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화어의 이해]

찡내지 말자

전수태(田秀泰) / 국립국어원


  이제 단풍도 지고 계절은 겨울로 치닫고 있다. 가을 산을 화려하게 수놓았을 금강산, 묘향산의 단풍은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북한 동포에게 마음이 따뜻한 겨울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번 호에도 지난 호에 이어 북한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북한 말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내외량심’은 ‘나라안과 나라밖의 량심 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우리는 남조선당국이 비전향장기수들에게 당치않은 감투를 씌워 계속 붙잡아두고 박해하려 할것이 아니라 내외량심의 일치한 요구대로 김인○, 김영○, 함세○ 로인들을 비롯한 공화국 북반부에 가족을 둔 모든 비전향장기수들을 즉시 송환할 것을 다시금 강력히 촉구한다. 아울러 우리는 남조선의 인권단체들과 각계각층인민들이 괴뢰당국의 비인도주의적행위를 단호히 짓부시고 비전향장기수들을 가족들이 살고 있는 공화국 북반부로 하루빨리 송환하기 위한 투쟁을 더욱 힘차게 벌이리라는 확신을 표명한다.”(<평양방송> 1999년 4월 3일 07:10)와 같은 예문이 있다. 여기에서 북한 말 ‘감투’는 우리의 ‘누명’에 해당하는 말이다. 북한의 인권 문제를 생각한다면 이러한 주장을 할 수 있는지 의심이 간다.
  ‘장식불바다’는 ‘장식불의 바다’이다. 북한에서 ‘바다’는 일부 명사와 함께 쓰여 ‘물건이나 어떤 현상이 넘쳐나도록 매우 많은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시에서는 김일성광장, 평양체육관, 당창건기념관, 평양역을 비롯한 시안의 중요 장소들에서 방송선전차와 여러가지 음향설비들을 이용해서 정치선동의 북소리를 높이 울리게 하고있다. 뜻깊은 2월에 밤하늘을 꽃바다로 물들일 대형불꽃장식준비가 착실히 준비돼서 장식불바다를 이루고 있다. 네거리 꽃대들에 장식할 김정일화가 망울을 터친지 오래다.”(<조선중앙방송> 2002년 2월 6일 15:30)와 같은 예문이 보인다. 참고로 말하면 김정일화는 일본의 한 원예사가 20년 동안 연구하여 키워낸 꽃인데 1988년 2월 김정일의 생일에 선물로 주어진 꽃이다. 베고니아과의 다년생 식물로 꽃은 붉은 색이다.
  ‘찡내다’는 ‘짜증을 내다’의 뜻이다. “그는 제혼자 일찌기 장가든것이 창피스러워 긴긴 겨울밤 마실을 가서 같은 또래들과 화로를 끼고 앉아서는 어제 녀편네가 나무를 패주지 않는다고 찡내길래 주먹으로 단매에 꺼꾸러뜨렸다는등의 대포를 곧잘 놓았다. 그리고는 기고만장해서 녀자들은 미물이 돼서 주먹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줴쳤다. 그러면 화로가에 둘러앉은 그의 또래들은 그 말을 곧이듣고 가슴마다에서 사나이의 자부심이 설레여 흥성거리면서 그를 눈이 게슴츠레해서 녀편네곁을 떠나지 못하는 추물이 아니라고 믿어 주었으며 장가는 들었어도 창억이는 역시 창억이라고 머리를 끄덕였던 것이다.”(<근거지의 봄>, 4・15문학창작단, 1981, 28쪽)처럼 쓰이는 말이다. 여기에서 ‘일찌기’는 ‘일찍이’의 북한식 표현이며, ‘단매’는 ‘단 한 번에 가하는 타격’이다.
  ‘태양기’는 북한에서, 자신들의 국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외국방문의 길에 오를때마다 공화국기는 그의 곁에서 휘날렸다. 어버이 수령님의 불멸의 자욱자욱에 자기 발자국 따라 세우면 공화국기는 태양기라고, 위대한 수령님은 곧 우리 국가이시라고 격정터치던 나날들을 우리 인민은 영원히 잊지 않는다. 공화국기는 김일성민족의 미래를 축복하여 주는 희망의 깃발이다.”(<평양방송> 2002년 4월 10일 13:15)와 같이 쓰이는 말이다. 참고로 말하면 여기에서 ‘김일성민족’은 김일성 사후에 새로 생겨난 말로서 북한에서, 한반도에 사는 한민족을 김일성 우상화의 관점에서 이르는 말이다.   남과 북이 화해와 협력으로 서로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특히 어려움에 처할 때 찡내지 않는 성실한 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