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 표현의 이해]

속담에서 비롯된 관용 표현

김한샘 / 국립국어연구원

  속담도 넓은 의미의 관용 표현이지만 일반적으로 관용 표현이라 하면 ‘비행기를 태우다’, ‘손을 들다’ 등과 같은 구를 가리킨다. 구 형식의 관용 표현 중에는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속담을 줄여 만든 것들이 있다. 대화 속에서 간단하게 말하기 위해서 속담 중에 중요한 부분만 추려서 표현하는 것이다.

(1) ㄱ.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은 잘도 하면서 외국의 큰 회사가 우리나라 회사를 사들여도 아무도 신경을 안 쓴다.
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최 서방이 서울 올라가 성공한 것이 괜히 아니꼬웠다.
ㄷ. 동네 사람들은 갑자기 돈을 번 박 사장을 보며 괜히 배 아파 했다.
(1') 점심 먹은 것이 잘못되었는지 배가 살살 아파요.
  주위의 누군가가 잘되었을 때 기뻐하기보다 시기하는 마음이 들 때 (1ㄱ~ㄴ)에서와 같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을 쓴다. 이를 줄여서 ‘배가 아프다’라고만 해도 충분히 같은 뜻을 나타낸다. (1')는 실제로 몸의 일부인 배가 아프다는 의미이지만 (1ㄷ)은 남을 질투한다는 의미이다.
(2) ㄱ. 도시로 가서 직장 생활 몇 년 하더니만 미꾸라지 용 됐네.
ㄴ. 고생 끝에 성공해서 고향에 내려갔더니 미꾸라지 용 됐다고 야단들이다.
ㄷ. 대학 들어가서 안경도 벗고 화장도 배우고 하더니 용 됐네.
(2') 여기가 이무기가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는 연못이에요.
  (2ㄱ~ㄴ)의 ‘미꾸라지 용 됐다’도 (2ㄷ)처럼 ‘용 됐다’라는 관용 표현으로 간단하게 줄여 쓸 수 있다. ‘미꾸라지 용 됐다’, ‘용 됐다’ 모두 미천하고 보잘것없던 사람이 크게 발전했음을 나타낸다. (2')처럼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쓰일 때는 주어가 주로 ’이무기‘, ’뱀‘ 등의 동물이지만 (2ㄷ)과 같은 관용 표현으로 쓰이면 반드시 사람이 주어가 된다.
  (3ㄱ~ㅁ)은 모두 옳지 못한 일을 저질러 놓고 엉뚱한 수작으로 속이려 하는 경우에 쓰는 말들이다.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놓기’라는 속담은 ‘오리발 내놓다’, ‘오리발 내밀다’ 등의 관용 표현과 같은 뜻이다. 같은 의미를 (3ㅁ)처럼 속담의 구성 요소를 거의 다 생략하여 ‘오리발이다’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3) ㄱ. 내 도시락 네가 먹은 거 다 알아. 뻔한 일을 가지고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놓기 할 거야?
ㄴ. 철수는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놓는 격으로 어제 학원에 분명히 갔었다고 딱 잡아떼었다.
ㄷ.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 완전히 오리발 내밀고 있군.
ㄹ. 모두 다 같이 한 일인데 이제 와서 너만 오리발 내놓고 도망가면 어떻게 해?
ㅁ. 최 과장은 잘못해 놓고 항상 오리발이어서 정말 얄미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