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의 이해]

라고라고라고라

양명희(梁明姬) / 국립국어연구원

  학생 시절, 영어 시간에 직접 인용문을 간접 인용문으로 간접 인용문을 직접 인용문으로 바꾸는 문제를 풀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어 시간에 이런 문제를 풀어 본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다만 ‘라고, 하고’는 직접 인용 조사이고 ‘고’는 간접 인용 조사라는 정도의 문법 지식을 배웠을 뿐이다. 실제로 우리는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직접 인용과 간접 인용을 혼동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음 예와 같이 간접 인용문인데 직접 인용 조사를 사용하여 듣는 이를 당황케 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1) ㄱ. *다음 주에 가겠다라고 하던데요.
ㄴ. *50대에는 미의 평준화가 된다라고 하던데요.
ㄷ.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겠다라고 했습니다.
  이때의 ‘라고’는 모두 간접 인용 조사 ‘고’로 바꾸어야만 자연스러운 한국어가 된다. 말을 할 때뿐 아니라 학자들의 논문에도 이러한 잘못이 쉽게 발견된다. 반면 신문 기사에서는 다음 예처럼 직접 인용을 나타내는 문장 부호를 사용하면서 간접 인용 조사를 사용하는 오류를 자주 범한다.
(2) ㄱ. “이런 부실주 테마는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고 고개를 젓는다.
  -> “이런 부실주 테마는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라며 고개를 젓는다.
ㄴ. 이 후보가 “대통령은 누구를 지지하는지 밝혀라”고 하니까 무척 혼란스럽다.
  -> 이 후보가 대통령은 누구를 지지하는지 밝히라고 하니까 무척 혼란스럽다.
  간접 인용절이 평서문이나 감탄문의 경우에는 서술어의 어미 ‘-다’에 간접 인용 조사 ‘고’가 결합되며, 의문문의 경우에는 서술어가 동사이면 ‘-느냐’, 형용사이거나 서술격조사이면 ‘-(으)냐’에 ‘고’가, 청유문의 경우에는 ‘-자’에 ‘고’가, 명령문의 경우에는 서술어의 어미 ‘-(으)라’에 ‘고’가 결합된다. 그런데 우리는 (3ㄱ)이나 (4ㄱ) 같은 비규범적인 간접 인용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3) ㄱ. *사장님께서 주무시냐고 물어보았다.
ㄴ. 사장님께서 주무시느냐고 물어보았다.
(4) ㄱ. *강남과 강북 중 어느 곳이 인구가 더 많냐고 물어보았다.
ㄴ. 강남과 강북 중 어느 곳이 인구가 더 많으냐고 물어보았다.
  일상적으로 (3ㄱ)과 같이 동사 뒤에도 ‘-냐고’를 결합시키는 경우가 많으나 현재 규범 문법에서는 동사 뒤에 ‘-느냐고’가 결합하는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 또한 (4ㄱ)의 예에서와 같이 받침 있는 형용사 뒤에 ‘-냐고’를 결합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나 받침 있는 형용사 뒤이므로 ‘으냐고’를 결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