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처음 만들어질 때, 세종은 이 문자의 이름을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고 정했다. “백성을 가르치는 데 사용할 바른 소리(글자)”라는 뜻이다. 그러나 당시의 양반 사대부들은 한글이라는 문자의 출현을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고,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중국 중심의 세계관에 젖어 있었기 때문에, 한자와 한문에 비해 한글을 낮잡아 보는 태도가 팽배해 있었다. 그래서 한자/한문은 ‘진서(眞書)’라고 부르고 한글은 ‘언문(諺文)’이라고 흔히 불렀다. 그리고 한글을 주로 부녀자들이 사용했다고 해서 ‘암클’이라고 불렀다거나 아직 한문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나 쓰는 글이라고 해서 ‘아햇글’이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암클’이나 ‘아햇글’ 같은 명칭이 역사 기록에 분명히 남아 있지 않아 실제로 쓰였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다.

   그러다가 개화기에 이르러 민족정신에 대한 각성이 일어남에 따라 우리 민족 고유의 문자인 한글의 가치도 높이 평가하게 되어 ‘정음(正音)’, ‘국문(國文)’ 등의 명칭도 많이 사용되게 되었다. 우리 민족의 글에 ‘한글’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붙여서 사용한 사람은 주시경인 듯하다. 주시경은 개화기에 우리 말과 글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교육과 연구에 힘쓴 사람인데, ‘한나라글, 한나라말, 한말’ 등의 용어도 일찍부터 사용하였으며, ‘배달말글 몯음’이나 ‘조선어 강습원’을 ‘한글모’, ‘한글배곧’으로 개명하기도 하고, 어린이 잡지 ‘아이들보이’(1913. 9.)에 ‘한글풀이’란을 넣기도 하였다. 그 후로 ‘한글’이라는 명칭이 일반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