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도 국어학의 주요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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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Ⅱ. 국어학의 연구 동향
  국어 정책
민현식 / 서울대
  국어 정책의 동향을 집필할 때에 전제할 일은 국어 정책의 개념이 무엇이냐의 문제이다. 이런 고민은 2001년 동향을 집필한 김하수 교수의 경우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그동안 국어 정책 동향에서 다룬 내용을 참고로 국어 정책의 영역을 정한다면 어문 규범, 국어 순화, 국어 실태 조사, 북한어, 국어 정보화, 한국어 세계화(한국어 교육)가 대표적 영역이라 본고도 대략 이 분야들을 다룬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국어학 연감에서 한국어 교육 분야도 국어 교육 분야와 분리하고 북한어 분야도 독립 설정해야 하며 그동안 다루지 않은 한자 한문 분야도 국어학 연감에서 다루어야 한다. 국제적 시야로는 비교 언어 정책(국제 비교), 해외 한국어학 및 한국어 교육학, 지방 자치 단체의 국어 정책도 포함할 수 있다.
  국어 정책은 국가의 국어 사용 문제를 계획, 실천하려고 시도하는 제반 정책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행정부만 관여하지 않으며 입법부(에서 법률화하고), 사법부에서도(옥외 광고물 위반을 재판하듯이) 관여하는데, 대체로 우리는 문화관광부의 국어정책과에서 행정적으로 수행하고, 국립국어연구원은 국립 연구 기관으로 정책 기획의 근거를 제공한다. 따라서 국어정책과와 국어연구원이 연구 동향 서술의 출발이 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1. 국어 정책 기관과 국어 정책

  1.1 문화관광부 국어정책과의 사업

  국어 정책 관련 기관은 국어정책과와 국어연구원, 국어심의회의 3대 기구가 축을 이루며 이 중에 국어 정책 수립 집행의 책임은 문화관광부의 국어정책과가 맡는다. 국어정책과는 『국어 정책 자료집』을 2003년에는 발행하지 않았으나 정책 업무는 큰 변화가 없다. 정책과의 사업은 일상적으로 해 오는 기본 사업(한글날 기념 사업, 세종대왕 선양, 한글 유공자 표창 사업 등)과 신규 주요 사업(세종 계획, 한국어 보급 사업, 사이버 박물관 사업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에 국어연구원과의 사업 중복을 피하는 문제와 국어심의회의 위상과 기능을 국어연구원과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지가 문제이다.
  또한 한글 유공자 선정 표창의 경우도 추천에만 의지하다 보니 교사들이 자기 추천이나 상호 추천을 하여 교직 승진용으로 이용하려는 경향도 나타나 심사에 방해만 되므로 이런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추천제뿐만 아니라 정책과가 스스로 내부 수집하여 회의에 추천하는 방식도 필요하다. 숨어서 조용히 국어 사랑에 헌신하는 언론인, 출판인, 교원 등 수많은 국어 지킴이 관련 언론 보도 기사만 1년간 모아도 그런 유공자 후보자들은 많을 것이다.
  국어심의회의 위상과 기능도 조정해야 한다. 국어심의회는 문화부장관의 자문에 응하기 위해 문화예술진흥법 제2장 국어의 발전 및 보급, 제6조(국어심의회), 문교부 대통령령 제4389호(’69. 12. 4.)에 의거 설치되었는데 정부 기구 개편으로 1990년도에 국어 정책이 문화체육부로 이관되면서 재구성되어 오늘에 이른다. 1994년까지 국어심의회는 한글 분과, 한자 분과, 국어 순화 분과, 표기법 분과, 학술 용어 분과의 5개 분과 위원회로 구성되었으나 1995년 1월 5일 문화예술진흥법이 개정, 공포되고 동법 시행령(대통령령 제14727호)이 동년 7월 13일자로 발효됨에 따라 그 위상이 격상되었으며, 일부 분과 위원회가 조정되어 5개 분과 위원회 중 학술용어분과위원회가 폐지되고 국어정보화분과위원회가 신설되었다. 이들 5개 분과 위원회에서는 소관 분야의 규범 사항을 심의하는데 한글, 한자, 표기법 분과는 당장의 현안이 없어 큰 활동은 없으며 최근에는 국어 순화 분과와 정보화 분과만 회의 실적이 보일 뿐이다. 따라서 현재 국어심의회의 59명(분과별 10~12명) 위원은 명목상의 위원으로 현안에 대비한 조직으로만 비쳐 국어 정책 자문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문화청 국어과 홈페이지에서 일본 국어심의회의 회의 개최와 회의 결과, 결정 사항 등이 상세히 공개되고 홈페이지 전면에 제시되어 활발히 활동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어정책과와 국어연구원이 상당한 활동을 하므로 국어심의회의 역할은 매우 제한될 수밖에 없지만 국어연구원은 연구 사업에 대한 자문 기능이 많이 필요한 만큼 국어심의회가 수십 명의 위원들을 명목상의 위원으로만 남겨 두는 현재의 방식보다는 이들을 국어연구원의 사업의 사업 기획에 대한 초기 평가와 결과 평가 역할을 일정하게 감당하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또한 국어연구원의 표준어 사정 작업에도 일정하게 직접 참여하는 역할도 고려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국어정책과는 ‘국어 정책 백서’를 내야 한다. 현재의 ‘국어 정책 자료집’은 단순히 1년간의 국어정책과 사업 결과 보고서의 성격이라 국어 발전에 대한 장기 계획과 목표가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형태의 국어 정책 백서를 국어연구원과 공동으로 작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2003년도에 국어정책과가 추진한 것은 ‘국어 기본법’ 제정 사업이다. 이 사업은 정보화·세계화 시대의 변화하는 국어 환경에 대처하여 국어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의 올바른 국어 생활을 진작하기 위하여 ‘국어 발전 종합 계획 시안’을 2002년 10월 한글날에 발표하고 공개 토론회를 11월 7일 국어연구원 강당에서 가진 후에 그 성과로 제시된 것이다.1)

많은 법령들에서 ‘국어, 한국어’가 혼용되어 나타나 용어 사용에서 일관성이 없고,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 6호(1948), 사무관리규정(1991), 옥외광고물등관리법(1990) 등 각종 법령, 규정에 분산된 국어 관련 규정을 통합 정리할 필요가 있었던 차에 ‘청소년 기본법, 환경 기본법, 여성 기본법’ 등과 같은 각종 기본법 제정 추세에 따라 국어 기본법이 제정되어야 장기적 국어 발전이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이다.
  이에 따라 2003년 1월에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어 기본법’ 입법 소위원회(홍윤표, 권재일, 민현식, 박영도)가 구성되어 기본법 제정에 착수하여 3월에 얼개가 갖추어졌고 4월 1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8인의 관계 전문가들을 모아 토론회 형식의 공청회를 가졌으며, 대구, 대전, 광주에서 지방 공청회도 거행하였다. 그 후에 관련 부처 검토, 규제 개혁 심사,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심의·의결, 국회 제출의 절차로 진행되었는데 당초 일정보다 늦어져 해를 넘겨 2004년 5월 25일 국무회의의 심의·의결을 거침에 따라 17대 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최종안은 교육인적자원부·기획예산처 등이 제기한 국어진흥기금과 국제국어진흥원의 설치 반대 등의 의견을 반영하여, 당초 시안을 수정하여 진흥법적인 기본법으로서의 기능만 하도록 하였다. 주요 내용을 보면 대한민국의 국어를 한국어로 명시하고(3조), 국가와 지방 자치 단체의 책무를 규정하였으며(6조), 문화관광부장관은 국어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여야 하고(8조), 정부는 국어 정책의 수립·시행에 관한 연차 보고서를 2년마다 국회에 제출하여야 하며(10조), 문화관광부장관의 정기적인 국어 실태 조사를 통한 국어 문화 지수 발표(제11조), 국어심의회의 구성·운영(제12조), 공공 기관의 국어 발전 시행 계획의 추진·평가 및 국어 환경 개선, 국어 능력 향상 프로그램 개발 등의 국어 진흥 업무를 총괄하는 국어 책임관 임명(제13조), 어문 규범의 제정(제15조) 및 어문 규범 영향 평가 실시(제16조), 공문서는 한글로 작성하되 다만, 필요한 경우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기까지 괄호 안에 한자 등 병기 가능(17조), 국어의 해외 보급 사업과 교사 인증 시행(제21조), 국어 능력 평가 및 검정 자격 부여(제25조), 국가와 지자체의 국어 상담소 설치 장려(제26조) 등을 골자로 2005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도록 하였다.

  국어 상담소나 국어 상담관제 같은 것이 얼마나 실천될지 알 수 없으나 이 모든 제도보다 앞서야 할 것은 국민의 자발적 국어 애호와 실천의 자세라 하겠다. 유명무실한 법보다는 차라리 법이 없는 것이 낫다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어 기본법이 사문화한 법이 되지 않으려면 국민적 협조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국어 기본법이 제정되면 진흥법으로서 우리 국어의 보전과 발전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됨은 물론 국민들의 국어 능력의 향상과 함께 창조적인 국어 문화 정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우리는 국어 기본법에 반대하는 흐름에 대해서도 주목하여야 한다. 이 법을 둘러싸고 문화연대, 민주노동당, 전국국어교사모임이 정부의 언어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토론회를 열렸다. 주최측은 국어 발전 종합 계획, ‘국어 기본법’ 제정, 국립국어연구원 기능 강화와 같은 정책 방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발상의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토론회 주제도 ‘국어 정책’(혹은 ‘어문 정책’)이라고 하지 않고 ‘언어 정책’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주장하면서 “언어 정책 60년 평가 및 언어 정책 개혁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8. 18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 발제로 “국어 정책 60년 평가”(민현식)는 국어 정책 60년을 사적으로 개관하였고, 국어 기본법의 강제성을 경계, 우려하는 취지로 “문화관광부의 언어 정책 개혁의 방향”(고길섶), “언어 정책 관련 법령 제정의 비판과 대안 - 국어 기본법 중심으로”(문성준, 민주노동당 정책부장)가 발표되었다. 유병한 국어정책과장의 해명성 발표도 있어서 이날 모임은 국어 정책을 두고 시민 단체와 오해를 좁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국어 기본법에 강력한 반대를 표방하여 대규모 집회까지 하는 단체들이 있었으니 한자 관련 단체들이 기본법 제정에 대한 반발이 컸다. 요지는 국어 기본법이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 6호(1948)에서 당분간 한자 병용을 허용한 조항을 없앰으로써 한글 전용만 가속화하고 한자를 홀대하였다는 것이다. 어문 규범의 범위에 ‘상용 한자’를 포함하고, 국자(國字) 안에 한자를 포함하여 한자도 우리 문자라는 인식이 반영되어야 하며, 19조의 ‘한글 사랑’ 같은 개념은 한자 배척의 전제를 깔고 있어 법률에는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지적 등은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이들 단체의 주장처럼 국어 기본법은 한자 문화의 역사성을 배려한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으니 한자 문화도 전통 문화 차원에서 진흥하도록 한다는 규정 정도는 선언적으로라도 들어가야 할 것이다.

  국어 기본법과 관련하여서는 『새국어생활』 2003년 여름호에서 ‘국어 진흥을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라는 제목의 특집을 다루어 “국어 정책과 국어 기본법의 방향”(김갑수), “국어 기본법과 국어 생활 향상을 위한 제도”(권재일), “언어생활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황성규), “공공 부문 언어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정희원), “국어 상담사 제도의 필요성과 활용 방안”(남영신), “프랑스의 모국어 보호 정책과 법제”(김현권)라는 논문들도 국어 정책 관련 정보를 담고 정책 방향을 제안하였는데 특히 외국의 언어 정책 정보들은 국어연구원이 주기적으로 수집하여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한편, 국어 정책의 대민 정보 소통 측면에서 일본 문화청 국어과의 홈페이지와 우리 국어정책과의 홈페이지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 국어정책과의 공지 사항이나 자료들이나 모두 문화정책국 안의 다른 정책 부서인 도서관박물과, 저작권과, 문화정책과 등의 내용들과 뒤섞여 있어 검색이 불편하다. 문화부 부서 홈페이지를 과 단위 부서별로 연결되도록 세분하여 과 단위로 공지 사항, 연구 자료실, 게시판 기능이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고쳐야 할 것이다. 일본 국어과 홈페이지는 관료적인 부서별 명칭이 드러나지 않고 ‘국어에 대하여’라고 직접 내용 중심 안내를 하여 접근이 쉬우며 ‘국어 시책, 세론 조사, 국어심의회, 국어연구소’ 등의 제목으로 연결되어 접속과 활용에 편리하다.
  2003년도에 국어정책과는 정책 과제로 두 가지 주제를 공모하여 그 결과물이 나왔다. 하나는 『국어 사용 실태 지수 개발』(최명옥, 권영민 외) 과제이다. 이는 2001년의 정책 과제이었던 『국어 사용 실태 지수 개발 및 조사 방법에 관한 연구』(민현식 2001)의 후속 정책 연구인데 1년 중단되었다가 새로 공모된 과제로 민현식(2001)에서 국어 문화의 요소로 ‘의식, 능력, 특질, 행동, 환경, 정책’의 6대 요소를 들고 이들마다 국어 문화 지수를 조사할 수 있다고 한 것을 수정하여 ‘국어 의식, 국어 능력, 국어 사용’의 3대 영역을 국어 문화 지수의 산출 대상으로 하였다.
  국어 의식 지수에서는 국어에 대한 가치[국어 자긍도, 국어애(國語愛) 정도], 능력(국어 능력 자기 평가도), 사용 의식(어문 규범 준수 의식도, 외래어 및 외국어 기피도)을 조사하고, 국어 능력 지수에서는 듣기, 어휘, 어법 및 어문 규범, 읽기, 쓰기 능력 지수를 조사하고, 국어 사용 지수에서는 신문, 방송, 상표, 대중 가요, 인터넷의 외국어 빈도를 제외한 국어(고유어, 한자어) 사용 실태를 지수화하여 67.14라는 지수를 얻어냈다. 이러한 국어 문화 지수 조사는 국내 최초로 시도된 것이란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앞으로 남는 문제는 주기적으로 이러한 지수 산정 조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인데 장기적 관점에서 기획하여 설문 조사, 면접 조사, 시험 조사 등이 동일 조건 하에서 주기적으로 엄정하게 이루어져야 통계 비교에 신뢰가 가고 정책에 실제로 기여하는 연구가 될 것이다.

  두 번째 정책 과제는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국가의 언어 실태와 문제점』(박영준 외)이다. 영어 공용어화 논쟁이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도를 넘어 계속되고 있고 최근에는 기업에서 사내(社內) 영어 공용화가 이루어지고 대학 내에 영어 공용 캠퍼스 선언(포항공대), 영어 소통 공간 설치(연대, 숙대 등) 등이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라 언어 전문가들도 영어 공용어론에 대한 의견이 대립되고 통일이 어려워 이에 대한 심층 연구와 정책적 판단이 시급한 실정이었다. 이 연구는 1장에서는 공용어 논의의 필요성과 공용어 개념의 역사적 변천을 추적하고 대개 영어 식민지 국가에서 영어 공용어 문제가 나타난 점을 밝히고, 2장에서는 세계어로서 영어의 위치와 영어 공용어 국가들의 실태를 조사하였다. 3장에서는 영어 공용화 국가의 유형을 언어적 측면(50%: 영어 사용자수 20%, 모국어 사용 여부 20%, 문맹률 10%), 정치·경제적 측면(20%), 경제적 측면(30%)의 3영역으로 구별하여 평가하였다. 그 결과 A그룹은 뉴질랜드, 싱가폴, 아일랜드의 3개국이고, B그룹은 나우루, 몰타, 브루나이 등 7개국이고, C그룹은 가나, 가이아나, 감비아, 그레나다, 우간다, 인도, 케냐, 필리핀 등 37개국으로 분석되었다. 4장에서는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 말레이시아를 대상 국가로 분석하였는데 말레이시아는 위 유형에 속하지 않지만 과거에 영국 식민지 영연방 국가로 영어 공용화 교육을 했다가 1970년대에 민족어를 강조하기 시작한 이래 2003년부터 점차적으로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려는 정책을 추진 중이라 분석에 추가하였다고 한다. 5장에서는 영어 공용화의 이득과 손실을 문화적 정체성의 측면, 모국어 사용 능력의 측면, 국가 경쟁력의 측면, 영어 실력 향상의 측면, 사회 통합의 측면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는데 영어 공용화는 모두 부정적 결과를 낳는다는 결론을 제시하였다. 영어 공용화는 국가 경쟁력 사이의 인과 관계가 없으며, 모국어와 민족 문화 정체성을 훼손시켜 한국의 경우 단일 민족 국가가 영어 공용화를 하면 새로운 민족 문제를 일으키고 계층간 불평등을 야기할 위험이 크다고 결론지었다.
  그런데 이 연구는 공식적인 영어 공용어 국가에만 초점을 두다 보니 분석한 A, B, C 세 그룹 국가가 대부분 다민족 국가, 개발 도상 국가들이라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비교 가치가 떨어져 위와 같은 결론이 날 수밖에 없다. 이 연구에서는 식민지 국가들의 사례만 제시되었는데 정작 필요한 정보는 현재 경쟁력 있는 국가 발전을 추진하는 영어 공용화 실험국가나 영어 조기 교육 국가들의 사례를 찾아 그들의 교육 투자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조사 분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영어 공용화 효과에 근접하기 위하여 영어 교육 개선과 공공 서비스 부문의 영어 서비스를 한국어 사용과 조화할 방안이 무엇인지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들 연구진은 『한국어가 사라진다면: 2023년, 영어 식민지 대한민국을 가다』라는 단행본도 내어 한국이 영어 공용화를 시작한 30, 60, 100년 후를 가상으로 설명하고 한국어가 강제로 사라지게 되었을 때의 상황을 흥미로운 기술로 예언하고 있다.

  1.2 국어연구원의 국어 기초, 응용, 정책 연구

  국어연구원은 1991년 개원 이래『표준국어대사전』편찬에 진력해 왔고 1999년 사전 완간 후 2000년 8월 방화동 청사로 이전하여 10주년을 맞아 10년사를 편찬하였으며 남기심 원장 취임 이래 다채로운 사업을 벌이고 있다. 1984년 국어연구소 설립부터 친다면 2004년에는 성년의 나이에 들어섰다. 그러나 아직 국어연구원은 내실 있는 기초 및 응용 연구, 연구 역량의 국제화라는 과제를 지속적으로 구현하고 국어 정책을 넘어 외국어 정책도 포함한 언어 정책적 시야를 갖추어야 한다. 국어연구원이 시급히 설정할 일은 중장기 목표와 단기 목표를 바르게 설정하고 추진하는 일이다. 일본 국어연구소는 홈페이지에 중기 계획을 공개하고 있고, ‘일본어 연구, 일본어 교육, 일본어 정보 수집 제공’의 3대 목표를 설정하고 연구 조직도 이에 맞추어 ‘연구 개발 부문, 일본어 교육 부문, 정보 자료 부문’의 3대 부서로 조직하였다. 우리의 국어연구원 요람이나 홈페이지에는 ‘국어의 규범 정비와 안내, 한국어 국외 보급과 남북한 언어 동질성 회복 연구, 국어 생활 환경 정비와 국어 능력 향상, 국어 자료의 정리와 정보화, 국어문화학교 운영, 홈페이지 운영’이라는 2004년도의 6대 사업만 나와 있고 이들의 상위 중장기적 목표나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국어연구원의 목표와 철학을 수립할 때 연구 영역을 ‘국어학’에만 한정하지 말고 (1)기초 부문(국어학)과 (2)응용 부문(①국어 교육, ②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으로 구조화하여 국어학 중심 연구 기관일 뿐만 아니라 평생 국어 교육, 국제 한국어 교육의 전문 연구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현재의 3부 체제를 ‘①정책 연구, ②규범 연구, ③실태 연구, ④자료 연구’의 4부 체제로 조직하여, ①국어학·국어 교육·한국어 교육 부문에 대해 정책 기획을 하고, ②규범화(표준화)를 다루고, ③그것의 장기적 기초 연구를 구축 제공하고, ④모든 자료와 연구 결과물을 정리하여 대민 봉사 제공하는 4부 체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국어연구원은 연속 과제와 신규 과제 연구가 자료 정리 연구, 국어 사용 실태 조사, 국어 순화, 북한어 연구, 국어학사 연구, 한자·한자어 연구, 국어 정보화 연구 영역에 걸쳐 나왔다.
  우선 국어 자료 사업으로 『현대 국어의 준말 목록』(김희진)이 있다. 1994년의 『현대 국어의 약어 목록』의 증보판인데 고유어와 한자어 준말 외에 로마자 머리글자말과 같은 외국어 약어들도 혼합하여 국어 준말의 개념에 포함하였는데 준말, 약어, 머리글자어 등의 용어 개념은 재고할 필요가 있으며 이런 조사는 매년 사전 편찬 사업으로 연계되어 준말 표제어 선정의 기초 작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국어연구원은 최근 어휘 빈도 조사에서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1956년의 ‘우리말 말수 사용의 잦기 조사’ 이래 국어 사용 빈도 조사의 끊어진 맥을 국어연구원이 2000년부터 다시 이어 2002년까지 3년에 걸쳐 현대 국어 어휘 사용 빈도를 조사하고 2003년에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어 학습용 어휘를 선정한 바 있는데 이제는 국어 교육용 어휘 선정 작업도 필요하다고 보아 2002년부터 기본 어휘 선정 및 사용 실태 조사를 위한 기초 연구를 수행하고 2003년도부터는 장르별 기본 어휘 조사를 시작하여『한국 현대 소설의 어휘 조사 연구』(김한샘)를 냈다. 이 연구는 소설 문헌 100만 어절(200편 소설에서 5,000어절씩)을 조사하여 자소, 음절, 어절, 어휘, 구 표제어, 오류 표기어 별로 통계를 냈는데 이 연구를 통해 국어의 형태 음소적 특징을 밝혀낸 것은 국어 정보학의 성과를 이용한 덕분이다. 흥미로운 것은 음절 빈도순으로는 ‘이, 다, 는, 을, 가, 고, 그, 에, 지, 어...’ 등 순으로 나타났으며, ‘갬, 겆, 겡, 겯, 괌...’ 등은 1회 정도 나타난다는 통계를 보여 주어 국어의 음절 구조 규명에 도움이 될 것이다.
  어휘 빈도 통계는 ‘이다, 나, 것, 있다, 하다, 그, 있다, 않다, 없다’ 등의 순서로 나오는데 이런 빈도는 그동안의 몇몇 조사와 비교하여 부분적 차이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 각 장르별 빈도 조사와 통합 빈도 조사의 빈도가 주는 의미를 천착하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이런 빈도 조사를 문법학, 문법 교육, 어휘 교육, 교재 개발 등의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도 뒤따라야 한다. 이런 적용 실험의 치열한 논의 속에 빈도 조사 방법이 더욱 세련되게 다듬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빈도 조사만 제시하는 연구로 끝나지 말고 빈도 결과에 대한 해석과 적용 연구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2003년 신어』(박용찬)는 연속 사업으로 매년 한 해의 신어들을 수집 발표하는 연구이다. 지난해는 656개의 신어가 채록되어 일반어와 전문어는 각각 448개(68.3%)와 208개(31.7%)를 보인다. 신어를 어종별로 보면 외래어·외국어가 압도적으로 656개 중에 외래어·외국어가 총 235개(35.8%), 외래어·외국어가 일부 포함된 것 총 368개(56.1%)로 91.9%를 차지한다. 반면 고유어 비중은 미미하여 고유어 조어력은 미약함을 보여 준다. 여기서 우리는 신어의 조어력에 고유어가 적다는 것을 비관하는 식의 논의는 불필요하다. 한자어 자체가 고유어만큼의 역사성을 가지고 정착되어 있는 것이므로 지나치게 민족어 순결주의에 따라 한자 및 한자어 배척의 결벽주의를 낳는 것은 반성해야 한다. 최근 들어 외국어 남용이 극심한 까닭도 사대주의와 국어 자각의 결핍이 큰 원인이지만, 한자 교육의 부실로 국민의 한자어 이해와 교양이 떨어져 오히려 한자어를 활용하는 번역 차용의 지혜조차 상실한 데도 한 원인이 있음을 통감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자어 이해를 높이는 것만이 고유어가 공급 못하는 조어력을 높여 외국어의 침공으로부터 국어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여야 한다.
  국어 실태 연구로는 『서울말 낭독체 발화 말뭉치 사업』(김선철)이 있다. 이것은 서울·경기도 출신인 20대-60대 남녀 총 150명을 공모하여 1일에 80분 분량의 문서를 자연스럽게 읽어서 녹음한 DVD 자료 구축 사업으로 구어체 연구에 기여할 것이다.
  『신문 문장 분석』(김세중)은 일간지 사설과 칼럼을 매달 분석하여 기사문의 오류를 정리하였는데 논설에 빈번한 ‘국민’이란 이름으로 자신의 의견을 숨기는 작문법, 논리적 비약 등을 지적하였고 ‘밝히라’ 대신 ‘밝혀라’처럼 ‘하라체’ 대신 ‘해라체’가 확산되는 현상도 지적하였다.
  『국정 연설문의 실태』(김희진, 허철구)는 최근 2-3년 동안의 대통령, 총리, 장차관들의 연설문 400여 편을 조사하여 문장의 오류를 밝혔는데 연설문 교본으로도 가치가 있는 연구이다.
  『전면 개정을 대비하여 쉽게 고쳐 쓴 우리 민법』(김문오, 홍사만)은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법률 문장 중에서 1958년에 제정된 민법(총 1,118개조) 전문을 쉽게 고친 순화 자료집으로 기초 연구인 『법조문의 문장 실태 조사』(2001)의 후속 연구이다. 이 연구에서는 ‘(1)오해 소지가 있는 어구나 문장을 분명하게 고친다, (2)문법에 맞지 않으면 문법에 맞게 고친다, (3)지나치게 어려운 용어나 부자연스러운 표현은 고친다, (4)일본식 한자어와 문체를 피한다’처럼 네 가지 지침을 제시하였다. 여기서 (2)의 비문법적 표현과 (3)의 부자연스러운 표현은 그 용어 사용상 엄정한 개념과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 1부에서는 민법 원문과 순화안을 좌우 2단 편집하여 제시한 것은 보기에도 편리하여 앞으로 이런 법률 순화 사업을 법제처와 국어연구원의 공동 사업으로 기획하여 순화 법률을 보급할 필요가 있고, 전국 법과대학의 교과과정에 ‘법률 언어론, 법률 문장론’도 개설하여야 하며, 법조인들의 언어 순화 교육도 필요할 것이다. 이 연구의 2부 ‘우리 민법에 남아 있는 일본어식 용어와 문체’(홍사만 교수 집필)는 용어(형태, 어휘) 측면과 문체(문법, 표현) 측면에서 일본어투의 정체를 규명한 것으로 일본 민법과 비교한 결과 조문 659개가 직역이라 거의 60%나 일본 민법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충격적 사실을 보여 준다. 일본 식민지 유산의 청산은 흔히 친일인사 청산으로만 인식되는 것이 보통인데 진정 청산해야 할 과거사는 이러한 문화적 유물들에 더 은밀하게 남아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과거 문화의 청산이야말로 이제부터라도 꾸준히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라 하겠다. 이 연구는 1,118조 전체를 순화하는 노력 자체가 수고로운 일로 앞으로 법률 순화의 이정표 역할을 할 것이다.
  『제품 설명서의 문장 실태 연구 2』(김문오)도 76종 381건의 제품 설명서를 검토하여 오용 사례를 집대성한 것이다. 오용 유형으로는 표기가 틀린 것, 문법적인 문제 사례, 의미적 문제 사례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는데 의미 오용 유형 중 문장을 지나치게 길고 복잡하게 쓴 것과 어순이 부자연스러운 것은 의미적이라기보다 문법적인 것으로 볼 수 있어 의미 오용 유형에는 순수하게 어휘 의미론적인 것과 통사 의미론에서 중의적 유형, 애매한 모호문 유형을 중심으로 처리함이 좋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국어 순화론이나 국어 오용론이 학문으로서의 논리 체계를 갖추려면 오용 유형의 분류부터 정제된 용어와 분류 체계를 논리적으로 확립하고 이 체계를 분석틀로 사용하며 교육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이런 연구의 끝에는 설명문에서 잘 틀리는 것의 빈도를 조사하여 기업이나 일반인들이 활용할 수 있는 지침서(가이드북) 같은 것이 압축되어 부록으로 실리는 것도 연구 성과의 활용을 배려하는 연구라고 할 수 있다. 국어연구원에서 연구한 대부분의 결과들이 아무리 좋더라도 대중과 유리되고 심지어 학계조차 모르는 일로 고립되어 행해진다면 연구의 실용성은 그만큼 떨어질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국어연구원의 모든 연구들은 국어학적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 학교, 언론, 출판, 공공 기관 등에 실용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국어 교육적 고려를 반드시 첨부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국어학 용어 분류 체계에 관한 연구』(임홍빈, 한재영)는 국어학 분야의 체계를 보여 주는 논저들의 국어학 하위 분류와 용어들을 종합하여 국어학의 학문 체계 정립에 참고될 것이다.
  국어연구원은 40억 가까운 예산을 쓰는 기관으로 매년 20여 종 이상의 대형 연구물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연구 기관은 연구의 우수성에 생명이 있고 그 연구가 학계에 이바지하며 학계를 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국어연구원이 문화부 소속이라 규범 적용 분야인 국어 교육 분야에 대해서는 소홀한 측면이 있었는데 간접적으로라도 국어 교육 정책에 일정한 역할을 하여야 할 것이다. 이울러 학계에 기여하는 기관으로서의 면모를 보이려면 연구의 질적 우수성을 확보하여야 하므로 이를 위해서는 모든 연구 사업의 계획 단계부터 짜임새 있는 엄정한 기획과 연구 관리가 요구되는데 현재도 국어연구원의 연구 체제는 연구 출발이 매우 늦게 가동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러다보니 대학 교수들이 주 연구자들인 경우 1학기 중에 연구 모임이 시작되어 실제 연구는 7,8월 여름 방학에 시작하고 가을에 쫓기듯이 보고서 제출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의 개선을 위해서는 ‘1분기 먼저 시작하자’의 취지 아래 다음의 제도 개선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①연구자 선정 및 사전 준비: 차년도 사업을 전년도에 선정할 때 연구자 공모, 계획 심의 확정, 연구 책임자 선정이 전년도 하반기 11, 12월 중에는 이루어져 신년도 사업이 1월부터 시작될 수 있어야 한다. 연구원들로서는 연말 보고서 수합 및 마무리와 신년도 계획을 동시 추진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연구가 수월하게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연구자들도 1월부터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연구를 할 수 있어 내실 있는 연구가 가능하다.
  ②중간 보고 철저: 모든 연구는 중간 보고가 이루어져야 한다. 많은 국책 기관들에서 연구 중간 점검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형식적인 경우가 많은데 일단 8월까지는 연구 중간 보고와 그 보고에 대한 평가회가 이루어지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고 종합적인 연구 관리의 내규가 있어야 한다.
  ③연구 보고 학술 대회 개최: 국어연구원은 매년 소규모 학술 대회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기적 학술 대회로 인식되고 있지는 못하다. 지난해에도 ‘국민의 글쓰기 능력 향상 방안 마련을 위한 학술회의’(7. 15), ‘국어 순화 실천방안 마련을 위한 학술 대회: 우리 말글의 위기, 이대로 둘 것인가 - 국어 순화 실천 방안을 중심으로’(10. 6), ‘원로 초청 강연회’(11. 4)가 열렸으나 전문 학술 대회 성격은 아니기에 국어연구원은 깊이 있는 학술 대회를 개최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 연구원 사업의 모든 것을 중간 점검 후에 수정한 결과를 학술 대회 형식으로 내놓고 검증 받는 대회를 1-2일 동안 정례화할 수도 있다. 3일간 하는 국어학회도 있지만 국어연구원이 학회의 학술 대회와는 다른 차원의 학술 대회를 전국의 국어학도와 국어교육학도들의 축제 마당으로 짜임새 있게 기획한다면 국어학회의 12월 대회 이상의 호응을 받을 수 있다. 연구 결과의 국민 보고회의 성격도 띠어 국어연구원을 국민과 언론의 관심 속에 인식시키는 데도 바람직할 것이다. 매년 10월의 한글날 행사가 한글학회와 국어정책과의 주관으로 의례적 행사로만 진행됨으로써 국어연구원은 소외된 채 학술 기관으로서의 홍보 기회를 놓치고 있어 이런 학술 대회가 절실하다. 10월 대회는 8월 경의 중간 보고가 1차 점검 성격을 띠므로 그에 이은 2차 최종 점검의 성격을 띠어 국어연구원 사업 결과의 충실도를 높인다. 더욱이 매년 새로운 연구 결과를 제시하므로 참신한 연구 대회가 될 것이며 언론 홍보에도 최적의 기회이다. 이런 대회가 내부 연구원들에게 또 하나의 잡무가 되거나 형식적 대회가 되어서는 안 되며 연구원들과 국어학도들의 전국적 축제 마당이 되도록 기획하면서도 혹독한 비판을 통해 국어연구원의 연구 역량을 발전시키며 한국어 발전의 미래를 설계하는 공론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

  언어 정책 국제 비교의 시야를 열기 위해 이런 학술 대회와 동시에 언어 정책 관련 국제 대회도 매년 동시에 첫날 행사로 개최하는 것도 좋다. 아니면 일부 해외 학자들을 소규모로 초청해 학술 대회 속에서 운영할 수도 있다. 현재 연구 결과 보고서가 나온 후 소수의 평가자를 초빙해 내부 비공개 평가회를 가지는 것은 사후 비판의 한계가 있고 그 효과가 적으므로 8월 1차 중간 보고회, 10월 2차 결과 보고 학술 대회는 적극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

  끝으로 국어연구원의 대민 봉사 사업으로 국내외 ‘국어문화학교’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찾아가는 문화학교’를 159회 열어 18,306명이 수강하였음은 놀라운 결과이다. 일본 국어연구소가 대학원 과정을 운영하듯 국어연구원도 국어 정책 대학원을 특수 대학원으로 개설할 필요가 있으며, 문화학교 주요 강의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교육부, 언론협회, 출판협회와 공조하여 전국 교원이나 언론 출판인을 위해 문화학교 원격 연수 제도나 고급 연수과정, 워크숍 과정 개설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계간 『새국어생활』은 표준 화법, 국어 진흥을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 기초 어휘와 기본 어휘, 방언과 문화를 특집으로 다루었고, 월간 『새국어소식』도 유용한 정보를 보급하였는데 『새국어소식』은 빽빽하게 규범 지식만으로 가득하여 ‘사람의 이야기’가 없다. 적어도 국어 사랑을 실천하는 평범한 지킴이들을 소개하는 고정란이라도 있으면 좋을 것이다. 『새국어소식』은 발행 부수의 제한으로 전국 교사나 일반에게 전파되지 못하고 있어 전자잡지(웹진)로도 발행하면 좋을 것이다.

  1.3 기타 정책 연구

  국어 정책 연구가 드문 중에 『남북한 국어 정책 변천사 연구』(최용기)가 단행본으로 나왔다. 국립국어연구원이 남북 언어 정책 연구에 중요한 의무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기관에 소속한 연구자가 문제 의식을 가지고 쓴 것으로 이 책은 국어 정책의 개념을 논한 후 남북한 국어 정책 변천사를 논하고 있다. 각론에서는 어문 규정 정책, 국어 순화 정책, 문자 정책, 국어사전 편찬 정책, 국어과 교육 정책, 국어 정보화 정책, 한국어 세계화 정책, 한글 띄어쓰기 정책의 8개 영역을 논하고 있고 북한에 대해서도 세계화 정책 부분만 빼고 7대 영역을 다루어 남북 비교가 가능하다. 또한 후반부에서 8대 영역마다 남북통일을 위한 과제를 제안하고 있다. 이 책은 한번쯤 통사로 다루어져야 할 사항을 종합하여 묶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이 다룬 각 변천사는 한 권에 묶기에는 너무 방대하다는 점에서 자료 차원에서 자세히 보완되어 앞으로 각론별 변천사가 나와야 할 것이라는 과제를 던져 주고 있다. 근자에 국어학사 연구가 소홀하여 대부분의 대학에서 국어학사 강좌가 폐강되어 버린 상태인데 이 책은 국어 연구가 역사의식에 무지한 학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일깨운다고 하겠다.
  다음으로 『국어 정책 60년의 평가와 반성』(민현식)은 광복 후 국어 정책의 역사적 변천을 정리하고 평가한 것이다. 대통령 집권기별로 그 특징을 조명하였는데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의 경우처럼 한글 전용이나 국어 순화에 관심이 있어 직접 개입 주도한 경우와 그 이후 대통령들의 경우처럼 대통령이 직접 관여하지 않은 경우로 나뉜다. 그러나 통치자의 관심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나 구체적 전략은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통치자의 직접 개입은 자제해야 한다고 보았다. 국어 순화 운동도 ‘피자, 햄버거, 스테이크’는 놔두고 일본 음식명인 ‘우동’만 ‘가락국수’로 하라는 식의 불균형한 순화는 성공하기 어려우며 어문 규범의 제정 기관과 교육 기관 부서가 다르다 보니 문화부와 교육부 및 유관 기관과의 협조가 더욱 중요하다고 보았다. 국어 4법의 정비는 1930년대 조선어학회의 규범 정비로 어느 정도 이루어졌고 80년대까지 4법 체계가 완성되어 50여년의 전통과 논리가 축적되었으나 비현실적이거나 방언 무시의 일방적 규정으로 비치는 표준어 규정이라든가, 띄어쓰기 규정의 문제나 사이시옷의 문제를 지닌 한글 맞춤법 규정 등은 어느 정도 정비를 요한다고 하였다. 아울러 무정책의 언어 정책을 쓰는 미국의 예처럼 맞춤법, 표준어 규정이 없이 사전으로 해결되는 나라가 이상적 국가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명시적 어문 규범의 과잉 강요보다는 암시적 어문 규범의 원리 교육을 통해 어문 규범을 익히는 국어 문법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미래를 향한 국어 정책 기조는 ①규범 지식 계몽 중심의 미시적 국어 정책에서 국어 생활 문화 개선 중심의 거시적 국어 정책으로의 전환, ②지난 50여년의 발음, 단어, 문장 수준의 어문 규범 제정과 순화 정책 수준에서 담화(독서, 작문, 화법) 수준의 국어 정책 전환, ③선진 국어 생활 문화 창조를 위한 언어 예절, 신용 언어, 사회 언어 환경 개선, 의사소통 개선, 국어 능력 향상 정책 추진, ④국어 정책 집행의 사각 지대화한 국어 교육 부문에 대한 실천 강화, ⑤인터넷을 활용한 ‘표준국어대사전’의 오류 정정과 미등재어 처리 사정 작업 및 대규모 인터넷 국어 자원봉사 심의단의 구축, ⑥국어 정보화 자료 구축의 개선, 국어 문화 전자 잡지(웹진) 제공, ⑦한글 전용과 병행한 한자 이해 교육 강화 등을 제안하였다.


  2. 어문 규범 정책

  어문 규범과 관련하여서는 특별한 제정이나 개정이 없었다. 단지 1994년부터 2개월마다 개최해 온 ‘정부 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가 정기적으로 열려 50차(2003.2.20.)-55차(12.17.) 회의에서 결정안을 제시하였다. 이 결과 새 축구 국가 대표팀 감독의 이름은 ‘쿠엘류’가 아닌 ‘코엘류’로 적게 되었다.
  사전의 규범성이 문제된 것으로 국회 신기남 의원이 동아일보 어문교열팀과 공동 조사한『표준국어대사전』의 오류 실태가 보도되어(2003. 9.19.) 사전의 개정 계획이 관심사가 되었다. 1992년도부터 1999년까지 단기간에 만든 사전인지라 이런 오류는 예견된 사태이었다. 오류 사례는 ‘진갈색, 진녹색, 진노랑’의 ‘진’은 고유어로, ‘진청색, 진홍색’의 ‘진’은 한자 ‘眞’으로, ‘진하다’는 ‘津’으로, ‘진초록’은 ‘津草綠’으로 쓰는 식의 어원 오류, 의기(義妓) 논개가 진주성이 함락된 1593년보다 1년 빠른 1592년에 이미 죽은 것으로 표시된 것과 같은 정보 오류, 한자어 사이에서는 사이시옷을 쓸 수 없다고 한 ‘한글 맞춤법’ 제30항과 달리 ‘찻종(茶鍾), 찻잔(茶盞), 찻주전자(茶酒煎子)’ 등은 예외로 처리한 원칙 오류, ‘두껍’은 ‘두겁(가늘고 긴 물건의 끝에 씌우는 물건)’의 잘못이지만, 붓촉에 끼우는 것은 ‘붓두껍’으로 처리한 것과 같은 규범 오류, ‘선거관리위원회’를 줄인 말 ‘선관위’를 ‘選菅委’라고 쓰거나 골든글러브(golden globe)의 globe를 glove로 한 교열 오류 등의 개선을 위해서는 사전 편찬자의 자질 향상이 필요하거니와 사전 편찬 체계가 과학적으로 기획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런 오류가 계속 되풀이될 것이다.
  신기남 의원의 언론 발표에 따라 국어정책과는 언론에『표준국어대사전』의 오류 개선 방안을 밝혔는데 2003년부터 예산을 확보, 수정 작업에 들어가 사전 개정판 발간을 2007년 목표로 하고 국어연구원 어문규범연구부 내에 ‘사전 수정 특별 전담팀’을 운영하며 2004년에는 정오 교정표를 국어연구원 홈페이지에 파일로 올리고 종이판도 발행, 배포할 것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사전 교열 보완은 국어연구원이 꾸준히 해결을 도모해야 할 제1의 사업이라 하겠다. 우선 우수 교열자 채용을 위해 젊은 교열 인력 외에 40-60대의 퇴직 교열 전문가나 국어 전공 교원들을 ‘명예 교열인’으로 자격을 주고 교열 요원으로 초빙, 보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국어학적 지식만 가진 젊은 인력만으로는 사전 교열의 오류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므로 퇴직 교열인들을 대규모로 공모하여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또한 국어연구원에서 자체 교열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열어 편찬 및 교열 전문가를 육성할 필요도 있다.
  또한 사전 개정 작업을 위한 ‘제안 수집’(오류 신고, 사전 정보 보완 신고, 표제어 등록 등)을 위해 평소에 ‘인터넷 교열 접수’를 받아 전국 어디서 누구나 발견한 사전 오류를 전자우편으로 받아 반영하겠다고 홈페이지에도 홍보할 필요가 있다. 이때 신고 보상제 같은 것도 고려할 수 있고 ‘인터넷 명예 교열인’ 제도도 두어 전국의 네티즌을 활용할 수도 있다.
  규범 사항의 심의도 소수 학자들에 의존한 방식을 지양하여 소수 전문가로 구성된 학자 자문단 외에 자원 봉사단 형식의 전·현직 교수와 교사, 언론 출판 교열 전문가, 학문과 산업의 부문별, 세대 계층별, 성별로 언어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 인터넷 자문단’을 두고 이들 자문단에게 연구원의 시안을 전자우편으로 보내어 여론 청취를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발음 규범에서는 복수 표준 발음의 인정 여부가 난제이다. 국어연구원의 『표준 발음 실태 조사 Ⅱ』(김선철)는 전년도에 이은 조사로 서울, 경기 주민들 350명에게 9개 범주, 256개 단어의 발음 실태를 조사한 것이다. ‘관건 [관건] [관껀]; 김밥 [김:밥] [김빱]; 밟고 [밥:꼬] [발꼬]’처럼 복수 발음의 현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서울말에서는 성별, 학력별 격차보다는 연령별 격차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사전 발음과도 달리 나타나는 경우가 상당수라 사회 변화가 빠른 시대에 표준 발음의 개념부터 근본적으로 재정립하고 복수 표준어 규정처럼 복수 발음을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발음 규범 관련하여 개인 연구로 『한국어 표준 발음 사전: 발음, 강세, 리듬』(이현복)은 저자가 1960년대 유학 시절부터 필생의 노작으로 준비해 온 것인데 6만 여 주요 단어에 발음, 강세, 장단까지 밝힌 것으로 우리말 표준 발음 연구에 큰 이정표를 세웠다.
  『방송인의 발음』(김성렬), ‘표준 발음의 실제와 표준 발음법 교육의 필요성’(신승용), ‘남한과 북한의 표준 발음법의 통일 방안에 대한 고찰’(이주행)도 표준 발음법 문제에 참고할 만하다.
  2000년부터 지속해 온 사업으로 『어문 규범 실태 조사 Ⅳ』(정희원, 허철구 외)는 방송(KBS, MBC, SBS의 연예·오락, 시사 35개 프로그램), 잡지(시사·정치·예술·과학·취미·스포츠 등 각 분야 25종), 신문(9월 1일에서 9월 30일 사이 발행 일간지 6곳), 정부 주요 행정 기관 홈페이지(19개 기관)를 조사하였는데 이들의 오용 비율은 약 4~11%로 나타났다. 방송의 자막과 정부 홈페이지가 각각 11%, 10%의 오류로 높고, 오류 유형 중에 많은 것은 띄어쓰기이다. 전체 오류 중에 방송 자막은 약 54%, 잡지 58%, 신문 66%, 정부 홈페이지는 약 8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구자들은 문장 부호 오류가 상당히 높다고 하였는데 이는 현행 문장 부호 규정을 몰라서보다 규정이 상당히 미비한 탓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오류 유형을 어문 규정의 오류(6유형), 어휘 사용의 오류(3유형), 문법 및 문장의 오류(10유형)로 총 30가지를 분류하고 있는데 이들 30가지의 오용 척도 유형은 앞으로 오용 척도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새국어생활』 2003년 봄 호는 규범 관련하여 표준 화법 문제를 특집으로 다루어 ‘현행 표준 화법의 문제점’(김세중) 등 5편의 논문을 수록하였는데 ‘표준 화법’(1992)의 개정과 교육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어문 규범은 규범에 대한 반감을 없애기 위해 초등 교육 단계에서부터 조기 계몽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중고교 차원에서 반복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어연구원이 이를 위해 초등학생의 8,000여 건에 이르는 실제 글쓰기를 분석하여 잘 틀리는 것을 발췌하여 『초등 만화 맞춤법: 맞춤법과 표준어 편』, 『초등 만화 맞춤법: 띄어쓰기와 외래어 편』, 『초등 만화 맞춤법: 단어 편』(정희창 감수)을 발간한 것은 딱딱한 어문 규범을 어린이 눈에 맞추는 좋은 발상이라 하겠다.
  대중적 규범 해설서나 논문으로는 문법과 규범을 같이 묶은 『(국어의 문법과 맞춤법) 우리말 알고 쓰기』(김기혁 외), “국어 어문 규정의 인지 실태와 교육의 필요성”(박덕유), 띄어쓰기를 다룬 “올바른 띄어쓰기 방안”(조영희), “띄어쓰기에 관한 몇 가지 문제”(이선웅), 표준어와 방언 교육 문제를 다룬 “표준어 교육과 지역 언어 교육”(조규태)이 나왔고 “한글 맞춤법 검사기의 국어학적 검토”(김정우)는 맞춤법 검사 프로그램의 문제를 다루었다.


  3. 국어 순화 정책

  국어 순화는 매년 국어정책과와 국어연구원이 공동 추진하는 사업으로 지난 10여 년간 여러 분야의 순화 사업을 이룩하였다. 국립국어연구원은 ‘국어 순화 실천 방안 마련을 위한 학술 대회’(2003. 10. 6, 세종문화회관)를 개최하여 국어 순화의 방향 정립에 기여하였고, 순화 자료는 『국어 순화 자료집』(연극 영화 부문)과 『언론 외래어 순화 자료집』이 나왔다. 2003년 11월에는 문화관광부고시 제2003-13호로 영화 용어 354개와 언론 외래어 240개의 순화어를 문화예술진흥법 제7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고시하였다. 『국어 순화 자료집: 연극 영화』는 연극 용어 323개, 영화 용어 354개를 순화하였는데 ‘모놀로그’를 ‘독백’ 대신 사전에도 안 나오는 ‘독화’(獨話)로 한 것, ‘무드’를 ‘분위기’ 대신 ‘정서’로만 제시한 것 등은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언론 외래어 순화 자료집』(최용기)은 2000년부터 나온 연속 작업으로 주요 일간지에서 외국어를 골라 순화어를 각 언론 기관에 알리는 일을 해 왔는데 이번 자료집은 1999년 6월부터 2003년 10월까지 각 언론사에 알린 순화어 1,174개를 가나다순으로 모은 것이다. 그러나 ‘언론 외래어’의 개념이 모호하고 자칫 ‘신어 조사’ 사업이나 ‘어문 규범 준수 실태’ 연구와도 중복되기 쉬우므로 신어 조사와 역할을 분명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의 순화 분야 최대 업적은 1991-2003년까지의 국어 순화 자료 결과를 통합한 『국어 순화 자료집 합본집』(최용기)과 연구 보고서(최용기, 민현식, 이정복)를 발간하고 지나간 국어 순화 10년을 반성할 수 있었던 점이다. 이 보고서 1장 ‘국어 순화 정책의 역사와 개관’(최용기)은 국어 순화 정책의 역사를 정리하였다. 2장 ‘국어 순화의 국어학적 연구’(민현식)는 ‘국어 순화’의 개념을 크게 네 방향으로 정리하여, ①우리말 쓰기 즉 국어화(國語化) 또는 모어화(母語化), ②바른말 쓰기 즉 규범화(規範化), ③쉬운 말 쓰기 즉 용이화(容易化), ④고운 말 쓰기 즉 우미화(優美化)라 하였다.
  이상은 국어 순화를 넓은 의미의 ‘국어 순화’(國語純化, purification)로 본 것이지만 좁은 의미의 ‘국어 순화’(國語醇化, refinement)로 보면 남북한에서 주로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위 ①③의 어휘 차원에 국한하여 외국어나 난해 한자어를 국어답게 다듬는 말다듬기 사업이 된다. 이 연구에 따르면 1992-2002년까지 순화해 온 대상어는 25개 대영역을 순화해 왔는데 순화 대상 항목은 20,530개이었다. 순화 대상어 중 한자어(54.6%)와 외래어(32.1%, 비일본계 외래어)와 일본어(10.2%)의 비율이 가장 높아 총 96.9%를 차지한다.
  그동안의 순화어 중에는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는 한자어(가가호호, 가건물, 가관이다)나 정착 외래어(메모, 그래픽, 버튼, 부라자, 스탠드)를 억지로 순화 대상으로 선정하는 경우가 많았고 대상어와 순화어의 화용 의미상의 불일치(노이로제 → 신경쇠약; 댐 → 둑, 제방; 조명 → 비춤)로 순화가 성공하기 어려웠다. 그동안의 순화 대상어의 영역 선정도 무원칙하고 임의적이어서 가령, 언론·행정 영역은 분야와 순화 대상어가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건설’과 ‘건축사’, ‘경제’와 ‘금융’, ‘미술’과 ‘미술사’, ‘패션’과 ‘봉제’ 분야의 순화 대상어는 대부분 중복되어 나타난다. 미술 분야는 ‘미술’과 ‘미술사’로 ‘체육’ 분야는 하위 15개 종목 모두를 다루면서 음악 등 다른 예술 분야는 전혀 다루지 않았다. 스포츠나 음식명은 순화가 어렵다는 점에서 공연한 순화 작업으로 비칠 수 있다. 앞으로는 인문, 사회, 과학, 예술 분야를 망라한 장기적인 전문어 순화 정책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①생활 순화 대상어와 ②전문 순화 대상어를 구분하여 ①생활 순화 대상어는 항시 수집하여 월 1회 정도로 전문가들이 사정하고 국어심의회를 거쳐 고시하도록 한다. ②전문 순화 대상어는 학문 분야별 순화 위원회를 구성하여 정기적으로 순화하여 국어심의회를 거쳐 고시하도록 한다. ‘우동’을 ‘가락국수’로 바꾸는 것처럼 외래 음식명까지 바꿀 필요는 없으니 무조건 다 바꾸지 말고 선별하여 바꾸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남한에서 순화어 정책이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은 정부, 학술단체, 소수의 학자가 주도하는 순화어 운동이 되고 순화어 보고서로만 남아 있는 순화어들이 되어 대중의 참여와 흥미를 끄는 데는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였다.
  3장 ‘기존 순화어의 사회 언어학적 연구’(이정복)는 ‘나들목, 갓길, 둔치, 깜빡이등, 건널목, 길라잡이’처럼 정착 순화어들과 ‘무른모(소프트웨어), 굳은모(하드웨어), 셈틀(컴퓨터), 다람쥐(마우스)’처럼 비정착 순화어의 실태를 사회언어학적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순화어가 화자들 속에 널리 퍼져 나가고 정착되는 데에는 일반 언어학적 요인과 함께 사회언어학적, 언어 심리학적, 화용론적 요인들이 두루 함께 작용하므로 이런 요인을 예측하여 순화어를 만들어야 한다고 보았다. “사회언어학에서 본 국어 순화의 문제점”(이정복)도 같은 성격의 논문이다.
  “학생 한글 운동의 회고”(김슬옹)는 국어 운동사적 관점에서 의미 있는 회고라 하겠다. “신문 기자의 언어 사용 양상”(이주행), “한국 신문의 외래어 지면 이름에 대한 언어학적 분석-주요 일간지를 중심으로-”(임규홍)는 언론 외래어 남용의 실태를 보여 주며, “국어 교과서의 외국어 번역투에 대한 종합적 고찰”(김정우), “국어 교과서의 문장 사용 실태 조사(2) -어미와 조사를 중심으로-”(김정우)는 교과서의 문장 오류 문제를 다루어 앞으로 지침으로 삼을 만하다. 특히 번역론 분야는 문장의 국어 순화 문제와 연계되어 중요한 영역인데 김정우 교수의 “자연 과학 텍스트의 번역 방법론 시론”, “영·한 번역과 국어의 몇 과제”는 번역론과 문장 순화론의 발전에 기여할 논문들이다. 대중적 순화서가 많은 중에 『우리말 오류 사전』(박유희, 이경주, 차재은, 최경봉)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표현과 국어 상식의 오류들을 사전식으로 규명하여 흥미와 지식을 더하게 한다.


  4. 북한어 정책

  북한어 연구는 연구사가 드문 중에 “북한어 연구의 어제와 오늘”(홍사만)이 1970년대 이래 나온 930여 편의 북한어 연구물을 개괄하고 남북한 문법, 언어 정책 등의 차이와 흐름을 짚어냈다. 북한어 연구는 남북간 공동 연구가 시급하여 국어연구원과 중국 중앙민족대의 협력으로 남북 언어 동질성 회복을 위한 제1차 남북국제학술회의가 북경 중원 빈관에서 2001년 12월 14-16일에 열린 이래 제2차 국제회의가 ‘민족 고유어의 통일적 발전과 방언 조사 연구’라는 주제로 북경 21세기 호텔에서 2003년 11월 5-9일에 열렸다. 방언과 전산 언어학 관련 논문들이 발표되고 특히 남북 공동 협력의 가능성이 타진된 것이 긍정적이다. 앞으로 공동 기구 구성 등을 통해 학술회의가 정기적으로 직접 남북 지역에서 열리는 날이 오도록 꾸준히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국어연구원에서 나온 『북한의 우리말 의미 연구 자료집』(전수태)은 북한 어학 논문집인 『문화어학습』(1968-1997)과 『조선어문』(1990년대 발간분)에 실린 북한 의미론 분야 논문 130여편과 자료 200여편을 영인본 대신 활자 입력본으로 여러 논문, 논설을 묶어 낸 논문 묶음집이다. 북한 자료의 접근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활자화하여 출간하는 것은 서비스 차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활자화의 수고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활자화 서비스가 북한 자료 전반에 걸친 서비스라면 음운론, 형태론, 통사론 등에 걸쳐서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왕 내는 자료이므로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다른 통일 관련 연구자들에게 유용한 기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남북한이 거대 통일 담론에 앞서 이런 학문 자료 교환부터 공개하는 일이 작지만 큰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좋겠다.
  『북한 사전의 미등재어 조사 연구』(전수태)는 남북 국어사전의 미등재어를 670여개 선정해 뜻풀이를 달았다. ‘봄시위물(봄에 얼음이 녹아내리는 물), 톺아오르다(숨가쁘게 오르다)’ 등 살려 쓸 말이 다수 있다. 『남북 언어 순화 자료 협의를 위한 기초 연구』(이승재)는 남쪽 순화어 22,655개, 북쪽 순화어 38,307개를 종합한 색인집으로 앞으로 지속적으로 보충되고 활용하여야 한다.
  『남북의 언어와 한국어 교육』(박창원 편, BK21 언어학총서 5)은 제1부 남북 언어 문제에 9편이 실려 있고, 제2부 국어 문법의 이해와 한국어 교육에 15편의 논문이 실렸다. 한동완의 “남북한 국어학 비교와 통합 전망”과 “북한의 국어학 체계 개관”이 북한 국어학에 대한 전반적 조망을 보여 준다.
  “남북한 방송 보도의 문체적 특성 연구”(김상준)는 남북 보도 문체를 비교한 연구로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여 흥미롭다. “북한의 번역 연구와 고전 번역 사업”(김정우)은 북한의 고전 번역 실태를 정리하고 북한의 번역 원칙은 ‘역사주의’ 원칙과 ‘현대성’ 원칙의 철저한 구현이라고 밝혔다.


  5. 한자·한문 정책

  우리나라의 한자·한문 정책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 6호(1948)에 따라 한글 전용 원칙과 당분간의 한자 병용 허용, 중고교용 1,800자 교육용 한자 선정, 중학교부터의 ‘한문과’ 교육을 원칙으로 하고 초등학교는 필요에 따라 교장 재량에 따라 ‘재량 활동’으로 한자 교육을 하여 왔다. 6차 교육과정부터는 중학 한문이 선택으로 바뀌어 위축세를 보이며, 대입 수능 시험에서는 제2외국어과에 속하여 중국어, 일본어, 독어, 불어 등과 선택 경쟁을 하는데 독어, 불어보다는 선택자가 많아 한문과 관련자들은 다소 안도하고 있다. 그런데 1990년대 중국 부흥에 영향 받아 한자 사교육 시장은 조기 한자 교육 현상으로 나타나 활성화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공교육이 홀대하는 한자 한문 교육을 사교육이 선도하는 형국이다.
  지난해 한자 정책에서 특별한 논쟁은 없었으며 한자 관련 단체들이 국어 기본법의 한자 홀대를 비판하는 분위기였던 것이 주목된다. 한국어문교육연구회가 ‘동아시아 한문 교육의 현황’이란 주제로 국제 학술 대회를 6.28-29 양일간 충남대에서 가졌는데 한중일 한문 교육의 현황을 돌아보고 국가별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어 및 한자 분석 연구’(민현식 외)는 초등학교 18개 전 과목, 전 학년 72권 교과서의 한자어를 한자로 변환 입력하여 한자어들의 실태와 이들 한자어에 쓰인 한자의 실태를 조사한 연구이다. 초등학교 1~6학년 총 18개 과목 교과서에 나온 한자어를 모두 한자로 변환한 결과, 총 개별 한자 수는 2,687자로 교육용 1,800자에 포함되는 한자는 1,665자이며, 포함되지 않은 한자는 1,022자이다. 2,687자의 38%가 교육용 한자에서 벗어나는 셈이다. 1,800자 중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어에 나타나지 않은 글자도 135자나 된다. 초등학교 교과서 18종에 나온 개별 한자어의 총수는 12,787자이며 한자어 출현 빈도가 가장 높은 과목은 ‘국어’ 교과로 특히 ‘읽기’ 교과가 가장 많은 한자어를 보인다. 그 다음으로는 ‘사회, 산수, 사회 탐구, 도덕, 과학’ 등의 순서로 나타난다. 한자어에는 교과별 특성이 반영이 되어 있으니, 국어와 사회 교과서에는 많은 한자어가 고루 사용된 반면, 수학과 과학, 도덕 교과서에는 특정 한자어의 빈도가 매우 높다. 100위 안에 드는 한자어는 ‘親舊, 數, 個, 內容, 方法, 生活, 活動, 模樣, 點’ 등의 순서이며 ‘親舊, 學校, 先生님, 家族, 學生, 班, 番, 動物, 自己, 約束, 少年, 父母님’ 등은 모두 초등학생의 생활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연구는 초등학교 교과별 한자어의 실태를 상세히 밝혀 주어 교과별 개념어 교육에 유용할 것이다. 영어권에서는 지식 교육상 필요한 이해용 학문어(academic words)의 개념을 1천 단어 정도로 상정하고 있어 우리도 이들 한자어들을 중심으로 학문어 목록을 추출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한자·한문 교육은 국어 교육과 분리되어 유기적 협조가 안 이루어져 국어 능력의 기초인 어휘 교육에 파행을 야기한다. ‘한문과’는 현재 ‘한자, 한자어, 한문’의 3대 영역만 가르치고 국한 혼용체 교육은 국어과도 한문과도 모두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한문과’가 대부분 국한 혼용체 교육을 하는 것과 비교되는데 앞으로 8차 교육과정에서는 국어과, 한문과에도 국한 혼용체 문장을 근고문체로 포함하면 한글 전용 정책에도 어긋나지 않거니와 다른 과목들(특히 국사, 과학, 사회)에서도 한자를 괄호로 병기하여 학생들의 어휘력을 높여야 한다.


  6. 국어 정보화 정책

  국어정책과의 직할 사업으로 ‘세종 계획’은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 동안 추진하고 있는 국어 정보화 중장기 사업으로 2003년은 세종 계획의 1, 2단계 사업을 마무리하고 3단계 사업을 준비하는 해이다. 문화관광부는 2004년 봄에 1-2단계 사업에 대한 성과 발표 및 토론회(2.23.)와 세종 계획 운영 위원회(3.10.) 및 국어심의회 국어정보화분과위원회의(3.16.)를 개최하였으며 여기에서 지적된 결과물의 표준화 문제와 보급 활용의 미비점을 수렴하여 3단계 사업을 최종 확정하였다. 3단계 사업은 결과물의 체계적 보급과 활용도의 극대화, 결과물의 표준화 및 연계성 강화를 통한 이용자 편의성 보장, 분과별 기능 통합 조정 및 집중화를 통한 세종 계획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목표로 하여 9개 분과 사업을 7개 분과 사업으로 통합하고 결과물 보급 관리 센터를 ‘국어 정보 관리 센터’로 개칭하며 결과물의 보급 확대 및 활용도 극대화를 위해 유니코드를 지원하는 웹기반의 통합 시스템을 2007년까지 단계적으로 구축한다고 한다.
  3단계 사업에는 총 78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3단계 사업이 마무리되면 3억 어절 규모의 말뭉치 구축과 70만 정보가 수록된 언어 처리용 전자 사전 개발, 어문 규정/남북한 방언/전통 문화 어휘 등 국민 언어 생활에 필요한 각종 정보 12만 건이 수록된 어문 관련 프로그램 개발, 과학·산업 기술 분야의 전문 용어 21만 건에 대한 정비 등 대규모 언어 자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되고 문자 코드 표준화 연구 및 국어 정보화 인력 양성 등을 통해 국어 정보화 수준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2003년도까지 마무리된 1,2단계의 실적별로 그동안의 연구자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몇 가지 검토를 제시한다.

  ①기초 자료 구축: 그동안 현대 국어 말뭉치 1억 5,065만 어절 구축, 원시 말뭉치 5,700만, 형태 분석 말뭉치 1,000만, 형태 의미 분석 말뭉치 550만 어절, 구문 분석 15만 어절 등을 이룩하였고 말뭉치 구축과 구성의 방법론, 표준화 연구, 구문 분석 방법론 연구, 지능형 형태소 분석기, 구문 태그 부착 말뭉치 구축 도구 등을 개발한 것은 중요한 성과인데 문법 범주 설정에서 지정사(이다, 아니다)를 설정한 것, 존칭 조사 ‘요’를 종결어미로 통합한 것은 학교 문법과 다른 태도이다. ‘기름기’의 ‘기(氣)’를 고유어 접미사로 기술한 것(2003 기초 자료 구축 보고서 179쪽)도 근거가 궁금하다. 무엇보다도 이 기초 자료 구축에서 얻어진 문법 분석의 경험은 규범 문법 제정과 학교 문법 교육에도 응용되어야 한다. 이 사업 보고서 ‘21세기 세종 계획 말뭉치 활용 방안’은 각종 말뭉치 구축 및 활용 방안을 제시하여 앞으로 ‘Corpus Linguistics’(말뭉치 언어학)의 한국어 말뭉치학 개론서로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②국어 특수 자료 구축: 특수 말뭉치 1,936만 어절(원시 1,703만, 분석 233만 어절)을 구축하였으니, 구어 전사 344만, 한영 병렬 402만, 한일 병렬 60만, 북한 및 해외 한국어 664만, 역사 451만, 다국어 한중·한러·한불 말뭉치 15만 어절을 구축하였고 말뭉치 가공 및 활용 시스템과 한영 병렬 말뭉치 용례 검색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구어 말뭉치는 입말 문법 연구에 활용되고 병렬 말뭉치 구축은 한국어 교육에도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
  ③전자사전 개발: 중규모 전자 사전 구축(상세 92,500 어휘, 확장 목록 및 기초 268,250 항목)이 목표인데 기존 전자 사전과 차별된 방향이 무엇인지『표준국어대사전』편찬의 오류를 밟지 않도록 중사전 규모에 맞는 표제어 선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가령,『연세 한국어 사전』이 ‘예수쟁이’ 같은 속어는 실으면서 정작 ‘예수’는 빠트렸는데 이런 오류가 표제어 선정 시 빈도수만 의지하다 보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표제어 선정 과정이 정밀하여야 할 것이다.
  ④한민족 언어 정보화: 어문 규정 검색기(표제어 54,245개), 남북한 언어 비교 사전 검색기(표제어 13,000개), 남북한 이질어 검색기(표제어 3,083개), 남한/북한/중국 및 기타 지역 방언 검색기(표제어 38,011개), 역사 어휘 검색기(표제어 2,053개)로 된 시디를 개발하여 교육용으로 가장 실용성이 큰 성과물이다. 특히 역사어 검색은 어휘 목록을 계속 확대하여 세기별 용례를 반영한 어휘사 사전 구축으로 이어져야 할 것으로 기대된다.
  ⑤전문 용어 구축: 경제, 물리학, 화학, 생물학, 의학, 수학, 전산학 등 7개 분야 전문 용어를 한영일 대응어로 9만여 개 구축하고, 전문 용어의 국어학적 조어법 분석도 6만 건 하였으며, 말뭉치도 600만 어절을 구축하였다. 그런데 이 작업은 순화어 작업으로 연계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⑥국어 정보화 인력 양성: 국어 정보화 인력 양성을 위한 ‘국어 정보화 아카데미’를 4회 개최하여 기초 강좌, 집중 강좌로 구분하여 1천여 명의 수강자를 배출하는 성과를 거두었는데 대학원생들의 참가는 이 분야의 미래를 밝게 한다. 그러나 국어 정보화를 선도할 국어국문학 교수들의 참여가 적은데 이는 교수들과 학생들을 동등한 수강자로 운영하는 방식 때문으로 교수 예우 측면에서 개선되어야 한다.
  전체적으로 이 사업에서는 각 사업 간 유기성을 살리고 기초 연구를 충실히 하여 도구와 용어, 분류의 표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말뭉치의 질을 보장하도록 다양성과 균형성이 확보된 균형 말뭉치를 구성하고, 다른 결과물도 품질이 우수한 결과가 나오도록 기획 관리, 엄정한 중간 및 기말 평가가 다단계로 이루어져야 한다. 결과물 보급도 아직 미미하여 3단계 기간에는 결과물 보급에 치중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보급이 미미했던 것은 보급의 대상이 불확실한 데 기인하므로 앞으로는 가장 중요한 보급 대상자인 국어학 분야 교수, 국어 교사들, 한국어교육 기관 교원들에게 효과적으로 보급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2단계 사업에서는 보급 미비도 문제로 드러났는데 이 사업 결과를 1차적으로 적용할 분야가 국어 교육 분야라는 점에서, 이 사업에 전국 사범대와 교육대의 국어 교육학 전공 교수들의 참여가 드물고 일반대 국어학 전공자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는 데서 보급 부실의 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사업 기획이나 평가 단계에라도 국어 교육 및 한국어 교육 연구자 및 교원들의 평가 참여와 현장 요구에 따라 더욱 훌륭한 성과가 나와 현장 교육에 활용될 때 진정한 국어 정보학도 발전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세종 계획은 연구자들이 대학원 인력을 활용하여 다대한 성과를 내고 우리의 국어 정보학을 크게 도약시켰으며 국어학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쳐 앞으로는 국어 정보학에 기반한 국어 연구가 요구되고, 구어와 문어를 종합한 표준 문법을 다시 써야 하며, 국어 교육과 한국어 교육, 출판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7. 국어 교육 정책

  국어 정책이 우선적으로 실천 적용되는 곳은 교육(학계), 언론, 관공서, 출판의 4대 영역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유초등 교육부터 국어 정책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교육계야말로 확실한 어문 규범 정책의 장기 대상 영역이므로 제1 우선 적용 대상 영역이다. 사실상 건국 후 한국의 어문 정책은 문교부 편수관실에서 이루어져 왔다는 점도 이러한 국어 정책의 교육적 성격을 역사적으로 보여 준다. 따라서 국어 교육 정책 자체가 국어 정책의 중요한 영역이란 점에서 국어 정책 부문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어문 규범뿐 아니라 문화부의 도서 정책, 문화 예술 진흥 정책은 국어과의 문학, 독서 분야와 밀접하여 국어 교육 정책은 문화부의 제반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어연구원이 수행하는 국어 연구의 실용 목표가 국민의 독서, 화법, 작문 능력 함양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능력 함양은 국어 교육 정책의 목표이므로 국어 정책은 국어 교육 정책의 기초 정책이다. 일본처럼 문부과학성에서 어문 정책과 교육을 같이 다루는 속에서는 국어 정책이 국어 교육 정책과 유기적으로 집행되는데 우리는 문화부와 교육부가 분리되어 사실상 정책 분리로 인해 불편한 점이 있으니 교과서 편찬 시에 국어연구원 규범과 다른 내용의 교육부 편수 자료와 출판사 편람이 적용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앞으로 8차 교육과정 교과서 개발과 관련하여 띄어쓰기 규범은 전면적 보완이 필요하다.
  국어 교육 정책 관련 연구로는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가 학술진흥재단의 기초 학문 지원 육성 사업에 선정되어 수행하고 있는 ‘근현대 민족 어문 교육 기초 연구’가 주목된다. 이 사업은 국어 교육 영역에서 연구사 정리가 미진하여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1단계 2년 기간(2002. 8.1.- 2004.7.31.)이 진행되었다. 그 연구 내용은 ①교육과정 및 교과, ②어문 정책 및 어문 운동, ③어문 교육 연구, ④북한 어문 교육, ⑤한국어 교육의 5대 부분으로 나누어 교과서 및 연구 논저 자료 정리와 해제 작업을 하고 광복 후 교과서 게재문 제목과 필자 색인 등을 정리하여 차후 교과서 활용에 가능하도록 하였다.
  “통감 시대의 어문 정책”(허재영)은 통감부(1905-1910) 치하에서 국어 교육이 일제 식민 교육의 전 단계로 이행되는 과정을 밝혀 주고 있다. 일어 과목이 신설되어 일어 보급이 시작되고 교과서 검정제, 학회 허가제가 생겨 항일 의식의 차단을 꾀하였고 국한문체 교육이 일반화하는 과정을 다양한 사례로 기술하고 있다. 같은 필자의 “근대 계몽기의 국어 연구와 한글 맞춤법”도 이 시기의 표준어 의식과 맞춤법 제정 과정을 논하고 있고, “근대 계몽기의 어문 문제와 어문 운동의 흐름”도 계몽기 국어 연구와 후대에 미친 영향을 다루고 있다.
  “일제 강점기 조선어 교육의 의도와 성격”(김혜정)도 위 기초 연구의 성과물로 “조선 교육령”의 ‘조선어과 규정’들과 교재였던 ‘조선어 독본’류를 중심으로 조선어 교육의 성격을 다루어 ‘조선어 교육’은 ‘근대적 문식성 획득’과 ‘일본적 의식 용인’이라는 잠재적 목적을 위한 일본어 학습의 도구 성격을 띠었다고 주장한다.


  8. 한국어 교육 정책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부문도 국어 교육 부문에서 다룰 수 있으나 한국어의 보급을 국어정책과의 목표로 다루므로 한국어 교육의 정책적 측면은 국어 정책 부문에서 다룰 수 있다. 문화부의 ‘한국어 세계화’ 사업은 1998년부터 시작해 2000년부터 확대된 사업으로 세종 계획과 쌍벽을 이루는 10년 사업이다. 그동안 학습 자료(한국어 학습자 사전, 문형 사전), 초·중급 교재 개발, 교사 인증과 연수 방안 연구, 한국어 교육 연구 총서 발행, 한국어 교육 종합 사이트 개발, 단위 기지 구축 사업, 국제 학술 대회 개최 사업 등의 연구를 하였다.
  이 과정에서 문화부의 관련 기관으로 ‘한국어세계화재단’이 2001년에 설립되어 ‘한국어 세계화 사업’을 주관하게 되었다. 2003년도에는 그동안의 성과물을 종합 평가하는 과정이 있었고 일부 사업의 개선이 필요해 2004년도부터는 사업을 축소하였다. 그러나 이 사업을 재단이 직할하는 만큼 재단의 얼굴로서 한국어 교육 종합 사이트(정보망) 구축은 장기적으로 재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업의 교재 개발은 국내 대학 기관들이 자체 기관 교재들을 쓰는 현실에서 과연 이 공동 교재를 누가 쓸 것인가에 따른 수요자 설정이 중요한 문제이다. 2002년 11월에 처음 시행한 한국어 교육 능력 인증 시험이 2003년에는 7월, 11월에 2회, 3회를 치르고 일본에서 출장 시험도 치렀는데 앞으로 현행 ‘고시 인증제’는 단기 한국어 교사 양성 기관 출신의 인증제로 발전시키고, 한국어 교육 학위 기관을 인증하여 교사 자격증을 수여하는 ‘기관 인증제’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영국이 영어 교육 기관의 품질을 높이고자 시행하는 학습자 기관 인증 사업을 일본도 이미 하고 있으므로 우리도 시행하여 한국어 교육 기관의 품질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한국어 교육 능력 인증 시험의 문제도 오류 시비가 나오지 않도록 양질의 문항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관련 학회인 ‘국제한국어교육학회’(IAKLE)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과 교수 요목’이란 주제로 13차 국제 학술 대회(8.9.-10, 서울대)를 열어 표준 한국어 교육과정 수립을 모색하였다. ‘이중언어학회’는 ‘중국에서의 한국어 교육과 교재 및 이중 언어 교육’이란 주제로 11차 국제 학술 대회(10.17.-18, 북경외대)를 열어 중국 내 한국어 교육의 상황을 종합하였다.
  작년에는 문화 교육이 중시되는 이 분야 추세에 따라 문화 교육 전문 학회로 ‘국제한국언어문화학회’(회장 성기철)도 2001년 9월 창립 이래 본격 활동을 하여 ‘중국어권 학습자를 위한 한국어 교육의 언어 문화적 접근’(10.2-5, 북경 화북전력대학)이란 주제의 해외 워크숍을 하였고 2004년에는 학회지 『한국언어문화학』을 창간호로 발행하였다. ‘한국언어문화교육학회’(회장 박갑수)도 ‘한국 언어 문화 교육의 현황과 발전 방향’이란 주제로 창립 학술 대회(11.6, 경희대)를 개최하였다.
  한국어 교육 분야의 대표 학회지 『한국어 교육』과 『이중 언어학』에는 총 70여 편의 논문이 실렸고 국내외 학술 대회, 국내 한국어 교육 석사 학위 논문까지 하면 1년에 150여 편의 논문이 발표된다. 작년의 발표 논문 중에 노작으로는 “한국어 교육의 학문적 정체성 정립을 위한 한국어 교육 연구 동향 분석”(강승혜)이 1960년대 이래 한국어 교육 관련 논문 720편을 유형별로 분석한 것을 들 수 있다. 전반적으로 학문 연구사에 대한 논문이 드문 세태 속에 한국어 교육사 분야에 기여할 논문이라 하겠다.
  한국어 교육의 고유 영역인 오류 분석론, 중간 언어론에서는 박사 논문을 책으로 펴낸 『한국어 학습자의 오류 연구』(이정희)와 “중간 언어 의미 체계 정립을 위한 오류 분석의 실제”(안경화, 양명희), “한국어 교육에서의 중간 언어와 오류 분석”(김정은), “한국어 학습자의 단계별 언어권별 어휘 오류의 통계적 분석”(김미옥), “한국어 학습자의 표기 오류 실태 연구”(이소영)가 새로운 방법론과 사례를 제시하였다.
  문화 교육이 중시되는 이 분야에서는 “한국어 교육으로서의 문화 교육에 대하여”(박영순), “한국 문화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한국어 학습자 요구 분석”(강승혜), “한국어 문화 교육 방안에 대한 연구”(조현용), “국어 교육과 한국어 교육에서의 문화 교육”(민현식)이 발표되어 문화 교육의 개념과 방법을 논하였다.
  해외 동포의 모국어 변이 현상에 대한 연구도 “남한어와 중국 조선족 사회의 언어 비교 연구”(이주행), “중국 조선족 학생들의 모국어 사용에 대한 공시적 연구”(강희숙)가 나와 앞으로 국제 한국어의 변이 현상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어 교육 박사 논문으로는 〈한국어 문법 교육을 위한 연결어미 연구〉(김수정)가 계량 언어학적 분석을 통해 어미 교육의 위계화 방안을 제시하였다. 정책 관련 박사 논문 〈한국 정부의 재외 동포 정책 연구-한국어 교육 정책을 중심으로-〉(조항록)는 한국어 교육 정책 분야 첫 박사 논문으로 재외 동포 교육의 역사를 정리하면서 한국어 능력 시험, SAT 한국어 시험, 관민 협력 사례를 분석하였는데 이 분야 관료 조직의 변화, 민관 협력 체제의 구축을 시급한 과제로 제시하였고 앞으로 한국어 교육 정책 연구의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많이 보여 준다. 교육부의 정책 과제 연구인 ‘국제 고등학교 설립 및 운영 방안 연구’(김중섭)는 국제화한 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이 제기된 국제 고교를 일본과 미국의 사례와 비교하여 연구한 것이다.
  국어연구원은 한국어 교육 연구도 하여 이미 ‘한국어 교육용 기초 어휘 연구’를 통해 한국어학습용 기본 어휘 5,965개를 선정, 초급(1단계)에 982개, 중급(2단계)에 2,111개, 고급(3단계)에 2,872개를 배정하여 한국어 교육용 어휘 교육에 참고할 수 있게 하였다. 김광해 교수도 그동안 어휘 평정을 해온 결과를 총 정리한 노작『등급별 국어 교육용 어휘』를 출판하였다. 이 책은 메타 계량의 방법으로 238,010어를 선정하고 7등급으로 나누어 국어 교육용과 한국어 교육용으로 구분하여 교육용 어휘 등급 평정을 하고 있다. 『새국어생활』(2003 가을호)의 ‘기초 어휘와 기본 어휘 특집’도 그동안의 기초 어휘 논의를 정리하였다.
  국어연구원은 ‘외국인(영어권)용 국어 발음 학습 CD(바른 소리)’(김선철)를 제작 배포하여 한국어 교육용 교육 자료로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주요 어휘 용례집: 명사편’(전 3권, 정호성)』은 한국어 학습자에게 어휘 용례를 보여 주기 위한 자료집이다. 2001년(형용사 편, 1,123 항목 800여 쪽)과 2002년(동사 편, 1,371 항목, 1,600여 쪽. 2권)에 이어 세 번째로 낸 자료집이다.『표준국어대사전』에서 명사 표제어 4,166항을 주요 어휘로 선정하고 각 어휘 뜻풀이를 잘 보여줄 수 있는 57,500여 용례를 국립국어연구원 말뭉치(7,500만 어절)에서 추출하여 제시한 것이다. 앞으로 부사, 관형사편도 준비 중에 있는 야심찬 작업이다. 그런데 이 자료집을 누가 이용할 것인가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자료집이 4·6판 상·중·하 세 권(모두 2,500여 쪽)으로 구성되어 있어 지나치게 두껍고 용례가 많아 학습자에게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한국어 학습자용으로 목적을 두려면 애초부터 실용성을 염두에 두고 편제와 용례 선정의 축소를 고려했어야 한다. 명사류의 용례 중에 ‘가까이’는 ‘가까이 왔다’처럼 부사로 쓰이는 경우와 ‘집 가까이에 있다’처럼 조사가 올 수 있는 명사로도 처리하여 명사와 부사 통용어로 처리하였으나 이의 반의어 ‘멀리’는 ‘집 밖 멀리에다가 숨겨놓았다’처럼 ‘멀리’ 다음에 처격이 올 수 있는 경우를 인정하지 않고 부사로만 기술하고 있다.
  그 밖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한자어 교육을 위한 기초적 연구”(한재영), 고빈도자 332자를 선정하여 학습자의 수준에 맞춰 초급용 163자, 중급용 169자를 배정한 “외국인 학습자를 위한 교육용 기본한자의 선정”(김지형)은 한국어 교육에서 위축된 한자 교육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였다.

  우리는 지금까지 국어 정책 기관(국어정책과, 국어연구원)의 정책 및 연구를 일별하고 어문 규범, 국어 순화, 북한어, 국어 정보화, 한자·한문, 국어 교육, 한국어 교육 정책을 중심으로 연구 업적을 검토하고 동향을 살펴보았다. 국어 정책은 국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도록 소통의 마당을 펼치고 물꼬를 트는 ‘틀잡이’와 ‘길잡이’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생각한다. 대립과 분열이 극심하였던 갑신년을 보내며, 가치의 혼돈과 소통의 장애가 극심한 우리 사회를 치유하고 국어의 상처를 싸매는 일도 국어 정책의 부수적 기능이란 점에서 정책 기관들이 발음, 단어 차원에서 문장, 담화 차원에 이르도록 치밀하고 원대한 최상의 언어정책을 새해에는 펼치어 국민들로부터 사랑 받는 국학의 정책 기관이 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국제화 시대에 외국의 언어 정책가, 언어 교육가들이 우리나라 국어 정책 기관들을 탐구하러 밀려올 날을 기대하고 그것을 준비하는 우리가 되기를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