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의 이해]

방언 음성 자료의 중요성

이태영(李太永) / 전북대학교

  대학 시절 , 연례행사처럼 있는 학술 조사에는 ‘방언 조사’가 있었다. 방언 조사에서 꼭 필요한 것은 ‘방언 조사 질문지’와 ‘녹음기’였다. 원하는 자료를 빨리 얻기 위해서 잘 정리된 질문지를 가지고 물어보면서 녹음하였다. 대부분 어휘를 물어보면서 그 발음을 음성 기호로 전사하는 훈련을 하였다. 그래서 현재 방언 자료들은 대부분 어휘 자료인데 대표적으로 각종 방언사전과 자료집은 어휘를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다.
  많은 시간과 경비를 들여서 녹음한 방언 음성 자료는 대부분 방언 연구자와 학생들이 녹음한 것이다 . 이러한 음성 자료는 현재 서랍에 그대로 방치된 것이 많고, 학생들이 학술 조사에서 녹음한 자료는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학과 사무실에서 나뒹굴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방언 음성 자료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음성학의 발달과 음성 관련 기자재의 발전으로 방언 음성 자료를 연구에 응용하고, 산업에 적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현재 활용이 가능한 방언 음성 자료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①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의 『한국 구비문학 대계』
② 뿌리깊은나무의 『민중자서전』
③ 국립국어연구원(1997-2000)의 『서울 토박이말 자료집』(1-3)
④ 각 대학의 학술답사 자료
⑤ 연구자들이 논문 및 보고서를 쓰기 위해 채집한 음성 자료
⑥ 방송국에서 사용된 프로그램의 방언 자료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발행한 『한국 구비문학 대계』는 총 85권으로 된 책으로 1980년부터 1992년까지 전국 60개 시·군에서 설화, 민요 등을 조사한 책이다. 원 발음을 비교적 충실히 기록한 책으로 어문학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 현재 ‘21세기 세종계획’에서 부분적으로 입력하여 공개하고 있고,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홈페이지(www.aks.ac.kr)에서 원문과 음성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자료는 완전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문장과 의미를 파악할 수 있어서 다양한 부문에서 활용할 수 있어 현재로서는 가장 효율적인 방언 말뭉치로 평가된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 설치된 한국학전자도서관에서는 『한국 구비문학 대계』를 발간하는 데 이용된 녹취 테이프 1,500개를 원음 그대로 제공하고 있다.
  학술조사에서 녹음한 테이프들은 실제로 그간 단체와 개인이 많은 조사를 했는데도 테이프 상태가 불량하여 음성 자료를 사용할 수 없게 된 것도 많다 . 그러나 학교마다 이러한 자료들을 다시 수집하여 잘 보관하고 정리해야 할 것이다.
  방언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수집한 개인 녹음 자료들이 정리되어서 공개된다면 방언 음성 연구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앞으로 방언 전자 사전이나 각종 방언 프로그램에는 반드시 음성이 들어가야만 정확한 방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21세기 세종계획’에서 만든 ‘한국 방언 검색 프로그램’에서 어휘를 검색했을 때 글자만 나타나고 실제 발음이 없기 때문에 검색하는 사람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대단위 방언 음성 자료를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우선 방언학회를 구성하고 학회를 중심으로 용역을 수행하면서 그간 연구자들이 수집한 음성 자료를 한 곳으로 모으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렇게 현재 있는 자료만이라도 수집되어 정리된다면 방언 연구와 응용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현재 산업자원부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 ‘음성정보 기술산업 지원센터’(www.sitec.or.kr)에서는 우리가 녹음한 방언 자료를 필요에 따라 분석해 주고 연구자에게 편리하게 재편집을 해 주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연구자들이 이런 시설을 활용하면서 방언 음성 자료의 중요성을 재점검하고 향후 방언 연구와 응용에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