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의 이해]

눈곱/눈살/눈썹

양명희(梁明姬) / 국립국어원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한글 맞춤법의 제5항은 ‘한 단어 안에서 뚜렷한 까닭 없이 나는 된소리는 다음 음절의 첫 소리를 된소리로 적는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 규정은 언뜻 보면 있으나마나한 규정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아래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예로 든 단어들이 의심의 여지가 없이 된소리로 적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1. 두 모음 사이에서 나는 소리
소쩍새, 어깨, 오빠...
2. ‘ㄴ, ㄹ, ㅁ, ㅇ’ 받침 뒤에서 나는 소리
산뜻하다, 잔뜩, 살짝, 훨씬, 담뿍, 움찔, 몽땅, 엉뚱하다
  그러나 현행 맞춤법의 근간이 된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만들 당시에는 이 규정이 유용했다. 다음은 한글 맞춤법 통일안의 된소리 규정이다(당시 표기를 그대로 따름).

  第三項 한 單語 안에서 아무 뜻이 없는 두 音節 사이에서 나는 된소리는 모두 아래 音節의 첫 소리를 된소리로 적는다.(甲을 取하고 乙을 버린다)
아빠 압바
오빠 옵바
(중략)
거꾸루 것구루
  여기서 우리는 ‘아무 뜻이 없는 두 음절 사이에서 나는 된소리’에 주목하게 되는데, ‘눈+곱, 눈+살’처럼 음절 각각이 뜻이 있는 경우에는 된소리로 적지 않음을 뜻한다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곱’은 현재 독립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지 않지만 국어사전에 ‘눈곱’의 동의어로 올라 있고, ‘손톱 밑에 끼어 있는 때’인 ‘손곱’, ‘발톱 밑에 끼어 있는 때’인 ‘발곱’도 국어사전에 올라 있다. ‘눈살’의 ‘살’은 ‘주름살, 이맛살’의 ‘살’과 같은 형태이기 때문에 소리는 ‘쌀’로 나지만 표기는 ‘살’로 한다. 비슷한 구조의 ‘눈썹’은 ‘눈’은 뜻이 있지만 ‘썹’의 의미를 알기 어렵기 때문에 ‘ㄴ’ 받침 뒤에서 나는 된소리를 표기에 반영하여 ‘눈썹’으로 적는다. 참고로 북한에서는 이들 단어를 ‘눈꼽, 눈살, 눈섭’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 외에도 우리가 자주 틀리는 된소리 표기가 있는데 다음과 같은 예들이다.
딱따구리, 색깔...
  ‘딱따구리’는 같은 음절이 겹쳐 나는 ‘딱딱’에서 만들어진 말이기 때문에 ‘딱다구리’로 적지 않는다. 또 ‘색깔’의 ‘-깔’은 ‘상태’ 또는 ‘바탕’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보아 ‘때깔/성깔/맛깔/빛깔’처럼 앞에 오는 받침과 상관없이 모두 ‘깔’로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