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발음법의 이해]

모음과 모음이 만날 때(준말의 장모음화)

최혜원(崔惠媛) / 국립국어연구원


  한 단어 안에 두 개의 모음이 나란히 올 때 말하는 이는 입을 벌린 상태에서 각 모음을 연속적으로 발음하게 된다. 이러한 모음의 연속은 자음이 중간에 올 때보다 발음하는 것이 비교적 부자연스럽고 듣는 쪽에서도 알아듣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각 언어는 이런 소리의 연결을 될 수 있는 대로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테면 두 모음 중 하나가 반모음으로 바뀌거나(1) 두 모음이 중간 소리인 단모음으로 바뀌거나(2) 또는 두 모음 중 하나가 탈락하는 방법으로(3) 모음끼리 결합하는 것을 피한다.

(1) 주인장-쥔장[쥔:장], 소인네-쇤네[쇤:네], 부엌-붴[붴:], 무엇-뭣[뭣:]
(2) 사이-새[새:], 사나이-사내, 아이-애[애:]
(3) 가을-갈[갈:], 마음-맘[맘:], 노을-놀[놀:], 다음-담[담:]

  이러한 결과로 세 음절에서 두 음절로, 두 음절에서 한 음절로 각각 음절 수가 줄어드는데, 음절수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줄어든 말의 위치가 첫 음절일 경우 공통적으로 모음의 길이가 길어진다. 이는 두 개의 모음이 하나로 줄어들 때 하나의 모음이 차지하고 있는 시간 단위가 그대로 남아 원래 짧았던 모음의 길이에 덧붙어 길어진 결과이다.
  물론 모음과 모음이 만나는 모든 경우에 모음의 형태가 다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한자어를 비롯한 외래어에서는 두 모음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인장-쥔장, 소인네-쇤네, 내일-낼’과 같이 준고유어화되어 버린 몇몇 낱말에서는 예외이다.)

(4) 투우사(鬪牛士)(×투사), 투옥(投獄)(×톡), 미인(美人)(×민)
(5) 다이빙(×대빙), 레이더(×레더), 베이징(×베징), 오아시스(×와시스)

  고유어의 경우에도 모음 축약이 형태소의 원형을 심하게 바꾸어 놓을 경우에는 원형 유지를 위해 축약을 피하는 것이 보통이다.

(6)

가운데(×간데), 허울(×헐), 거울(×걸), 비옷(×뵷)

  주로 고유어에서 나타나는 모음 충돌 회피 현상은 (1)-(3)과 같이 명사에서뿐만 아니라 동사나 형용사의 준말에서도 볼 수 있다.

(7) 기어-겨[겨:], 두어-[둬:] 꾸어-[꿔:], 보아-[봐:]
(8) 싸이다-쌔다[쌔:다], 트이다-틔다[틔:다], 쏘이다-쐬다[쐬:다]
(9) 게으르다-게르다[게:르다], 그을다-글다[글:다]

  이 중 (7)은 한 음절로 된 어간에 어미 ‘-아/-어’가 결합되어 한 음절로 줄어들면서 긴소리로 발음 나는 경우이다. 앞에 오는 모음이 반모음화되어 뒤 모음과 결합하여 이중 모음을 형성하면서 장모음화된 것이다.
  아래의 예들은 (7)과 같은 구성인 것 같으나 두 모음이 합쳐져 한 모음으로 줄어들어도 모음의 길이가 길어지지 않는다.

(10)

*오아-와 / 지어-져, 치어-쳐, 찌어-쪄

  이러한 경향은 ‘*오아’가 장모음화가 일어나는 다른 예들과 달리 본딧말 형태가 현실 언어에서 나타나지 않고 축약형 ‘와’만이 나타나고, ‘져, 쳐, 쪄’가 이중 모음으로 발음되는 것이 아니라 ‘ㅣ’ 소리가 탈락한 단모음 [ㅓ]로 소리 난다는 특징과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