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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2015년 제3회 원내 토론회 후기

작성자 국립국어원 등록일 2015. 4. 10. 조회수 13358

2015년 제3회 원내 토론회 후기

 

 

국립국어원에서는 2015년 제3회 원내 토론회를 다음과 같이 개최하였다.

 

주제

성경 번역과 한국어 문법 및 문체

발표자

전무용(대한성서공회 번역실 국장)

일시

2015년 4월 6일(월) 16:00~17:30

장소

국립국어원 2층 대회의실

 

이번 토론회에서는 대한성서공회 번역실 전무용 국장이 ‘성경 번역과 한국어 문법 및 문체’라는 주제로, 성서 번역의 특징과 성서 번역자들이 고민하는 한국어 표현들을 정리하여 발표하였다.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성경의 문체는 옛 시대의 것으로서 그것이 번역되던 시대의 일상적인 문체일 뿐이다. 따라서 지금의 독자를 대상으로 성경을 번역한다면 현대 한국어의 문법과 문체를 고려해야 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언중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질 때, 어디에 기준을 두고 번역어를 선택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예를 들어 ‘-하니라/-하였다’와 ‘-이니라/이다’ 중에서 어떤 종결형 어미를 사용할 것인지, 또 ‘약대’와 ‘낙타’ 중에서 어떤 단어를 사용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토박이말인 ‘약대’와 한자어인 ‘낙타’를 두고 <개역한글판> 성경에서도 ‘약대’를 쓰고 있으니 <성경전서 새번역>에서도 ‘약대’를 쓰자는 의견과 ‘낙타’가 훨씬 더 익숙하니 ‘낙타’를 쓰자는 의견이 있었다. 번역 검토의 마지막 단계에서 ‘낙타’로 쓰기로 결정하여 <개역개정판> 성경에서도 이 말은 모두 ‘낙타’로 개정하였다. 이 밖에도 <개역한글판> 성경에서 총 2회 사용된 중세국어의 ‘괴다’도 시대의 흐름에 따른 언어의 변화를 반영하여 <개역개정판> 성경에서는 모두 ‘사랑’으로 개정하였다.

 

‘개역 에스더기’ 2:15 에스더가 … 모든 보는 자에게 을 얻더라
‘개역 에스더기’ 10:3’ 유다인 모르드개가 … 그 허다한 형제에게 을 받고

 

‘개정 에스더기’ 2:15 에스더가 … 모든 보는 자에게 사랑을 받더라
‘개정 에스더기’ 10:3 유다인 모르드개가 … 그의 허다한 형제에게 사랑을 받고

 

또 <개역개정판> 성경 개정 작업을 할 때 비속어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계집’을 ‘여인’ 또는 ‘여자’로 고치기도 하였다. 원래 중세국어에서 ‘계집’은 비속어가 아니었으나, 시대가 변하면서 ‘계집’이 ‘여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 되었다. 성경에서 ‘계집’을 ‘여인’으로 개정한 것 역시 시대 흐름에 따른 변화라고 하겠다.

 

한국어 성경에서 사용하고 있는 낱말에는 전통적으로 한국에서 사용하던 말, 성경을 번역하면서 새롭게 만든 말, 그리고 같은 한자 문화권인 중국어나 일본어에서 빌려 쓴 말 등이 있다. 특히 ‘구원, 십자가, 성령, 선지자, 제사장, 성전, 세례, 구속(救贖)’ 등 많은 낱말들을 중국어 성경에서 차용하였다.
한국 교회에서 사용해 온 중요한 용어들은 가능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좋지만 이 시대에 맞는 용어나 개념으로 새롭게 번역할 필요도 있다.

 

‘개정 민수기’ 28:10 이는 상번제와 그 전제 외에 매 안식일의 번제니라.
‘새번역 민수기’ 28:10 안식일에는, 날마다 바치는 번제부어 드리는 제물 외에, 안식일 번제를 따로 바쳐야 한다.

 

‘개정 창세기’ 21:22 그 때에 아비멜렉과 그 군대 장관 비골이 아브라함에게 말하여 이르되 네가 무슨 일을 하든지 하나님이 너와 함께 계시도다.
‘새번역 창세기’ 21:22 그 무렵에 아비멜렉과 그의 군사령관 비골이 아브라함에게 말하였다. “하나님은, 당신이 무슨 일을 하든지, 당신을 도우십니다.”

 

한편 문화 차이 때문에 그대로 번역할 수 없는 사물들이 많이 있다. 성경 원문에서는 ‘빵’이지만 ‘떡’으로 번역한 경우가 그러하다. 한국에서 아주 어릴 때부터 신앙생활을 해 온 사람에게 ‘떡을 떼며’ 성찬식을 하는 것은 익숙하지만, ‘빵을 떼며’ 성찬식을 하는 것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여러분/여러분들’처럼 한국어 복수접미사 ‘-들’을 사용할지, ‘고마우신 하나님’, ‘참 좋으신 하나님’처럼 형용사의 높임을 인정할지, 또 ‘빛이 있어라’ 등의 명령형을 사용할지에 대한 번역자들의 고민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전무용 국장의 발표 후 종교 경전의 번역 문체가 국어에 미친 영향, 선교사들의 사전 편찬과 보급 활동 내용, 성경 번역에서의 외래어 표기법, 차용어 사용 등에 대한 질의응답이 진행되었다. 성경 번역에서 일반인들이 쉽게 따라올 수 있는 문법과 문체의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는 취지에 동감하며 원내 토론회를 마쳤다.

 

성경 번역과 한국어 문법 및 문체라는 주제에 대한 토론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