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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공동기획 MBC 한글날 특집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09. 10. 26. 조회수 13589

■ 제목: 국립국어원 공동기획 MBC 한글날 특집 "말의 힘"

■ 분량: 49분 1초

    

담당자: 인터뷰는 많이 해보지 않으셨어요?
황건: 우리나라에 와서 저 인터뷰 안 해 본 지 꽤 오래됐어요. (스트레칭)
최진: 나 물 한 잔 마실까요?
장소원: 빨리 끝나면 되죠.
곽금주: 아, 뭐야! 실물이 더 낫지 않나?
신지영: 질문지에 없는 거 얘기하지 말라고 했죠?
인터뷰 섭외(여): 죄송해요. 많이는 안 돼.
여교사: 어. 선생님 인터뷰하자. 예의 바른 사회적인 아이로 자랄 것 같다고 생각을 합니다.

 

신지영: 그러면 상대를 존중해 주는 마음을 갖자.
황건: 나부터 먼저 쓰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장소원: 훨씬 더 의사소통의 효과가 높아지겠죠.
곽금주: 언어의 힘이라는 건 “우리가 알게 모르게 우리의 행동을 지배한다.”라고 볼 수 있죠.

 

박혜진: 엠비시 뉴스를 마칩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카메라 앞에 서면 누구나 긴장하기 마련이죠? 사실 저도 마찬가지인데요. 이렇게 뉴스를 끝내고 나니까 이제서야 좀 편안해지네요. 카메라에 이렇게 불이 켜지면 말투나 표정이 평소와는 다른 완전 다른 사람처럼 변하게 되거든요. 방금 전 뉴스를 하던 저와 지금 제 모습이 이렇게 다른 것처럼 말이죠. 여러분은 오늘 어떤 말을 가장 많이 하셨나요? 매일같이 쉴 새 없이 말을 하는데 뭘 그런 것까지 신경 쓰느냐고요? 글쎄요. 과연 그럴까요?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 속에 엄청난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실험 다큐 ‘말의 힘’ 이제부터 시작합니다. 여기 막 지은 쌀밥이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병에 좋은 말과 나쁜 말을 붙이면 실험 준비는 끝입니다.

 

담당자: 안녕하세요?
최현정: 네, 안녕하세요?
담당자: 부탁드립니다.
최현정: 어? 이게 뭐예요?
담당자: 앞으로 한 달 동안 한쪽 병에는 좋은 말씀을 해 주시구요. 그리고 한쪽 병에는 듣기 싫은 말을 해 주세요.
최현정: 아, 뚜껑을 열구요? 알아들을까요?

 

“고맙습니다. 아, 예쁘다.”
“음, 냄새날 거 같애. 짜증 나. 미워.”

 

담당자: 카메라 앞이라 그런지 ‘짜증 나’도 너무 짜증 안 나게 말씀하시네요.
최현정: 제대로 한번 짜증 나게 할까요?
“어우, 짜증 나.”
아, 힘들어요. 이런 말 못하는데.
손정은: 고맙습니다. 짜증 나.
여 1: 감사합니다. 짜증 나.
여 2: 아, 예쁘다. 아유 짜증 나.

 

박혜진: 엠비시 아나운서실과 일반 사무실, 모두 5곳에 전달했는데요. 4주 후, 과연 어떤 변화가 생길지 한번 기다려 볼까요?
눈에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말의 힘을 직접 밝혀 보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하려고 합니다. 먼저 40미터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하고, 작은 초시계 하나와 서른 개의 단어 카드, 그리고 노신사 한 명까지, 이제 준비는 끝났습니다.
실험 참가자는 20대 남녀 12명. 실험 의도는 절대 비밀.

 

노신사: 이 실험은 문장을 만드는 언어 능력 테스트입니다.
박혜진: 자, 이제 실험이 시작됐습니다. 봉투 안은 모두 서른 개의 단어 카드가 들어 있습니다.
여자 피실험자 1: 좀 이렇게 나이 드신 분들이 연상이 되는데요?
박혜진: 제한 시간은 단 5분. 그 안에 카드를 조합해 세 개의 문장을 만들면 됩니다.
이명진: 늙은, 뜨개질하면서 휠체어를 타고 있는 노인분이 앉아 계시는데, 이분은 은퇴하셔 가지고 약간 쓸쓸하고 그런 느낌이에요. 그런 느낌이 되게 강했어요.
박혜진: 시간 안에 어렵지 않게 실험을 마친 참가자.
담당자: 아, 실험 끝나셨어요?
이명진: 네.
담당자: 고맙습니다.

 

실험이 끝나고 대기실로 돌아가는 참가자. 하지만 파란선을 밟는 지금 이 순간부터가 본격적인 실험 시작입니다. 긴장이 풀어졌기 때문일까요? 느슨한 걸음으로 돌아가는데요. 사실 40미터를 걸어가는 동안 제작팀은 몰래 숨어서 시간을 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꼼꼼하게 기록을 합니다. 사실 5분전 실험실로 들어갈 때에도 시간을 재고 있었습니다. 실험 전과 후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눈치 채셨나요? 실험이 끝나고 처음보다 무려 5초나 느려진 걸음. 심지어 걷는 모양이 지쳐 보이기까지 합니다. 왜, 무엇이 이런 행동의 변화를 가져온 것일까요? 실험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 아니면 피곤해서였을까요? 그 비밀은 바로 30개의 카드에 있습니다. 그것은 모두 노인을 연상시키는 단어였던 것이죠. 주목할 것은 실험 참가자 모두에게 이런 변화가 생겼다는 사실입니다. 노인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본 12명 참가자들이 걷는 데 걸린 시간은 실험 전보다 평균 2초가 넘게 느려졌죠. 그저 우연한 결과일까요? 이번에는 젊은이를 연상시키는 단어를 받은 4명의 참가자들. 한눈에 봐도 실험 후 걸음걸이가 더 빠르고 힘 있어 보입니다. 시간도 무려 2초 이상 단축됐는데요. 더 놀라운 건 아무도 자신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했다는 겁니다.

 

담당자: 걸음이 많이 느려지셨는데.
조슬기: 아, 들어갈 때요?
담당자: 아니 끝나고 나갈 때. 모르셨어요?
조슬기: 몰랐어요.

 

남자 피실험자 1: 아니요. 전혀 못 느꼈는데요.
남자 피실험자2: 지금 얘기 듣고 알았습니다.
이명진: 단어들이 약간 가라앉는다고 해야 하나. 좀 처진다고 해야 하나? 약간 그런 느낌이 들긴 했었거든요.

 

존 바그(자막): 걸음이 정말 느려졌군요. 효과가 크네요.
박혜진: 예일대의 존 바그 교수가 처음 이 실험 결과를 발표했을 때, 보이지 않는 언어의 힘에 대해 세계는 놀라움과 충격을 금치 못했습니다.
존 바그(자막): (어떤 단어에 노출되면) 뇌의 일정 부분은 자극을 받고 무엇인가를 할 준비를 하게 됩니다. 특정 단어는 뇌의 특정 부분을 자극해 자신도 모르게 행동하게끔 합니다. ‘움직인다.’라는 동사를 읽으면 뇌는 의식적으로 행동할 준비를 합니다. 언어는 굉장히 강력합니다.

 

2초는 작은 차이지만 만약 중대한 인생의 갈림길에서 특정한 단어나 말로 인해 선택이 달라진다면 어떨까요? 그야말로 말에는 행동뿐 아니라 인생까지 뒤바꿀 수 있는 엄청난 힘이 숨어 있는 것이죠.

 

곽금주: 단어를 다 숙지하고 외우고 여기에 대해서 이대로 행동하라하는 그러한 것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그 단어를 그냥 접하는 거죠. 그것만으로도 이렇게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언어의 힘이라는 것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우리의 행동을 지배한다고 볼 수 있죠. 거리를 걷다가 무심코 스치는 광고 문구나 간판, 티비(TV)에서 쏟아지는 정치인들의 말, 혹시 우리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생각과 행동을 지배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들어주고 말하는 게 직업인 사람들. 바로 소비자들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상담사들인데요. 말 때문에 겪는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하루 백여 통의 전화 중 20%의 전화가 막말이기 때문이죠. 
박경희: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분들도 있고, 그냥 쌍시옷 들어가는 욕하는 분들, 차라리 이런 분들이면 내가 그 욕을 듣고 마는데, 저의 가족이라든지, 저에 대해서 모독을 하는 분들이 있어요. 뭐, 니네 가족들이 그래서 니네 엄마가 너를 잘 키웠냐? 너를 이렇게 키웠냐? 이런 식으로.
김연주: 정신과 치료를 좀 받았던 편이에요. 지난 1년 이상 약을 복용을 했고, 그때는 제가 응급실에도 실려 가고 산소 호흡기도 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전화 상대방: 여보세요?
상담사: 말씀하세요. 들립니다.
전화 민원인(남): 뭔 얘길 하라고? XX야.
상담사: 고객님, 욕하지 마시고. 
전화 민원인(여): 말대답을 왜 하냐고. 어디서 그런 XX 진짜. 장난해 지금, 사람 데리고?

 

보이지 않는 전화 속에서 무차별로 쏟아지는 막말과 욕설 테러. 그건 차라리 공포였습니다. 우울증과 공황장애는 아예 직업병이 됐고, 심지어 임신 중에 유산까지 하게 된 동료도 있었습니다.

 

서수희: 처음에는 몇 시간 동안 울고 그랬는데 지금은, 지금도 너무 심하게 욕 듣고 그러면 울기도 하지만 그 시간이 조금 빨리 마음을 추스린다는 것뿐이지 이걸 적응하는 상담사는 아마 없을 것 같아요.막말과 욕설은 왜 쉽게 잊혀지지도 않고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할까요? 
담당자(자막): 지금부터 저희가 짧은 영상을 보여드릴 거예요. 그걸 잘 기억하셨다가 나중에 회상해 주시면 됩니다.

 

이번 실험에서는 16명의 실험 참가자들에게 부정적인 말과 긍정적인 말 30개를 뒤섞어 보여주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도 함께 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이 단어들을 주의 깊게 봐주세요. 단어를 다 본 후 자연스러운 기억을 유도하기 위해 간단한 수학 문제를 풀게 했습니다.

 

담당자: 저희가 보여드린 단어는 총 30단어입니다. 생각나는 대로, 순서는 상관없구요. 생각나는 대로 모두 적어주세요.

 

과연 어떤 말을 더 많이 기억할까요?

 

담당자: 지금 기억나는 단어 몇 개 얘기해 주세요.
백성문: ‘행복한’, ‘칭찬’, ‘욕’
조연희: ‘뷁’이랑 ‘너나 잘해’
손병만: 네. 뭐 ‘니XX’, ‘X’, ‘Fxxx’ 이런 거. ‘재수 없어’. ‘너나 잘해’
권민경: 네. 뭐 ‘니XX’라든지 ‘Fxxx’이라든지 보면서 ‘뷁’이라든지 단어를 보면서 웃었거든요. 저희도. 그런 자극적인 단어가 먼저 더 기억에 떠오르는 거 같아요.

담당자: 오늘 집에 돌아갈 때까지 기억에 남는 단어가 뭐가 있을까요?
이유진(시민): ○○이요.

 

실험 결과 전체 열여섯 명 중 부정적인 단어를 더 많이 기억하는 이들이 70퍼센트 가까이 됐습니다. 또 기억하고 있는 단어 중 절반 이상이 부정적인 단어였습니다.

 

곽금주 교수(서울대 심리학과): 그 막말과 욕설은 나의 뇌의 어떤 부위에 영향을 주고 활성화시킵니다. 그래서 이 변형계를 활성화를 시키는데, 이 경우에는 이성보다는 감정이라든지 정서가 활성화되는 부위입니다. 욕설이 더 기억에 남는 이유. 거기엔 인체의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욕설을 들으면 뇌 속의 변형계 즉 불안과 공격성, 기억에 관여하는 부분이 자극을 받는데요. 곧바로 심장박동은 빨라지고 이성이 마비돼 감정에 휘둘리게 됩니다. 결국 욕설을 듣는 사람도 분노해 같이 욕을 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죠. 지난 9월 실제 말 한마디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 있습니다. 시작은 집주인과 세입자의 흔하디흔한 신경전이었죠. 그리고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 무시하는 말에 화가 난 세입자는 참지 못했고 급기야 몸싸움으로 번졌습니다. 겨우 말 한마디로 너무 하다고요? 하지만 무심코 던진 말 때문에 인명을 해치는 사건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흔히들 욕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하지만 그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치명적인 독이 됩니다. 새로운 소통 공간, 인터넷에서는 어떨까요? 웹툰 작가 윤서인 씨는 벌써 3년째 악성댓글과 전쟁 중입니다. 오죽하면 만화보다 악성댓글로 뜬 작가로 더 유명세를 탔습니다.

 

윤서인(웹툰작가): 제가 예전에 일본 문화를 소개한 만화가 있어요. 그 만화가 많이 퍼졌는데 많이 일본에 우호적인 시각으로 만화를 그렸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 논지를 잘 지킨다고 컨셉을 잡아서 그렸던건데... 일본과 한국의 문화 차이를 주제로 그렸는데 매국노, 친일파란 악성댓글이 매일 2~300개씩 쏟아졌습니다. 한 아이돌그룹을 소재로 한 만화가 나가자 감당하지 못할 욕설과 막말 세례를 받아야 했죠. 이제는 익숙해졌다곤 하지만, 사실 처음 악성댓글을 봤을 때 충격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윤서인(웹툰작가): 대응을 하려는데 키보드가 안 눌러져요. 제가 기역을 눌러야 하는데 손이 떨려서 시옷 누르고 이런 경험도 했어요.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고 그 힘든 밤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고 몸도 경련이 일어나는 경험을 했어요.

 

텔레비전 뉴스: 텔런트 최진실 씨가 아침 일찍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 조윤희 씨가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 네티즌들의 악성댓글에... 알고 보면 악성댓글을 다는 이들은 너무도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한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익명일 때 여섯 배나 더 공격적이고 악의적인 말을 쓴다고 하는데요. 방심하는 사이 바로 내가 악성댓글의 주인공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뜻이겠죠.

 

박혜진(아나운서): 무심코 듣게 되는 말, 그리고 한 번 스쳐 지나가는 광고 문구나 간판에 나도 모르게 지배당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놀랍고 또 한편으로는 말의 위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줍니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긍정적인 말과 좋은 말을 들으면 생각과 행동이 자연스럽게 따라간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말은 관계 속에 존재하고 그 의미를 갖습니다. 하지만 말을 많이 하면 할수록 말이 안 통할 때도 있죠.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연결해 주는 이 특별한 소통의 도구가 때로는 우리를 외로운 섬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방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잠시 후 사람들의 대화를 지켜보겠습니다.

 

담당자: 안녕하세요? 이번에 자녀들 교육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문조사 좀 하고 인터뷰 좀 하려고 하거든요. 사실 진짜 피 실험자는 30대 주부 단 한 명, 나머지는 모두 실험을 위해 연기 연습까지 마친 상태입니다.

 

<자막> 시민 1: 저는 둘이거든요? 딸 하나 아들 하나,
시민 2: 저랑 거의 비슷하네요.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3학년
시민 1: 인터뷰 내용도 모르는데.
시민 2: 사춘기 애들, 그리고 조기 유학, 애들 교육.
시민 1: 말씀 잘하신다.

 

인터뷰를 기다리는 동안 비슷한 연배의 아이들을 둔 주부들이어서 그런지 금세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가는데요. 적당한 칭찬과 맞장구에 표정이 아주 밝아 보이죠?

 

시민 1: 여보세요, 유학? 캐나다 쪽에 이번에 알아봤는데 홈스테이랑 가디언이랑 맨리 지역 하고 써리 지역이 나름대로 괜찮더라.
시민 3: 유학 보내려고? 유학은 캐나다가 좋아요.
시민 1: 제가 또 알아보니까 미국은 까다롭더라고.
시민 3: 미국은 싸트(SSAT) 시험에 합격해야 하고, 그러면 지금부터 웨이팅 해놔야 돼.
시민 1: 딸은 그럼 지금 어디?

 

눈 깜짝할 새 화제가 아이들의 조기유학으로 흘러가는데요. 어째서인지 활발하게 대화를 주도했던 피실험자의 말수가 줄기 시작합니다. 다른 주부들은 자기 이야기에 정신이 없고 무슨 뜻인지 알아듣기도 힘든 말들을 속사포처럼 쏟아 냅니다.

 

시민 2: 저는 가면 같이 가고 혼자는 보낼 생각 없고.
시민 3: 유학은 보내야지.

 

관심도 잠깐 뿐, 다시 자기들만의 대화에 몰두하는 주부들. 피실험자는 대화에 낄 의욕조차 잃었는지 점점 말을 잃어갑니다. 대화 시작 후 불가 20분 만에 달라진 표정. 실험을 더 진행하는 게 잔인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담당자: 수고하셨습니다.
시민 2: 벌써 끝났어요?
담당자: 어머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아시겠어요?

 

<자막> 박승아 주부: 몰래카메라 상황인가요?
담당자: 처음에 들어오셨을 때 굉장히 웃으시면서 표정이 밝고 좋으셨거든요?
박승아 주부: 근데 점점 표정이 안 좋아지는 거?
담당자: 이런 상황이 조금 더 계속됐다면 어땠을까요?
박승아 주부: 일어선다니까요. 왜 나를 여기 데려왔나요 이렇게 제가... 아마 제가 다시 물어봤을 것 같아요.
이 실험은 2, 30대 성인 남녀 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요.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데 긴 시간은 필요 없었습니다. 피실험자가 잘 모르는 조기유학 정보와 어려운 재테크 용어, 그리고 영어만으로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상황.

 

<자막>

>코스닥지수, 서킷브레이커, 엔화스와프, 사이드카, 선물지수 급기야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돌발 상황까지 발생합니다.

 

시민 1: 황당했죠.
시민 2: 좀 바보된 기분이죠, 솔직히. 나만 안 하고 있구나.
시민 3: 소외감도 들고 그러더라고요.
담당자: 소외감 드는 건 금방이죠?
시민 3: 네, 순식간이더라구요.

 

곽금주 교수(서울대 심리학과): 이와 같이 대화의 장벽이라든지 소통의 단절이라든지 이러한 거는 인간으로 하여금 단순한 언어적인 문제를 떠나서 그 사람의 성격이라든지 성향까지도 파괴시켜 버리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언어라는 것과 말이라는 것, 대화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막> 
소통의 단절, 대화의 장벽은 한 사람의 성향과 성격까지 파괴시킬 수 있다. 실험은 끝났습니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이들이 겪은 소통단절의 절망감과 외로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누구나 소통을 원하지만 어떻게 해야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지 쉽지가 않습니다. 여기는 분명 서울 한 복판인데요. 간판만 보면 서울인지 미국 어디쯤에 있는 곳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기업도 국가도 지자체들도 이제는 슬로건 시대. 최첨단 마케팅 전략이라는 슬로건.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영어투성이입니다. 외국인들에게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알리고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소통의 대상자인 외국인들은 한국의 영어 슬로건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전국 지자체 슬로건 중 28개를 뽑아봤습니다.

 

<자막> 조지(영국): 렛츠고양은 이해하기가 어렵네요. ‘양’이 무슨 뜻입니까? ‘양’이 어디인지 모르겠어요.
외국인 1: “Good & Different”가 뭐죠? 어느 곳에 있습니까?
외국인 2: 모르겠어요.
외국인 3: 잘 모르겠어요.
외국인 4: 모르겠어요.

 

두 시간 넘게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이 많은 슬로건 중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한 외국인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쯤 되면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고 싶어집니다. 심지어 심각한 오해까지 불러일으키는 상황.

 

담당자: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외국인 1: 물? 스파클링은 뿜어져 나온다는 뜻이죠.
외국인 2: 와인? 샴페인?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좀 상황이 다를까요?

 

시민 1: 글쎄요. 왜 이렇게 지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이거 외국인을 위한 건가요?
시민 2: 모르겠어요. 허구가 되는 거 같아요. 제가 안양에 살지만 에이쁠인데 뭐를 의미하는지 건지.
담당자: 왜 이렇게 지었을까요?
시민 2: 글쎄요. 만든 담당자가 알겠죠.

 

많은 돈과 시간을 들였지만, 외국인도 모르고 한국인도 모르고 결국 누구도 알아듣지 못하는 슬로건이 탄생하게 되는 거죠. 한 나라의 국가 경쟁력까지 좌우한다는 슬로건. 우리의 슬로건은 어떻게 비추어지고 있을까요?

 

최용식(“한국 영어를 고발한다”의 저자): 사실 우리나라의 국가 슬로건에도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 슬로건 가운데 대다수는 틀린 영어이거나 슬로건이라고 부르기에도 부끄러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시 말해, 아예 말이 안 되거나 아주 유치해서 미국이나 영국의 초등학생한테도 무시당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이죠. 이렇게 조악한 슬로건을 본 외국인은 당연히 그것을 만든 도시나 국가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가질 수밖에 없고.
마이클 브린 인사이트(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대표): 중요한 것은 완벽한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관광객들은 완벽한 영어를 바라지 않는다. 언어의 완벽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통의 문제이다. 중요한 것은 말하고 싶은 것의 내용이다.

 

앞에서 잠깐 본 쌀밥을 기억 하시죠? 엠비시 아나운서실과 일반 사무실로 분양했는데요.
행복하세요. 아름다우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한쪽엔 좋은 말을,
짜증 나. 망할 자식. 꺼져.
다른 한쪽엔 나쁜 말을. 4주간 매일같이 들려주고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곧 그 놀라운 결과가 공개됩니다.

 

박혜진(아나운서): 5, 60년 전만 해도 동사무소에 가보면 글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서류 대필을 해주는 전문인들이 있었는데요. 글쎄요. 오늘날은 사정이 좀 바뀌었을까요? 여전히 관공서의 문턱은 높기만 하죠? 또 까다롭고 복잡한 민원서류는 어떻습니까? 국가와 국민의 소통을 위한 공공언어. 과연 우리는 제대로 소통하고 있을까요?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이명이 씨는 요즘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세금 신고 때문인데요. 전문가한테 맡기자니 돈이 들고, 직접 하자니 답이 안 나옵니다.

 

이명이(미용실 운영): 세무서에 갈 것들, 직접 할 것들, 다 가지고 가서 해야 해요. 꽤 많죠? 한 번에 가서 끝낸 적 없어요. 두세 번은 꼭 가야 되고. 그 다음에 일단 관공서 문턱이 일반인들에게 높아요. 우리 애가 장애아인데, 그 장애아의 어떤 혜택을 보기 위해서도 이렇게 긴 병풍처럼 생긴 종이를 줘요. 그런데 몰라요. 무슨 말인지. 제가 몇 번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몰라요. (A)는, (B)는, (가)군은... 하는 그런 식 있잖아요. 그런 것들.

 

우리 인생의 대소사와 민원서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지만, 서민에게 멀게만 느껴지는 게 또 공공언어입니다. 일상적으로 접하는 민원서류를, 읽고 작성해 달라는 질문에 표정들이 심상치 않습니다.

 

시민들: 어려워요. 너무 어려워.
시민 1: 이게 뭐야. 내가 해당하는 게 뭔지도 모르겠어
시민 2: 직전 혼인 해소 일자는 재혼한 사람들에 대해서 해당되는 건가요?
시민들: 가족관계부 폐쇄, 공부상 소재지, 성본의 협의, 계산식족관계등록부.
시민 2: 진짜 이건 없어져야 된다. 두 명 이상의 인우인 보증서. ‘인우인’이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 여기서.
시민 3: 이게 사전에 나왔을까?
시민 2: 이건 안내가 아니라 우리를 구속을 하는 거야.
시민 4: 읽어보면 정말 우리말인데도 불구하고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단어가 거의 없어요. 저는 아직 젊은데 이렇게 여쭤보기도 좀 부끄럽거든요.
시민 5: 관공서 갔을 때 전문으로 받아주시는 분하고 얘기를 하다 보면, 내가 유난히 뭔가 지적으로 모자라고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명이: 소외감인 거죠. 저 사람은 아는데, 나는 모르는 거. 조금 배운 사람들 얘기 듣고 있으면 반이 영어잖아요. 무슨 대기업 다닌다든가 그런 사람들. 슬퍼지죠.

 

평범한 서민들을 울리는 전문용어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얼굴에 갑자기 뾰루지가 생겨 피부과를 찾은 한 남학생의 이야기인데요.

 

피부과 의사: skinpore에 pus랑 discharge도 좀 있으시거든요? heating sense도 좀 보이는 것 같고, pustule도 군데군데 보이고, erythema도 전반적으로 있는 것 같고, pain sense도 있는 것 같고... 전반적인 증상으로 봐서는 심상성 좌창이 의심이 되거든요?
남학생: 그게 뭐죠?

 

대체 무슨 병이라는 걸까요? 아무래도 통역이 필요하겠죠?

 

황건(인하대 성형외과 교수): 비배부에 심상성 좌창이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환자는 무슨 큰 병이나 걸린 것 같이 느낄 겁니다. 그러나 그 비배부라는 것은 콧등이고 심상성 좌창이 보통 여드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훨씬 더 쉽게 ‘아, 내가 콧등에 여드름이 있구나.’ 이렇게 하면 알 겁니다. 실제 한·중·일 세 나라를 비교했을 때 의학 용어의 자국어 비율이 중국은 무려 90퍼센트 이상, 일본도 10퍼센트를 넘겼지만, 한국은 0퍼센트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진단서는 아무리 들여다 봐도 해독이 불가능한 암호문 같습니다. 어려운 법률 용어는 또 어떤가요? 한자와 일본식 조어, 끝도 없는 장황한 문장. 판결문을 받아도 내가 죄를 지었다는 것인지,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 두세 번 읽어도 알 수가 없습니다.
장소원(서울대 국문학과 교수): 전문용어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런 전문 직업군에 속하는 사람들이 그들끼리만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해야 되는 상황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서 의사가 어떤 환자의 병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어야 하는데, 의사들끼 쓰는 전문용어만 가지고 설명을 한다면 환자는 당연히 이해하지 못하고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겁니다. 국민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없는 공공언어는 존재 가치가 없다. 최근 법제처에서는 법령을 알기 쉽게 순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는데요. 한눈에 봐도 술술 잘 읽힙니다. 이렇게 3년 동안 300여 개의 용어를 한글로 바꾸어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석연(법제처장): ‘법을 지키고 싶어도 법을 못 지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법의 내용을 몰라서 나도 모르게 불이익을 받고 기회를 놓치고 있습니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합니다. 바로 이것은 아까도 말씀드린 대로 법률이 전문가나 또는 정책 담당자, 더 나아가서는 어떤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다는 것이 되고, 아무리 우리가 국민을 섬기는 역할을 한다 하더라도 그런 것을 바로잡아 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어려운 공공언어는 국경을 초월한 문제인가 봅니다. 영국 멘체스터, 이곳에는 세계로 언어혁명을 전파한 작은 시민단체가 있습니다. 바로 쉬운 영어쓰기 운동을 시작한 곳이죠.
자넷 밀러(쉬운영어쓰기운동 편집장): 우리는 임대 서류를 검토하고 불필요한 전문용어를 세입자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간단한 용어로 대체합니다. 관공서의 서류부터, 보험 약관, 약품 설명서, 심지어 유명 정치인의 연설문까지 이들의 손을 걸치는데요. 이 운동은 한 비극적인 사건 때문에 시작됐다고 합니다. 1970년대 어느 겨울, 한 노부부가 얼어 죽은 사건이 영국 전역을 뒤흔들었습니다. 생활 보호 대상자였던 노부부가 어려운 난방비 신청서를 작성하지 못했고, 결국 차디찬 주검으로 발견된 것이죠. 이후 쉬운 말과 글을 사용하자는 쉬운 영어 쓰기 운동이 영국 전역으로 번졌습니다.

 

자넷 밀러: 우리는 토니블레어 수상 관료들과 같이 일했었고, 마가렛 대처 전 수상은 우리 조직의 큰 후원자였습니다. 그리고 왕실도 우리 조직의 큰 후원자입니다. 경제적 효과도 만만치 않은데요. 쉬운 영어를 쓰며 무려 500만 파운드의 정부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던 건 어려운 정책을 홍보하느라 쏟아 부었던 비용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소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는 그들의 노력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입니다.

 

박혜진(아나운서): ‘쉬운 말과 글을 요구하는 것은 특권이 아니라 시민들의 권리이다.’ 먼 나라 영국에서 시작된 운동이지만 소통 단절로 고민하는 우리 사회에 아주 의미심장한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왕의 언어와 신하의 언어를 아시나요? 불과 백 년 전까지만 해도 신분과 계급, 그리고 권력에 따라서 쓰는 말이 달랐습니다. 왕이 쓰는 말은 곧 법이자, 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만큼 그 힘이 아주 강력했죠. 하지만 오늘날에도 모습은 조금 다르지만 차별과 소통의 단절을 불러오는 왕의 언어, 그리고 신하의 언어가 분명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쓰는 말은 과연 왕의 언어일까요, 아니면 신하의 언어일까요? 세계를 전쟁터로 만든 독재자도 있고,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지도자도 있습니다. 그들의 무기는 오직 말 하나, 말로 세상을 얻고 국가의 운명까지 뒤바꾼 지도자들. 말 하나로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고 대통령의 자리까지 오른 정치인은 한 둘이 아닙니다. 그중,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 그는 21세기형 지도자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데요, 뿌리 깊은 인종 차별의 벽을 부수고 미국의 역사를 바꾼 오바마의 힘. 그 원천은 말이었습니다.

 

최진(대통령리더십 연구소장): 오바마 대통령은 말에 감성, 영혼을 담아서 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러니까 자기의 의사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미리 읽고 거기에 맞춰서 감동적인 메시지를 던져주는 거죠. 그러니까 말을 하는 순간 본인과 국민들 사이에 하나의 일체감이 형성되는 겁니다. 감성적인 일체감. 우리나라에도 많은 지도자들이 있는데요, 한결같은 공통점은 일방적으로 명령하고 권위를 내세우는 왕의 언어를 썼다는 것입니다.

최진(대통령리더십 연구소장): 이승만 대통령의 경우에는 본인은, ‘과인은’ 이렇게 얘기했을 정도고, 참모들도 이승만 대통령을 말할 때는 ‘국부님’, ‘어르신네’라고 할 정도로 극존칭을 써서 마치 조선시대 말기의 용어들을 상당히 썼을 정도로 극도 봉건주의적인 용어들을 많이 사용했었죠.

이승만: 나 이승만이 지금 말하는 것은 ... 들으면 아시려니와 내가 말하려는 것은 제일 중요하고...

박정희: 우리 모든 국민들이 조국에 최대 봉사를 할 수 있느냐를 스스로가 모색하고 실천하는 길만이...

전두환: 이제 본인은 ... 본인은 그러한 상황에서 ... 본인도 이 일에 대해 ... 나는 오늘 심심한 사유와...

 

우리 사회의 소통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은데요, 그동안 신분과 계급이 높은 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말하는 데 소통은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죠.

 

신지영(고려대 국문과 교수): 권위주의적인 사회나 신분제 사회에서는 소통이라는 것이 화두로 떠오를 수가 없었습니다. 권위주의적 사회에서는 소통이 수직적인 방법으로 이뤄지고, 이것은 권력을 가진 자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권력을 가진 자가 권력을 갖지 못한 자를 배려하는 말하기라는 것이 전혀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신분제와 함께 말로 인한 차별과 소외, 소통 단절은 사라진 것일까요? 여전히 왕의 언어는 건재합니다. 오늘날은 교육 수준과 직업, 경제 여건으로 인한 계층 차이가 새로운 말의 차별과 소통의 장애를 만들고 있는 것이지요.

 

혹시, 우리에게도 일방적인 소통을 일삼는 왕의 언어가 숨어 있는 건 아닐까요?

 

시민 1: 애기들 유학 보낼 생각 없었어요?
시민 2: 저요? 저는 가면 같이 가고, 혼자는 보낼 생각 없고.
시민 1: 어휴, 그래도 유학은 보내야지.

시민 1: 하다 보면은...

시민 2: 펀드는 안 하시나 봐요?
시민 3: 네.
시민 1: 펀드 안 하세요?
시민 4: 펀드 정도는 해야지.
시민 1: I haven’t seen... it doesn’t like that. Cause...
시민 2: I know... I’ve never tried it.
시민 1: Maybe someday.

 

21세기. 이젠 왕의 언어에 대한 고정관념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왕이 백성을 귀하게 여기는 것처럼,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할 때, 눈높이를 맞춰 소통하려 노력할 때. 그것이 오늘 우리가 꿈꾸는 진정한 왕의 언어일 겁니다.

 

신지영(고려대 국문과 교수): ‘21세기가 요구하는 의사소통 방법은 수직적인 것이 아니라, 수평적인 것이다.’라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수평적 의사소통이라는 것은 소통의 대상자를 설정하고, 그 소통의 대상자를 배려하고 존중해 주는 말하기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죠. 이렇게 존중하고 배려하는 말하기를 할 때 내 말이 잘 들릴 것이고, 그러면 그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내가 높아질 거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4주 후,
제작진: 안녕하세요?
최현정(아나운서): 어, 안녕하세요?
제작진: 맡긴 것 찾으러 왔습니다.
최현정(아나운서): 앗, 맡기신 물건이오? 이거죠? 그리고, 여기요. 
두 눈을 믿기 힘들 정도로 차이는 분명했습니다.   최현정(아나운서): ‘사랑해 사랑해, 너무 예쁘다. 고맙습니다.’ 다다다다다 쏘아 붓고요, 그러고 나서 가끔 얘 보잖아요, 그럼 많은 얘기도 안 했어요. ‘어, 너무 미워, 짜증 나.’ 이렇게 하고 딱 놓거든요. 근데, 저도 진짜 신기한 거예요. 차이가 이렇게 확연하게 보이니까. 저 사실 처음 이 실험 의뢰를 받았을 때, 반신반의했거든요. 이 말 한마디로 이렇게 차이가 생길까. 근데 눈으로 딱 보니까, 저도 사실 좀 안 믿겨지고요.
서인(아나운서): 신기하죠. 귀가 달린 것도 아니고, 세반고리관이 들어 있는 것도 아닌데. 혹시 우리가 모르는 귀가, 밥에 있나요?
이경희: 3~4일부터 이쪽이 변화가 되니까, 좋은 말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 그리고 사람들한테도 속상한 일이 있거나 그럴 때도 좋은 말을 많이 해서 이 사람들이 변화됐을 때도 이렇게 변화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전향욱: 굉장히 놀랐고요, 처음 주셨을 때는 ‘과연 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요, 이렇게 된 것 보니까 예쁜 말을 많이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혜진(아나운서): 밥풀이 한 달 동안 겪은 일을 기록한 사진인데요, 그 결과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단지 좋은 말과 나쁜 말을 들려줬을 뿐인데, 보이시죠? 이렇게 색깔이 확연하게 구분될 정도로 다르게 변해 버렸습니다. 이게 만약 밥풀이 아니고 우리의 가족이나 친구 혹은 직장 동료였다면 어땠을까요? 건강한 파동과 밝은 에너지를 전해주는 말의 힘을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우리의 말과 글을 아끼고 지키는 길, 그 시작은 배설하는 말이 아닌 배려하는 말, 또 어렵고 난해한 글이 아닌 쉽고 편한 글을 쓰려는 노력에서부터 출발하는 건 어떨까요? 저부터 한번 실천해 보죠.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자막>
초등학교
작은 교실 안에서 이뤄진 의미 있는 변화!

 

<자막>
6개월 전
매일같이 싸우고 다투던 아이들
매일같이 듣고, 하는 말
“싫어.”
“하지 마.”
“저리 가.”
상처 주고, 밀어내는 말

 

<자막> 그러나
미안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6개월간 아이들이 했던 것

 

<자막>

이걸로 합시다.

여기 있습니다.

여기 하나밖에 없습니까?

했습니까?

높임말 쓰기!

 

<자막>

배려와 존중이 가져온 것은

바로 소통

 

<자막>

그리고

500년 전

소통을 꿈꾸던 또 한 사람

세종 대왕

 

그러나

당대 최고의 학자

집현전 부제학 최만리의 목숨을 건 항소!

 

“부디 언문 반포를

멈춰 주시옵소서.

무슨 까닭으로

비루하고 무익한

글을 만드시옵니까?”

 

“백성을 편하게

하고자 함은

인정하면서

왜 언문 반포를

인정하지 못하는가?”

 

숨겨진 역사의 비밀

최만리가 진정 우려했던 건

단순히 글의 혼란이 아닌

사회 질서와 권력의 붕괴!

 

그러나

세종이 진정 꿈꿨던 건

상하가 자유롭게 소통하는

이상 국가

 

말 속의 두 얼굴

갈등 그리고 소통

그것은 사용하는 자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500년 후

우리말, 우리글은

여전히

투쟁 중

소통을 위해 탄생한

인류 최고의 발명품, 언어.

 

그러나

언어가 가진 두 얼굴

 

시민 1: 짜증 나!

시민 2: 어휴, 짜증 나.

 

갈등

상처

증오를 만들어내는 독

 

시민 3: 고맙습니다. 아, 예쁘다.

시민 4: 아, 예쁘다.

 

조화

화합

소통을 만들어 내는 매개체

당신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