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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20년사

성과

어문 규범의 관리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 정비

국립국어원의 주요한 임무 중의 하나는 ‘어문 규범’을 제정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어문 규범’은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에서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은 1988년에 제정되었다. 1988년의 어문 규정은 이전의 한글 맞춤법 통일안이 민간의 규정이었던 것에 비해 국가가 직접 제정에 관여한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제정된 어문 규정의 연구와 보급을 국립 국어 연구 기관에서 수행하게 된 것은 국어 생활의 표준화를 위한 정책이 본격화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어문 규범 정비를 위한 노력은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1971년, 정부에서는 국어 조사 연구 위원회(위원장 허웅)를 구성하여 표준말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국어 조사 연구 위원회는 실태 조사를 거쳐 2만여 개의 어휘를 선정하고 1977년, ‘제1장 총칙, 제2장 소리의 넘나듦, 제3장 뜻이 같거나 비슷한 말, 제4장 닿소리의 덧남, 줆, 바뀜, 제5장 긴 소리’로 구성된 표준말 사정안을 확정했다. 이 사정안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표준말은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부 지역에서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말씨로 한다’고 규정한 것이었다.
1978년 12월 16일에 문교부가 발표한 어문 관계 4개 개정 시안은 이후 어문 규정 정비 작업의 기초적인 틀이 되었다. 이 시안에서는 표준어를 “표준말은 현재 서울 지역에서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말을 기준으로 하여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정의하였으며 널리 쓰이는 두 단어 이상을 복수로 인정하는 ‘복수 표준어’ 개념을 도입하였다.
이 안을 이관받은 학술원에서는 1982년 1월에 어문연구위원회를 구성하고 내용을 검토하여 1984년 8월에 학술원이 마련한 어문 관계 3개 개정안이 발표되었다. 이 개정안은 맞춤법, 표준어, 외래어 표기법 개정안을 포함한 것으로 ‘편의성’을 고려했다는 특징이 있었다. 문교부에서는 학계와 언론계 등 국민의 여론을 다시 수렴하기 위해 1985년 2월에 국어연구소에 ‘맞춤법 개정안’의 검토를 위촉하였다.
1985년부터 국어연구소는 이 시안을 검토하여 1987년 4월에 ‘한글 맞춤법 및 표준어 규정(가칭) 개정 시안’을 발표하였다. 이는 1979년에 발표된 국어심의회 안과 1984년에 제출된 학술원 안을 토대로 마련된 것이며, 1986년 7월에 전국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이었다.
이 시안을 바탕으로 국어연구소는 1987년 9월 최종적인 표준어 사정 작업에 착수하였다. “국어대사전”과 “새한글사전”에서 공통된 것 또는 국어심의회 안(1979년)과 국어연구소 안(1987년)의 어휘를 우선 채택하였다. 문교부는 1988년 1월 19일에 '한글 맞춤법'(문교부 고시 제88-1호), ‘표준어 규정’(문교부 고시 제88-2호)을 확정 고시하였다. 이 개정안은 1989년 3월 1일부터 시행하되, 교과용 도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경우 1989년에, 고등학교는 1990년에, 대학 입시에는 1993년부터 적용되었다. 이로써 약 20년에 걸친 ‘한글 맞춤법 통일안’의 개정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한글 맞춤법’은 ‘한글 맞춤법 통일안’의 전면적인 개정이라 하기보다는 부분적인 보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전면적으로 수정할 수도 있었지만 언어생활의 연속성을 감안할 때 문자 생활을 근본적으로 변혁하는 것은 이상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므로 시대와 언어 변화에 따라 필요한 내용을 보완하고 복수 표준어와 같은 개념을 도입하여 언어생활의 수용 범위를 넓히는 것이 언어 현실에 좀 더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한글 맞춤법’은 비교적 이러한 원칙을 충실히 지킨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새롭게 ‘표준 발음법’이 추가된 것 또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를 통해 겹받침의 발음이 명시적으로 규정되고, ‘외, 위’는 이중 모음으로 발음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의’의 발음 또한 현실에 가깝도록 조정되었다.

[표 2-1] 한글 맞춤법(1988년)과 한글 맞춤법 통일안(1933년) 주요 내용 비교
[표 2-1] 한글 맞춤법(1988년)과 한글 맞춤법 통일안(1933년) 주요 내용 비교
내용 구분 한글 맞춤법 한글 맞춤법 통일안
체제 본문 6장 57항
부록(문장 부호)
총론, 각론 7장 63항
부록(표준말, 문장 부호)
원칙 제1장 총칙 총론
맞춤법 제1항 1.
띄어쓰기 제2항 3.: 토에 대한 언급
외래어 표기 제3항 <외래어 표기법>으로 각론 제60항: 원칙 제시
각론
한글 자모 제2장 자모 제1장 자모
자모 제4항: 수, 순서, 이름
※사전에 올릴 적의 순서 명시
제1항: 수, 순서
제2항: 이름
소리 제3장 소리에 관한 것 제2장 성음에 관한 것
된소리 제1절 된소리
제5항: 된소리 환경 구분 구체화
제1절 된소리
제3항: 환경 구분 안함.
구개음화 제2절 구개음화
제6항: 구개음화 인정
제3절 구개음화
제5항 [붙임1]과 일치
‘ㄷ’ 소리 받침 제3절 ‘ㄷ’ 소리 받침
제7항: 관용의 인정, 유형 구분 안함.
제6항: 관용의 인정, 유형 구분
모음 제4절 모음
제8항: [ㅖ, ㅔ]→‘ㅖ’
제9항: [ㅢ, ㅣ]→‘ㅢ’
제4장 한자어
제36항: ‘ㅖ’
제39항: [의, 희]
두음 법칙 제5절 두음 법칙
제10항: [ㄴ]
제11항: [ㄹ]
제12항: [ㄴ]
제42항: [ㄴ]
제43항: [ㄹ]
제44항: [ㄴ]
겹쳐 나는 소리 제6절 겹쳐 나는 소리
제13항: 한 낱말 안에서의 음절의 중복
*
형태 제4장 형태에 관한 것 제3장 문법에 관한 것
체언과 조사 제1절 체언과 조사
제14항: 구별하여 적음
제1절 체언과 토
제7항: 원형을 밝혀 적음
어간과 어미 제2절 어간과 어미
제15항: 구별하여 적음
cf. ‘-오’와 ‘-요’ 포함
제2절 어간과 어미
제8항: 구별하여 적음
어미
‘-아/어’, ‘-요’
제16항: ‘-아’와 ‘-어’의 구별
제17항: 어미 뒤의 ‘-요’
*
*
불규칙 용언 제18항: cf.18.4의 ‘ㅜ, ㅡ’가 줄어질 적 보완
※18.6 단음절 어간 뒤의 ‘-아’만 ‘-와’로, 그 밖에는 모두 ‘-워’
제10항
파생 명사,
파생 부사
제3절 접미사가 붙어서 된 말
제19항: ‘-이’, ‘-음/ㅁ’, ‘-이/히’cf.19.4[붙임]
제6절 어원 표시
제12항: ‘-이’, ‘-음’, ‘-이’
제13항: ‘이’, ‘음’ 이외의 모음
명사+‘-이’ 제20항: 부사와 명사로 구분
cf.[붙임]
제14항: 품사 전환 여부로 구분
제15항: ‘-이’ 이외의 접미사
자음 접미사 제21항: 명사와 어간의 경우 구분 제16항: 명사와 어간 경우 구분
피⋅사동,
강세 접미사
제22항: 접미사의 기능 구분 안함
22.1 ‘다만’ 규정: 어원에서 먼 것
제9, 17, 18, 19, 20항: 유형별로 구분
제25항: 용례 많음
‘-하다, -거리다’ 제23항: ‘-하다, -거리다’→‘-이’ 파생 명사
cf.[붙임]‘-하다, -거리다’가 붙지 못하는 것
제21항 2. cf 1은 부사
제22항 유형별로 구분
‘-이다’ 제24항: ‘-거리다’→‘-이다’ 제24항: ‘-이다’
‘-이/히’ 제25항: ‘-이/히’ 부사 제21항 1. cf 2는 명사임
‘-하다, -없다’ 제26항: 1. ‘-하다’
26.2. ‘-없다’
제23항: ‘-하다’만
제27항 [붙임]: ‘-없다’
합성⋅파생어 제4절 합성어 및 접두사가 붙은 말
제27항: 합성어, 접두 파생어의 원형cf.[붙임3]‘이(齒, 虱)→니’
제7절 품사 합성
제28항: [붙임3]의 ‘이(齒, 虱)→니’는 없음
‘ㄹ’ 탈락 제28항: ‘ㄹ’→∅ 제29항: ‘ㄹ’→∅
‘ㄹ’→‘ㄷ’ 제29항: ‘ㄹ’→‘ㄷ’ *
사이시옷 제30항: 순 우리말 합성어, 순 우리말과 한자어의 합성어, 두 음절로 된 한자어(6개만)
ㄱ.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것
ㄴ. ‘ㄴ’ 소리가 덧나는 것
제30항: 윗말의 끝소리가 모음일 때에 된소리로 발음되면 사이시옷 사용
‘ㅂ’, ‘ㅎ’ 제31항: ‘ㅂ’이나 ‘ㅎ’ 소리가 덧나는 것 제31항
모음 탈락 제5절 준말
제32항: 단어 끝 모음 탈락→앞 음절의 받침
제52장 준말
제52항
모음 축약 제34항: ‘ㅏ, ㅓ’+‘-아/어’, ‘-았/었-’
cf.[붙임1]: ‘애, 에’+‘-어, -었-’
[붙임2]: ‘하여’→‘해’
제35항: ‘ㅗ, ㅜ’+‘-아/어’, ‘-았/었-’cf.[붙임1]: ‘놓아’→‘놔’
[붙임2]: ‘외’+‘-어, -었-’
제36항: ‘ㅣ’+‘-어’→‘ㅕ’
제37항: ‘ㅏ, ㅕ, ㅗ, ㅜ, ㅡ’+‘-이-’
제38항: ‘ㅏ, ㅗ, ㅜ, ㅡ’+‘-이어’
제39항: ‘잖’, ‘찮’
제40항: ‘하’의 ‘ㅏ’ 탈락→거센 소리로
cf.[붙임1]: ‘ㅎ’을 어간 끝소리로
[붙임2]: ‘하’의 탈락
[붙임3]: 부사의 경우
제56항 2.
*
*
제56항 2.
*
*
제56항 4.
제56항 1. ‘ㅡ’+‘-이-’
제56항 3. ‘ㅗ, ㅡ’+‘-이어, -이었’
*
제56항: ‘ㅎ’을 그 자리에 두거나 위 음절의 받침으로
*
*
제57항
띄어쓰기 제5장 띄어쓰기 제7장 띄어쓰기
조사 제1절 조사
제41항: ‘명사, 부사’+‘조사’
제61항: 용언의 어간과 어미 포함
cf.‘다만’: 의존 명사 붙여쓰기 허용
의존 명사 제2절 의존 명사,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 및 열거하는 말 등
제42항: 띄어 쓴다
*
단위 제43항: 띄어 쓴다
cf.‘다만’: 붙여쓰기 허용
제61항: ‘다만’
제61항 ‘다만’: 띄어쓰기 허용
제44항: 만(萬) 단위로 제62항: 십진법에 따라
연결어 제45항: 띄어 쓴다 *
단음절 단어 제46항: 붙여쓰기 허용 제61항: ‘다만’
보조 용언 제3절 보조 용언
제47항: 붙여쓰기 허용
*
성명, 호칭어 제4절 고유 명사 및 전문 용어
제48항: 성과 이름, 성과 호는 붙여 쓴다.
호칭어, 관직명: 띄어 쓴다
제63항: 띄어 쓴다
성명 이외 제49항: 붙여쓰기 허용 제63항: 띄어 쓴다.
전문 용어 제50항: 붙여쓰기 허용 *
‘-이’와 ‘-히’ 제6장 그 밖의 것
제51항: ‘이’로 발음되는 것만 ‘-이’로
*cf.제12항 2. 제14항 1. 제21항 7. 부록 5 참조
본음⋅속음 제52항: 소리에 따라 제47, 48, 49, 50, 51항
체언과 조사 제33항: 체언과 조사의 축약→준대로 적음 제53항
어미 제53항: 예사소리로 표기하는 경우와 된소리로 표기하는 경우 보유 첫째: 구분은 따로 하지 않음.
접미사 제54항: 된소리 표기 접미사 *
어휘 제55항: ‘맞추다, 뻗치다’
제56항: ‘-더라, -던, -든지’
*
보유 둘째: ‘-든’으로 통일
동음 이의어 제57항 *
부록 부록: 문장 부호 부록: 문장 부호
문장 부호 규정 보완, 불필요한 부호 삭제 39개 항의 나열
1990년 9월 14일에는 ‘표준어 규정’의 보완 작업의 일환으로 ‘표준어 모음(문화부 공고 제36호)’를 발간하였다. 이는 각 사전 간에 보이는 표제어의 발음과 형태의 차이 등을 바로잡고 국어 생활의 표준화를 도모하기 위해 발행한 것이었다. 주로 “새한글사전(한글학회 1965/1986년)”과 “국어대사전(민중서림, 1982년)”을 검토하였다. ‘표준어 모음’은 비록 규모는 작지만 개정된 규범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표준어 사정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기준으로 삼고 있는 규범 가운데는 ‘표준어 모음’에서 비롯한 것이 적지 않을 정도로 실제 “표준국어대사전”을 편찬할 때 ‘표준어 모음’ 또한 규범을 정하는 기준의 하나로 폭넓게 활용되었다. ‘표준어 모음’에는 ‘표준어 모음의 심의 경위와 해설’을 수록하여 ‘표준어 모음’을 작성한 경위와 기준을 밝히고 있어서 ‘표준어 모음’의 내용을 비교적 소상하게 알 수 있다.
그런데 1988년에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등의 어문 규범이 제정되었음에도 실제의 언어생활에서 규범을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실제 언어생활의 근거가 되는 국어사전에서는 규범을 달리 적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는 한글 맞춤법을 비롯한 어문 규범이 원칙과 약간의 예시로 되어 있고 대부분의 단어는 표준어 여부에 대한 사정을 받지 않았던 데 이유가 있었다.
1988년을 기점으로 규범이 개정되었지만 세부적인 부분까지 모두 정비하는 것과는 아직 거리가 있었다. “표준어 모음”에서도 이러한 점을 지적하면서 표준적인 사전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어문 규범의 기준을 제시하여 언어생활의 준거를 확립한다는 “표준국어대사전”의 편찬 목표는 적절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1988년의 규범 제정으로 기틀이 잡힌 어문 규범을 세부적인 면까지 제시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표준국어대사전”을 편찬하면서 동시에 세부적인 규범을 결정해야 했는데 이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50만 개가 넘는 표제어 가운데는 기존의 규범에서는 명시되지 않았거나 논의되지 않았던 구체적인 사항들이 산적해 있었다.
이에 따라 어문 규범을 사전에 적용하는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하는 ‘표준국어대사전 편찬을 위한 어문 규범 정비 회의(1997. 2.~11.)’를 개최하였다. 이 회의는 국어사전의 편찬 과정에서 문제가 된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규범의 적용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어문 규범을 구체화한다는 면에서 어문 규범과 관련된 전반적인 문제를 논의하는 의미도 지니고 있었다. 모두 30회 개최된 회의에는 ‘이익섭 국립국어연구원장, 민현식 어문 규범 연구부장, 홍재성 교수(서울대), 박양규 교수(성균관대), 서정목 교수(서강대), 채완 교수(동덕여대), 김창섭 교수(이화여대), 최호철 교수(고려대), 안상순 부장(금성출판사)’ 등이 참석하였다. ‘한글 맞춤법, 표준어, 문법, 외래어 표기, 발음, 문장 부호’ 등 어문 규범이 포괄하는 모든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어 그 결과는 사전에 반영되었다. 애초의 목표가 사전의 규범 문제로 시작했지만 회의가 진행되면서 사전에서 문법 형태를 처리하는 방향과 같이 사전 편찬의 세부적인 면까지도 논의가 확대되었다.
일 년간의 회의가 완료된 후에도 이러한 논의는 사전 편찬실을 중심으로 한 규범 관련 회의로 이어져 1998년 한 해 동안 규범과 관련된 세부적인 논의가 보충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어문 규범에서 명시하고 있는 한글 맞춤법, 표준어, 띄어쓰기, 외래어 표기법 등을 사전에서 일관되게 적용하는 원칙과 설명 방법 등을 찾아낼 수 있었다. 예컨대 전문어는 단어별로 띄어 쓰되 붙일 수도 있다는 원칙을 보이는 방법으로 전문어에 ‘^’을 도입하여 ‘자음^동화(子音同化)’와 같이 표시한 것이 그러한 예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논의를 통해서 “표준국어대사전”의 규범을 한층 세밀하게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닦게 되었으며 규범에 대한 논의가 성숙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규범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는 자연스럽게 어문 규범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표준어’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로 이어졌다. 이에 1997년부터 5년 일정으로 ‘표준어 바로 세우기 작업’을 설정하여 표준어의 원형을 되찾기 위한 조사 작업이 시작되었다. 이 연구는 발음, 어휘, 문법의 세 분야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3월부터 9월까지 실시된 ‘서울 토박이말 실태 조사’는 그 첫 번째 작업이었다. 4대째 서울에 살고 있는 서울 토박이 3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는 논란의 소지가 큰 단어 400개를 선정하여 면접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표준어의 근간인 서울말의 실제 쓰임새와 표준어⋅표준 발음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국립국어연구원은 응답자를 연령별로 세분화함으로써 더욱 구체적인 결과를 산출하기 위한 후속 작업을 실시하였다. 이 조사 결과는 1999년에 완간된 “표준국어대사전”과 2008년의 “표준국어대사전 웹사전” 편찬 작업에 반영되었다.
한편, 2001년부터 표준 발음을 정비하고 보급하기 위한 본격적인 사업을 기획하여 실행하였다. 이는 발음 실태에 관한 기초 조사를 기반으로 하여 표준 발음을 정비함은 물론, 언어별 한국어 발음 학습 교재 개발을 통한 한국어 표준 발음을 보급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 이에 2001년부터 서울 경기 지역 화자들을 대상으로 한 발음 실태 조사가 꾸준히 전개되었다.
2001년에는 401명을 대상으로 170개의 외래어 발음 조사를 실시하여, “외래어 발음 실태 조사” 보고서를 펴냈다. 이어 2002년에는 210명을 대상으로 203개의 어휘 발음 조사를 수행하였으며, 그 결과는 “표준 발음 실태 조사” 보고서에 수록되었다. 2003년에는 350명에게 사전의 발음 형태와 실제 발음 간 괴리를 보이는 어휘 256개에 대한 조사를 시행하여 “표준 발음 실태 조사 Ⅱ”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이 조사에 따르면, 표준 발음 규칙과 달리 실제 언어 현실에서는 경음을 많이 사용하며 장음을 단음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각 학교에서 발음 지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표준 발음 사전이 2003년 1월에야 비로소 발간될 만큼 표준 발음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데에서 초래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립국어연구원은 표준어 규정과 실제 발음법에서 생기는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 조사를 적극적으로 전개하였다. 그중 한 가지 사업이 영어권 화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어 발음 학습 시디(CD)를 제작⋅배포한 것이었다. 이 시디의 콘텐츠는 한국어 자음과 모음, 소리의 변화, 문장의 종류에 따른 억양 변화를 한국어 화자의 발음을 듣고 따라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그리고 2004년에는 받침이 ‘ㅊ, ㅋ, ㅌ, ㅍ’인 단어가 모음 조사와 결합할 때의 발음 변화를 조사하기 위해 1,200명을 대상으로 190개 항목에 대한 발음 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 결과는 “표준 발음 실태 조사 Ⅲ” 보고서에 수록되었다. 이를 통해 단어의 받침에 따른 발음을 성별, 연령별, 학력별, 출신지별로 정리하여 현대 표준어권의 다양한 발음 실태를 알 수 있게 하였다. 이어 2005년과 2006년에도 조사 목적을 세분화하여 발음 실태 조사가 계속되었고, 언어권별 발음 학습 멀티미디어 제작 작업도 함께 진행되었다.
2002년에는 ‘문장 부호 세칙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이 토론회는 지나치게 소략한 문장 부호 규정을 보완하여 국어 생활을 편리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국어연구원에서는 이미 1996년과 1998년부터 문장 부호 개선안을 논의한 바 있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기존의 문장 부호 규정에 내용을 추가한 ‘문장 부호 세칙안’을 제시하였으며 이에 대한 논의와 토론이 진행되었다. 토론회에서는 언어 현실에서 널리 쓰이는 문장 부호를 도입하는 문제부터 문장 부호 규정의 엄밀성과 명료성 문제, 그리고 그동안 정리되지 않았던 문장 부호의 띄어쓰기 문제까지 폭넓은 의견이 개진되었다. 또한 논의 과정에서는 기존의 규정에 세칙을 덧붙인 세칙안의 한계와 극복 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2002년의 논의는 문장 부호의 공식적인 개선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2010년에 시행된 “문장 부호 규정 개정의 정책 효과 연구(문화체육관광부)”로 이어져 문장 부호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언어 현실에 바탕한 표준어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국어 생활의 기준이 되는 표준어를 상시적으로 논의하는 ‘표준어사정심의위원회’가 운영되었다. 앞선 1997년의 ‘표준국어대사전 편찬을 위한 어문 규범 정비 회의’가 사전 편찬의 규범 적용에서 규범 전반의 문제까지를 논의하는 것이었다면 이 ‘표준어사정심의위원회’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제시된 규범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것이 주된 목표였다. 즉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누락되었거나 언어 현실이 달라져서 보완이 필요한 것 등을 수집하여 관리함으로써 규범 문제를 상시적으로 관리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었다. 이 회의에서는 전문가들이 일방향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던 관성에서 탈피하여, 언중이 적극적으로 언어정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표준어사정위원회’는 어문 관련 학자뿐 아니라, 현장의 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언론⋅출판계 인사들을 포함하여 구성되었다. 이 회의에 참여했던 외부 인사는 아래와 같다.
  • 학계: 민현식 교수(서울대), 권재일 교수(서울대), 이호영 교수(서울대), 채완 교수(동덕여대), 이상복 교수(강원대), 신지영 교수(고려대), 강희숙 교수(조선대), 김주필 교수(국민대), 권인한 교수(성균관대), 배주채 교수(가톨릭대)
  • 교육 기관: 이인제 본부장(한국교육과정평가원)
  • 언론계: 손범규 아나운서(SBS), 여규병 기자(동아일보), 지영서 아나운서(KBS), 강재형 아나운서(MBC), 최재혁 아나운서(MBC), 박현우 아나운서(KBS), 김용수 기자(매일경제), 강영은 아나운서(MBC), 윤영미 아나운서(SBS)
  • 사전 전문가: 안상순 부장(금성출판사)

심의 방향 역시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는 말을 복수 표준어로 폭넓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설정되었다. ‘표준어사정심의위원회’는 결성 이래, 10여 차례의 회의를 개최하여 표준어 관련 단어와 표준어의 개념, 새로운 표준어 정책 등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였다. 2003년에는 4월, 7월, 11월 3차례의 회의를 통해 표준어 심의가 필요한 100여 단어를 검토하였으며 2004년에도 역시, 4월, 5월, 7월, 10월 4차례에 걸친 표준어 심의 회의를 개최하였다. 그리고 2005년부터는 ‘표준 발음’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 발표회도 개최하였다.[발표자: 배주채 교수(가톨릭대), 신지영 교수(고려대)] 특히 기존의 엄격하고 권위적인 표준어 정책에서 벗어나, 표준어가 국어 생활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이 회의에서 정리된 내용은 복수 표준어의 범위를 넓힘으로써 국민의 언어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국어의 언어적 소통 능력을 확대하는 데 있었다. 정리된 복수 표준어 후보 목록은 2009년에 “표준국어대사전 보완을 위한 어휘 사용 실태 조사”로 이어져서 객관적인 사용 근거를 확보하였으며 2010년에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복수 표준어를 확장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어 ‘간사스럽다’, ‘등물’ 등 35건의 실생활어의 표준어 채택 여부와 ‘택견’, ‘품새’ 등의 한글 표기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져 최종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어문 규범과 언어 현실 간의 간극을 좁히는 작업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표 2-2] 표준어사정심의위원회에서 논의된 목록 분류
[표 2-2] 표준어사정심의위원회에서 논의된 목록 분류
1. 음운 변화에 따른 표준어 규정
1.1. 자음
1.1.1. 자음의 변화가 있는 것 군시렁거리다/구시렁거리다, 궁시렁거리다/구시렁거리다, 맹숭맹숭/맨송맨송, 어물쩡/어물쩍, 울그락불그락/붉으락푸르락
1.2. 모음
1.2.1. 모음의 변화가 있는 것 낼름/날름, 노랭이/노랑이, 노릿노릿/노릇노릇, 달콤새콤하다/달콤새큼하다, 땡초/땡추, 맨날/만날, 바둥바둥/바동바동, 복실복실/복슬복슬, 볼쌍사납다/볼썽사납다, 빠꼼히/빠끔히, 뾰루퉁하다/뾰로통하다, 새초롬하다/새치름하다, 아웅다웅/아옹다옹, 오손도손/오순도순, 이크/이키, 파다닥(파드득)/파드닥
1.3. 준말
1.3.1. 준말 관계 먼/무슨, 아무리하다/암만하다, 얼만큼/얼마만큼, 왜냐면/왜냐하면
1.4. 단수 표준어
1.5. 복수 표준어
2. 어휘 선택의 확장에 따른 표준어 규정
2.1. 고어
2.2. 한자어
2.2.1. ‘한자어’에서 온 것 거명(擧名)
2.3. ‘비표준어/방언’에서 온 것
2.3.1. 의미가 달라진 것 나래/날개, 내음/냄새, 눈꼬리/눈초리, 뜨락/뜰, 부비다/비비다, 켠/편, 슴슴하다/심심하다
2.3.2. 어감에 차이가 있는 것 걸리적거리다/거치적거리다, 곱추/꼽추, 끄적거리다/끼적거리다, 남사스럽다/남우세스럽다(남세스럽다), 사그라들다/사그라지다, 섬찟/섬뜩, 쌉싸름하다/쌉싸래하다, 어리숙하다/어수룩하다, 잊혀지다/잊히다, 진작에/진작, 진정코/진정
2.3.3. 의미가 다르지 않은 것 곰살맞다/곰살궂다, 귀후비개/귀이개, 꼬리연/꼬빡연, 등물/등목, 딴지/딴죽, 사팔이/사팔뜨기, 실뭉치/실몽당이, 갈랫길/갈림길, 널기와집/너와집
2.3.4. 표준어에는 없는 개념 갈옷, 과메기, 피데기, 매생잇국
2.4. 준말
2.4.1. 준말
2.5. 순화어
2.5.1. 순화한 것 나들목, 내려받다/다운로드, 둔치, *참살이
2.6. 전문어
2.6.1. ‘전문어’와 ‘일반어’의 개념 꼼장어(곰장어), 한치, 바닷가재
2.7. 속어
2.7.1. 속된 말 개기다, 꿍치다, 딴짓, 썰렁하다
2.8. 신어
2.8.1. 기존 개념이 있는 것 거듭니다, 광적(狂的), 기하급수적, 노령화(老齡化)/고령화, 떠내려오다/떠내려가다, 바꿔치다, 바늘, 발빠르다/재빠르다, 버금가다, 복숭아뼈/복사뼈, 붓뚜껑/붓두껍, 상용화(常用化), 새아버지, 쓴소리/고언(苦言), 소견서(所見書), 속앓이/속병, 속풀이, 앞다투다/앞서다, 얼굴도장/눈도장, 여유만만하다, 여차저차하다, 요상하다/이상하다, 월세방, 입소문, 입점, 자리매김하다, 제맛, 체화(體化), 칙/직, 폭증(暴增), 하나째/첫째, 헛똑똑이
2.8.2. 새로운 개념이 생긴 것 고무 밴드, 구립(區立), 교통 카드, 그늘막, 내려받다, 댓글, 뒷좌석, 리콜(recall), 맛탕(마탕), 비밀번호, 실시간, 전화 카드, 쪽방, 충전지, 컵라면, 홈페이지
2.9. 사전
2.9.1. 사전의 등재 문제 신나다, 일자(日字), -중(重), 집안, 방안, 일반미, 일벌레, 가로채기, 휘청이다, 흑미, 흑염소, 혼잣속, 혐의점, 혀꼬부랑, 향락철, 빠르기, 합방(合房), 빠르기, 판촉물, 보호대, 특출나다, 통박(통빡), 용가리통뼈, 탈옥범, 탁배기, 칩뜨다(치뜨다)
2.9.2. 사전의 문법 처리 문제 서(조사), 형용사의 동사 활용(맞다/틀리다/상당하다, 건강하세요), 구(舊)[접두/관형사], ‘-거라’ 불규칙, ‘-느냐/냐’의 교체
2.9.3. 뜻풀이 부딪치다/부딪히다, 너무, 못하다
2.9.4. 맞춤법 찻잔(茶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