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의 이해]

표준어 ‘고소하다’와 방언 ‘고숩다’

이태영(李太永) / 전북대학교


  우리나라의 표준어 규정은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 라고 되어 있다. 한국어의 표준이 되는 ‘표준어’는 ‘서울’이라는 지역에서 쓰는 말로 한정이 된 셈이다.
  ‘표준어’라는 말 속에는 한국어를 대표한다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국어사전을 편찬할 때 표준어를 중심으로 편찬하고 방언에 대한 고려는 등한시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언어생활을 할 때, 표준어는 맞고 방언은 틀린다고 생각하는 것도 표준어를 중심으로 언어를 바라보는 기준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어의 역사적인 변화 과정을 고려할 때 표준어에서 제외하기 아까운 말들도 있다.
  국어사전은 표준어 ‘고소하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다.
고소-하다01 「형」&「1」볶은 깨, 참기름 따위에서 나는 맛이나 냄새와 같다.「2」【…이】「1」기분이 유쾌하고 재미있다.「2」미운 사람이 잘못되는 것을 보고 속이 시원하고 재미있다.
  이 해설의 끝에는 중세국어의 ‘고다’가 ‘고소다’로 변하고 다시 ‘고다’가 ‘고소하다’로 변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역사적 변천과정이 분명한 예로 표준어로 책정하기에 전혀 문제가 없는 어휘이다.
  그러나 전라 방언에서 많이 쓰이는 ‘고숩다/꼬숩다’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처리하고 있다.
꼬숩다 「형」『방』'고소하다01'의 방언(전남).
  우리의 국어사전이 방언에 대한 해설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다 알고 있으니만큼 다음에 논의하기로 하더라도, 방언 어휘가 가지는 역사성을 고려하지 않고 사전에서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다. 달리 말하면 표준어의 역사성은 고려하려고 하면서 방언의 역사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라 방언 ‘고숩다’는 다음과 같은 변천을 거친 것이다.
다>고소다, 고수다>고숩다, 꼬숩다
  ‘고숩다’는 중세국어 ‘고다’의 변천 과정에 있는 ‘고수다’에 형용사 파생 접미사인 ‘-ㅂ’이 첨가되면서 ‘고숩다’가 된 것이다. 형용사를 파생시키는 접미사 ‘-ㅂ/’이 첨가되는 예는 수없이 많아서 이미 국어의 변천 과정에서 확고히 자리 잡은 규칙인 셈이다.
  이처럼 국어의 역사적 변천 과정이 매우 확실한 어휘를 단지 지역에서 쓴다고 해서 방언으로 처리하게 되면 국어의 역사성 재구의 측면에서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또 국어사전에서는 지역에서 나름대로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사용되는 말이나 역사적으로 많이 사용되어 온 말을 방언이라는 풀이 외에 또 ‘-의 잘못’으로 처리하고 있다.
쌉쓰름-하다 「형」「1」 쌉싸래하다 의 잘못.
  표준어 ‘께름하다’에서 보는 것처럼 ‘-름(ㅁ)하다’도 꼭 방언이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기술은 단순히 표준어 규정을 ‘서울말’로 한정했다고 해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그간 방언 어휘에 대한 정밀하고 종합적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방언 어휘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규칙으로 생성된 것인지, 표준어의 어휘와 어떤 상관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밝히지 못한 데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앞으로 국어의 역사와 관련하여 설명할 수 있는 방언, 표준어와 같은 형으로 생산성이 있는 방언은 표준어에 넣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