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화어의 이해]

‘노래폭탄’

전수태(田秀泰) / 국립국어연구원

  장미가 피는 계절이다. 서해의 꽃게잡이 철을 앞두고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사전에 막기 위해 남북 장성급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한다. 다행한 일이다.
  이번 호에도 지난 호에 이어 북한 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말을 소개하고자 한다. 
  4·15문학창작단은 ‘김일성 주석과 관련된 문학 작품만을 전문적으로 창작해 내는 작가 단체’이다. 김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을 본떠 이 같은 이름을 붙였으며 1967년 6월 20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기와 주도로 설립되었다. “희망찬 새 세기의 두번째해가 바야흐로 밝아왔다. 력사앞에, 인민앞에 지닌 자기의 숭고한 사명을 언제나 책임적으로 담당 수행해 온 우리 4·15문학창작단의 전체작가들이 이 해의 진군길에 또다시 힘있는 발걸음을 내짚었다. 우리는 지난해 선군시대의 거세찬 숨결에 심장의 박동을 맞추고 충성의 창작 전투를 벌려 실로 많은 성과들을 이룩했다, 그 결과 우리는 올해에 백두산3대장군의 빛나는 형상을 창조한 10여편의 장편소설들을 독자들앞에 내놓게 된다.”(<문학일보> 2002년 1월 12일 제3호 3면)처럼 쓰인다. 여기에서 ‘백두산3대장군’은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숙, 김정일을 이르는 말이다.
  결속짓다는 ‘마무리하다’라는 뜻이다. “처음 한동안은 복잡하게 헝클어져서 언제가야 끝을 볼지 전망이 막연하였으나 금성동지의 능숙한 회의지도로 어느새 론의는 제곬으로 모여들고 마치 뒤엉켰던 실꾸리가 풀려나가듯이 솔솔 풀려나갔다. 이제는 많은 문제들이 명백하게 갈라졌으며 전반적으로 회의를 결속지을 때가 되었다. 사령관 동지께서는 회의의 전망이 뚜렷해진 오늘 일찌감치 모임을 끝내시고 적과 대치된 일선경계진지를 몸소 돌아보시였다.”(<고난의 행군>, 1976, 89쪽) 등의 예가 보인다.
  노래폭탄은 ‘무기가 될 만한 강력한 노래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총포성 없는 대결전에서 우리 군대와 인민의 승리를 위한 결사의 투쟁에로 이끌어 원쑤들에게는 심장을 찌르는 비수로, 노래폭탄으로 된 보천보전자악단의 음악, 참으로 그것은 얼마나 큰 힘을 안겨 주었던가.”(<노동신문> 2002년 7월 4일 4면)와 같이 쓰이는 말이다. ‘보천보전자악단’은 1990년대 중반 ‘휘파람’이라는 노래를 불러 일약 스타가 된 전혜영이 속해 있는 악단인데 ‘보천보’는 그들의 소위 혁명 전적지 이름에서 유래한다. 북한에는 이 밖에도 북한 최초의 경음악단인 ‘왕재산경음악단’이 있다.
  선군문학은 2000년 말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으로서 그 용어는 ‘선군정치’에서 유래한다. 특정한 문학 작품을 일컫는 것이라기보다는 김정일 시대의 문학 전반을 아우르는 문학사적 개념이다. 그러나 그 내용들은 대체로 모든 작가들이 수령, 사상, 군대, 제도 제일주의를 목표로 하여 탐구와 사색을 기울일 것을 역설하고 있다. “우리는 주체문학론의 요구대로 소설문학을 선군문학의 미학적요구에 맞게 성격문학으로 확고히 전환하여야 하며 묘사수준을 높여야 한다. 지난 기간 소설문학창작에서는 낡고 굳어진것에 전면 도전하여 시대의 전형을 창조하는데서 큰 진전을 이룩하였으나 아직 우리 소설문학은 새 시기의 미학적리상에 맞게 자기의 면모를 전면적으로 혁신하지 못하고 있다. 총체적으로 인간의 성격이 보이지 않고 참다운 삶에 대한 새로운 미학적해명이 없는 소설들이 아직 자취를 감추지 않고 있다.”(<문학일보> 2002년 1월 19일 제2호 2면) 등과 같이 쓰인다. ‘선군사상’은 군대의 힘이 사회주의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는 생각 아래 군사력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전체 당원 및 근로자들에게 군대를 위주로 하고 이에 따를 것을 호소하는 김정일 시대의 정치사상이다.
  민족이 하나로 통합되어 남북의 악단들이 통일의 기쁨을 노래 폭탄으로 터트릴 그 날이 어서 오기를 기다려 본다.