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화어의 이해]

‘결정으로 박다’

전수태(田秀泰) / 국립국어연구원


  설악산에 단풍이 들고 있다고 한다. 그 단풍이 백두대간을 타고 지리산에 이르면 남녘의 가을은 절정에 달한다. 그에 앞서 백두산의 가을과 묘향산, 금강산의 가을이 북녘을 먼저 붉게 물들인다.
  이번 호에도 지난 호에 이어 북한 국어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말들을 소개하기로 한다.
  ‘결정으로 박다’는 ‘확실하게 결정하다’의 뜻이다. 《지난날 행세식 맑스주의자들이나 민족주의 우두머리들은 인민들이야 어떻든 저희들의 힘만 가지고도 무엇인가 해낼것처럼 돌아치다가 운동자체를 피투성이로 만들어버렸소. 우리는 그 교훈으로부터 진실한 혁명가가 할 일은 연설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인민들속에 깊이 들어가 그들과 한덩어리가 되여 온 겨레가 싸움에 떨쳐나서도록 하는데 있다고 보고 그것을 결정으로 박았소. 그런데 동무는 결정을 할 때는 손을 들었는데 그것을 실천하자마자 또 인민들을 향해 소리치고 그들을 동요시킨다고 면박을 주고 적과 내통한다고 의심을 했소.》(<대지는 푸르다>, 1981년, 589쪽)와 같이 쓰이는 말이다,
  ‘년로보장금’은 나이가 많아 노동력이 없을 때 국가에서 주는 연금을 말한다. 《글쎄 무슨 사연이 있어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11월 24일에 나를 찾아와서 자기가 30년나마 주물직장일을 한 사람인데 우리 기업소 주물직장에 와 살게 해달라 하지 않겠습니까. 아들 앞으로 식량도 받고 년로보장금도 받으니 그런건 걱정 말고 주물직장에 나올수 있게만 해달라는게였습니다. 그게 자기의 평생소원이라고까지 말하면서 ……. 처음엔 로동법상 안 된다고 딱 잘랐습니다. 그랬다가 눈물까지 눈에 어려 가지고 한숨을 계속 쉬면서 애원하는바람에 승인해주고 말았습니다.》(<문학일보> 2002년 1월 26일 제3호 3면>와 같은 예가 있다.
  ‘로력전투’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적지 않은 군인가족들은 자기들도 남편들과 같이 공장건설을 맡은 전투원들이라는 자각밑에 가족소대를 뭇고 건설자들과 함께 힘찬 로력전투를 벌였으며 군인들의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따뜻이 돌봐주었다. 조선인민경리대 리복남소속부대 출판물보급원 리현희는 최근 년간 맡겨진 혁명 임무를 책임적으로 수행하면서 근 80차에 걸쳐 원호품을 성의껏 준비해가지고 금릉동굴, 4·25려관, 9월27일닭공장 등 주요 대상 건설에 참가한 군인들을 찾아가 그들을 고무해주었다.” (<조선중앙방송> 2001년 11월 5일 06:00)와 같은 예문을 보일 수 있다.
  ‘맞서기경기’는 태권도 경기종목의 하나로서 정확하고 힘있는 공격과 방어수법의 적용에 따라 점수를 평가하는데 2분간 진행된다. “조선로동당 창단 55돐에 즈음하여 마다가스까르의 안따나나리브에서는 정일봉, 향도봉 등 12개 태권도구락부 선수들이 참가한 태권도 경기대회가 진행되였다. 가이아나의 죠지타운에서는 수많은 관람자들이 모인 가운데 틀경기, 맞서기경기, 위력경기 등 여러종목의 태권도 종합경기가 조직되였으며 찰스타운 고등중학교와 골든그로브초등학교 교원학생들은 운동회를 특색있게 진행하였다. 가이아나에서는 이름난 경찰군악대가 출연하는 텔레비죤경축 음악연주회를 조직하였다.” (<조선중앙방송> 2000년 10월 30일 07:00)와 같이 쓰이는 말이다. 여기에서 틀경기, 맞서기경기, 위력경기는 모두 북한에서 태권도 경기에 쓰는 용어인데 틀경기는 기본 동작 6~7가지나 그 이상의 묶음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전술적 의의를 가지는 동작을 보이는 경기이고 위력경기는 격파 등 힘을 보여 주는 경기이다.
  남북한이 구시대의 유물인 이데올로기를 청산하고 민족 문제를 화해와 협력의 원칙 아래 풀어나가는 것을 ‘결정으로 박을’ 그날이 앞당겨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