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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ʃ] 소리의 한글 표기
정희원(鄭稀元) 국립국어원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에서 sh나 sch로 주로 표기되는 [∫] 소리를 한글로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의 Bush 대통령 이름을 ‘부시’로 적는 걸 보면 ‘시’인 것 같은데, 그 밖의 다른 단어들에서는 ‘슈’(Schmidt 슈미트)로 적기도 하고 ‘쉬’(English*잉글리쉬)로 적은 것들도 간간이 눈에 띄니 어느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사실 [∫]를 적는 방식은 외래어 표기법에서도 조금 까다로운 편에 속한다. 이 소리가 모음 앞에 올 때와 어말이나 자음 앞에 올 때 적는 방식이 각기 다르고, 어떤 언어의 소리냐에 따라서도 다른 규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발음기호로는 똑같이 [∫]로 적지만, 언어에 따라 이 소리는 조금씩 다르고 우리들 귀에도 다르게 들리기 때문에 각기 다른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서 [∫] 표기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ʃ]의 한글 표기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모음 앞 어말, 자음 앞 모음 앞 어말, 자음 앞
시, 슈

  [ʃ]가 모음 앞에 올 때에는 영어나 다른 언어일 때가 같다. 모두 ‘시’로 적는데, 실제로는 뒤에 나오는 모음과 합쳐져서 ‘샤, 섀, 셔, 셰, 쇼, 슈, 시’ 등으로 적게 된다. 예를 들어 ‘sharp[ʃa:p](샤프)’의 [ʃa] 소리는 ‘시+아’이므로 ‘샤’로 적고, ‘shopping[ʃɔpiŋ](쇼핑)’의 [ʃɔ] 소리는 ‘시+오’이므로 ‘쇼’로 적는다. 다만 [ʃi]는 ‘시+이’의 결합이지만 장모음을 따로 적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시이’가 아니라 ‘시’로 적는다. 따라서 sheet[ʃi:t]는 ‘*시이트’로 적지 않고 ‘시트’로 적는다. 프랑스어나 독일어 등 다른 외국어에서 온 말도 같은 방식으로 적는다. 프랑스어 단어 chocolat[ʃɔkɔla]는 ‘쇼콜라’로 적고, chef[ʃɛf]는 ‘셰프’로 적는다. 독일어 schon[ʃon]은 ‘숀’으로 적고, Schule[ʃu:lə]는 ‘슐레’로 적는다.
   자음 앞이나 어말에 [ʃ] 소리가 나올 때에는 좀 더 복잡하다. 영어의 경우는 자음 앞에서는 ‘슈’로 어말에서는 ‘시’로 적는다. 영어는 자음 앞에 이 소리가 오는 예가 많지 않다. 독일어계 이름 Schmidt[ʃmit]가 있는데, ‘슈미트’로 적는 것이 맞다. 마찬가지로 shrimp[ʃrimp], shrub[ʃrʌb] 등은 ‘슈림프, 슈러브’로 적는다.
   영어에서 어말 [ʃ]는 ‘시’로 적는 것이 원칙이나 ‘*쉬’로 적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마 이 소리가 우리말의 ‘시’보다는 입술을 동그랗게 만든 상태에서 내는 소리라서 그렇게 적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어의 [ʃ]는 모음 소리가 포함되지 않은 하나의 자음인데, 우리말의 ‘쉬’는 자음 ‘ㅅ’에 이중모음 ‘위’가 결합된 소리라서 [ʃ]와는 너무 차이가 나고 발음하기도 어려워 ‘시’로 적도록 하였다. 따라서 English[iŋgliʃ], British[britiʃ], Irish[airiʃ] 따위를 ‘*잉글리쉬, *브리티쉬, *아이리쉬’로 적어서는 안 되며, ‘잉글리시, 브리티시, 아이리시’로 적는 것이 맞다.
   프랑스어나 독일어, 그 밖의 다른 외국어에서 온 말의 경우 어말과 자음 앞의 [ʃ]는 모두 ‘슈’로 적는다. 따라서 상대성 이론으로 잘 알려진 독일 과학자 Einstein[ainʃtain]은 ‘*아인시타인’이나 ‘*아인쉬타인’이 아니라 ‘아인슈타인’으로 적어야 한다. 마찬가지 원칙의 적용을 받아 Schweitzer[ʃvaiʦɐ], Schröder[ʃʀødɐ]는 ‘슈바이처, 슈뢰더’로 적는다. 프랑스 지명 Manche[mã:ʃ]를 ‘망슈’로 적고,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Tashkent[taʃkent]를 ‘타슈켄트’로 적는 것도 같은 원칙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이 표기의 원칙을 잘 아는 사람들 중에 ‘은행 연계 보험’을 뜻하는 ‘방카쉬랑스’가 ‘*방카슈랑스’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방카쉬랑스’가 맞고 ‘*방카슈랑스’가 잘못된 표기이다. ‘방카쉬랑스’의 ‘쉬’는 [ʃ] 소리가 아니라 프랑스어의 [sy]를 적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프랑스어에서 ‘은행’을 뜻하는 ‘banque[bã:k](방크)’와 ‘보험’을 뜻하는 ‘assurance[asyʀã:s](아쉬랑스)’가 합쳐져 만들어진 ‘bancassurance[bã:kasyʀã:s]’를 프랑스어 표기 원칙에 따라 한글로 적은 것이다. 이 중 [sy] 소리는 s는 ‘ㅅ’으로 적고 y는 ‘위’로 적는다는 프랑스어 표기 원칙에 따라 ‘쉬’로 적은 것이지 [ʃ] 소리 표기와는 상관이 없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은 해당 외국어의 특성을 살려 적기 위해 언어별로 표기 세칙을 따로 마련해 두고 있어 표기한 형태가 그 언어의 현지 발음에 가깝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적어야 할 대상 언어의 규칙과 발음을 잘 알지 않고서는 제대로 적기가 매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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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