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
임동훈 국립국어연구원
‘잇단 범죄 사건’으로 써야 할지, ‘잇따른 범죄 사건’으로 써야 할지, 또 ‘범죄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로 써야 할지, ‘범죄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로 써야 할지 궁금해질 때가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경우에 ‘잇달다(잇달아, 잇단, …)’와 ‘잇따르다(잇따라, 잇따른, …)’를 모두 쓸 수 있다. 즉 이런 문맥에 쓰이는 ‘잇달다’와 ‘잇따르다’는 일종의 복수 표준어인 것이다.
‘잇달다’는 두 가지 용법이 있다. 하나는 (1ㄱ)에서 보듯이 타동사 용법으로서 <…을 …에 잇달다>처럼 쓰이며, 그 뜻은 “일정한 모양이 있는 사물을 다른 사물에 이어서 달다”이다.(이처럼 ‘잇달다’가 타동사로 쓰일 때에는 (1ㄱ′)에서 보듯이 ‘잇달리다’라는 피동사가 존재한다.) 또 하나는 (1ㄴ)에서 보듯이 자동사 용법으로서 “어떤 사건이나 행동 따위가 이어 발생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이러한 ‘잇달다’의 두 번째 용법은 뒤에 언급될 ‘잇따르다’의 용법과 구별되지 않는다.
‘잇달다’와 달리 ‘잇따르다’는 자동사로만 쓰이는데 여기에도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2ㄱ)에서 보듯이 “움직이는 물체가 다른 물체의 뒤를 이어 따르다”라는 뜻이며 또 하나는 (2ㄴ)에서 보듯이 “어떤 사건이나 행동 따위가 이어 발생하다”라는 뜻이다.
이러한 ‘잇따르다’의 쓰임은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잇달다’의 자동사 용법과 구별되지 않는다. 즉 ‘잇따르다’는 ‘잇달다’와 바꿔 쓸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추상적인 사건 따위가 이어 발생한 경우를 나타내는 (2ㄴ)과 달리 구체적인 물체가 이어 따르는 경우를 나타내는 (2ㄱ)은 ‘잇달다’에 비해 ‘잇따르다’가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는 느낌을 준다.
한편 ‘잇달다’와 비슷한 말에는 ‘연달다’도 있다. 「표준어 규정」 제26항에 따르면 ‘연달다’는 ‘잇달다’와 복수 표준어 관계에 있는 말로 처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 ‘연달다’와 복수 표준어로 처리된 것은 ‘잇달다’의 자동사 용법에 한한다. ‘연달다’는 ‘잇달다’와 달리 타동사 용법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위는 ‘연달다’의 용례인데, ‘연달다’는 ‘잇달다’와 마찬가지로 (3ㄴ)처럼 추상적인 사건 따위가 이어 발생한 경우에 주로 쓰일 뿐 (3ㄱ)처럼 구체적 사물이 이어 따르는 경우에는 그 용례가 드물다. 그런데 ‘연달다’는 ‘잇달다’나 ‘잇따르다’와 달리 주로 부사형 ‘연달아’로 쓰일 뿐 그 밖의 형태로는 잘 쓰이지 않는다는 제약이 있는 듯하다. 즉 “한총련 탈퇴 여부를 놓고 대학가 투표 ( )”의 ( )에서처럼 부사어가 올 자리가 아닐 때에는 ‘잇따라’, ‘잇달아’에 비해 ‘연달아’가 꽤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북한에서 펴낸 『조선말대사전』(1992)에서는 아예 ‘연달아’를 부사로 처리하고 있기도 하다).
위에서 우리는 “어떤 사건이나 행동 따위가 이어 발생하다”라는 뜻일 때에는 ‘잇달다, 잇따르다, 연달다’가 모두 쓰일 수 있음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이 말들이 넘나들어 쓰인다고 하더라도 이들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첫째는 앞서 언급한 대로 구체적인 사물이 이어 따르는 경우에는 ‘잇달다, 연달다’에 비해 ‘잇따르다’가 자연스럽다는 점이고, 둘째는 ‘잇따르다’와 ‘잇달다’, ‘연달다’의 품사적인 성격이 똑같지 않다는 점이다.
위에서 보듯이 ‘잇따르다’에 비해 ‘잇달다, 연달다’는 관형사형어미 ‘-는’이나 종결어미 ‘-ㄴ다’, 보조동사 구성 ‘-고 있다’와의 결합에서 어색함을 보인다. 즉 ‘잇따르다’는 동사로서 부족함이 없으나 ‘잇달다’나 ‘연달다’는 ‘잇따르다’에 비해 형용사적 성격이 강함을 알 수 있다.
(☞ 정답과 해설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