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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제2회 국립국어원 원내 토론회 후기

작성자 국립국어원 등록일 2020. 9. 24. 조회수 2381

2020년 제2회 국립국어원 원내 토론회 후기

 

 주 제

일상 언어는 인간 본성을 들여다보는 창(窓)

 발표자

전중환 교수(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일 시

2020년 09월 23일 (수) 15:00

 방 식

온라인 동영상 강의



  이번 제2회 원내 토론회에서 전중환 교수가 발표를 맡아 진화적 관점에서 비속어를 설명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일상 언어에는 진화의 과정을 거쳐 온 ‘인간의 본성’이 담겨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의 본성은 ‘사고방식’과 ‘타인과의 관계’를 아우른다. 전 교수는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1954)의 말을 인용하여 ‘언어는 인간 본성의 창(窓)’이라고 말했다. 예시로 ‘불우이웃 돕기 문구’나 ‘댓글 이벤트’에 쓰이는 ‘간접 화법’을 들었는데, ‘발뺌의 여지(plausible deniablility)’를 남긴다는 이점이 있어 간접 화법이 다양한 사회적 관계에 얽힌 화‧청자 간의 갈등 상황을 최소화하는 데 쓰인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사회관계 속 체면 위협 행위에서 벗어나려는 본성에 따라 인류는 우호적인 대화 관계를 맺는 ‘간접 화법’을 터득했다.
  인간의 마음(심리)은 오랜 세월 기술이 축적된 연산 장치와 같다. 진화학계에서는 ‘인간의 마음’, ‘인간의 대사 관계’, ‘주요 장기의 특성’ 같은 것들을 ‘생물학적 적응’을 위해 만들어진 ‘설계’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생물학자 ‘찰스 로버트 다윈’은 ‘설계’란 자연의 선택에 따른다고 설명하였는데, 전 교수는 이에 덧붙여 ‘변이, 유전, 차별적 성공’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조건 없는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가 세대에 걸쳐 반복적으로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인간의 마음은 ‘경이로운 설계’로 만들어진 산물이기에 현대 기술이 이를 모방하기는 쉽지 않다. 마음을 이루는 여러 심리 기제들이 얽혀 실제 본능이 작용하는 체계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없다는 ‘본능맹(instinct blindness)’이라는 용어는 이를 뒷받침하는 예시다.

  비속어가 유독 민주주의에서 금기시되는 이유는 집단이 형성한 일종의 행동 제약에 따르는 것으로 설명된다. 더러운 물질을 피해 병원체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겠다는 마음이 찡그린 표정으로 나타나듯, 오랜 시간 인류는 수렵‧채집 생활을 하며 그들이 놓인 ‘환경’에 ‘심리적으로 적응’해 왔고, 이것이 ‘적응된 행동’으로 이어졌다. 비속어는 문화권과 별개로 ‘성(性), 배설, 신성, 질병, 죽음’ 같은 보편적 주제이며, 듣는 이 모두가 충격을 겪는다. 그 이유는 비속어의 외연은 우리 뇌의 신피질에서 처리되지만, 비속어가 함축하는 내연적 의미는 변연계의 편도체에서 즉각적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추론, 인지 등의 고등 역할을 맡는 신피질에 비해 변연계는 본능에 가까운 원초적 역할을 담당하는데, 이 가운데 편도체는 정서를 동반한 기억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입력과 동시에 편도체가 비속어를 빠르게 처리하면서 듣는 이는 의지와 무관하게 정서적 충격을 겪는다. 대중음악에 욕설처럼 들리는 단어를 일부러 삽입하는 것은 이러한 편도체의 무의식적 반응을 이용한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다.
  비속어의 발화 또한 뇌의 반응과 관련이 있다. 비속어는 좌반구에서 음절 단위로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된 결합체로 우반구에서 저장되었다가 ‘튀어나온다.’ 사고를 제어하는 역할을 맡는 변연계의 기저핵은 입력된 자극에 즉각적으로 ‘결합체(비속어)’를 내뱉는다. 욕설을 듣는 이는 설사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이미 뇌 안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처리해 버렸기 때문에 기분이 나빠진다. ‘대변’과 ‘똥’의 서로 다른 발화 수반력에 대해서도 뇌의 처리 기관이 달라서란 설명이 뒷받침된다. 보다 ‘직설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똥’이란 단어는 대상 자체를 지칭하기보다 내면의 가장 불쾌한 면을 상기시킨다.
  ‘혐오 표현’은 또 다른 인간 심리의 산물이다. 혐오와 동반되는 가장 대중적인 표정, ‘찌푸림’은 어느 문화에서나 공통으로 나타난다. 이 표정은 집단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생리적 반응을 통해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기능을 한다. 집단 내에서 혐오는 ‘회피 반응’을 만드는데, 이러한 반응은 병원체가 잠복한 대상을 미리 피해야만 한다는 인간의 ‘심리적 적응’ 때문에 일어난다. 우리가 지닌 혐오 표현은 원래 병원체를 피하려는 주목적(병원균 혐오)에서 낮은 가치를 가진 사람들과 여러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것을 피하려는 목적(성적 혐오, 도덕적 혐오)으로 변형되었다.
  결국 비속어가 불쾌한 까닭은 우리 뇌가 비속어의 함축적 의미를 자동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전중환 교수는 비속어의 사용이 듣는 이에게 무조건적인 정서적 충격을 준다는 점을 전제한다면 비속어 사용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분명하지만 문학, 예술작품 등에서의 생생한 인간 군상의 묘사를 위해 비속어를 사용하는 것까지 예외 없이 규제하는 것은 오히려 적절치 않다고 보았다. 끝으로 비속어를 포함한 우리의 일상 언어는 특정한 사회 문화에 의해 제멋대로 규정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인간이 공유하는 ‘진화된 인간 본성’을 들여다보는 창이 될 수 있으며, 진화적 시각은 대중의 일상적 언어 사용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제 2회 국립국어원 원내 토론회 사진1


제 2회 국립국어원 원내 토론회 사진2

제 2회 국립국어원 원내 토론회 사진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