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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래

김주한(경기 영어 마을 교육운영본부장)

  대한민국 최초의 영어 마을인 안산 캠프가 개원한 이래 현재 영어 마을이 영어 교육의 새로운 대안으로 인식되면서, 전국적으로 많은 영어 마을이 설립되었거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영어 마을의 비용 대비 효과나 해외 어학 연수와 그 효과를 비교한다거나, 영어 마을 조성보다는 각 학교에 원어민 교사를 배치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기 영어 마을은 단지 영어만 가르치는 곳으로 조성된 곳이라기보다는, 종래의 주입식 공교육 문제를 보완하여 학생들이 즐겁게 공부하면서 잠재력을 키우도록 설계된 미래형 교육 공간이다.
  경기 영어 마을은 첫째, 영어 격차(English-Divide) 문제 해소를 위해 국민 모두가 최소의 비용으로 평등하게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영어 구사 능력이 개인이나 국가의 경쟁력 차이로 나타나는 21세기 세계화 시대에 경기 영어 마을은 사교육비를 부담하지 못하는 저소득 가족에게 무료 학습 기회 제공은 물론 모든 교육 과정 교육비의 50~80%를 도비로 지원함으로써, 경제적 부담 없이 누구나 영어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 영어 마을은 공교육의 일환으로 세계화 시대에 글로벌 인재 양성의 산실이 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영어 교육은 입시 위주로 10년을 공부해도 영어회화 한마디 못하는 현실이다. 이에 비해 영어 마을은 체험식 영어 교육을 채택하여 외국에 직접 와서 생활하는 듯한 환경에서 살아 있는 영어를 배우게 된다. 즉 환경 면에서 해외연수와 똑같은 기능을 제공하며 오히려 모든 환경(예: 상가시설, 문화시설, 우체국, 경찰서, 은행과 같은 공공 체험 시설 등)이 교육적 목적으로 조성되어, 집중적인 심화교육을 통해 해외연수보다 더 효과적인 체험을 할 수 있다.
  특히 이곳의 교육 방식은 모든 수업이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이 과정이 모두 원어민 교사와 함께 영어를 사용하는 방식(Content-based, project focussed curriculum)이다. 일일 체험 과정도 자신이 관심을 가진 분야의 과제를 수행하는데, 그 과정이 영어로 진행되므로 학생으로 하여금 영어에 흥미를 느끼게 하고 자신도 영어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 준다.
  이는 경기 영어 마을이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해 주고 영어를 말하는 데에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는 많은 이용자들의 만족스러운 답변으로 증명되고 있다.
  많은 돈을 들여 영어 마을을 조성하는 것보다 그 돈을 각 학교에 지원해서 학교마다 원어민 교사를 두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는 현재 우리나라 영어 교육이 원어민처럼 영어를 잘하는 영어 교사가 없어서 교육 효과가 낮다는 논리와 상통하는데, 이는 단순히 원어민 교사의 문제가 아니라 공교육의 영어 교육 방식과 프로그램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중학교 영어 교사를 모두 원어민 교사로 바꾸어도 학생이 원어민에게서 수업을 받는 시간은 일주일에 세 시간, 한 달에 열두 시간이다. 이렇게 진행해도 수업 방식이 입시 위주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영어 구사 능력 향상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현재 교육청이 책정한 원어민 교사 1인당 연간 예산은 6천만 원으로, 이를 국민 모두가 장기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경기 영어 마을 파주 캠프의 시설 투자비(850억 원)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파주 캠프의 1년 운영비 150억 원만 계산해 봐도 250명의 원어민 교사를 채용할 수 있는 비용에 불과하며, 이 비용으로는 경기도 내 449개 중학교 중 60%에만 원어민 교사를 배치할 수 있다. 반면 파주 캠프의 경우 정규과정과 일일 체험 과정 수료자, 상업시설 이용자 및 주말 초등반 수료자 등을 감안했을 때, 그 수혜 인원은 연간 21,000명에 이르며, 이 인원이 해외연수를 간다고 가정했을 때의 외화 절감 효과는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한편, 영어 마을에 입소하면 5박 6일 동안 영어만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하루에 최소한 12시간 수업을 받게 되므로 1인당 영어 체험 시간은 최소 60시간이다. 이는 학교에서 영어 교사를 모두 원어민으로 바꿀 경우를 가정해도 5개월 동안 수업을 받는 효과와 비슷하다. 또한 영어 마을의 수업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효과도 월등하며, 영어 마을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가운데 영어를 자연스럽게 익히고 자기가 원하는 분야의 학습이 영어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발적인 영어 학습의 동기를 충분히 유발한다는 효과도 있다.
  현재 경기도는 영어 마을 운영을 통해 축적한 여러 노하우와 교육 프로그램을 영어 마을 조성을 준비 중인 전국의 지자체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국에 크고 작은 영어 마을이 늘어나 우리 아이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마음껏 영어와 뛰놀면서 영어와 친구가 되는 창의적인 글로벌 코리안 양성의 베이스캠프 구실을 해 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