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의 이해】

'준말, 약어, 줄어든 말

이운영(李云暎)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찾다 보면 언뜻 봐서는 차이를 알기 힘든 비슷한 풀이와 마주치게 된다. ‘‘○○’의 준말’, ‘‘○○’을 줄여 이르는 말’, ‘‘○○’이 줄어든 말’이 그러한 풀이이다. 모두 축약과 관련이 있는 것이나 일반인들이 이 세 가지의 차이를 명확히 알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다른 경우를 가리킨다. 어떠한 말이 원래 형태에서 축약된 형태로 나타났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축약되는 방식이나 대상 등에서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ㅇㅇ’의 준말’은 대부분 익숙하게 알고 있는 개념으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형태소 이하의 음운 단위가 탈락하거나 축약하여 음절 수가 줄어든 경우에 이를 준말과 본말의 관계로 처리하고 있다. 다음에 보이는 예들이 이러한 준말에 속한다.
맘가짐「명」‘마음가짐’의 준말.
큰애「명」‘큰아이’의 준말.
조그맣다「형」‘조그마하다’의 준말.
  ‘맘가짐’은 ‘마음’의 모음 ‘ㅡ’가 탈락한 경우이고, ‘큰애’는 ‘아이’의 모음 ‘ㅏ’와 ‘ㅣ’가 축약하여 ‘애’가 된 경우이다. ‘조그맣다’도 ‘조그마하다’의 ‘하’에서 모음 ‘ㅏ’가 탈락하여 만들어진 말이다. 이러한 경우는 원래 단어의 ‘준말’로 풀이를 하였다.
  ‘준말’과 달리 ‘줄여 이르는 말’이나 ‘줄어든 말’은 사전마다 달리 처리하고 있다. 어떤 사전에서는 이러한 것도 준말로 처리하고 있고, 또 다른 사전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풀어서 설명하기도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줄여 이르는 말’로 풀이되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경우로 흔히 ‘약어’라고 불리는 것들이다.
국감「명」『법』‘국정 감사’를 줄여 이르는 말.
선관위「명」『법』‘선거 관리 위원회’를 줄여 이르는 말.
공판장「명」『경』‘공동 판매장’을 줄여 이르는 말.
  위의 단어들은 두 단어 이상으로 이루어진 표제어에서 각 단어마다 한 음절 이상씩 뽑아서 만든 것이다. 따라서 음운 축약이나 탈락으로 이루어진 준말과는 다르다. ‘국감’은 ‘국정 감사’라는 두 단어로 이루어진 말에서 앞 단어 첫 글자 ‘국’과 뒤 단어 첫 글자 ‘감’을 따서 만든 것이고, ‘선관위’ 역시 ‘선거 관리 위원회’에서 각 단어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공판장’은 앞 단어에서는 첫 글자 ‘공’을 따고 뒤 단어에서는 ‘판’과 ‘장’이라는 두 글자를 따서 만든 것이다. 이런 단어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줄여 이르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줄어든 말’은 ‘준말’과 마찬가지로 음운 탈락이나 축약으로 형태가 변한 경우이나 ‘준말’에 비해 그 범위가 훨씬 넓다. 즉 ‘준말’이 한 단어 내에서만 음운 탈락이나 축약이 일어나는 것인 반면 ‘줄어든 말’은 단어의 경계를 넘기도 하고, 조사나 어미 등이 결합하여 활용한 형태에서 음운 탈락이나 축약이 일어나기도 한다. 따라서 ‘‘○○’의 준말’로 풀이된 경우는 ‘○○’이 사전에 반드시 등재되어 있지만, ‘‘○○’이 줄어든 말’로 풀이된 경우는 ‘○○’이 사전에 표제어로 등재되어 있지 않다. 다음과 같은 경우가 이러한 ‘줄어든 말’에 속한다.
게서 ‘거기에서’가 줄어든 말.¶게서 혼자 뭐 하고 있니?
누가 ‘누구가’가 줄어든 말.¶누가 아직 안 왔어?
‘저 아이’가 줄어든 말.¶쟤가 누구더라?
  ‘게서’는 ‘거기’라는 대명사에 조사 ‘에서’가 붙은 말이 줄어든 것으로, ‘거기에서’는 한 단어도 아니고 사전에 표제어로 등재되어 있지도 않다. 따라서 이것이 줄어든 ‘게서’는 품사 정보 없이 등재하였고 ‘줄어든 말’로 풀이를 하였다. ‘누가’ 역시 ‘누구’에 주격 조사 ‘가’가 붙은 말이 줄어든 것이고 ‘쟤’는 ‘저 아이’라는 두 단어로 이루어진 구(句)가 줄어든 것이기 때문에 ‘누구가’나 ‘저 아이’ 역시 사전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것은 위에서 살핀 일반적인 준말이나 약어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보여 주기 위해 ‘‘○○’이 줄어든 말’과 같은 방식으로 풀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