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의 이해】

내가 만들마

정호성(鄭虎聲) / 국립국어원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을 할 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막상 그 말을 글로 쓸 때는 아리송한 것이 있다. (*표는 잘못된 단어나 잘못된 문장임을 나타내는 기호임)
① 내가 널 처음 봤을 때 네 얼굴이 하얬어/*하옜어/*하앴어.
② 눈 덮인/*덮힌 조그만 교회당
③ 사장은 직원들을 닦달해/*닥달해 제품 납기일을 맞추었다.
  ‘하얬어’는 ‘하얗다’의 활용형으로 ‘하얗-’ 어간에 어미 ‘-았어’가 결합한 것이다. ‘하얗다’와 같이 ‘ㅎ’을 어간 말음으로 지니는 색채 형용사들은 대부분 이와 같이 활용을 한다.(까맸어, 꺼멨어, 빨갰어, 뻘겠어 등)
  ‘덮인’은 흔히들 ‘*덮힌’으로 잘못 쓰는 예이다. ‘덮다’의 피동사형은 ‘*덮히다’가 아니라 ‘덮이다’이므로 ‘덮인, 덮여, 덮였다’와 같이 적어야 한다. ‘높다’의 사동사형 역시 ‘*높히다’가 아니라 ‘높이다’가 옳다.
  ‘닦달하다’는 ‘*닥달하다’로 잘못 쓰는 일이 많다. 하지만 이 말은 ‘닦다’의 의미가 살아 있는 것으로 보아 ‘닦달하다’로 쓰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① 남을 단단히 윽박질러 혼을 냄. ②물건을 손질하고 매만짐. ③음식물로 쓸 것을 요리하기 좋게 다듬음’과 같이 ‘닦고 다듬질하다’의 의미가 살아 있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이 자칫 잘못 쓰기 쉬운 말에 다음과 같은 것이 더 있다.
  동사·형용사 어간 말음이 ‘ㄹ’인 어휘들은 그 뒤에 ‘ㄴ, ㄹ, ㅂ, 오, 시’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 ‘ㄹ’이 탈락하는 규칙성을 보인다.(표 1 참조)

표 1) 'ㄹ' 어간 말음 용언의 활용
어간\어미 -ㄴ -네 -는 -니 -ㄹ까 -오 -시 -세요 -ㅂ니다
살다 사네 사는 사니 살까 사오 사시오 사세요 삽니다
벌다 버네 버는 버니 벌까 버오 버시오 버세요 법니다
만들다 만든 만드네 만드는 만드니 만들까 만드오 만드시오 만드세요 만듭니다

④ 아름다운 서울에서 {살렵니다/*살으렵니다/*사렵니다}. ← 살- + -(으)렵니다
⑤ 저희 부부는 둘 다 돈을 {벌므로/*벌으므로/*버므로} 여유가 좀 있습니다. ← 벌+ -(으)므로
⑥ 주소록은 내가 다음 달까지 {만들마/*만들으마/*만드마}. ← 만들- + -(으)마
  위 각 문장에서 어떤 말이 옳은지 생각해 보자.
  어미 ‘-(으)렵니다’는 어간의 말음이 ‘ㄹ’ 이외의 자음이면 ‘먹으렵니다, 잡으렵니다’와 같이 쓰이고, 어간 말음이 모음이거나 ‘ㄹ’이면 ‘가렵니다, 보렵니다 / 살렵니다, 벌렵니다, 만들렵니다’와 같이 쓰인다. 그러므로 ④에서는 ‘아름다운 서울에서 살렵니다’가 옳은 말이다. ⑤의 ‘-(으)므로’도 어간 말음이 ‘ㄹ’ 이외의 자음이면 ‘먹으므로, 잡으므로’, 어간 말음이 모음이거나 ‘ㄹ’이면 ‘가므로, 보므로 / 살므로, 벌므로, 만들므로’와 같이 쓰이므로 ‘돈을 벌므로’가 옳은 말이다. ⑥의 ‘-(으)마’ 역시 같은 환경에서 ‘먹으마, 잡으마’와 ‘가마, 보마 / 살마, 벌마, 만들마’로 쓰인다. 그러므로 ‘주소록은 내가 만들마’로 적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