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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호(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우리가 말하고 쓰는 모든 단어가 사전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사전의 성격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유행어 사전과 같은 특별한 목적의 사전이 아니라면 단어로서의 자격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단어라야 사전에 오르는 것이다. 아무리 널리 사용되는 단어라 해도 그것이 일시적으로 사용되는 유행어라고 하면 사전에 오를 자격을 확보한 것은 아니다. 80년대 초반의 광고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따봉’이라는 말을 알 것이다. 그때 얼마나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는가? 그런데 이제 그 말을 기억하고 쓰는 사람은 없다. 이처럼 잠깐 스쳐 가는 유행어를 일일이 사전에 올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면 ‘얼짱’은 사전에 오를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은 ‘얼짱’이 유행어인가 아닌가에 따라 갈라진다. 이 단어는 2002년 신어 자료집에 올랐고 지금까지 쓰이고 있으므로 유행어라고 하기에는 명이 길다. 그런데 계속 명을 유지하면서 단어의 자격을 획득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내리기는 지극히 어렵다.
  몇 가지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이 단어를 써야 할 필요가 지속적으로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외모 지상주의 열풍에 휩싸인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서 퍼진 말이 ‘얼짱’인데 과연 그런 분위기가 지속될 것인가? 필자는 부정적이다. 분위기가 바뀌면 그런 말을 쓸 일이 없어진다.
  다음은 단어의 구성이다. 단어의 구성이 거부감이 없으면 계속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면에서 ‘얼짱’은 별로 좋은 조건이 아니다. 익히 알려졌듯이 이 말은 ‘얼굴’과 청소년층에서 속어로 사용하는 ‘짱’이 결합된 말이다. ‘얼굴’에서 ‘얼’을 따는 조어 방식도 국어에서는 매우 낯선 방식이다. 이것만으로도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더구나 속어와 결합한 말이다. ‘얼짱’이 퍼졌다 해도 ‘짱’은 여전히 청소년층의 속어로 남아 있다. 속어는 자연스럽게 아무 자리에서나 쓰기에는 부담스러운 말이다. 물론 그러한 부담을 극복하고 사용 영역을 넓혀 가는 속어도 없지는 않다. ‘얼짱’은 신문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그만큼 거부감이 많이 희석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상의 자연스러운 대화에서도 거리낌 없이 등장하는가?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았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얼짱’이 유사품인 ‘몸짱, 쌈짱, 껨짱’ 등을 만들어내고 있으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유사품을 포함하여 모든 말이 사라진 사례는 많다. 유사품이 많다는 것이 명을 유지할 수 있는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필자가 보기에 ‘얼짱’은 잠시 사용되는 유행어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마치 일제 시대에 한동안 쓰였던 ‘모던보이, 모던걸’ 정도의 지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아직은 사전에 오를 만한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좀 더 지켜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