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현장에서]

여기는 아테네

손범규(孫範奎) / 에스비에스 아나운서

  신화의 무대, 아테네에서 올림픽이 한창이다. 근대 올림픽의 발상지에서 있었던 1896년 제1회 대회 이후 108년 만에 열리는 이번 올림픽은 규모 면에서도 사상 최대이다. 202개 나라 1만6천500여 명에 이르는 선수단은 28개 종목에 걸린 301개의 금메달을 놓고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올림픽(Olympic)’은 ‘올림픽스(Olympics)’나 ‘올림픽 게임스(Olympic Games)’의 준말이다. 어원은 그리스 인의 주신으로 숭배된 ‘제우스(Zeus)'에게 바쳐진 제전의 이름인 ‘올림피아(Olympia)’이다. 이 ‘올림피아’ 제전에서 체육 경기가 열린 것이 현재의 올림픽의 기원이라고 한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선수들의 경쟁만 치열한 것이 아니다. 2만여 명이 넘는 보도진들도 경기장 안팎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땀을 쏟고 있다. 시드니 올림픽에서도 느낀 점이지만 올림픽 방송단의 규모로만 본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3위(?)의 수준이다. 이번 아테네 올림픽 한국 선수단은 총 24개 종목에 376명으로 9개 종목에서 금메달 13개 정도를 따서 종합 순위 10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이지만, 방송 3사의 방송단은 역시 300명을 훌쩍 넘는 인원으로 신문사의 취재진을 제외하고도 미국, 일본에 이어 3위 정도의 규모인 것이다. 방송 시간도 3사 모두 10여 시간씩을 편성해 놓고 있으며, 태권도와 양궁은 한국 방송사가 제작한 화면이 전 세계에 방송된다. 우리의 국력과 경제적인 수준이 이렇게 세계 3위의 수준이라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숙제로 남겨두고, 글쓴이도 방송단의 한 사람으로서 늦은 시간까지 열심히 중계를 하고 있다. 서울과 아테네의 시차는 6시간, 중요한 경기는 현지에서 대부분 밤에 열리기 때문에 서울에서는 새벽에 보실 수밖에 없다.
  어쨌든 밤낮으로 목이 터져라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중계해야 하는 사람들이 ‘스포츠 캐스터’ 이다. 국내 경기를 중계할 때는 캐스터에 대해 칭찬보다는 비난의 소리가 더 많은 것 같다.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모두가 전문가가 되기 때문에 캐스터의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시청자들의 열의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있기에 캐스터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민감하기 하기 때문이다. 즉 캐스터가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더라도 시청자들은 서로 캐스터가 상대편만 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올림픽과 같은 국제 경기에서는 온 국민이 하나가 된다. 우리나라 선수가 꼭 이겨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는 캐스터의 중계를 일방적(?) 중계로 만든다.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 상황에 맞게 승리의 감동과 선수에 대한 칭찬과 격려가 나와야 하고, 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극적인 역전이나 승리를 기대하게 만드는 감칠맛 나면서도 아슬아슬한, 박진감 있으면서도 사실적인 중계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있다. 방송사마다 똑같은 화면이지만 캐스터와 해설자는 다르기 때문에 같은 시각, 같은 경기를 중계하면서도 한 명의 시청자라도 더 자신의 방송을 보게 만드는 캐스터와 해설자만의 개성 있는 중계가 그것이다. 경기가 끝나면 시상식이 열리듯이, 중계가 끝나면 다음 날 각 방송사의 시청률이 나오기 때문이다.
  40도를 넘는 폭염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선수단과 방송단 모두에게 힘차게 ‘파이팅’(아리랑에서 따 온 ‘아리아리’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음)을 외쳐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