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 표현의 이해]

‘말하다’의 뜻을 나타내는 관용 표현

김한샘 / 국립국어연구원

  현대는 언론 매체와 인터넷이 문화를 이끌어 가는 이른바 정보화 사회이다. 말 한마디로 일반인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 유명 인사가 되기도 하고 말 한마디로 일생을 쌓아왔던 명예가 땅에 떨어지기도 한다. 비단 오늘날에만 말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예로부터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말은 할수록 늘고 되질은 할수록 준다’, ‘말이 씨가 된다’ 등 말과 관련한 속담이 많다. 더불어 말과 관련된 관용 표현도 많은데 주로 말하는 것과 관련된 신체 부위인 입, 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1) ㄱ. 말없이 커피를 마시던 영희가 비로소 입을 뗐다.
ㄴ. 매사에 조심성이 있어 함부로 입을 놀리지 않고 신중했다.
ㄷ. 말을 알기 쉽게 전하려고 열심히 혀를 놀렸으나 소용이 없었다.
ㄹ. 규성이 혀를 굴리기 시작했을 때 두일은 술상을 밀고 일어섰다.
  (1ㄱ~ㄹ)의 ‘입을 놀리다, 입을 떼다, 혀를 놀리다, 혀를 굴리다’는 일반적인 ‘말하다’라는 의미를 나타내는 관용 표현들이다. 말할 때 신체 기관들이 움직이는 모양을 나타낸 표현들이다. (1ㄱ)은 다물고 있던 입술을 떼어 말을 시작한다는 의미이고 (1ㄴ)의 ‘입을 놀리다’는 주로 ‘함부로, 마구’ 등의 부사와 함께 쓰여서 경솔하게 말을 할 때 쓴다. (1ㄴ~ㄹ)의 표현들은 ‘말하다’라는 단어보다 속된 표현으로 느껴진다. (1ㄹ)의 ‘혀를 굴리다’는 ‘ᄅ’ 발음을 넣어서 외국어식으로 발음한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2) ㄱ. 학부형과 선생님들이 모두 급식에 찬성한다고 입을 모았다.
ㄴ. 이미 입을 맞추어 놓았는지 모인 사람들이 모두 같은 얘기만 반복했다.
(3) ㄱ. 철수는 묻는 말 이외는 말을 안 해서 갑갑할 정도로 입이 무겁다.
ㄴ. 넌 다 좋은데 입이 가벼운 게 흠이야.
ㄷ. 앞집 새댁은 아는 것도 없으면서 입만 살아 가지고 떠들고 다닌다.
ㄹ. 고생을 많이 한 사람들은 안 해 본 일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2)의 ‘입을 모으다’와 ‘입을 맞추다’는 모두 여러 사람이 같은 의견을 말하는 경우에 쓴다. 여러 사람이 같은 의견을 말하게 된 것이 우연일 경우에는 ‘입을 모으다’를, 의도적으로 말을 맞춘 경우에는 ‘입을 맞추다’를 사용한다. (3)은 말하는 것에 비추어 사람의 성격을 나타내는 표현들이다. (3ㄱ)의 ‘입이 무겁다’는 말이 적거나 아는 일을 함부로 옮기지 않는다는 뜻이고 (3ㄴ)의 ‘입이 가볍다’는 말이 많거나 아는 일을 함부로 옮긴다는 부정적인 뜻이다. (3ㄷ)도 말에 따르는 행동은 없으면서 말만 그럴듯하게 잘한다는 의미이므로 부정적인 의미를 나타낸다. (3ㄴ)의 ‘입이 가볍다’는 ‘입이 싸다’로도 쓸 수 있다. (3ㄹ)의 ‘입에 달다’는 어떤 말이나 이야기 따위를 습관처럼 되풀이하거나 자주 사용할 때 쓰는 표현이다. ‘입에 달다’는 ‘과자를 입에 달다’와 같이 ‘먹을 것을 쉴 새 없이 입에서 떼지 아니하고 지내다’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4) ㄱ. 이 돈을 누구한테서 빼앗은 거냐는 소리가 입 안에서 돌았다.
ㄴ. 거짓말하지 말고 진실을 말하라는 소리가 입 끝에서 뱅뱅 돌았다.
ㄷ. 이런 상황에 잘 어울리는 말이 있는데 입 안에서 뱅뱅 도네.
(5) 미숙이는 경찰에게 말을 하려다가 강도가 했던 말이 생각나서 혀가 굳었다.
  (4~5)의 관용 표현은 말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을 나타낸다. (4ㄱ)의 ‘입 안에서 돌다’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아니하거나 또는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4ㄴ)처럼 ‘입 안에서 돌다’에서 ‘안’은 ‘끝’으로 바꾸어 쓸 수 있고 ‘돌다’를 ‘뱅뱅’이 수식할 수도 있다. (4ㄷ)의 밑줄 친 부분은 상황에 맞는 적당한 표현을 찾지 못한다는 뜻이다. (5)의 ‘혀가 굳다’는 놀라거나 당황하여 말을 못한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