떤 유형으로 나타나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이전의 연구들이 주로 개인적인 관점에서 대응쌍을 다루어 왔다면 이 연구는 공적인 담화 차원에서 다루고 있는데, 이러한 연구는 대화 참여자들의 상호 작용이 어떻게 대화를 형성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관련 있는 연구인 〈우리말 대응 발화 연구〉(김미령)는 ‘주어-서술어’의 구조를 가지지 않는 한두 어구로 된 짧은 대응 표현의 유형과 특성, 그리고 대응 발화의 관점에서 선행 발화가 가져야 할 화행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대응 발화가 가지는 의미를 자질별로 구분하여 구조화해 보여줌으로써 각 대응 발화들이 상호 어떻게 연관성을 맺고 있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대응 발화는 전체 담화 구조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요한 인자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대화의 전체 구조를 설명하는데 유용한 연구 결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직접적인 대답과 간접적인 대답의 기능”(이은영)에서는 물음에 대한 직접적인 대답과 간접적인 대답이 가능한 상황을 제시하고, 그 대답이 지닌 기능을 살피고 있다. “대화 흐름에서의 동의 행위 연구”(전정미·구현정)도 같은 맥락의 연구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연구에서는 대화 내에서 동의 행위가 의사소통 참여자들에게 어떤 스키마 유형을 이끌어 내며, 이 스키마를 토대로 이루어지는 최소 유형의 화행 연속체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밝히고 있다. 동의 행위가 실현되는 빈도를 과제 중심의 대화와 관계 중심의 대화로 나누어 분석하고 있다.
  특정 발화를 연구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는 “여성 발화의 화용적 특성 연구”(임지룡·배문경)가 있는데, 이는 이전의 여성어 연구와는 약간 방향을 달리 하여 담화 상황에서 여성어의 특성을 살펴봄으로써 여성어의 화용적 특성을 밝히고 있다. 〈국어의 청유 화행에 대한 연구〉(김유진)는 대화 분석을 통한 청유의 언어 행위를 다루고 있는데, 이 연구는 청유를 명령 화행과 관련지어 다루었던 이전의 논의와 달리 국어의 청유 화행을 화자가 청자에게 함께 행동할 것을 제안하는 화행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말 거절 화행 연구 : 텔레비전 드라마 대본을 중심으로〉(허상희)는 거절 화행을 언어적인 것과 비언어적인 것으로 나누고, 언어적인 것을 다시 직접 화행과 간접 화행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거절’은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단절하게 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담화 행위를 매우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Characteristics of Korean Politeness: Imposition Is Not Always a Face Threatening Act”(유경애)는 정중함이나 겸손 같은 것이 전 세계적으로 볼 때 보편적이라기보다는 문화적인 특수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관점에서 한국어에서 나타나는 정중함의 특성을 살피고 있다. 어떤 행동 유형은 다른 문화에서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국어와 영어를 대상으로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다.
  “한국어의 과장 표현 연구”(김미형)에서는 일상 생활에서는 빈번히 나타나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인 연구 대상으로 논의된 적이 없는 과장 표현의 기초적 이론을 정립하려는 의도로 작성된 것이다. 과장이란 ‘분량, 넓이, 거리, 강도’ 등을 포함하며, 과장 표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주로 ‘심리, 감각, 신체 상태, 사람과 사물의 모습, 성향, 행위, 상황’ 등임을 밝히고 있다. 또한 과장 표현이 지니는 화행적 특성과 과장 표현의 의사소통상의 효용성을 밝히고 있다.
  또한 언어 단위를 담화적 차원에서 논의한 것으로는 “국어 소형문의 발화 행위에 대한 고찰”(윤평현)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문장의 형식은 온전히 갖추지 않았으나 표현의 완결성을 지닌 발화 행위를 소형문으로 규정하고, 그것의 일반적인 특성과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소형문이 지시 표현과 표현 행위에 많이 나타난다는 것과 관련하여 이러한 유형의 문장이 지닌 언표 내적 행위에 주목하고 있다. 〈생략의 의사소통 기능에 대한 고찰〉(이소림)은 담화 상에 나타나는 생략 현상을 담화 참여자 간의 의사소통 전략의 하나로 보고 있는데, 담화 상황과 담화 참여자의 의사소통 의도를 중심으로 생략 정보의 생산과 복원의 과정을 살펴 생략이 의사소통 과정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밝히고 있다. 일상적인 언어 생활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생략을 의사소통 전략의 일환으로 다루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와 관련된 연구로는 〈한.중 담화에 나타나는 생략 현상 대조 연구〉(윤경애)가 있다.
  “유아의 질문 화행 습득과정”(장경희·이삼형·김정선)에서는 아동이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질문 화행의 습득 과정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아동이 질문 화행을 수행하는 의도를 기준으로 질문 화행의 수행 형식에 대해 분석하고, 이들의 하위 유형을 분류하여 습득 순서와 기능, 출현 빈도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이전의 연구들이 주로 질문에 대한 아동의 반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 때문에 이 연구는 보다 생산적인 측면에서 언어 습득 과정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의 일련의 과정으로 “유아의 요구화행 수행 능력의 발달 단계”(장경희·김정선), “유아의 텍스트 결속 형식의 습득 과정”(장경희·김명희·김순자)이 있다.

  3.5. 인지 의미론

  인지 의미론은 인간의 정신 작용 측면에서 언어의 의미를 다룬다는 점에서 설득력있는 의미 분석 방법론을 제공해 줄 수 있다. 국어학계에서 이 분야에 대한 개척자라고도 할 수 있는 임지룡의 “Aspects of the Metaphorical Conceptualisation of Basic Emotions in Korean”은 인지 언어학적 관점에서 한국어에 나타나는 여섯 가지의 기본적 감정- 화남, 두려움, 싫어함, 슬픔, 기쁨, 사랑-이 어떠한 형태로 나타나며,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은유적으로 개념화되는지를 살피고 있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감정에 적용되는 근원 영역(source domain)은 하나의 용기 안에 있는 액체성 물질(a fluid in a container), 사물, 식물, 음식이며, 그러한 근원 영역 안에 있는 개체들은 감정의 발생, 성장, 소멸의 시나리오를 갖는다는 것, 하나의 용기 안에 있는 액체성 물질, 음식, 적, 자연적인 힘에 의한 개념적 은유들은 심리적 환유에 기초한다는 것, 그리고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 감정의 은유적 개념화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 연구와 관련지어 살펴볼 수 있는 것으로는 〈국어 감정 표현의 의미 연구〉(전현정)가 있는데, 여기에서는 물리적이고 신체적인 감각 의미가 추상적이고 정신적인 감정 의미로 전이 확장되어 가는 과정과 이유를 밝힘으로써 인간이 세상을 인식하는 과정과 방식을 설명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감각과 감정이 인지 구조나 인식 방법상 유사하기 때문에 전이나 확장이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기초로 하여 인간 사고 과정의 한 측면을 살펴보고 있다.
  〈지각동사 ‘보다’의 인지적 연구〉(송효빈)는 본용언과 보조 용언으로 모두 나타나는 지각동사 ‘보다’를 인지 과정에 따른 의미 확장 양상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는데, 인간의 신체적 경험이 여러 가지 방식의 인지 작용을 통해 확장되어 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보다’라는 지각동사를 통해 인간이 외부 세계나 대상을 지각하고 인지하는 방식이 보편적임을 증명하고자 하였다.
  수사학적 표현을 인지적인 관점에서 다룬 논문은 세 편이 보이는데, 그 중 “은유의 진리값”(김종도)은, 은유는 비유이므로 진리값을 다질 수 없다는 전통적 주장에서 탈피하여 은유도 어차피 이해를 원활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이것을 바탕으로 진리값을 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객관적 의미론의 허점을 인지 문법적 관점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또 여성어를 은유와 환유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는 〈여성어의 인지 의미론적 연구 : 합성명사를 중심으로〉(조태성)에서는 의미 특성상 여성어라고 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 전의(轉義) 합성명사를 인지 의미론적 방법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성어 합성명사를 형태·의미론적으로 분석하고, 이들의 형성 기제를 은유·환유의 바탕 위에서 설명하고 여성어가 지닌 [+긍정] 요소와 , [-긍정]적 요소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노걸대 언해류에 나타난 공간 개념 은유 연구”(임혜원)는 보편적 인지 모형으로서의 은유를 근대 국어 문헌인 노걸대언해 어휘 분석에 적용하여 공간 개념 은유의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역사적 문헌인 노걸대가 16세기에서 18세기에 걸쳐 나타나므로 이들을 통해 공간 개념 은유 자료를 비교하여, 은유적 개념화 방식을 고찰하고 있다. 이 밖에 학교 문법 용어에 대해 조사 작업을 벌이고 있는 주경희의 “학교 문법 용어 검토 - 의미론·화용론 분야를 중심으로 -”도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은 화용론 분야의 용어 통일이라는 측면에서 참고할 만하다.

  3.6. 관용 표현

  관용 표현에 관련된 연구는 다방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공교롭게 2003년도에 국어학회와 한국어의미학회에서 모두 특집으로 이것을 다루어 관용 표현에 관한 지금까지의 연구를 결산하고, 더 남은 과제를 전체적으로 조망해 보았다는 점에서 큰 결실을 맺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문화와 관용 표현”(심재기)에서는 한국어 관용 표현을 고유어 표현과 한자 표현의 이중 구조로 보아야 한다고 견해를 제시하였으며, “관용 표현의 범위와 유형에 관한 재고”(민현식)는 관용 표현의 범위와 유형을 재분류하고 있다. 관용 표현을 전래 관용 표현과 유행 관용 표현으로 나누고 이들을 각각 다시 ‘성어, 어구, 인간 관계 표현, 속담, 고전 설화/유행담’으로 구분하였다. 이와 관련된 것으로 “국어학회 공동 토론 특집: 관용 표현(慣用表現) : 관용 표현의 범주적 정체성 확립을 위하여 -의미론적 분석을 중심으로”(박만규)가 있는데, 이 논문은 관용 표현의 의미적 특성에 국한하여 비합성성과 불투명성의 개념을 살펴보고 의미 분석의 조건으로 유추적 해석이 아닌 동의어 내지 동의 표현의 교체 가능성과 증거 용례 확보를 제안하고, 또한 다의성을 관용성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다. “국어학회 공동 토론 특집: 관용 표현(慣用表現) : 관용 표현의 통사론과 의미론”(박진호)에서는 하나의 단어든 구이든지 간에 비유 등을 통해 얼마든지 의미 확장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 때 의미 확장이 일정 표현 범주 전체에 일어나 그 안에 있는 개별 언어들이 불투명해지는 경우를 관용 표현인 숙어로 다루고, 확장된 의미가 관습화되어 사전에도 실릴 정도의 것이라면 연어로 봐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하였다. 또 관용 표현이 통사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원인을 정보 구조 내지 의미 구조적 특성에서 찾아 제시하였다. 또 다른 관점의 연구로는 “관용어의 직설 의미와 관용 의미의 관계 연구”(김진해)가 있는데, 이 연구에서는 관용 의미가 직설 의미와 별개라고 생각해 오던 것과 달리 직설 의미가 다양한 조건 속에서 관용 의미를 획득하게 됨을 밝히고 있다.
  “한국어 관용 표현 연구 약사”(김문창)는 한국어 관용 표현에 관한 연구를 직접 연구와 간접 연구로 구분하고, 여기에서는 주로 직접 연구의 결과물들을 유형별로 정리해 놓았는데, 지금까지 이루어진 관용어 연구의 부분적 결산이라 할 만하다. “공동 토론 특집: 관용 표현(慣用表現) : “관용 표현”의 사전학적 연구-“관용구 사전학”의 정립을 위하여-“(이희자)에서는 관용 표현에 관한 문제를 사전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를 위해 먼저 ‘관형구, 관형구소, 관용구론, 관용구 사전학, 관용 표현’ 등의 개념을 정리하고, 표현 사전의 관점에서 관용 표현의 등재 필요성과 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속담 관련 연구로는 세 편이 보이는데, “속담에 나타난 전통 인문학적 사유”(민현식)에서는, 속담은 언중들의 사유가 집합적으로 녹아든 언어 표현의 결정체라는 점에서 철학적 요소를 담고 있다고 보고, 속담에 담겨진 인문학적 사유를 추출하여 제시하고 있다. “반의 관계 속담의 연구”(이종철)는 속담이 지니는 비유적 특성과 화용적 의미로 특성을 기반으로 하여 속담을 개념적 반의 관계 속담과 함축적 반의 관계 속담으로 나누어 그 유형과 특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대조언어학적 관점에서 연구한 〈한중 속담의 문화 언어학적 비교 고찰〉(仝宇飛)이 있다.
  특이하게 성경과 관련하여 관용 표현을 연구한 것들이 있는데,『현대 국어 관용어 연구』(김준기 · 김향숙)는 구약 성서에 나오는 단어 중 ‘손’에 관련된 단어를 종합 검토하여 그 의미 영역을 분석하고 그 구조적 특성의 파악을 시도하고 있다. 인체어가 관용화되기 쉬운 특성에 착안하여 ‘손’이 어떻게 의미가 확장되고 이것이 결국 관용화되어 가는지에 대한 경로를 밝히려고 시도한 점은 긍정적인 연구 성과이기는 하지만 서론 부분에서 관용어와 다의어에 대한 구분 설명이 있음에도 용례로 든 것 중에는 손의 관용적인 쓰임과 다의적인 의미 사이에 분명한 경계가 없이 대부분 관용어로 처리한 것은 재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또 성경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는 〈성경에 나타난 비유법 연구 : “요한복음”을 중심으로〉(이종원)가 있다. 관용 표현과 관련지어 볼 수 있는 수사적 표현에 관한 연구로는 “직유 표현의 유형-형태상의 분류-”(하길종)가 있는데, 이 논문은 직유 표현을 유형별로 정리하고 있는데, 직유를 비유어의 위치, 비유 구조, 비유 방향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
  컴퓨터에서 인간의 언어를 처리할 때 가장 어려운 점 중의 하나가 이중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데, 컴퓨터 자연어 처리 과정에서 나타나는 관용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로 “김한샘 자연어 처리를 위한 관용 표현 연구”가 있다. 여기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하여 대량의 자료 분석을 토대로 하여 관용어 처리의 문제점을 해소해 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3.7. 문법 범주·문법소의 의미

  문범 범주나 문법소에 관한 의미 연구가 많은 이유는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미시적인 연구 방법이라는 점도 있지만 이러한 연구가 결국 국어의 구조 체계를 밝히는 중요한 기초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 부문의 연구도 크게 두 갈래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는데, 문범 범주와 관련된 의미 분석과 구체적 형태를 대상으로 한 의미 분석이다.
  가장 많이 다루어진 문법 범주는 ‘양태’이다. “국어 양태 체계의 정립을 위하여”(임동훈)에서는 본격적인 양태 체계의 정립을 위하여 양태의 정의, 양태의 분류, 양태와 화행의 관계, 양태의 문법적 실현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양태의 정의에서 그동안 모호하게 다루어져 온 ‘명제’와 ‘화자의 태도’ 영역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한정 구분하고 있다. 또 “국어 양태의 화,청자 지향성과 주어 지향성”(박재연)은 심적 태도를 나타내는 양태 표현의 화·청자 지향성과 주어 지향성의 개념을 분석하고 이것과 관련된 몇 가지 문법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의도의 행위 양태적 의미를 표현하는 ‘-을래’와 우언적 표현인 ‘-으려고 하’의 의미론적 속성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들의 의미는 수행적 성격을 띠는 화·청자 지향적 양태와 진술을 나타내는 주어 지향적 양태로 구별될 수 있다고 보았다. 양태 표지에 대해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는 강소영은 이 시기에 세 편의 논문을 발표 하였는데,“[확연] [당연] [개연]의 양태 표지 연구”(강소영)에서는, 화자의 주관적 태도나 의견을 나타내는 양태 의미 중에서 ‘[확연] [당연] [개연]’과 같이 화자의 확신을 드러내는 어휘를 적용하여 양태 표지의 의미 차이를 드러내는 방법으로 양태 표지를 연구하였으며, “양태 표지 선택에 관한 연구”(강소영)에서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의 관점에서 교과서에 우선적으로 실어야 할 양태 표지를 정리하였다. 이 밖에 “서술자의 태도를 나타내는 표지 ‘보다’”(강소영)가 있다. 〈한국어와 일본어의 양태에 관한 대조 연구〉(모리모토 가츠히코)는 박사 학위 논문으로서 화자의 심적 태도를 나타내는 ‘양태’ 범주를 대상으로 한국어와 일본어를 대조 분석한 것이다. 국어와 일본어에서 양태 범주를 나타내는 어미를 제시하고 이들 각각의 의미 비교를 통해 한국어의 양태는 화자와 청자의 독립성이 강한 반면, 일본어의 양태는 화자의 청자에 대한 의존성이 강한 점에서 차이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 밖에 양태 관련 의미 연구로는 “특수 의문문에서의 양태 의문사에 관한 연구”(김선희), “15세기 국어 서실법 양태부사의 통사의미적 특성(2) - 의문 양태부사를 중심으로 -”(박선우), 〈[짐작], [추측] 양태 표현의 의미와 화용적 기능〉(이혜용)이 있다.
  또 다른 문범 범주의 의미를 분석한 것으로는 “국어 상 해석에 있어서의 중의성 문제”(우창현)가 있는데, 이 연구는 ‘입고 있다’류의 문제를 문법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의미 특성의 관점에서 논의하고 있다. 이러한 유형에서 중의성이 발생하는 것은 결국 동사의 내부 시간적 특성, 즉 ‘시작점, 과정, 끝점, 결과 지속’에 기인하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또 기존에는 인정을 받지 못하던 예정상을 도입하여 그 용법을 고찰한 “현대 국어의 예정상에 대한 고찰”(박덕유)에서는 상적 의미라는 것이 이미 실현된 행위와 앞으로 일어날 행위를 모두 아우르는 것으로 보고 ‘예정상’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한국어 피동 표현과 태의 의미적 연구〉(천혜미)에서는, 한국어의 태는 영어의 태와는 다르다는 가정 하에 국어의 태 중에서 피동 표현에 관한 것들만을 떼어 내서인지의미론적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피동 표현을 ‘입음태, 절로태, 결과태, 속성태’로 나누고 이들에 원형과 범주화를 적용하여 각 태마다 표현 형식의 전형도가 다름을 보여 주고 있다.
  〈국어 선어말어미의 의미와 해석에 관한 연구 : 시제, 상, 양상성을 중심으로〉(이수득)는 선어말어미 ‘-었-, -느-, -더-, -겠-’를 대상으로 이들이 지니는 다양한 의미를 해석 규칙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선어말어미들은 시제적, 상적, 양상적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 문맥에 따라 어느 한 의미 자질이 부각되는 것을 ‘선어말어미 의미 해석 규칙’으로, 이들이 결합하는 방식을 선어말어미 결합 규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언어의 의미 변화와 기능 변화 연구의 지속선상에서 파생접사의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살펴보고 있는 “한국어 파생접사에 나타난 인지 의미와 기능 변화 연구 - 명사 파생 접두사에 한정하여”(이양혜)는 인간의 인지 능력 중 하나인 유추가 파생 접사의 의미 확대에 관여하며, 이를 통해 의미 특이성이 생기면 이것이 기능 변화에도 영향을 미침을 ‘개, 돌, 알’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개별적인 문법 형태들의 의미를 구명한 연구도 많이 이루어졌다. 먼저 〈‘-요’에 관한 총체적 연구〉(최규일)에서는 현재 국어에서 매우 활성적으로 쓰이고 있는 말 끝머리 ‘-요’에 대해서 ‘-요’의 문법 범주 처리 문제, ‘-요’의 기원, ‘-요’의 출현 시기와 사용 양상, ‘-요’ 사용 결합 유형 분류, ‘-요’의 결합 분포와 제약, ‘-요’의 의미 기능, 현대인들이 ‘-요’를 많이 쓰는 이유와 원인 등을 설명하여, ‘-요’의 본질을 밝히고 있다. 이전에 몇 연구에서 ‘-요’를 다룬 적이 있지만 이번 연구가 그것들을 집약하고 있고, 향후 ‘-요’의 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점에서 종합적 고찰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연구이다. 〈토씨 ‘과’의 통사.의미적 특성 연구〉(김준희)는 현대 국어 ‘-과’가 [+이음], [+함께], [+견줌]의 기능을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이전의 연구에서 논의된 것이지만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의미 기능들이 동일 선상에서 논의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층위를 달리하여 설명되어야 함을 밝히고 있다. 또 “시상 구문 ‘-고/어 있다’의 의미적 분석”(이숙)에서는 ‘-고/어 있다’가 ‘-고’나 ‘-어’의 특성 때문에 진행이나 완료적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며, 그것과 결합하는 본동사의 의미나 시상적 특성에 따라 결정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앞선 동사가 이끄는 문장의 전체 의미와 구조적인 속성이 결정적인 요소임을 밝히고 있다. 그것에 따라 ‘-고 있’은 일시적이며 가변적인 상태를 나타내고, ‘-어 있’은 피동작주 주어가 입은 최종적인 완료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내 놓았다. 이와 유사한 결론을 도출하고 있는 〈‘-고 있-’의 의미〉(서성화)는 ‘-고 있-’의 문법적 의미를 구명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까지 ‘-고 있-’의 문법적 의미로 알려진 ‘진행’과 ‘상태’ 두 가지는 ‘-고 있-’의 고유한 의미가 아니라 선행 결합으로 생기는 의미이며, 이것의 본질적인 선행 동사에 지속성을 더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았다. 또한 담화에서 나타나는 ‘-고 있-’은 어떠 사건이나 상황에 대한 화자의 정신적·감정적 묘사나 평가와 같은 화자의 관점이 드러나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있다’의 문법화에 대한 의미 화용적 연구 -부산 방언을 중심으로-”(이수련)에서는 ‘있다’가 존재라는 원형적 의미에서 ‘장소, 시간, 소유’ 등의 의미로 확장되면서 문법화가 일어나는데, 이러한 양상을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으로 구분하여 살피고 있다. 미시적인 관점은 환유, 비범주화와 다양화, 주관화의 기제가 작용하며, 거시적인 관점에는 은유라는 기제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았다.
  “‘-과’의 통사 의미 분석”(김준희)은 지금까지의 연구를 통해 조사 ‘-과’의 기능을 크게 세 가지로 대별하고, 이러한 것들은 ‘-과’의 기본 의미가 아니며, ‘-과’를 중심으로 연결되는 명사들의 의미 특성을 중심으로 통사적인 접근과 의미적인 접근을 분명히 구별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토씨 ‘-과’ 구문의 통사적인 특성과 의미 특성과의 상관성도 제시하고 있다. “형태소 ‘-더-’와 ‘-거-’의 지각적 기능 연구”(이탁)는 ‘-더-’, ‘-느-’, ‘-거-’를 인지 의미론적 관점에서 분석하여 각각 선시성(先時性), 동시성(同時性), 후시성(後時性)이라는 지각적 자질을 제시하고 있다. 종래에 논의되었던 ‘-더-’, ‘-느-’, ‘-거-’에 관한 모든 의미 속성들은 모두 지각적 기능으로 설명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4. 사전 편찬학

  국립국어연구원 편『표준국어대사전』과 코퍼스 자료를 기반으로 한『연세 한국어 사전』이 출간되고 난 뒤 사전 편찬학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연구 결과가 많지 않다. 단행본은 없고, 일반 논문이 12편, 학위 논문이 1편 있을 뿐이다. 또 대부분의 연구들이 전자 사전 구축 부문에 몰려 있어, 앞으로 이 분야의 연구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4.1. 사전의 의미 기술

  사전 연구에서 많은 기여를 해 온 박형익은 “국어사전에서의 한자어 접미사와 혼종어 접미사”에서 1992년 한글학회 발간 「우리말 큰사전」부터 2001년 발간된 「동아 새국어 사전」까지 대표적인 7개 사전이 359개의 한자어 접미사와 8개의 혼종어 접미사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를 비교 검토하였다. 사전마다 다르게 처리되어 있는 용례들을 일일이 도표로 제시하고 있어 이후 사전 편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어 접속어미의 형태론과 사전 기술에 대한 연구”(백낙천)는 국어 접속어미 중에서 형태론적 구성에 특이함을 보이는 것들을 대상으로 하여 문법적 특징을 살펴보고, 그것을 국어 사전에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기준과 방안을 보여 주고 있다. 국어 사전에서 연결어미의 이형태인 ‘-아/-어’, ‘-아서/-어서’, ‘-아야/-어야’ 등을 모두 등재하여 뜻풀이까지 반복하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접속어미에도 다의성을 도입해야 하며, 분리가 가능한 것들은 분리하여 등재해야 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또 외국인의 한국어 학습용 사전 구축 시 가표제어의 필요성에 대해 연구한 “한국어 학습 사전의 가표제어 선정에 관한 논의”(강현화)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학습용 사전을 구축할 때, 일반 표제어는 아니지만 외국인들의 학습에 도움을 주기 위한 가표제어의 선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주로 용언의 불규칙형이나 구어, 준말, 상응어구, 이형태, 복수 표준어, 비표준어, 조사 · 어미 결합형 등을 제시하고 있다.

  4.2. 전자 사전

  전자 사전에 관한 연구는 크게 두 방향에서 진행 중이다. 일반 사전처럼 사전을 전자화하여 활용하려는 방향과 컴퓨터 자연 언어 처리용 전자 사전의 구축 방향이다. 이 둘 다 코퍼스에 의한 전자 사전 구축을 기본 방식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이 부문에 코퍼스에 관한 연구가 결부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자연어 처리용 전자 사전 구축 작업과 관련된 것으로는 “자연 언어 처리용 전자 사전을 위한 한국어 기본 어휘 선정”(시정곤. 배희숙. 이주호. 최기선)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대용량 코퍼스를 기반으로 하여 어휘의 빈도를 고려하고, 이전의 기초 어휘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서 50000단어 내외의 기계 가독형 전자 사전 항목을 위한 기본 어휘를 선정하고 있다. 전자 사전의 특성상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활용 빈도와 분포도가 큰 단어들만을 선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기계용 전자 사전 항목을 결정하기 위하여 선정된 최초의 한국어 기본 어휘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향후 자연 언어 처리에도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국어 자동 발음열 생성을 위한 예외 발음 사전 구축”(김선희)은 문서 음성 변환 시스템이나 음성 인식 시스템 등에 필요한 자동 발음열 생성 시스템을 구성하는 예외 발음 사전을 생성하는 방법과 그 방법을 이용하여 예외 발음 사전을 구축한 예를 보이고 있다.
  일반 사전 구축 작업과 관련된 연구로는 “한국어 동사 전자 사전의 어휘부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현행 인쇄 사전 표제어의 검토”(남지순)가 있는데, 이 연구는 한국어 동사 전자 사전을 구축하기 위하여 먼저 인쇄 사전에 나타난 동사 표제어가 가진 몇 가지 문제점을 검토하고, 이러한 문제점을 처리한 후에 만든 한국어 동사 전자 사전(DECOS_V/V01)을 소개하고 있다. 인쇄 사전에 있는 동사 중 처리가 곤란한 유형으로는 첫째 의성·의태어 부사에서 파생된 동사의 유형, 둘째 ‘X-어뜨리다, X-어지다’ 동사 유형, 사역동사, 피동동사 유형, ‘N-하다/N-되다’ 유형, ‘V-연결어미-V’ 유형, 고어 및 방언 관용어구 유형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한영 전자 사전을 활용한 어휘 정보 구축 과정”(강범모, 조진현, 차재은)은 이미 구축된 한영 전자 사전을 파싱(parsing)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과 효율적인 사전 처리 방안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이렇게 구조화된 형태의 한영 사전을 새로운 어휘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구축하려는 데이터베이스에 필요한 정보의 특성을 잘 파악하여 이에 맞게 전자 사전을 구축해야 함을 권고하고, 전자 사전의 구조를 정확하게 분석하여 자동 처리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을 나누어 처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5. 맺음말

  이상에서 2003년도에 간행된 어휘론·의미론·사전 편찬학 분야의 저서, 학위 논문, 학술지 논문을 수집하여 이를 유형별로 정리하고, 각 논문에 대해 간단한 소개와 함께 논평을 가미하는 수준에서 기술하였다. 저서, 학위 논문, 학술지 논문별로 연구의 분야와 성격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는 것은 연구 특성상 거시적인 연구와 미시적인 연구 방법론을 적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앞에서 논의한 연구들을 다시 전체적인 틀 속에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어휘론에 관한 연구에서 주목해야 할 현상은 코퍼스 관련된 연구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국립국어연구원,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등지에서 사전 편찬 작업의 일환으로 구축된 말뭉치들이 실제 어휘 연구에 활용되기 시작하여 앞으로 어휘 연구가 용이해지고 한층 신뢰도를 높일 수도 있어 이와 관련된 연구들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특정 지역어에 대한 연구는 해당 지역의 연구자들에 의해서 아직도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특정 문헌에 나타난 어휘 조사나 특정 시기 그 중에서도 개화기 어휘는 자료의 풍부함과 가치성으로 인해 여전히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역사적 언어 자료의 빈곤함 때문인지 특정 어휘 부류의 어원 연구는 매우 제한적인 반면, 교육용 어휘 선정과 관련된 연구는 실용적 필요성과 맞물려 활발히 진행 중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의미론 분야의 연구에서 두드러진 점은 역시 예년과 마찬가지로 화용론, 텍스트·담화 의미론에 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이고, 인지 의미론적 방법을 활용한 연구도 활발하다는 점이다. 텍스트·담화 의미론 영역에서는 주로 대중 매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이 많이 나타났으며, 화용론에서는 대화 분석에 관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전통적인 의미 연구 분야들에 관한 관심은 저조하게 나타나고 있다. 화용론이나 인지 의미론 같은 분야에 관한 연구들도 개별 언어 단위들의 의미 구명 작업의 기초 위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본질적인 의미론 분야의 연구에 더 역량을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어내용학회를 중심으로 한 의미 분절 구조에 관한 연구는 여전히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의미 관계에 관한 연구에서는 유의어 연구가 주종을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 장의미론에서는 특정 문장 유형에 관한 의미 연구보다는 어절 단위의 의미 분석들이 많았으며, 특정 의미 부류 동사, 형용사 서술어를 중심으로 한 의미 기술 방식도 아직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관용 표현에 관한 것은 국어학회와 한국어의미학회에서 공교롭게 모두 2003년 학술 대회 연구 주제로 정하여 이 부문에 관한 연구 성과가 어느 때보다 많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관용어의 범주와 유형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었으며, 관용어 연구 성과도 정리되었다. 문법 범주와 문법소의 의미를 규정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활발하게 이루어졌는데, 그 중에서도 특정 문법 형태의 의미에 관한 연구와 양태 범주의 의미 해석에 관한 연구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사전 편찬학 분야는 예년에 비해 연구 성과가 많지 않았다. 사전의 의미 기술에 관련된 연구로는 접미사나 접속어미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와 가표제어의 선정에 관한 연구 등이 논의 되었고, 사전 편찬학 분야의 연구는 전자 사전 관련 연구들이 많았다. 전자 사전은 일반 사전과 달리 범위에 제한을 받지 않는 대신 검색 속도가 문제가 되기 때문에 효율적인 표제어 처리 문제가 연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외국인용 학습 사전의 구축에 대해서도 관심이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앞으로 어휘론, 의미론, 사전 편찬학 분야에 관한 연구 성과를 검토하게 될 때는 이들 영역 간의 범주를 재검토하여 그 하위 분야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연구 영역 간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으며, 날로 새로운 연구 영역도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 성과의 검토 시 이를 적극 반영할 수 있는 기준이 제시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