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의 이해]

일상적으로 쓰이는 전문어

이운영(李云暎) / 국립국어연구원

  사전에 오르는 말은 사전의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사전을 사용하는 대상에 따라 초등용, 중등용 등으로 분류하여 그 수준에 맞는 말들을 모아서 사전을 만들 수도 있고 특정 분야에서 사용되는 말들만을 모아서 전문 용어 사전을 만들 수도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대사전’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말들과 전문 분야에서 사용되는 말들이 모두 담겨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50만여 말 중에서 전문어로 분류되는 것이 22만여 개에 달하고 있어서 상당수의 전문어를 싣고 있는 셈이다. 전문어로 분류되는 것은 특정 전문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말들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모두 53개의 전문어 영역을 설정하여 각 분야의 전문어들을 풀이하고 있다.
  이러한 전문어들 중에서는 해당 전문 분야에서 공식적으로 부르는 명칭과 일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부르는 명칭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아래의 ‘모르모트’와 ‘기니피그’가 그러한 예이다.

  모르모트(←marmotte)‘기니피그’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
  기니피그(Guineapig)〔동〕모르모트과의 하나. 몸의 길이는 25cm 정도이고 쥐와 비슷하며, 꼬리가 짧고 귀는 둥글고 짧다. 몸의 색깔은 검은색, 흰색, 누런 갈색, 붉은 갈색 따위 여러 가지이다. 페루가 원산지이며 생물학, 의학의 실험동물로 널리 쓴다. 속칭은 ‘모르모트’이다.(Cavia porcellus)
  위에 보인 것처럼 ‘모르모트’와 ‘기니피그’는 같은 동물을 가리키는 다른 이름이다. 원래 전문 분야에서 쓰이는 공식 명칭은 ‘기니피그’이고 ‘모르모트’는 ‘기니피그’가 속한 과(科)의 명칭인데 사람들이 흔히 이 동물을 ‘모르모트’라고 부름으로써 오히려 ‘모르모트’가 더 익숙한 이름이 되었다. 이런 경우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두 명칭을 모두 실어 주고 위와 같은 방식으로 둘 사이의 관계를 보여 주고 있다. ‘모르모트’에는 전문 영역을 제시하지 않고 ‘전문어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과 같은 형식으로 풀이를 달아 주고, 공식 명칭인 ‘기니피그’에서 전문 영역과 함께 자세한 풀이를 보여 주고 있다. 또 끝에 속칭을 밝혀 줌으로써 ‘모르모트’와의 관계도 보여 주었다. ‘마마’와 ‘천연두’, ‘샛별’과 ‘금성’, ‘갈비뼈’와 ‘늑골’, ‘버마재비’와 ‘사마귀’, ‘별똥별’과 ‘유성’, ‘빨간약’과 ‘머큐로크롬’ 등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되어 있다.
  위에서 살핀 ‘모르모트’와 ‘기니피그’의 경우에는 전문 용어인 ‘기니피그’에서 자세한 풀이를 해 주었으나, ‘복사뼈’와 ‘거골’의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인 ‘복사뼈’에서 풀이를 해 주고 있다.
  복사뼈 발목 부근에 안팎으로 둥글게 나온 뼈.
  거골(距骨)〔의〕‘복사뼈’를 전문적으로 이르는 말.
  앞에서 살핀 ‘모르모트/기니피그’ 부류와 ‘복사뼈/거골’의 풀이 방식이 다른 것은, 전문 용어의 인지도와 관련이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전문 용어인 ‘기니피그’, ‘천연두’, ‘금성’, ‘늑골’, ‘사마귀’ 등도 일상생활에서 종종 쓰이지만 후자의 경우 ‘거골’은 일반 사람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일상적으로 널리 쓰이는 말인 ‘복사뼈’에서 풀이를 해 주고 ‘거골’은 ‘복사뼈’를 전문적으로 이르는 말로 풀이를 해 주었다. ‘송곳니’와 ‘견치’, ‘목젖’과 ‘구개수’, ‘두드러기’와 ‘은진’ 등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풀이되어 있다. ‘견치’, ‘구개수’, ‘은진’ 등이 일상적으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말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