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의 이해]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말

이운영(李云暎) / 국립국어연구원

  한 나라에서 사용하는 말은 오래전부터 그 지역에서 사용되어 쓰이는 것들도 있지만 다른 나라로부터 들어오는 것들도 있다. 특히 다른 나라의 문물이 유입되면서 그 문물을 지칭하는 말이 함께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말들 중에서 상당한 기간을 거치며 더 이상 다른 나라에서 들어왔다는 인식 없이 고유어처럼 사용되는 말들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러한 말들에는 원어를 밝혀 주지 않고 대신 원래의 말을 어원으로 제시해 주고 있다. ‘남포’는 이러한 말 중 대표적인 것으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올라 있다.

  남포=남포등.【<lamp】
  위에 제시된 ‘남포’ 항목을 보면 ‘남포’라는 표제어 바로 옆에 한자나 로마자와 같은 원어 표기가 없다. 이는 ‘남포’를 고유어와 같이 다루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대신 맨 끝에 ‘【<lamp】’라는 정보를 주고 있는데 이는 ‘남포’가 ‘lamp’라는 다른 나라 언어에서 온 것이라는 어원을 밝혀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남포’의 특성은 아래의 ‘lamp’ 항목과 비교해 보면 더 분명해진다.
  램프(lamp)「1」기계의 작동 상태나 과정 따위를 나타내 보이는 등.「2」=남포등.「3」알코올램프와 같은 가열용 장치.
  위에 보인 대로 ‘램프’ 항목에는 ‘램프’라는 표제어 바로 옆 원어란에 ‘lamp’를 제시해 주고 있다. 이는 영어 단어를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그대로 표기한 것으로 ‘남포’와 다르게 제시된 부분이다. 즉 ‘남포’는 ‘lamp’라는 영어에서 오기는 했지만 발음 등에서 많은 변화를 겪은 후 고유어처럼 쓰이게 된 것이기 때문에 ‘램프’와 달리 위와 같이 제시해 주고 있는 것이다.
  ‘고무’, ‘냄비’, ‘빵’, ‘사돈’ 등도 ‘남포’와 같은 경우이다. ‘고무’는 프랑스 어 ‘gomme’에서 왔고, ‘냄비’는 일본어 ‘nabe’에서 왔다. 흔히 일식집에서 ‘새우나베우동’, ‘김치나베우동’ 등과 같은 이름이 붙어서 냄비에 담겨 나오는 음식들이 있는데 이때의 ‘나베’가 바로 ‘냄비’의 어원인 일본어이다. ‘빵’은 잘 알려진 대로 포르투갈 어 ‘pão’에서 왔고 ‘사돈’은 만주어 ‘sadun’에서 왔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남포와 같이 다른 언어에서 직접 들어온 단어가 76개 실려 있는데 이때 어원이 되는 언어는 중국어, 몽골 어, 일본어, 만주어, 영어, 포르투갈 어, 프랑스 어 등이다. 이 중에서 중국어가 32개, 몽골 어가 31개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몽골 어에서 온 말은 잘 알려진 대로 목축이나 수렵과 관계된 것이 많다. ‘고라말’, ‘절따말’과 같은 말의 종류를 나타내는 것이나 ‘갈지개’, ‘송골’, ‘난치니’, ‘익더귀’처럼 매의 종류를 나타내는 말, 그리고 소의 특정 부위를 가리키는 ‘업진’ 등이 모두 몽골 어에서 온 말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말들은 모두 한 언어에서 직접 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말들은 둘 이상의 언어를 거쳐서 들어오기도 한다. ‘부처’, ‘바리’, ‘화냥’과 같은 말이 이러한 경우이다. ‘부처’와 ‘바리’는 불교와 관련된 용어로 산스크리트 어가 원래의 언어이고 이후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온 말들이다. ‘부처’는 산스크리트 어 ‘buddha’가 중국어 ‘佛體’를 거쳐서 나온 말이고 ‘바리’는 산스크리트 어 ‘pātra’가 중국어 ‘鉢’을 거친 후 여기에 접미사 ‘-이’가 붙어서 고유어처럼 쓰이는 말이다. ‘화냥’은 만주어 ‘hayan’이 중국어 ‘花娘’을 거쳐 다시 고유어처럼 쓰이게 된 말이다. 이 밖에도 영어 단어가 일본을 거쳐서 들어온 ‘미싱(<machine)’, ‘카렌다(<calender)’, ‘다스(<dozen)’와 같은 말들도 있는데, 이런 말들은 대부분 순화되어 ‘재봉틀’, ‘달력’, ‘타(打)’와 같은 말이 대신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