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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보고서] 과거에는 전혀 다른 뜻이었다? 단어로 보는 우리말 변천사

작성자 국립국어원 등록일 2025. 7. 4. 조회수 28


■ 제목: 

■ 분량: 4분 9초

 

[마주 보고서] 과거에는 전혀 다른 뜻이었다? 단어로 보는 우리말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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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이승국 진행자(이하 이): 유행어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 만들어지고 있고요. 어떤 단어는 반대로 ‘쓰지도 않는데 왜 아직도 사전에 남아 있지?’ 궁금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단어는 하나하나 잘 살펴보면 그 안에 녹아들어 있는 우리의 삶이 보이는 경우가 있죠. 제가 이렇게 말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는 단어를 만들어 내고 있을 거고요. 누군가는 “이 단어는 쓰지 않는다.”라고 표현하고 있을 겁니다. 세종대왕님이 훈민정음을 만드시던 시대부터 신조어를 만드는 우리 세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대를 관통해 온 언어, 단어들을 통해서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뀌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말을 통해 세상을 마주 보는 시간 여기는 ‘마주 보고서’입니다.

 

ㅇ 이: 우리말이라서 굉장히 편하게 쓰긴 하지만 단어나 표현의 유래들을 곱씹다 보면 굉장히 재밌는 것들을 많이 알게 돼요. “아, 여기에 우리 삶이 녹아 있구나. 이 안에 우리의 역사가 살아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우리 수준에서 이걸 알기에는 한계가 있겠죠. 그래서 오늘 특별한 분과 함께합니다. 한국어를 연구하시고, 공부하시고, 가르치시는 분이에요.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황선엽 교수님 모셨습니다. 반갑습니다.

 

ㅇ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황선엽 교수(이하 황): 반갑습니다.

 

ㅇ 이: 제가 “한국어를 연구하는 분이다.” 이 정도로 말씀드렸는데요. 이게 교수님이 하시는 일을 다 설명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ㅇ 황: 크게 말하면 그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보다 구체적으로 자세히 말씀드리면 국어국문학과 안에는 다양한 학문 분야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저는 그중에서 한국어가 과거에 어떠했고, 또 어떤 과정을 거쳐서 오늘날에 이르게 됐는가 하는 변천 과정을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ㅇ 이: 변천 과정을 구체적으로 연구하시는 분! 정말 ‘마주 보고서’에 필요한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알기로 이렇게 카메라 앞에서 대화하듯이 진행하시는 건 처음이라고 들었는데요. 지금 딱 촬영 시작됐거든요? 어떠세요? 괜찮으세요?

 

ㅇ 황: 많이 떨리는데요. 그래도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ㅇ 이: 저는 정말 교수님만 믿고 질문 공격하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교수님과 함께 본격적으로 ‘마주 보고서’, 첫 번째 장 열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ㅇ 이: 일단 첫 번째로는 단어를 통해 볼 수 있는 과거 이야기를 좀 풀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 단어들을 보면 한자를 사용한 경우도 있고, 순우리말 단어라고 하더라도 유래가 굉장히 재미있게 풀어지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이름만 해도 우리 한자 이름 많이 쓰잖아요. 한자권이고. 제 이름 ‘승국’은 약간 종교적인 의미를 담아서 ‘하늘의 나라를 이어 받아라.’ 이을 승 자에 나라 국 자 이렇게 쓰거든요. 이런 식으로 정말 단어만 쳐다봐도 많은 의미, 그리고 ‘어디서 왔겠다.’ 이걸 알게 되는 경우도 꽤 있더라고요. 우리나라에도 분명히 이런 단어가 많겠죠?

 

ㅇ 황: 단어의 의미에 대해서 말씀하셔서요. 그것에 대해서 하나의 예를 들자면 지금 이름으로 시작하셨잖아요? 이름에는 사람 이름 외에 지명이 있죠. 땅 이름이 있습니다. 그 지명에도 지금 말씀하신 것 같이 각각 의미가 담겨 있고요. 변화하는 과정들을 살펴볼 수 있어서 재밌는 것들이 많습니다. 한 예를 들어 보이면요. 2호선 전철역에 아현역이라는 곳이 있거든요?

 

ㅇ 이: 맞아요. 저 아현에서 학교 나왔어요. 고등학교.

 

ㅇ 황: 그럼 잘 아시겠네요. 그 아현역 근처에 5호선 전철역이 하나 또 있습니다.

 

ㅇ 이: 충정로역 있고요.

 

ㅇ 황: 충정로 근처에?

 

ㅇ 이: 애오개.

ㅇ 황: 맞습니다. 애오개역인데요. 아현과 애오개를 일반인들은 전혀 다른 지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ㅇ 이: 다른 지명이 아니에요?

 

ㅇ 황: 같은 지명입니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지명을 붙일 때 우리말로 지명을 붙였어요. 애오개의 의미는 뭐냐면요. 작은 고개란 뜻입니다. 애는 어린아이, 애호박 같은 데에도 남아 있죠. 오개라는 건 고개란 말이 바뀐 말입니다. 그래서 애오개는 원래는 애고개였어요.

 

ㅇ 이: 아이고개였군요.

 

ㅇ 황: 작은 고개라는 뜻입니다. 그 근처에 대현이라는 곳이 있는데요. 대현은 ‘큰 고개’란 뜻이죠. 큰 고개, 작은 고개라는 의미에서 애고개라고 부르다가 그 말이 바뀌어서 애오개가 되었고. 그런데 그걸 한자로 적어야 될 필요가 있었어요. 옛날에는 애는 ‘아이 아’ 자로, 고개는 ‘고개 현’ 자로. 그래서 아현이라고 쓰게 됐습니다. 사람들은 표기만 보고서 이걸 어떻게 읽는지 모르고 그냥 한자음대로 읽어서 아현이란 지명이 굳어지게 된 것이죠.

 

ㅇ 이: 옛날에는 한자로 아현이라고 써도 실제 그 시대 분들은 애오개로 알아듣고 그렇게 말을 했는데 시대가 흐르며 부르던 게 굳어져서 두 개의 지명처럼 된 거네요?

 

ㅇ 황: 네.

 

ㅇ 이: 똑같은 지명을 이르는 건데.

 

ㅇ 황: 그래서 별개의 전철역이 되어 버렸죠. 지금은.

 

ㅇ 이: 지명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실생활에 쓰는 단어에서도 이렇게 좀 변형이 됐거나, 아니면 아예 처음 생길 때 이런 의미로 생겼다, 이런 단어도 굉장히 많을 것 같거든요? 제가 예시로 살짝 들은 것은 이런 것도 있다고 들었어요. “양복, 이것만 봐도 시대상을 굉장히 많이 읽을 수 있다.”라고 저는 들었는데, 이건 어떤 뜻인가요?

 

ㅇ 황: 서양의 문물이 들어오기 전에 한국 사람들은 자생적으로 우리의 문화를 갖춰서 살았죠. 19세기 말 이후에 서양과의 접촉이 많아지면서 서양 문물들이 들어오게 됩니다. 그때 많은 물건들이 들어오게 되는데요. 대표적으로 옷이 들어오게 됩니다.

 

ㅇ 이: 그렇죠.

 

ㅇ 황: 근데 사실 서양 옷을 입을 일은 없었어요. 옷이 들어왔다 하더라도 서양 선교사들이라든지 서양 사람들이 서양 옷을 입지만 한국 사람들은 서양 옷을 입을 일은 없었는데 1894년에 갑오경장이 일어나게 되는데요. 고종이 어떤 제도라든지, 법률, 이런 것들을 다 서양식으로 바꾸게 되죠. 서양의 군복을 들여와서 복식도 서양 것으로 바꾸게 됩니다. 그것을 변형한 옷을 입게 되는데요. 공식적인 자리에서 관리라든지 왕부터 서양 복식으로 바꾸게 되었죠. 새롭게 들어온 그 옷을 지칭할 명칭이 필요했어요.

 

ㅇ 이: 아 그렇죠. 아예 우리 문화권에 없던 옷인데, 위에서부터 입기 시작했으니까 정의를 했어야 됐죠.

 

ㅇ 황: 그래서 서양에서 들어온 옷이라면서 양복이란 말을 쓰기 시작한 겁니다.

 

ㅇ 이: 문자 그대로, 그러니까 서양의 옷인 거예요?

 

ㅇ 황: 그렇죠. 서양 복식이란 뜻입니다. 서양 옷이란 뜻인데요. 서양 복식이면 사실 티셔츠, 청바지 다 서양 복식이죠. 사실은.

 

ㅇ 이: 이런 거 정도만 지금 양복이라 부르잖아요?

 

ㅇ 황: 양복이라는 말의 의미 자체를 따지자면, 서양에서 들어온 모든 옷이어야 되는데 남성 정장만 양복이라고 하죠. 남성 정장이 제일 먼저 들어왔기 때문에 그것을 양복이라고 칭하면서 그때 그렇게 굳어지게 된 겁니다.

 

ㅇ 이: 그럼 그렇게 해서 역으로 생각해 보면, 한복이라는 구분도 그즈음 처음 생겼겠네요?

 

ㅇ 황: 그렇죠.

 

ㅇ 이: 원래는 그냥 우리 옷이었을 거 아니에요.

 

ㅇ 황: 그전까지는 그냥 옷밖에 없는 거예요. 바지, 저고리, 두루마기, 이런 용어밖에 없었죠. 서양에서 들어온 양복이 널리 퍼지게 되면서 그 양복과는 다른 전통 옷을 뜻할 새로운 말이 필요했죠. 한복이라는 말을 새로 만들게 됩니다.

 

ㅇ 이: 이것도 재밌네요. 원래 우리 민족, 우리 조상님들이 입어 온 옷이 있고, 그 명칭들이 정확하게 있는데 양복이라는 개념이 생겼고, 그 개념이 뿌리내리게 되면서 양복과 익숙하게 자란 세대들은 “양복이 아닌 우리 옷을 뭐라고 불러야 돼? 한복이야.”라고 구분을 짓게 되는, 원래 있던 거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 거네요. 이런 식으로 서양에서 들어온 문물에 의해서 단어가 새로 만들어진 것도 더 있나요, 예시가?

 

ㅇ 황: ‘양’ 자 붙은 것들이 거의 다 그렇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아주 쉬운 예를 들면, 양배추, 양상추, 양파 이런 것들이 있죠.

 

ㅇ 이: 다 서양에서 들어와서 그렇게 붙은 거예요?

 

ㅇ 황: ‘서양에서 들어온 배추’라는 의미로 양배추라고 붙인 것이죠. 상추라는 것이 우리나라에 전통적으로 있었고, 그와 비슷한 것이 서양에서 들어왔다는 의미에서 양상추, 파와 양파의 관계도 마찬가지죠. 사실, 서양에서 들어왔지만 일반인들이 잘 알기 어려운 그런 것들이 있어요.

 

ㅇ 이: 어떤 게 있을까요?

 

ㅇ 황: 지금 발에 뭘 신고 계시죠?

 

ㅇ 이: 신발. 운동화죠.

 

ㅇ 황: 운동화 안에는?

 

ㅇ 이: 양말. 양말도?

 

ㅇ 황: 양말의 양도 서양의 ‘양’ 자입니다. 그럼 말은 무엇일까요? 예전에 한복에는 양말 대신에 버선을 신었죠. 그 버선을 한자로 ‘말’이라고 합니다.

 

ㅇ 이: 그렇게 시작된 거예요?

 

ㅇ 황: 예. 현대인들은 양말을 하나의 단어로 인식하는 거 같아요. 그냥.

 

ㅇ 이: 맞아요.

 

ㅇ 황: 그런데 형태 분석을 해 보면 서양 버선이란 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ㅇ 이: 이 역시 시대가 흘러가면서 그냥 양말이라는 단어 자체가 하나의 이미지를 가지게 된 거네요. 우리 안에서.

 

ㅇ 황: 그래서 아이들은 양말을 잘 이해 못하니까 양발이라고 하는 애들이 있는 거 같아요.

 

ㅇ 이: 발에 신으니까. 이 외에도 지금 몇 개 작가님이 써 주셨는데, 양송이, 양은, 양잿물 이런 것도 다 서양에서 온 거예요? 양철, 양초 다?

 

ㅇ 황: 네. 서양에서 들어온 송이라면서 양송이라는 말이 만들어진 것이고요. 양동이도 마찬가지인데요. 옛날에는 물을 기르러 갈 때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갑니다. 동이라는 게 항아리라는 뜻이에요. ‘작은 항아리’라는 뜻인데, 그래서 물을 받는 항아리가 물동이인 거죠. 일본어로 ‘바께쓰’라고 하는데 “바께스라는 말을 순화해야 되겠다.” 일본어를 이제 없애기 위해서 그래서 이제 “새로운 말을 만들어야 되겠다.” 해서 만든 말이 양동이입니다. 서양에서 들어온 동이라는 뜻이죠.

 

ㅇ 이: 오 그렇게 생각하면 양동이라는 단어는 다른 양복, 양배추 이런 것보다는 조금 더 후에 생겼겠네요?

 

ㅇ 황: 예. 한참 나중에 생긴 말입니다.

 

ㅇ 이: 오 이건 재밌네요. 양이 붙었고 생각해 봤을 때 떨어뜨려서 볼 수 있을 것 같으면 상당 부분 서양에서 넘어오면서 영향을 받은 단어다 이렇게 볼 수 있겠네요.

 

ㅇ 황: 네.

 

ㅇ 이: 그럼 이런 단어도 있나요? 애초에 있었던 단어인데 시대가 바뀌면서 의미가 바뀌는 경우?

 

ㅇ 황: 쉬운 예를 하나 들어 보이면요. 과자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과자 모르시는 분 없을 거 아니에요?

 

ㅇ 이: 너무 좋아하죠.

 

ㅇ 황: 너무 좋아해서 문제죠? 과자는 한자로 ‘열매 과’ 자에 ‘아들 자’ 자를 씁니다. 과일 과실 할 때의 과죠. ‘아들 자’ 자는 어떤 명사 뒤에 붙어서 단어를 만드는 기능을 합니다. 지금 어디 앉아 계시죠?

 

ㅇ 이: 의자요.

 

ㅇ 황: 예, 의자. ‘의’가 하나의 단어입니다. 1음절이 단어인 것이 뭔가 조금 불안정했어요. 그래서 이걸 2음절로 만들어 주면 안정적이거든요. 형식적인 요소. 의미 없는 요소를 뒤에 붙이는 거죠. 그게 바로 ‘자’입니다. ‘자’는 의미가 없고, ‘과’는 과일의 의미거든요. 그럼 과자라는 건 무슨 뜻이 돼야 됩니까? 과일이란 뜻이어야 하거든요.

 

ㅇ 이: 그럼 원래는 진짜 열매를 뜻하던 거였어요? 근데 이게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예요? 연결점이 있어야 되잖아요.

 

ㅇ 황: 그것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예전에도 있었던 것 같아요. 다산 정약용이 그랬습니다.

 

ㅇ 이: 정약용 선생님이 그런 거에 관심이 있으셨어요?

 

ㅇ 황: 다산은 뭐 온갖 것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저술을 굉장히 많이 남겼고 그중에서 언어에 대해서 ‘아언각비’라는 책을 썼는데요. 거기에 수백 개의 단어들이 나타났는데 과자에 대해서도 설명을 했습니다. ‘옛날에 왜 과자를 만들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거예요. 요새는 군것질거리로 과자를 먹겠죠? 그런데 옛날에는 먹을 게 귀했어요. 왜 과자를 만들었을까요?

 

ㅇ 이: 먹을 게 귀했는데 과자를 만든다는 건 굳이 만드는 거니까

 

ㅇ 황: 굉장히 실용적인 목적하에 만들게 되는데요.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 만들게 됐습니다.

 

ㅇ 이: 제사 지낼 때를 위해서 과자를 만들었다고요?

 

ㅇ 황: 지금도 제사상에 약과라든지 한과를 올리죠. 제사상에는 반드시 과일을 올려야 했어요. 예전에.

 

ㅇ 이: 어, 그렇죠.

 

ㅇ 황: 그런데 문제는 요새는 냉장 기술이 발달하고 보관 기술이 발달돼서 사시사철 과일을 구할 수가 있어요. 그렇데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ㅇ 이: 아, 그렇죠.

 

ㅇ 황: 그럼 어떻게 하냐면 가짜로 과일을 만듭니다. 쌀이나 밀 같은 것을, 밀가루 같은 것을 활용해서 과일 모양으로 만들어서 그걸 제사상에 올리게 됐습니다. 과일 모양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것을 과일이라고 부른 거예요. 그런데 옛날에 과일을 과자라고 했으니까 과자라고 그냥 불렀던 것이죠.

 

ㅇ 이: 그냥 그 모양 그대로 과일이니까 과일이다.

 

ㅇ 황: 나중에 가서는 어차피 대용품인데 만들기 쉽고 먹기 쉽게 바꿔야 겠다

 

ㅇ 이: 아 만들다 보니까 이거 쌓기도 귀찮고 만들기도 어려워. 단순하게 만들어. 하면서 우리가 지금 아는 한과의 모양을 하게 된 거네요?

 

ㅇ 황: 그렇죠. 그리고 과자라는 명칭은 계속 쓰이게 된 겁니다.

 

ㅇ 이: 그럼 그때도 과자라고 불렀을 거고요.

 

ㅇ 황: 예.

 

ㅇ 이: 그럼 약과는 뭐예요? 그거는 ‘양’도 아니고 ‘한’도 아니고 ‘약’이잖아요.

 

ㅇ 황: 과자의 ‘자’는 의미가 없는 거라고 그랬잖아요? 그러니까 ‘과’ 자체가 그냥 하나의 단어입니다. 약과는 뭐냐면 약이 들어간 과예요.

 

ㅇ 이: 그런데 약이 안 들어가잖아요. 그거 먹는다고 뭐 좋아지는 거 아니잖아요.

 

ㅇ 황: 그 대답도 정약용이 알려줬습니다.

 

ㅇ 이: 되게 뭐를 많이 하셨네요?

 

ㅇ 황: <아언각비>에 뭐라 그랬냐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꿀을 약이라고 한다.”라고 썼습니다.

 

ㅇ 이: 아, 약이 꿀이라는 뜻이에요?

 

ㅇ 황: 예. 그래서 약식이나 약밥 아시는지 모르겠어요?

 

ㅇ 이: 오. 알죠. 알죠. 약밥 되게 좋아했었고요.

 

ㅇ 황: 예. 조선시대 때는 설탕이 굉장히 귀했어요. 설탕 대신에 꿀을 넣어서 밥을 하게 됐습니다. 어느 순간에 꿀이 더 귀해지고 설탕이 싸지면서 설탕으로 대체하게 되는데 백설탕이 아닌 흑설탕을 쓰는 이유는 약밥이 하야면 맛이 없어 보여요. 그냥 밥과 똑같잖아요. 모양이.

 

ㅇ 이: 시각적인 면도 고려를 하는 거네요? 아니 그럼 약밥이고 약과는요? 그것도 그럼 그냥 ‘꿀 넣은 과자’라는 뜻을 갖고 있을 뿐이에요?

 

ㅇ 황: 네. 꿀 넣은 과자라는 뜻입니다. 한자로 유밀과라고 하는데요. 옛날에 꿀로 그것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ㅇ 이: “야 이 정도는 약과야.” 하잖아요? 이것도 이 약과랑 연관이 있어요? 아니면 이건 또 다른 데서 온 단어예요?

 

ㅇ 황: 일반인들은 “이건 약과야.” 할 때 약과랑 우리가 먹는 약과는 다른 단어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ㅇ 이: 그래서 여쭤본 거예요. 똑같은데 분명히 의미가 다르지 않을까.

 

ㅇ 황: 그런데 사전을 보시면 같은 단어의 다양한 뜻으로 나타납니다. 왜 이런 말이 만들어질까요? 여기에도 역시 사회적인, 문화적인 풍습이 들어가는데요. 조선시대 때 약과는 굉장히 귀한 음식이었어요.

 

ㅇ 이: 꿀이 귀했었으니까요.

 

ㅇ 황: 그러다 보니까 약과를 사람들이 어떤 선물할 때 또는 뇌물을 쓸 때 약과를 주는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ㅇ 이: 약과가 뇌물로도 쓰였어요? 귀했으니까?

 

ㅇ 황: 그런데 문제는 뇌물을 받는 입장에서는 워낙 많이 들어오는 거예요. 더 좋은 것도 많이 들어오고 약과를 딱 받아보고서 “어, 이거 약과네.” 그래서 약과라는 것이 변변찮은 것, 하찮은 것으로 변질되었다, 의미가 바뀌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ㅇ 이: 진짜 이 과자라는 단어 하나에서 한과, 약과 그리고 “이건 약과야.”까지 단어의 어원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그 시대상까지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약과를 뇌물로 준다는 것은 처음 알았거든요.

 

ㅇ 황: 현대에 와서도 마찬가지인데요. 현대에 와서는 약과를 잘 안 먹게 되면서, 요새 아이들은 “그거 껌이야.” 이런 표현을 쓰는 것 같아요. 약과의 자리를 껌이 대신하게 된 것이죠.

 

ㅇ 이: 약과는 이제 갈 데가 점점 없어지네요. 확실히 진짜 단어를 살펴보는 것만으로 문화의 변화상이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ㅇ 이: 우리말을 통해 세상을 마주 보는 시간 마주 보고서 여기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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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