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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게렐(몽골,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사람의 운명이란 것이 참 신기하죠. 저는 몽골에서 한국인이 세운 대학교를 다녔고, 그 학교에서 바로 제 첫 한국 남자친구를 만났어요. 우리 학교에 여름 봉사활동을 하러 한국 학생들이 많이 왔었죠. 2002년도 여름에 그 오빠랑 처음 만났어요. 오빠가 우리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봉사를 했어요. 키가 180cm가 넘고, 그렇게 잘 생긴 것은 아니지만 얼굴이 하얗고 자신감이 넘치고, 무엇보다도 아주 착하게 보였어요. 그 사람을 딱 본 순간에 친구들한테 “내가 이 사람 찍었으니 집적거리지 말라”고 농담으로 경고했죠. 처음에 제가 용기 있게 다가가서 그 남자한테 말 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안녕하세요. 소개받고 싶어요.” 좀 쑥스러워했지만 성공했죠.
  우리가 한 달 동안 몽골에서 만나면서 서로를 알게 되고, 마침 일이 잘 돼서 저도 한국으로 교환학생으로 올 기회가 생겼어요. 인천 공항에서 내리면서 나를 마중 나올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고 나갔어요. 그런데 빨간 장미꽃 한 다발을 든 오빠가 웃으면서 다가왔어요. “잘 다녀왔어요?” 완전히 감동이었고 영화에서 봤던 장면 같았습니다. 한국에 처음 와서 아는 것도 없고 힘들었을 때 많은 도움을 주고 부모처럼 저를 아껴 줬어요. 지금은 헤어졌지만 이런 한국 남자에 대한 첫인상이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제가 처음 겪은 한국 남자는 이런 모습이었지만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또 다른 새로운 모습들을 많이 발견하게 됐습니다. 한국인들은 인내심이 강하고 일에 대한 욕심이 많습니다. 뭐든지 빨리빨리 하고 끝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랑 친하게 지내는 친구 중 한 명이 한국 남자와 결혼했는데 이런 말들을 하고는 합니다. “한국 남자들이 얼마나 급한지 모르겠다. 정말 거시기할 때도 급하다니깐.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면서 짜증을 내는 거 있죠. 얼마나 웃기는지요. 저도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알겠더라고요. 정말 한국이 몇 십 년 만에 빠른 속도로 발전한 것이 바로 부지런하고 성급한 기질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은 저도 몽골에서는 시간 개념 없이 오늘 해야 할 것을 내일로 미루고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작년에 제 고향에 갔다 왔을 때 몽골인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서 확실히 깨달았어요. 반면에 한국은 유교사상이 강한 나라여서 그런지 남자들의 우월감이 높고 남자들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 같습니다. 한국 사회가 많이 변화하면서 남녀차별이 적어지고 젊은이들이 서구문화를 많이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예전보다는 애정 표현도 자유롭게 하고 집안일도 잘 돕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몇 년이 지나면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를 박고 있는 유교사상 때문에 처음과 다르게 나이든 한국 아저씨처럼 변해 간다고 합니다. 저는 지금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나이 많거나 적은 사람, 외국인·내국인 등 많은 사람들과 만납니다. 몽골인과 한국인들 사이에서 통역이나 번역을 하고, 그들의 생각과 애로를 접하게 되면서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남자의 경우에는 몽골 남자나 한국 남자나 대부분 자존심이 세고 무뚝뚝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또 한 가지는 둘 다 술을 즐기고 좋아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 남자들이 술을 마신 후의 문화가 참 깨끗하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몽골 남자들은 술을 마시면 꼭 싸우고 안 좋은 일로 끝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어느 나라 사람이든지, 남자든지, 여자든지 처음과 같이 끝에 까지도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고 아껴 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달라도 한마음으로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