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의 이해]

나 지금 바빠

정호성(鄭虎聲) / 국립국어연구원

  지난 호에서 ‘애달프다, 가냘프다, 고달프다, 애달프다, 고프다, 아프다’와 같이 ‘프’ 앞 음절의 모음이 ‘ㅏ, ㅑ, ㅗ’인 용언에는 어미 ‘-아’가 결합하여 ‘애달파, 가냘파, 고달파, 애달파, 고파, 아파’로 활용하고, ‘서글프다, 슬프다, 어설프다, 헤프다’와 같이 ‘ㅏ, ㅑ, ㅗ’가 아닌 것에는 ‘-어’가 결합하여 ‘서글퍼, 슬퍼, 어설퍼, 헤퍼’와 같이 활용이 되고 있음을 보았다. 3음절 이상의 용언 가운데 어간 말음이 ‘ㅡ’로 끝나는 것들은 대부분 이와 같은 모양으로 활용을 한다. 즉 3음절 이상의 용언에서 어간 말음이 모음 ‘ㅡ’로 끝나면 그 앞 음절의 모음에 따라 어미 ‘-어’ 혹은 ‘-아’가 선택되는 것이다.
  다음에서 어간 말음이 모음 ‘ㅡ’로 끝나는 용언을 살펴보도록 하자.

(1)    ㄱ. 가쁘다, 나쁘다, 바쁘다
         → + ‘-아’(가빠, 나빠, 바빠)
        ㄴ. 기쁘다, 미쁘다, 예쁘다, 어여쁘다
         → + ‘-어’(기뻐, 미뻐, 예뻐, 어여뻐)
  말음이 ‘쁘’인 형용사 역시 ‘쁘’ 앞 음절의 모음에 따라 ‘-아’와 ‘-어’가 선택된다. 흔히 ‘*나뻐, *바뻐’처럼 말을 하거나 적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는 모두 ‘나빠, 바빠’의 잘못이다.
(2)    ㄱ. 노느다, 잠그다, 담그다, 모으다
         → + ‘-아’(노나, 잠가, 담가, 모아)
        ㄴ. 트다, 크다, 쓰다, 뜨다, 끄다
         → + ‘-어’(터, 커, 써, 떠, 꺼)
  (2ㄱ)의 용언들 역시 같은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들이다. 특히 이 예들은 ‘*노눠, *따뤄, *잠궈, *담궈’ 등과 같이 잘못 쓰이는 일이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편 (2ㄴ)은 어간이 단음절이라서 앞 음절의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곧바로 어미 ‘-어’가 연결된다.
  어간 말음이 ‘ㅡ’인 것 가운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이 어간 말음절이 ‘르’인 용언인데, 이 용언들은 활용방식에 따라 크게 세 부류로 나뉘게 된다.
(3)    ㄱ. 다다르다, 따르다
         → + ‘-아’(다다라, 따라)
        ㄴ. 들르다, 우러르다, 치르다
         → + ‘-어’(들러, 우러러, 치러)
  (3)의 예들에는 ‘르’ 앞 음절의 모음에 따라 어미 ‘-아’와 ‘-어’가 선택된다. (3)의 예들은 특히 ‘*(물을) 따뤄라’, ‘*(시험을) 치뤘다’처럼 간혹 잘못 쓰는 사례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어간 말음이 ‘르’인 용언 가운데 (3)을 제외한 대부분은 소위 ‘르 불규칙 용언’들이다. 르 불규칙 용언이란, 어간의 끝 음절 ‘르’가 모음 어미 앞에서 ‘ㄹㄹ’로 바뀌는 용언을 말한다. 이때에도 역시 ‘르’ 앞 음절의 모음이 ‘ㅏ, ㅑ, ㅗ’라면 ‘-아’가 연결되고, 그 밖의 모음이라면 ‘-어’가 연결된다.
(4)  르 불규칙 용언
  ㄱ. 가르다, 가파르다, 강파르다, 고르다, 나르다, 다르다, 마르다, 모르다, 바르다, 빠르다, 사르다, 오르다, 자르다, 조르다
         → + ‘-아’(갈라, 가팔라, 강팔라, 골라, 날라, 달라, 말라, 몰라, 발라, 빨라, 살라, 올라, 잘라, 졸라)
  ㄴ. 거르다, 거스르다, 게으르다, 구르다, 그르다, 기르다, 끄르다, 누르다, 두르다, 머무르다, 무르다, 문지르다, 벼르다, 부르다, 서두르다, 서투르다, 섣부르다, 아우르다, 어르다, 으르다, 이르다[謂], 주무르다, 지르다, 짓무르다, 찌르다, 추스르다, 휘두르다, 흐르다
         → + ‘-어’(걸러, 거슬러, 게을러, 굴러, 글러, 길러, 끌러, 눌러, 둘러, 머물러, 물러, 문질러, 별러, 불러, 서둘러, 서툴러, 섣불러, 아울러, 얼러, 을러, 일러, 주물러, 질러, 짓물러, 찔러, 추슬러, 휘둘러, 흘러)
  어간이 ‘르’로 끝나는 용언 가운데 일부는 ‘러 불규칙 용언’으로 분류된다. ‘러 불규칙 용언’이란 용언 어간에 어미 ‘-어’가 결합하면, 어미 ‘-어’가 ‘-러’로 바뀌는 용언을 말한다. 그런데 이 부류에 속하는 용언은 모두 ‘러’로 활용하므로 위의 예들과 같이 ‘르’ 앞 음절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5)  ‘러’ 불규칙 용언
        푸르다, 노르다, 누르다, 이르다[至]
         → + ‘-어’(푸르러, 노르러, 누르러, 이르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