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화어의 이해]

라남의 봉화

전수태(田秀泰) / 국립국어연구원

  푸른 바다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원산 앞바다에서 해수욕을 하고 저녁에 평양에 돌아와 옥류관에서 시원한 냉면을 먹는 평양 시민을 생각해 본다.
  이번 호에도 지난 호에 이어 북한 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말들을 소개하기로 한다.
  가금기지는 가금을 기르는 근거지다. 가금은 길들여 기르는 새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주로 알과 고기를 생산하는 것이 목적이나 관상용, 싸움용으로도 기른다. “이번에 새로 개건 현대화되는 서포 닭공장은 수도 시민들의 식생활에 언제나 마음쓰시고 계시는 경애하는 장군님의 온정어린 조치에 의해서 수도의 믿음직한 가금기지로 꾸려지게 된다. 지난 시기 이 공장은 일부 생산체계가 수공업적이거나 반자동화체계로 되여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개건 현대화되는 공장은 모든 생산공정이 자동화, 콤퓨터화가 실현되게 된다.”(<평양방송> 2001년 3월 6일 09:00)처럼 쓰이는 말이다.
  라남의 봉화는 2001년 하반기부터 새롭게 제기된 경제건설 구호이다. ‘라남의 봉화’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1년 8월 러시아를 공식 방문한 후 귀로에 라남탄광 기계련합기업소(함북 청진)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노동자들이 발휘했다는 혁명적 군인정신과 결사관철의 정신을 본받자는 취지 아래 시작되었다. “보고자와 토론자들은 모든 청년분조, 청년작업반원들이 라남의 봉화를 높이 추켜들고 농업생산을 늘임으로써 민족 최대의 경사가 겹친 뜻깊은 올해를 자랑찬 로력적 성과로 빛내일데 대하여 강조하였다.”(<노동신문> 2002년 3월 1일 3쪽)와 같이 쓰인다.
  록음소설은 테이프나 시디로 내용을 녹음하여 음성 자료 형태로 판매하는 소설이다. “일부 나라들에서 록음소설에 대한 수요가 비상히 높아지고 있다. 록음소설을 처음 만들어낸 어느 한 나라에서는 오래동안 록음소설이 독자들속에서 인정받지 못하였다. 화술배우들에 의해 녹음테프나 씨디판에 록음된 이러한 소설의 청취자들은 대체로 로인들이나 병원에 입원중인 환자들, 맹인들이였다. 그러나 최근 여러나라들에서는 록음소설에 대한 인기가 비할바없이 높아져 그 생산량이 해마다 25만개 이상씩 증대되고 있으며 그 제작업에 돌려진 투자액은 총 170억딸라에 달하였다.”(<문학일보> 2002년 1월 12일 제3호 4쪽) 등처럼 쓰이는 말이다.
  민족대국상은 북한에서 김일성 주석의 죽음을 가리킨다. “문헌집에는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 주체 83, 1994년 7월부터 주체 88, 1999년 7월까지의 기간에 발표하신 담화와 론문 등 12건의 로작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로작들이 발표되던 시기는 우리인민이 수천년 력사에서 처음으로 맞이하고 높이 모신 위대한 수령님을 뜻밖에 잃은 민족대국상을 겪었으며 제국주의 련합세력을 비롯한 온갖 반동들의 반사회주의 반공화국 고립압살책동이 그어느때보다도 악랄하게 감행되던 때였다. 이와 함께 몇해째 계속되는 자연재해로 하여 우리인민이 고난의 행군 강행군을 하면서 위대한 수령님께서 마련해 주신 사회주의를 지켜가고 있던 시련의 시기였다.”(<조선중앙방송> 2002년 4월 2일 06: 15) 등의 용례가 있다. 이에서 우리는 사후에도 변함없는 우상화의 한 측면을 볼 수 있다.
  식사질은 밥 먹는 일이다. “《그런데 동무네 병실두 습기가 몹시 차? … 식사질이랑은 어떤가?》 그러자 수화기에서 곧 불평이 터져나왔다.”(<승리자들> 단편집, 1976년, 71쪽)처럼 쓰인다.
  여름은 개방의 계절이다. 더위에 몸을 개방하듯이 남과 북이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