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의 이해]

북한 방언의 이해

이태영(李太永) / 전북대학교

  평양에서 발행한 『조선말대사전』을 보면 ‘내, 연기’에 대한 또 다른 표제어로 ‘내굴’을 올리고 있다. 표준어의 경우에는 ‘내〔煙〕’와 ‘연기’를 사전에 등재하고 있는데 문화어에는 다음과 같이 ‘내굴’도 등재하고 있다.

  내04 「명」 무엇이 탈 때에 공기가운데 나타나는 흐릿한 가스와 가루상태의 물질. ∥ ~를 피우다. = 내굴.연기.
  내굴 「명」 = 내04.∥ ~을 피우다. ~이 나다.
  연기01 「명」 = 내. ∥검은~. 흰~가 뭉게뭉게 피여오르다.
  ‘내굴’은 ‘연기’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방언형이다. 이 방언형은 남쪽과 북쪽에서 두루 쓰이는 특징을 보인다. 『조선말대사전』에는 ‘내굴길, 내굴내, 내굴먼지, 내굴분무기, 내굴칸, 내굴쏘임, 내굴찜, 내굴안개’ 등의 단어가 표제항으로 올라 있다.
  ‘내굴’은 한자어 ‘煙氣’에 상대되는 우리 고유어로 ‘내〔煙〕 + 굴〔堗〕’의 복합어이다. 방언의 고유어 ‘내굴’은 다시 자동사 ‘내다’와 같은 ‘내굴다’를 파생시키고, 형용사 ‘냅다’와 같은 ‘내구럽다’를 파생시킨다.
  『조선말대사전』에 ‘내다’는 자동사로 ‘내굴다’와 함께 등재하고 있고, ‘냅다’는 형용사로 ‘내구럽다’와 등재하고 있다. 방언형인 ‘내구럽다’를 주된 표제항으로 처리하고 있다.
  내굴다 (내구니, 내구오) 「동」 (자) 〓 내다01.
  내구럽다 (내구러우니, 내구러워) 「형」 내가 눈이나 목구멍을 자극하여 숨막히게 맵고 싸하다. (=) 냅다01.
  중세국어에 ‘내〔臭〕’로 쓰이던 어휘가 국어사 자료에서 ‘냄새’의 이전 단계인 ‘내옴’이 나타나는 것은 1617년 <동국신속삼강행실도>이다. ‘내옴’은 <가례언해>, <박통사언해>와 같은 17세기 문헌에서만 보인다. ‘내새’가 나타나는 것은 18세기 <한청문감>에서부터이다.
  ‘내옴, 내얌, 내암, 내암새, 내음새, 내새, 냄새, ’로 나타나는 이들 어휘들은 앞에서 언급한 방언 어휘 ‘내굴다, 내구럽다’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내음새’와 관련된 방언의 어휘를 보면 다음과 같다.
  ① 내음 : <경남><경북> ② 내음새/내암새 : <경상>, 내움새 : <제주><중국조선족> 내움살, 내음살 : <제주> ③ 내금, 내김 : <경상> ④ 내금새 : <강원><경남><경북><충북><전남><함남>, 네금세 : <전남> ⑤ 내미 : <경남><경북><중국조선족> ⑥ 넴새, 넴시, 넴사 : <전남><전북>
  ‘내금’의 구조를 가정해 보면 ‘내그- + -음’의 구조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내그-’는 ‘내굴다’의 형용사 ‘내구랍다’가 변화를 보이는 ‘내급다, 내그다, 내굽다, 내구다’와 관련된 것으로 해석된다.
  아래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내구랍다/내구럽다’는 대체로 경상 지역과 이북 지역에서 사용되는 특징을 보이는데 바로 이 어휘가 현대국어의 ‘냄새’를 파생시킨 중요한 방언이다. 
  *내거랍다/내거럽다 <경남> <경북> *내구랍다 <강원> <경북> <함남> <중국>[오상] *내구럽다   <경남> <경북> <평북> <함북> *내구롭다   <강원> <함남> *내구룹다   <강원> <경상> *내그랍다   <경기> <경남>[양산, 창녕]   <경북> <함남> <함북> *내그러버서   <경북> *내그러워서  <경북> *내그럽다   <경기> <경남> <경북> <함남> <함북> <중국>[오상] *내그룹다   <강원>
  문화어에 방언의 어휘인 ‘내굴, 내굴다, 내구럽다’가 표제어로 등재되어 있는 것은 단순히 지역의 방언을 배려한 차원이 아니라, 그 방언들이 여러 어휘의 역사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 방언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