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현장에서]

방송 자막의 올바른 사용

손범규(孫範奎) / 에스비에스 아나운서

  방송 언어는 음성 언어와 함께 문자 언어, 즉 자막을 포함한다. 그런데 최근에 텔레비전 방송에서 자막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소리만으로 전달되기 어려운 필수 정보나 참고 정보를 요약해서 전달하던 자막이 1990년대 중반부터 일본 방송의 영향과 함께 프로그램의 재미를 높이기 위해 무분별하게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오락 프로그램의 증가와 함께 방송사의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청자들의 귀뿐만 아니라 눈을 끌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 사용되는 자막은 앞으로도 더욱 그 사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자막은 잘못 사용될 경우 올바른 국어 생활을 방해하고 프로그램 시청에도 불편을 준다. 따라서 올바른 자막 표기의 중요성은 점차 강조되고 있지만 실제 방송에서는 자막 오기 사례가 더 늘고 있는 현실이다.
  이 글에서는 방송 자막 오기의 여러 사례 가운데 사이시옷과 외래어의 잘못된 표기를 살펴보겠다.

1)[등교길 9명 사상], 5월 24일, 에스비에스 나이트라인 뉴스, 등교길(X) ->등굣길(O)
2)[헛점투성이], 4월 3일, 에스비에스, 실제 상황 토요일, 헛점(X) ->허점(O)
  한글 맞춤법 제30항에서 사이시옷에 관한 규정을 설명하고 있지만 자막에서 가장 많이 틀리는 예가 바로 이 사이시옷이다. 특히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끝날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에 대한 구별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1)의 예 외에도 자주 틀리는 예는 아래와 같은데, 대부분 사이시옷을 뺄 때가 많다.(3의 예는 모두가 맞는 표기이다)
3) 나룻배, 나뭇가지, 머릿기름, 바닷가, 선짓국, 전셋집, 햇수
  또 2)의 경우처럼 두 음절로 된 한자어의 경우에도 많이 틀린다. 즉 규정에서 정한 사이시옷을 사용하는 여섯 개의 한자어는 ‘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이지만, ‘초점, 허점’같은 한자어에도 사이시옷을 첨가하는 경우가 많다.
  외래어의 경우는 사용이 많은 단어의 경우에도 오기를 자주 볼 수 있다.
4)[앙케이트], 5월 25일, 이원의 앙케이트 쇼, 앙케이트(X) ->앙케트(O)
5)[꽁트], 5월 29일, 실제상황토요일, 꽁트(X) ->콩트(O)
6)[애니매이션], 4월 3일, 열린 티브(TV) 시청자세상, 애니매이션(X) ->애니메이션(O)
  번역하기 어렵다거나 미묘한 뜻을 살린다는 이유로, 혹은 습관적으로 외래어를 자막에 사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불필요한 외래어의 잦은 사용도 문제이지만 표기의 오용까지 별다른 고민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현재의 방송 자막이다. 외래어의 자막 오기는 다음과 같은 단어에서 많이 발생한다.
7) 미스테리(X)-미스터리(O), 베럴(X)-배럴(O), 메뉴얼(X)- 매뉴얼(O), 메세지(X)-메시지(O)
  현재 대부분 프로그램의 자막은 피디와 기자, 작가에 의해 창조, 표기된다(방송 제작자들은 ‘자막을 뽑아낸다’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한다) 항상 방송 시간에 쫓기는 제작자들의 입장에서는 자막의 오기에 대해 별다른 고민을 할 수 없고, 방송사 내부에서도 제작 프로그램을 미리 점검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사후 심의를 하고 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텔레비전 자막은 방송의 얼굴이다. 제작자들의 관심과 함께 사전 점검할 수 있도록 심의 제도를 마련하고 관련 인력을 충원할 때 아름다운 얼굴의 텔레비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