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의 이해]

방언에 나타나는 등장 인물의 성격

이태영(李太永) / 전북대학교


  작품에서 등장인물이 주로 사용하는 방언의 특징만으로도 인물의 성격과 개성을 창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등장인물의 성격 창조에 방언이 차지하는 몫은 매우 크다. 이번 호에는 주로 채만식의 <천하태평춘>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김동인도 ‘감자’의 여주인공 복녀로 하여금 평양 지역의 방언을 쓰도록 하여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었고, ‘배따라기’에서는 그의 작중 인물이 말과 행동을 통해 다른 작가에서 볼 수 없는 성격을 창조하고 있는데 그 성격 창조를 가능케 한 것은 대화에서 두드러지게 사용한 방언 때문이었다.
(복녀)“뱃섬 좀 치워 달라우요.” (남편)“남 졸음 오는데, 님자 치우시관,”
  채만식의 <천하태평춘>에서 지문의 방언은 구어적 특징을 많이 보이면서 작가가 사용하는 방언이 많이 쓰이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독자를 작품의 현실에 끌어들이기 위하여, 독자로 하여금 작가의 시점과 입장에 적극적으로 관여케 하기 위하여, 작중인물의 문제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천하태평춘>에 나오는 대표적 인물은 윤장의 영감인데 윤장의 영감의 천박하고, 괴팍하며, 현실에 부정적인 성격을 잘 드러내는 전라도 방언으로는 부사인 ‘워너니’, 부정적인 뜻을 가진 감탄사 ‘글시, 참, 으응(응)’, ‘대가리, 목아지, 주둥아리, 배때기’ 등의 비속어, 수사의문문의 일종인 ‘설의법(반문)’,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 추측을 하는 구문 등이 쓰이고 있다.
“쌍년이라 헐수 읍서! 천하 쌍놈, 우리게 판백이 아전 준평이 자식이 워너니 그렇지 별수있것냐!”
“짝 찌질년! 그년은 글시 무어허러 밤낮 그렇게 싸―댕긴다냐?”
“야 이놈아! 어떤 손목아지가 문은 그렇게 훠언허게 열어놓았냐? 응!”
“······으응? 그놈이 사회주의를 허다니! 으응? 그게 그게 참말이냐? 참말이여?”
“거참!...나는 벨 신통헌 일력거군두 다 있다구 얌전허게 부았지!”
  ‘워너니’는 ‘그러면 그렇지’ 또는 ‘원체’라는 뜻을 가진 부사인데, 윤장의 영감의 말에서는 주로 어떤 사실을 비아냥거릴 때 나타나고 있다. 충청 방언의 영향으로 보이는 감탄사 ‘글시’는 ‘남의 물음이나 요구에 대하여 분명하지 못한 태도를 나타낼 때’나 ‘자기의 의견을 고집하거나 강조할 때’ 쓰는 말이다. ‘응(으응)’은 주로 의문문의 뒤에 나와서 ‘무슨 일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불평하여 내는 소리’이고, ‘으응’은 ‘마음에 차지 않거나 짜증이 날 때 쓰는 말’이다. ‘참’은 ‘매우 딱하거나 어이없는 일을 당했을 때 쓰는 말’로 ‘허참, 거참’ 등으로 나타난다.
“자네가 아까 나더러 처분대루 허라고 허잔힛넝가?”
“타는 차삯말이간디? 그놈 사을 때 값 말이지······”
“암만히여두 자네 어매(어머니)가 행실이 궂었덩개비네!”
“빌어 먹을년의 자식이 아마 간장을 한종재기나 처먹었넝개비다!”
  수사의문문은 청자에게 답을 요구하지 않고 자기가 결론을 내리는 방식의 의문문이기 때문에 화자가 청자를 무시하면서 ‘자기 식대로 사는 인물’임을 표현한다. ‘-ㄴ개비다, -ㄴ가비다, -ㄴ갑만, -ㄴ갑도만’이라는 구성은 전북 방언에서 추측을 나타내는 구성이다. 이러한 말을 많이 쓰는 윤장의 영감의 성격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하여 ‘막연히 주관적인 추측’을 자주 하는 사람으로 묘사되고 있다.
  문학 작품에 사용된 방언을 통하여 작중 인물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학 작품을 연구할 때 방언과 국어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