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어원
북한 문화어의 이해
한글 맞춤법의 이해
외래어의 이해
사전의 이해
표준 발음법의 이해
관용 표현의 이해
현대시 감상
현장에서
표준 화법
국어 생활 새 소식
당신의 우리말 실력은?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알려드립니다
 관용 표현의 이해
  함께 쓰이는 말로 구분되는 관용 표현
김한샘 / 국립국어원
  대부분의 관용 표현은 형태가 같고 글자 그대로 해석되는 짝을 가진다. 일반적인 한국어 화자의 경우에는 관용 표현과 글자 그대로의 의미를 나타내는 표현을 쉽게 구분할 수 있지만 어린아이나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외국인들은 관용 표현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때에 함께 쓰이는 말을 보고 의미를 구분할 수 있다.
(1) ㄱ. 박 사장은 화가 나서 문을 닫고 나가 버렸다.
  ㄴ. 손님이 없어서 식당이 곧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위의 (1ㄱ)과 (1ㄴ)에 쓰인 ‘문을 닫다’는 형태는 같지만 의미가 다르다. (1ㄱ)은 실제로 열려 있던 문을 닫는다는 의미이고 (1ㄴ)은 ‘사업을 그만두다’, 혹은 ‘하루의 영업을 끝내다’와 같은 관용적 의미이다. (1ㄱ)과 (1ㄴ)은 문장 구조가 ‘~이/가 문을 닫다’로 같기 때문에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를 판단하려면 ‘~이/가’ 자리에 와서 ‘문을 닫다’와 함께 쓰이는 말을 살펴봐야 한다. (1ㄱ)처럼 글자 그대로의 의미로 쓰일 때는 ‘~이/가’ 자리에 오는 주어가 대부분 사람이고 (1ㄴ)처럼 관용적인 의미로 쓰일 때는 주어 자리에 ‘회사, 공장, 가게, 공공시설’ 등을 나타내는 말이 온다.
(2) ㄱ. 증조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할아버지는 사흘 동안 곡기를 입에 대지 않으셨다고 한다.
ㄴ. 아버지는 어지럼증에 피부병까지 앓아 술은 입에 대지도 않으셨다.
ㄷ. 현옥은 고기와 생선은 입에 대지 않고 채소만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3) ㄱ. 나는 물주전자를 입에 대고 벌컥벌컥 물을 들이켰다.
ㄴ. 그는 마분지를 둘둘 말아 만든 마이크를 입에 대었다.
ㄷ. 김 교수는 주먹을 입에 대고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위의 (2ㄱ)~(2ㄷ)은 ‘입에 대다’가 관용적인 의미로 쓰인 예이고 (3ㄱ)~(3ㄷ)은 글자 그대로의 의미로 쓰인 예이다. ‘입에 대다’도 ‘~이 ~을 입에 대다’로 문장 구조가 같기 때문에 외형적인 조건에 의해 의미를 구별하는 것이 힘들다.
  관용 표현으로 쓰인 ‘입에 대다’는 ‘곡기, 술, 고기, 생선’ 등과 같이 ‘음식’에 해당하는 명사를 목적어로 취하고, 글자 그대로의 의미로 쓰일 때는 ‘음식’에 해당하는 명사를 목적어로 취하지 않는다. 글자 그대로의 의미로 쓰일 때 ‘입에 대다’는 동사구를 구성하는 명사 ‘입’과 동사 ‘대다’의 의미의 영향을 받아 접촉이 가능한 기구나 신체의 일부를 목적어로 취한다.
  (2~3)에서 ‘곡기, 술, 마이크, 주먹’ 등 목적어 자리에 올 수 있는 명사의 일부를 예로 들었는데 실제로 언어 자료를 분석해 보면 관용 표현 ‘입에 대다’의 목적어 자리에 올 수 있는 명사는 매우 다양하다. 다음 (4ㄱ)은 ‘입에 대다’가 관용적인 의미로 쓰일 때 목적어 자리에 올 수 있는 명사들이고 (4ㄴ)은 글자 그대로의 의미로 쓰일 때 목적어 자리에 쓰일 수 있는 명사들이다.
(4) ㄱ. 커피, 소주, 포도주, 마약, 술, 기름과자, 담배, 떡, 돼지고기, 순대, 물, 맥주, 짠 것, 매운 것, 막걸리
ㄴ. 주먹, 손, 주전자, 손나발, 소주병, 잔, 손가락, 숟가락, 종이 마이크, 확성기, 술잔, 찻잔

월간 · 비매품   발행_국립국어원
서울특별시 강서구 방화3동 827   ☎ (02) 2669-9721
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